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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고 폐쇄된 곳, 바로 옆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이도 감시의 대상인 곳, 배고픔에 허덕이지만 정작 그걸 해결할 방법은 묻혀버리는 곳, 세상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온갖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 물론 정치·경제적으로 얘기하자면 더 깊고 많은 진실이 존재하겠지만, 인간의 삶을 보는 시선으로 말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북한은 최소한의 존엄성과 인간으로의 삶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가끔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탈북자들이 그들이 살아온 북한, 결국 그곳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실상을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더욱더 알 수 없는 곳이 된다. 매체에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견고하게 쌓아올린 성안으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을 듯한 분위기다. 그 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그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곳. 도대체 북한은 어떤 곳인가? 아니, 북한의 체제보다 먼저, 그런 북한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수키 김이 선교사 일행을 따라,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명목으로 북한에 들어가야만 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이 책에서 나의 목표는, 바깥세상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낳는 것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게 한다는 희망 아래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11페이지)
그녀는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글로 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들어갔다. 북한으로. 입국 허가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외국인 교수를 모집하는 평양과기대에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요청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입국을 허가받았다. 표면상으로 그녀는 선교사였지만, 평양과기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자 했다. 북한 고위층의 아들들이 다니는 곳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생활하며 보고 느낀 것을 몰래 기록했다. 선생님으로, 방문객으로 대우해주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모든 게 감시되고 있었다. 궁금한 것도 참아야 했다. 질문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녀가 북한을 취재한 경험으로 보면, 외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쓰게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자격으로 생활하는 그 순간에도 그 부분은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함부로 다가서는 것도 해서는 안 되었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도 미리 허락을 받아야 했다. 선생님들끼리 하는 대화마저도 누가 들을까 염려해야 했고, 외부로 보내는 이메일도 열려있는 거나 마찬가지. 하나님의 뜻으로 들어왔다던 다른 선생님도 심적으로 버틸 수 없는 곳이, 북한이었다.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다며 자유를 호소했다. 학교 밖 상점에 가는 것도, 주말에 하는 여행도 미리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곳이라니...
자신 마음속의 욕구를 따르거나 원하는 어딘가를 마음대로 가는 개념은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특히 그들 체제에서 그렇게 잠깐 머문 뒤 나 자신의 자유마저 상실한 나로서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학생들이 알도록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117~118페이지)
그녀가 직접 가르치는 아이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북한의 실상은,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생존의 위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은 모두 폐쇄되고 남은 평양과기대. 북한 고위층의 자녀들만 입학이 허락된 곳. 과기대인데 전공은 언제 배우게 될지 알 수 없었고, 제대로 된 공부에 앞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방인(선생님)을 허락한 것처럼 아이들은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게 아이들은 영어 수업 외에도 주체학습시간을 가졌고, 의무처럼 주어진 노동에 투입되었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다. 항상 짝을 이루어 다니고, 반 단체로 행동해야만 했으며, 부모님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힘을 발휘하는 거짓말들. 거짓말을 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 들키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닿을 때면 놀라울 지경이다. 그들이 오랜 시간 배워왔던 대로, 북한이 강성대국이고, 세계 최고이고, 세계 최대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터무니없는 공상이었던 거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무료로 많은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오는 충성심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살아가는 매 순간 많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조차 떠올릴 수 없는 대학생들이 상상이 되나? 학교와 직업도 정부가 결정하는 체제에서 이들의 눈과 귀는 오직 한곳을 향해 열려 있다.
수키 김의 이 기록이 어느 매체의 보도 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사회 중 하나인 북한에서 직접 체류한 기록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평양과기대 강의실에서 일어났던 일들, 학생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 방문 목적이나 사고가 달라 부딪히는 교수들 사이에서의 갈등, 곳곳에 있는 감시원이나 담당관들과의 대화, 가끔 허락되는 외부로의 발걸음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보게 된 북한 사람들의 모습들. 그녀가 생활하던 곳은 모두 외국인 교수들만 있는, 북한 권력층 자녀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평양으로 친척이 방문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녀는 좋은 곳에 머물렀다. 뭐랄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었다던 취재 현장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가끔 이루어지던 외부로의 단체여행 길에서 본 몇몇 북한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 놀라웠던 것이다. 수용소에 갇히지 않았어도 그곳 자체가 수용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이 보여서다. 대부분 삐쩍 마른 몸에 어두운 얼굴, 죽은 눈을 가진 쇠약한 사람들로 비춰지는 게 진실이었던 거다.
