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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물음,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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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 5년간이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였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저런 정치적 대립이 심했던 탓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은, 2018년 5월에 공개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사용되어 논란이 되었던 일 때문이다. 학계에서야 나름의 입장으로 논쟁했지만 일반 국민으로서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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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정권 5년간이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였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저런 정치적 대립이 심했던 탓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은, 2018년 5월에 공개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사용되어 논란이 되었던 일 때문이다. 학계에서야 나름의 입장으로 논쟁했지만 일반 국민으로서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자유’가 빠진다고 해서 당장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헌법에도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를 왜 교육과정에서 수정하겠다는 것인지, 차차 헌법에서마저 ‘자유’를 빼기 위한 ‘빌드업’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양으로서의 정치 공부는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21세기 들어 오히려 정치적 혼란은 가중되고 이념적 대립 역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 같지는 않아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정치사회교양 서적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이 포함된 『대한민국정체성 총서』 시리즈는 아담한 사이즈의 페이퍼백임에도 상당히 진중하고 알찬 내용을 담고 있어서 1권부터 한 권씩 차례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 역시 두께나 크기만으로 얕볼 수는 없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대체하겠다는 각종 민주주의 - 진보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가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을 지녔기에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것인지를 차근차근 이해하기 쉽도록 잘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분량의 한계로 인해 깊이있고 전문적으로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핵심을 공부하기에는 제격이었다.

  특히, 민주주의란 머릿수를 계산하여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고, 주목해야할 점은 가장 현명한 쪽이 승리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린 조카를 데리고 빵이나 케익을 사러 갔을 때가 기억난다. 당장 보기에 맛있어보여도 실제 맛은 별로인 제품을 조카가 고를 때가 많았다. 조언은 하더라도 최종 선택은 조카에게 맡겼고 그 결과 제 뜻대로 고른 제품이 별로여서 먹다가 내 것을 뺏아먹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물론, 내 지갑에는 조카를 위한 여윳돈이 있었고 그런 비용 손실이 아까웠던 것도 아니지만, 사회 시스템과 투표권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모두에게(연령 제한을 비롯한 몇몇 제한이 있기는 해도) 공평한 1인 1표가 과연 공평한 것일까 하는. 탐욕과 이기주의에 찌든 이들이나, 양심과 상식이 건재한 이들이나 모두 1표를 행사했을 때, 어느 쪽의 수가 많으냐는 사회적 비용의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또 어떤 이에게는 1표를, 어떤 이에게는 5표를 주는 것 역시 전지전능의 순결한 존재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는 공평을 담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각각의 왜곡된 민주주의 개념과 실제 적용된 경우의 부작용들을 죽 읽고 나서 맺는 말 부분을 봤을 때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 다수의 뜻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무제한 민주주의, 어떠한 특수 이익이라도 대변하겠다고 나선 편들기, 차별하기 등의 무제한 입법은 자유로운 사회의 필수 조건인 법치주의를 망치고 있다. 의회의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의 권력을 제한하는 내용을 가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 헌법은 입법부에게 무제한적 입법권을 허용한 헌법이다. 1987년 9차 개정된 현행헌법은 민주헌법이지 자유헌법이 아니다. 입법권을 제한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의회의 다수가 찬성하면 그게 무엇이든 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p.198)

 

  출간 날짜를 다시 확인해보니, 압도적 의석수를 획득하고서 온갖 희한한 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지금의 행태가 나타나기 훨씬 전인 2015년에 초판 1쇄가 나와서 2018년에 3쇄가 들어간 책이다. 저자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혜안을 가진 분들이 그래도 이 사회에는 많구나 하는 점에서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지혜로운 분들이 사회 곳곳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가 절망적이지는 않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YES마니아 : 로얄 h******e 2023.01.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