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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읽는 역사의 행간’이라는 편집부의 서문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글은 사건 기자의 사실주의적 태도가 반영된 사진집이다. 물론 책을 보는 나 역시 사진의 기술적 또는 미학적 측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리고 작가의 사진 역시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다. 즉 미학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눈에 보여지는 그대로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아낸 사진들이다.
역사의 현장과 더불어 인물들에 대한 사진도 꽤 많은 편인데 특히 내 흥미를 끈 것은 서정주 시인의 인물 사진이었다. 작가 스스로도 밝히듯이 (p144)한 장의 종이와 다름없는 평면의 사진 위에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잡아내어 그 얼굴의 진실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대개 자신의 본성을 얼굴 뒤에 감추고 있는 법이라니 얼굴엔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게 마련 아닐까?
미당 서정주만큼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는 이도 드물 것이다. 한 사람의 시인으로 자리매김 되는 그의 자리는 그 시 속 세계만큼 신화적이어서 그의 시 한 구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시늉하며 비켜갈” 만큼 절대 미학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오욕의 세월을 견뎌온 우리 역사의 질곡은 시인의 명예에 오점을 남기고 있어서 두 해 전 겨울 크리스마스 무렵 그가 세상을 타계했을 때 새삼 그의 생애를 두고 이런 저런 논의가 일었고, 꽤 오래 여러 사람에 의해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사진이 잘 되지 않는 작가에게 이런 표정 한 번 찍어봐 하며 해 보였다던 미당 선생의 분노에 찬 얼굴은 아나도 사람들 논의를 훌쩍 건너 뛰어 이미 스스로 자신의 영욕을 다 깨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아닌가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미당의 생애를 그저 좋아하지 않으며 그런 이유로 해서 대단한 그의 시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에 앞서 나는 우리 나라 최고의 시인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드는 우리의 역사가 먼저 안타깝고 애달프다. 갈수록 역사는 실종되고 우리는 역사의 ‘섬‘에서 살아간다고 생각될 때 나는 더욱 시인의 생애가 안타까웠었다.
오동명 기자의 사진으로 사진집이 계기가 되어 읽게 된 눈빛 출판사의 사진집이나 조세희 선생의 사진집을 최근 다시 읽게 된 것도 역사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P22 마지막 건배 p40 사진부 p44담배 한 대 주시오 p62,기자 공판 p138기자도 피곤하면 p 218 야근 등과 같은 사진은 기자로서 애환을 담아낸 자화상 같은 사진들어서 흥미롭다. [인상깊은구절] 남현동 자택에서 시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찍었다. 여러 각도에서 어떤 모습이 시인의 진면목인지를 찾으면서 손이 아프도록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이 잘 되지 않았다. 헤어지려고 함께 마당에 나온 순간 , 시인이 기자를 뒤에서 불러 세우며 “이런 표정을 한번 찍어봐!. 모두 짓밟아버려야 해”라고 말했다. 본능적으로 셔터를 누르며 렌즈를 통해 본 얼굴은 지금까지 책에서 본 서정주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표정이었다.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보니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 싶게 연기하듯 금방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