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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좀비라 하면 죽었던 시체가 다시 살아나 다른 감각은 사라지고 오직 먹는 것에 집중해서 사람을 물고 뜯는 것을 떠오른다. 그들에게는 인지와 기억이라는 영역이 남아 있을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을 먹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인지기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덜 잔인하게 느껴진다. 영화 <웜 바디스>처럼 좀비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인지라는 영역이 남아 있어 소중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좀비의 출현. 뇌가 바이러스에게 잠식 당해도 기억하고자 애쓸 만큼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음을 좋겠다. 이번에는 SF와 좀비가 만나서 어떤 스토리를 전해 줄까,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다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이 더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줄거리 요약
지금으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멀지 않는 미래에 필리핀의 쓰레기 섬에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 그리고 지구에서 320광년 떨어져 있으며 백조자리 방향의 쌍성계 누에이를 공통 중심으로 공전하는 세 번째 행성인 에르사와 2번째 행성 카르노가 소설의 배경이다. 에르사는 제2의 지구라고 할 정도로 유사한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이주지로 떠오르게 된다. 카르노는 핏빛 오로라를 가지며 지구와 70% 유사한 곳으로 대기가 부적합하여 이주지에서 탈락한 곳이다.
1부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세계는 새로운 이주지로 발탁된 에르사 행성에 우주선 ‘키사’를 보낸다. 우주선에는 진균학자인 묵호와 기계 엔지니어 옥주를 비롯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 20명이 타고 있다. 동면 시간 12년. 옥주가 눈을 떠보니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엔지니어실에 캡슐이 옮겨져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와 주변에는 핏자국은 가득했고 내부 시스템은 망가져 있었다. 인공지능을 회복시키자, 탐험선이 도착한 곳은 처음 목적지인 에르사가 아니라 카르노라는 것과 대장 타일러가 다른 사람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명 중에서 옥주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이 심정지 이후 다시 살아 움직이는 좀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친구 묵호가 다른 좀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인 인식 장기기억이 활성화되어 옥주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옥주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 세상에서 애정 어린 한 사람인 묵호를 두고 에르사로 떠날 것인지, 아니면 묵호와 함께 우주선에 남을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후, 선택받은 사람만이 탈 수 있는 이주선에 타지 못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미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버린 괴물들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식물인간인 엄마와 단둘이 남은 소녀와 왼쪽 다리가 절단인 된 은미와 자폐아 딸 노윤이가 만나, 카르노로 떠나기로 하는데, 이들은 구조 헬기에 탈 수 있을까.
3부 우리를 아십니까. 부부인 두 여자와 장수풍뎅이라는 이름을 가진 줄여서 장풍이라 불리던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다. 간호사인 나는 종양이 생기면서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병원을 나와 좀비가 된 두 사람이 거북이를 바다에 보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었다. 좋은 구절
천선란 표 SF 좀비 소설
바이러스로 세계가 멸망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이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을 떠난다. 좀비만 남아 버린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 소수라고 불렀던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책은 아포캅립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생존하고자 하는 치열한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가족’을 단위로 ‘인간관계성’에 집중하고 있다. 가족은 우리가 이타성을 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이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하지만, 가장 잔인하게 상처를 주는 존재 역시 가족이라는 점이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옥주와 묵호를 보면서 끔찍한 폭력에는 이유가 따라와야 할 것 같았다. 이유 없이 가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은 자폐아를 둔 엄마, 식물인간이 된 엄마와 소녀, 가정 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이지만, ‘생존’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주인공이 처한 외적인 환경은 절망에 가깝지만,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한 ‘생존’의 영역으로 가면서, 마음이 따스해진다. 결국, 우리는 사람 때문에 죽을 수도 있지만 사람 때문에 살아가기도 한다. 거기에 천선란표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SF 소설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달달한 로맨스, 마음이 훈훈해진다는 점에서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 |
| 요즘 잘 나가는 작가에 좋아하는 sf장르를 자주 쓴다길래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책을 샀지만 2장 중간까지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이게 sf 소설이라고? 였다 물론 소재와 배경은 sf가 맞지만 이 책은 sf라는 이름만 빌려왔을뿐 스토리는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3장이 전부 다른 이야기인것도 몰랐고 1장과 2장이 다른 이야기인걸 보고 우주와 좀비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 정도 이야기밖에 써내지 못하는 작가에게 안 좋은 의미로 감탄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작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는데 맞는 듯한... 소설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고 잘 써진 문장은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도구일뿐인데 이 작가는 예쁘고 있어보이는 문장과 분위기를 쓰는데 더 집중한 듯하다 그렇다고 문장을 잘 쓴 것도 아니다... 이 소설이 내가 보는 천선란 작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듯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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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작가 중 한 명으로 천선란을 꼽을 수 있겠다. 젊은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단연코 눈에 띄는 작가라는 얘기다. 젊은 작가 중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은 작품이 나오고 사랑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SF소설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장르가 됐다. 누구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소설이 사랑받는 요즘이 즐겁다.
