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고통에 조심스레 다가가는 태도, 말보다 포근한 침묵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의 내용은 조금 무거울지 몰라도, ‘연대'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유대감이 느껴졌다. 시 속 화자들은 저마다 아픔을 지녔지만, 왠지 모를 포근함을 풍겼다. 시집은 다섯 가지의 주제를 품었다. 공통점과 차이점, 1990년대생의 정체성과 경험, 서로에게 부치는 시, 비경험 세대로서의 5·18, 기후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마다의 문체로 묻어나왔다. 처음엔 시집을 설명에 쓰여있는 주제대로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을 때, 주제를 쪼개서 흐름을 세 갈래로 만들었다. 5·18, 나 자신, 그리고 공통점의 의미로 새롭게 해석했다.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를 이루는 하나의 주제는 ‘5·18 민주화운동'이었다. 과거의 풍경처럼 익숙하게 그려지는 5·18 민주화운동은 나에게 거리감 있게 느껴졌다. 현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사건이라 배웠지만, 경험한 적이 없어 시에 공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가지는 생각이 선 넘고 서툴은 게 아닌지 망설여졌다. 망설이고 있으면 그들과 연대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외면하고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의 시들은 나를 그 현장 속으로 이끌었다. 열무를 이고 버스를 타는 그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며 나는 5월의 광주에 있었다. 글을 읽다 보면 어디에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교회에 관이 가득찼다고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선했다. 경험한 적도 없는데, 비슷한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 12월 3일 밤, 뉴스를 통해 접한 계엄령, 바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이닥치는 군인들의 기억이 스쳐갔다. 글을 읽으며 나는 5월과 12월 그 현장으로 이동했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네의 ‘모습’, 아저씨의 ‘목소리'를 보며, 경험하지는 않지만 고통 곁에서 끝까지 머무르고 있었다. 시인들도 비경험 세대지만 5·18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비경험 세대라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된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시집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껴진 시들도 있었다. 개인의 통점에서 출발한 공감이 마침내 나에게 닿아 내면을 비췄다. 여덟 시인들 각자 개인의 통점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뤘다. 마음속을 엿본 듯 생생한 시를 오래 기억하고자 필사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헤어지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고, 사람에게 못되게 군 걸 아직도 후회하는 여린 모습은 내 마음의 한 켠을 그대로 비춘 구절이었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저마다 이어폰을 끼는 모습은 현대 사회를 담고 있었다. 입에 빨래집게를 물었다는 표현이 참신하면서도, 속시원했다. 성적과 교우 관계가 나 자신이 아니라,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 유지되는 모습에서 요즘 나의 모습을 보았다. 헤아릴 수 없이 공허하다는 ‘무량공처’라는 시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체계에 맞게 살아가는 모습과 모던이, 반듯하게 놓인 국화꽃과 관처럼 의미없다는 걸 알아갔다. 책을 읽으며 마지막에 도착한 지점은 ‘공통점'이라는 이름에 대한 해석이었다. 시와 뒤에 붙은 짧은 산문이 여덟 번 반복되며, 입체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여덟 시인은 시 안에서 화자가 느끼는 작은 지옥을 발견하고, 그 고통을 논의하는 사람들이었다. 시를 쓴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동시대인으로서 통각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동인 ‘공통점'이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고통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유대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그대 한 사람에게, “우리가 당신의 고통을 듣고 있어요"라고 말하기 위해 시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같지 않아도 비슷하게 이어진다고 전한다. 이 시집은 한 권의 시집이라기보다 말을 거는 공간에 가까웠다. 5·18을 온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 고통을 느꼈던 시의 화자들,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 돌아보는 시인들과 대화하는 장소였다. 그들의 이야기만 듣는 ‘일방향 소통'이 아니라, 내 기억과 생각을 돌아보며 화답하는 ‘양방향 소통'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읽다가 문득 나의 고백처럼 느껴지는 문장을 발견할 때면 나도 그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을 겪지 않아도 외면하지 말자"고 시인들이 말을 걸어올 때, 나는 공감하며 세상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이 시집의 제목이자 동인의 이름이기도 한 ‘공통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이 책의 진짜 힘을 깨달았다. 연대는 거창하거나 거센 이념같은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떠나지 않는 태도였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등장인물의 고통을 느껴보는 시들에서 배운 느슨한 연대의 감정은 내 삶으로 스며들어갔다.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결의 목소리가 함께 울림을 만들었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내 안에서 오래 계속되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로 사람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필사한 문장들을 읽으며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시집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선물한 책으로 남았다. |