조그맣고 어두운 얼굴에 죽은 눈을 가진 쇠약한 사람들. 생명 유기체의 징후가 사라진 풍경. 나는 케이티가 '노예들'이라는 단어를 속삭이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의 학생들이 행진하는 것을 보면서 '군인들'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 곳을 보아도 그들, 군인들과 노예들이 있었다. (159페이지)
특권층의 삶을 부여받은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이 어떤 사고로 살아가고 있는지 직접 본 이 기록을 안타까움으로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예쁜 여학생에 관심 가져도 좋을 풋풋함이 감춰지는, 아직은 어머니의 따뜻한 눈길을 받아도 좋을 나이에 거짓 안부를 전하는, 엘리트라 불리는 대상이 정작 사회와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것을... 그동안 내가 봐온 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생활기였다. 온갖 거짓이 난무한 가운데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나온 대다수의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에 인간적인 애잔함을 느꼈다면, 이 책은 인간다움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 안타까움과 함께 고위층의 사고가 북한의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가늠하게 했다. 저자가 그 실상을 전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적 의무처럼 여겨 이렇게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기록을 놓치지 않고 읽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쉬움을 하나 보태자면, '북한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썼다'는 저자의 의도는 좋았지만, 정작 그 북한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하는 사람들이 변화의 시도를 할지 염려스럽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 책을 읽고 북한의 실상을 더 가까이 접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북한 고위층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과 그곳에서 보는 북한의 일상이 생생하게 들린다. 저자가 한국에 살았던 경험과 북한에 체류한 경험으로 분단된 한민족 삶의 다른 점까지도 들을 수 있다. 섬뜩할 정도로 무섭긴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들리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도 행운이다. 내밀한 북한의 속내를 본 것 같다. 흐릿했던 유리창이 많이 닦인 듯해서 좀 개운해진 느낌이다. 그들이 고립이 아닌 자유로움, 인간다움을 찾아 느낄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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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에 이은 수키 김의 두 번째 책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전작에서 이민 2, 3세대의 정체성 혼란과 한국계 이민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내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평양 과학기술대학교에 영어교사로 잠입해 북한 엘리트 학생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생생하게 써냈다. 원제는 "Without You, There Is No Us". 작가의 외할머니는 이북 출신이었고, 피난 중에 장남을 잃었다. 분단의 아픔은 저자 본인 가족사의 상처이기도 했다.
평양에서 그가 담당한 학생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1학년이었지만 대부분 김일성종합대학 등 다른 학교에서 전학해 온 학생들이었고(타 대학들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성적에 따라 1-4반으로 나뉘었다. 저자는 가장 공부를 잘하는 반인 1반과 가장 끝 반인 4반을 맡았다. 학생들 다수는 아버지가 의사, 과학자인 북한 고위층 자제들이었다. 서먹서먹함, 경직된 분위기, (수업내용과 부교재는 물론) 모든 말과 행동을 감시 당하는 상황이었지만 교사와 학생은 조금씩 마음을 열며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 간다. 친구의 예쁜 여동생에 대해 농담하고, 이성친구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을 얘기할 때면 평범한 캠퍼스의 모습 같기도 했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존재했다. 저자는 학생들의 상식이 턱없이 부족함에 놀랐다. 그들은 주체사상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주장하고, 놀이공원도 북한이 세계 최고, 냉면과 김치가 세계 최고의 음식이라 한다. 심지어 교과서에는 미국 정부가 애틀랜타 올림픽 공식 음식으로 김치를 지정했다고 써있다 주장한다. 맨체스트 유나이티드에 북한 선수가 스카우트 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늘 자신들이 최고라고 선언하면서 자신과 누구도 본 적 없는 바깥 세계를 비교"하곤 했고, 최상급 표현은 너무 자주 쓰여 그 본래 의미를 잃어 갔다.
