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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삶을 차를 통해 돌아본 책이다.
고운 최치원부터 이광수까지 신라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50명의 다인들을 담고 있다.
세상을 등지고 차밭 넓은 화개동에서 차를 마시며 산신처럼 산 최치원,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경과 의를 지키며 산 남명 조식, 당쟁의 한복판에서 파직을 반복하며 예학을 발전시킨 우암 송시열 등, 정갈한 차 한 잔에 위로받던 이들의 삶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고려의 삼은이 모두 다인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서산대사, 사명대사, 진감국사 등 스님들도 많이 다루고 있다. 차에 얽힌 인물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혜장은 죽을 무렵에 혼잣말로 ‘무단히(부질없이) 무단히’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불학에는 일가를 이루었으나 부처에는 이르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부질없었다는 회한이었으리라. 다산은 혜장이 죽자 만시를 지어 조문을 갔다. 다산의 만시를 보면 혜장을 다비하고 난 전후의 풍경이 보인다. 혜장의 시신을 다비하고 나자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한줌의 재마저 비에 씻겨 사라지는데, 그것이 서러워 어린 사미승들이 통곡하고 있다. 혜장과 이별하는 다산의 심사도 허허롭기만 하다. ...... 다산이 인정한 유불에 달통한 천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술병이 나 40세에 요절한 혜장의 삶이 아쉽기만 하다. 아쉬움을 달랠 겸 백련사 다실에서 투명한 유리잔에 노란 빛깔의 ‘달빛차’를 한 잔 하고 백련사를 떠나려는데 자꾸만 눈길이 동백나무 숲에 머문다. 낙화한 동백꽃들이 죽기 전이 혜장처럼 ‘무단히, 무단히’ 중얼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나그네는 차를 마시게 함으로써 다산을 일으키게 한 혜장의 삶이 ‘무단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혜장의 차가 없었더라면 다산이 몸을 추스르고 재기할 수 있었을까? |
| 차에는 쓴맛, 떫은맛, 신맛, 짠맛, 단맛,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이 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맛을 다 느끼기 위해서는 국물 마시듯이 훌쩍 들이켜지 말고 혀를 충분히 적신 다음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고 한다. 차 한 잔을 사색과 자기반성, 선 수행의 방편으로 삼았던 다인들에게는 차가 맛을 음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50명의 우리 다인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진정한 차 한 잔의 의미를 묻게 하는 책이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복잡한 시대에 이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 또한. 너무도 매력있는 일이라고 보여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