|
_ <여름 환영, 이서영> 문학 동인 공통점에서 선보인 시집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는 조용히 아픔을 곱씹으며, 공통-점과 공-통점과 같은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고, 고통 속에서 길어올린 자신만의 온기를 전달한다. 그들이 견뎌낸 무수한 시간 속에서 발견한 통점을 시로 엮어서 서로를 공감하고 위로한다. 인생 한복판에 둥둥 떠다니는 비애, 적막, 공허함, 황량함 등 어지러운 비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어떤 문장으로 붙들었을 때, 완벽하지는 않아도 꽤 유용한 위안으로 변모된다. 그래서 시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덜 외롭다 느끼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님에 안도한다. <일어난 일_ 장가영> (중략) 나는 선한 뿌리에 대한 믿음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먹을 꼭 쥐고 무릎 사이를 벌리지 않으면 머리 위로 곤봉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입술 사이로 들어온 삶은 짜고 비린 맛입니다 이제는 그런 맛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친구가 말했습니다 (중략) 내가 걸어온 시간의 길은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고 해도 일어난 일입니다 ****** 일상에 잔잔히 깔려 있는 얕은 우울에 숨 쉬듯 눈물이 흐르던 때가 있었다. 고작 사람이라는 존재에 상처받고 회복하지 못해, 더디게 가는 시간을 야속하다 원망하고 울기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그들이 내게 보내준 시는 과거로 보낸 위로이자 종이 여백 안 밖에 적혀, 긴 여운으로 남아 깊은 울림으로 되새겨졌다. #도서제공 #문학동인공통점 #우리는같은통점이된다 #걷는사람시인선 #시집 #시인 #공통점 #걷는사람 #서평 #서평단 #신간 #시를사랑하는사람 #공통점 #통점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지은이 문학동인 공통점 (김도경 김병관 김원경 김조라 신헤아림 이기현 이서영 장가영 조온윤) 펴낸곳 걷는사람 펴낸이 김성규
|
|
활동하는 여덟명의 시인들이 쓴 시들과 산문을 담았어요. 비슷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하며 성장한 90년대생 5•18 이란 숫자의 의미를 무겁게 배우고 자란 청년들 기후 환경 변화의 문제 공통점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에게 긴 시간을 함께해온 서로에게 쓰는 시 이렇게 다섯 가지의 주제로 써내려간 시와 산문들.. 시라는 걸 많이 접해 보지 않아서 처음에는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갔어요. 어떤 시에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어떤 시는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 놀라웠고, 어떤 시는 ‘참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어떤 시는 맞아! 우리 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하며 큰 공감을 안겨 주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문득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서로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통점 대표가 말한 ‘공통점’이라는 단어의 특별함이 이런게 아닐까? 그때 더 깊이 느낄 수 있었고요.사람 사이에 완전한 이해는 어렵지만, 그 속에서 작은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 그게 우리를 이어 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짧은 글들에는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이 있었어요. 그 덕분에 만남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고요. 어떤 흐름 속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저는 앞으로 조금 더 잘 살아보려 해요ㅎㅎ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가면서요! |
|
/이기현, 통증의 군락 상처와 고통, 이해와 연대, 불안과 희망.극단적인 고통의 호소만이 연대의 시작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느슨한 연대가, 꼭 같은 아픔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존재했고, 존재함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지속되는 것 같다. 이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연대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아픔을 나누는 일. 그리하여 한순간 하나가 되고 같은 통점을 공유하는 일. 시집을 덮는 순간에 나는 나로 다시 떨어져 나와 하나의 통점으로 존재하겠지만 시집을 읽는 순간에는 우린 분명 같은 통점이었다. 문득 어느 날, 단단했던 마음이 홀로 느슨해질 때에,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어질 거 같다. #도서제공 #서평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