나는 세상에 대한 그들의 일반적인 지식이 놀랄 만큼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북한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인데 유엔, 타지마할, 기자의 피라미드 등의 사진은 멍한 표정만 이끌어 낼 뿐이었다. 몇 명만이 한참 더듬거린 뒤에야 에펠탑과 스톤헨지의 이름과 위치를 추측했다. 그들이 과학과 기술 전공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가 달에 처음으로 인간을 착륙시켰는지 아무도 몰랐다. (…)
동시에 그들 모두는 알래스카가 터무니없이 싼 값인 720만 달러에 미국에 팔린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분명히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확실한 수업의 결과인 듯했다. 그들의 영어 단어 수준이 고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줄줄 외는 한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은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두뇌유출)'이었다. 정부가 엘리트들의 탈북이 두려워서 그들에게 이 단어를 연습시켰을까? 단어 공부를 위한 게임 중 종이접기를 함께해 보니 그들이 만들 줄 아는 것은 전투기뿐이었다. (104쪽)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누군지, 페이스북이 뭔지 아마존 킨들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과학기술'대학에 다니지만 교사가 없어 일년 내내 영어만 배우는 아이들. 미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맥도날드의 폐해에 대한 에세이를 쓰겠다더니 "맥도날드에서는 무슨 음식을 만듭니까?"하고 되묻는 아이들. 반 대항 퀴즈게임에서 진 이유는 컨닝하다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컨닝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부끄럼 없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아이들. 주말 오전에 노동한다는 걸 알고 묻는 '오전에 뭐 했니'란 질문에 11시까지 늦잠을 잤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아이들. 교사는 가까워진듯 하면 다시 멀어지는 학생들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고,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체제에 분노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인식의 폭을 넓혀 주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질문하는' 제자에게는 정작 하고픈 말을 꾹 삼킨다. 금지된 호기심 때문에 제자가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건 원치 않으니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으로 에세이 주제를 바꾸기로 단체로 결정한 것은 저커버그에 관한 기사 때문이었다. 내가 자극을 주려고 의도한 것을 그들은 내가 자랑하려는 것으로 보고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수 세대 동안 그들에게 스며들었던 민족주의로 인해 너무나 깨지기 쉬운 자존심은 열등감이 되어 그들은 자신을 제외한 세계의 나머지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시민들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인식을 확장하려는 나의 노력은 계속 역효과를 냈다. (306쪽) 이 대목에서는 얼마전 UN 북한인권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의 막무가내 발언이 떠올랐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의 얼굴에 떠오른 불만족스런 표정은 꾸며낸 표정이 아니었다. 그들은 뼛속 깊이 믿고 있었다. 그가 옳다고.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함께 웃고 울었다. 자유를 반납하고 모든 말과 행동을 자기검열하며 조심할 때 함께 답답함을 느꼈다. 마침내 저자가 마음의 욕구를 따르는 방법도 자유를 누리는 방법도 모르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도 같은 먹먹함과 좌절감을 느꼈다. 사실, 북한과 한 동포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세대(80년대)에는 통일 이후의 삶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서로간의 차이가 너무 커져서 통일 후의 갈등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접하게 된 이후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다. 조금씩 밀려들어가는 변화의 물결을 언제까지고 정권이 막아내지는 못할 텐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형태로든, 찾아올 통일의 날을 누군가는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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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는 한국의 기독교단체가 세웠고, 초대총장은 한국계 미국인 김진경 씨다. 연변에도 연변과기대가 있었는데, 연변과기대에서 교직생활을 하던 유럽인과 중국인도 있어서 교직원들은 한국계 외국인도 있고 중국 조선족도 있고 뭐 많은 기독교인들이 봉사하고 있었다. 평양과기대는 학생들이 고위간부의 부모님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평양지역 외에도 엘리트들이 차출되서 기숙생활을 한다. 북한은 거대한 어항 속에서 제한된 컨텐츠 강의와 특정지역으로 이동할때는 감시원이 따라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여 북한주민들과의 소통은 몰래 해야 했다. 또한 가족간의 면회도 쉽게 이뤄지지 않아서 학생들이 외유를 갈때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2학기 동안의 강의를 마치고 나니 이중감시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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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ut You,
There is No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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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의 목표는, 바깥
세상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낳는 것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게 한다는 희망 아래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11쪽, 아! 영어 원문을 궁금하게 만드는 번역문입니다!
