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라는 부제의 이 책은 이른바 ‘신탁(神託)’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내용이다. 흔히 ‘점괘’로 발현되는 일종의 예언을 신탁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데, 사람들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유리한 것만 믿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점괘 따위는 전혀 믿을 바가 못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분명 점괘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다양함에도 현실에서는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점괘를 풀어내며 살아가는 이들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고,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 점복으로 위안을 삼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예컨대 과거에는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에 대해서 맹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최근에는 ‘MBTI’로 인해 자기 혹은 상대방의 성격 유형을 단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사람들에게 누구나 양면적인 성격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발현되는 성격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유형으로 해석하여 맹신하는 것 역시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자극하는 방식이라고 이해된다. 어쩌면 이러한 ‘성격 테스트’가 유행하는 이면에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생활에서 대인 관계가 쉽지 않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신화와 전설에는 대부분 ‘신탁’의 형태로 주어지는 점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영웅의 탄생’으로 귀결되는 신화에서는 주어진 신탁에 따라 낙관적인 결말로 귀결되는가 하면, 대부분의 전설에서는 신탁을 거슬러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바리데기 신화’와 서양의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극명하게 이러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간 신화와 전설 등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저자가 ‘신탁’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찾아 그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논의의 단서는 신화와 전설에서 찾고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신탁에 대한 반응이 현대 사회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혹은 미래의 자신의 삶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여기는 이들은 그러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위안을 얻고자 한다. 그리하여 절대자 혹은 점을 치는 이들에게 의지하고자 간절하게 기원을 하고, 그로 인해 어떤 징조 혹은 점괘를 얻게 되어 이를 따르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일단 주어진 점괘가 신뢰하다고 여겨지면 점괘에 빠져들어 맹신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그 당연한 행로라 할 것이다.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탁’의 사례들은 그러한 믿음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문화의 일면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것에 대한 반응도 서로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점괘’를 구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일단 주어진 점괘에도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