)
수키 김, Suki Kim.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가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무게를 잊게 가벼운 반짝임으로 나를 응시했다. 매혹적인 외모에 단번에 호감이 생겼다. 사실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유니언신학대학 교수 현경의 최신작,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뉴욕』에서 '수키 킴'을 언급했기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단단한 턱선에 먼저 매료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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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어딘가에선가도 일본 모델과 똑 닮았다는 이유로 모델 제의를 많이 받았다는 어머니의 외모를 언급했는데, 수키 김이 과장하지 않았을 거다. TED 강연을 비롯해 그녀와 등장하는 여러 인터뷰를 샅샅이 뒤져보니 심지어 말투까지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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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때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 미국인인 수키 김은 첫
장편소설 『통역사 (The Interpreter)』(2003)로 많은 문학상과 풀브라이트 펠로우쉽 등을 휩쓸었다고 한다. 여러 대륙, 여러
나라를 다녀 본 행운아이자 열정적이고 솔직한 성품의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을 『평양의 영어 선생님』행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사용자이면서 외모가 "한국"스러운 미국인이기에 '평양과기대'에서 북한 대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칠 기회도 얻었다. 아니 그 기회를
노리고 자원했다. 말하자면 잠입 저널리즘 (undercover journalism)으로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대담한 시도이다. 실로 그녀는
서문에서 2014년 출간된 이 책으로 인해 위험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북한 내 동료영어교사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협박성 e메일에
대해서는 "언론의 도덕적 가이드라인 운운하며 북한의 지침에 따른 북한식 진실 보도를 북한이 허가해줄 때까지 기다리며 관망만했던 우리 모두의 손에
묻어 있다 (11)"고 기자이자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밝힌다.
수키 김이 최초로 북한에 방문한 해는 2002년이었다.
"Harper's Magazine"의 취재원이었다. 이후 2011년에는 영어교사 자격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의 북한에 몇 달간
체류했다. 그녀는 삼엄한 감시를 받는 와중에 직업정신을 발휘해서 매일의 대화와 사건을 세세히 기록하고 USB에 숨겨두었다. 이후, 안전하게
미국으로 돌아와 그 자료를 보충할 외부 자료를 더 찾고 탈북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개인의 회고록 이상의 글을 쓰고자 했다. 그녀의 책과 종종
비교된다는 신은미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다녀오다』는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평양의 영어 선생님』 은 귀한 자료(극소수의
허가받은 외국인밖에 접근할 수 없었던 북한의 내부, 북한 젊은이들의 생각)를 도매금에 팔아넘기는 싸구려 글이 아니다. 진정성을 뭐라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수키 김의 글에서는 진정성, 그리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북한을 구제하자!"는 가진 나라의 온정주의가 아닌, 형제와 부모를
전쟁통에 잃고 이산가족이 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눈물'이나 '울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사실 70년대생인 그녀에게서는 묘하게도 그 이전 세대(아마도 그녀 가족사의 영향이겠지만)의 정서와, '분단 이전의 하나인 국가로서의 한국'에
대한 노스텔지어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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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연일 미치광이 "rocket man"으로 국제사회에서
희화화되는 북이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느냐 생각이었지만, 『평양의 영어 선생님』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영문학을 전공해서인지 작가는
언어에 무척 민감했는데, 북한에서는 공영방송에서도 '대가리통'이니 '패거리'니 '조준발사사격' 등 전투적 언어를 밥 먹듯 쓰고 일상에서도
젊은이들이 호전적인 언어를 쓴다고 기억했다. 마치 준 전시상황인 양. 무엇보다 문제는 오랫도록 움직일 자유, 생각하고 말할 자유를 차단당하고
정보조차도 주어진 대로만 주입받는데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사실 수키 김이 주로 상호작용한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금수저 중의 금수저 엘리트
청년들이기에 북한 주민이라는 일반범주를 대표할 수 없겠지만) 은 변화를 추구하기엔 과하게 길들었다. 이 책의 원제인 "Without
you, There is No Us"가 뜻하듯, '수령님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식, 광기의 집단주의에 빠져 있다면 어쩌면 광기가
물리적인 힘으로 표출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일 듯하다. 북한 사회를 "horrific"하다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한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나는 Google에 "Suki Kim 2017"이라고 검색하기도 했다. May Peace be with you! May peace
be with two Koreas, on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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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르포로 볼 수 있을, 충분히 파격적인 소재지만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개인적인 일화들이 덧붙여져 자극적이거나 딱딱하기보다는 충격적인 한 편으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평양의 학교에 영어 선생님으로 들어가 모든 감시와 통제 속에서 기록을 남기는 저자의 용기에 감탄했고 이 책이 아니었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북한 체제의 한 단면을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국가나 체제같은 거창한 것보다는 학생 개인개인에 초점을 맞춰 그들과 있었던 일들을 써내려가며 분노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개인적인 연애나 고독함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은 것 또한 읽는이로 하여금 북한에 들어가 용감하게 글을 쓰는 이 사람이 그저 평범한 개인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 책은 미국 시장에서 출판된 책이 번역된 것이다. 미국 독자만큼 객관적일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읽으면서 북한의 실상에 많은 안타까움과 또 한 편의 두려움을 느낀 책이었다. 국내에선 2015년 발간되었는데, 인터넷과 구글을 모르는 평양의 엘리트들이라.... 그럼에도 너무나 성실해 '교사들의 천국'이라고 자조하게 되는 곳. 참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는 책 출간 이후 방한하여 인터뷰도 하였고 인터뷰 또한 흥미롭게 읽었다. 트위터에 검색해보니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을 사람들이 이 책을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보았다. 2017년 아직도 휴전상태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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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기독교의 후원으로 평양에 세워진 최초의 사립 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수키 킴의 책 <평양의 영어 선생님> 소설가이기도 한 그녀는 잠입저널리즘이라는 방식으로 ‘소설가가 쓴 북한 체류기’를 써내려갔다. 어린 시절에는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이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노래를 재미있게 부른 보람이 있었는지 실제로 금강산 방문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그때 바라본 북한 사람들은 분명 나와 닮은 얼굴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외국을 수없이 여행할 때도 쉽게 받지 못했던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쉽게 만나기 힘든 북한의 속살을 만나본 그녀의 책에 더욱 기대가 컸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 곳을 보아도 그들, 군인들과 노예들이 있었다’, 이보다 더 북한을 잘 설명한 말이 있을까? 담장 너머의 이상한 나라만큼 이상할 수 밖에 없는 캠퍼스에 있는 북한의 대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허가된 여행에서 만나게 된 북한 주민들을 보며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수키 킴과 함께한 북한의 대학생들은 특권층의 젊은이들이었다. 모든 대학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대학에 등록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라, 노예는 아니었지만 군인일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이었다. 종이 접기를 하면 전투기만을 접고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만 잘 아는 청년들, ‘나의’라는 단어보다 ‘우리’라는 단어에 너무나 익숙하기만 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세계대전Z>, ‘월드워Z’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소설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북한은 전체주의의 측면을 극대화시켜서 그려진다. 어쩌면 그 모습이 그렇게 과장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수키 킴에게는 북한과 관련된 가족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던’ 피난길에서 외삼촌이 남한으로 내려오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더욱 북한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말이다. 외삼촌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녀의 삶이 북한에 속할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만약에 그랬다면’이라는 가정이 통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북한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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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내 생애 아이들'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도 마지막에 무언가 가슴이 아련해지고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북한에 관한 책들은 대개 두 종류입니다.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책이거나 혹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 북한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이나 한민족으로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대개 보여주는 것을 본 것에 지나지 않아 북한에 대한 갈증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예의 그 섬찟한 북한의 실상과 북한 주민의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후반으로 가면서 지독한 통제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기에 역설적으로 더 순수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헤어짐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북한의 고위층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북한의 끔찍한 통제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외부세계에 대해 무지한 북한 학생들의 실상에 대해 놀랐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과 용기가 보입니다. 여려운 내용이 아닌데 쉽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이는 작가가 문장 하나하나를 얼마나 신중하고 고르고 다듬었는지 알게 합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안스럽고 또 따뜻한 글이었습니다. 통일이 그리 쉽지도 않고 통일이 된 후도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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