다소 순문학처럼 보이는 제목의 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가 좀비 장르의 새로운 도전으로 보였다. 좀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살펴볼 수 있다. 생각하는 좀비, 인간을 물지 않는 좀비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 드라마 <킹덤>은 넷플릭스에서 사랑받은 작품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 빠른 전개와 숨 막히는 긴장감,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좀비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천선란의 소설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변이 바이러스로 더 이상 지구에서 거주할 수 없어 새로운 우주로 향한 인물이 등장한다.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으로 우주선을 타고 출발했다. 동면에서 깨어나자마자 인간을 물어뜯어 죽게 하고, 시간차를 두고 깰 동면 중인 인간을 물어 우주선 전체가 온통 피바다에 빠진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 또한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거로 보인다. 각자의 아픔을 가진 묵호와 옥주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비슷한 행성 에르사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우주선은 온통 먹히고 물어뜯겨 피바다로 변해 있었다. 살아남은 옥주는 묵호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를 알고 있었다. 인공지능 장치로 보이는 키사가 묵호는 이미 심장이 멈추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볼살이 뜯긴 묵호는 옥주만 알고 있는 소리를 낸다. 혀로 내는 소리. 딱, 딱, 똑, 딱, 똑, 딱. 과거 좀비가 되어도 서로를 물어뜯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한 것이다. 다른 좀비와 다르게 묵호의 뇌는 전두엽과 해마가 살아있다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좀비 소설은 작가에 의해 확장된다. 심정지 상태였으나 다시 움직이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두엽과 해마가 살아있어 인간을 물어뜯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다. 좀비로 인한 지구의 종말은 우주로 파생된다. 정보라의 『너의 유토피아』의 단편 「여행의 끝」에서도 좀비는 인간을 먹잇감으로만 보지만 매우 이성적으로 대처한다. 마치 고양이의 사냥감을 낚아채듯 방심한 사이 공격하는 것이다.
천선란 작가의 좀비는 사유하는 인간에 가깝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의 묵호와 옥주에 이어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의 인물은 서로의 숨소리에 기댄다. 살아있다는 숨소리, 차마 그 숨소리를 저버릴 수 없다. 먹을 것을 찾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다. 등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게 어디냐며 말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인간이 아니어도, 이미 좀비에게 물렸어도 그 흔적이라도 붙잡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 연작 「우리를 아십니까」는 좀비가 된 두 여자의 이야기다. 좀비가 생각을 하고, 기록을 남긴다. 그 기록을 읽으며 함께 있기 위해 장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북이를 데리고 바다로 향한다. 암에 걸려 1년 안에 죽는 것보다 좀비가 되는 게 나을까. 존엄사에 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이 행성에서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이곳으로 올 거라면, 괴물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116페이지)
좀비로 변한 묵호와 함께 옥주는 새로운 행성에 도착했다. 키사와 교신이 끊기지만,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니 저절로 숨이 쉬어진다. 좀비라는 주제 때문에 소설이 영화로 느껴졌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등장인물이 실사로 움직이는 듯 소설을 읽었다. 사랑은 이런 게 아닐까. 좀비로 인해 지구가 멸망해도 인간의 생각을 하고, 기억을 잊지 않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를 이루는 게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좀비도 로맨틱할 수 있다는 걸. 앞서 영화 <웜 바디스(Warm Bodies)>에서도 나왔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좀비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난 후 심장이 다시 뛴다는 내용이었다. 좀비들 사이에서 소녀를 지키려 하고, 좀비를 죽이려는 인간들에게서 구하려는 로맨틱한 영화였다. 물론 니콜라스 홀트라는 배우도 한몫했다. 이런 영화 우리나라에서 만들지 말라는 법 없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더 깊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 않을까. 천선란의 유쾌하고 가녀린 좀비 이야기를 기대해보고 싶지 않은가. 다음 좀비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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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천선란 작가의 손길에 닿으면 좀비마저도 애틋해지는 것인지! 종말의 장력을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아주 눈부신 이야기! 최악의 순간에서도 인간의 사랑과 품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이 견고한 확신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내가 상상했던 좀비 아포칼립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시체가 되어 버린 처참한 몰골을 봐야만 하는 끔찍한 종말인데, 어째서 천선란 작가의 손길이 닿으면 좀비가 멸망시킨 세상마저도 눈부시게 애틋한 것인지 모르겠다. 『랑과 나의 사막』이 그러했고 『이끼숲』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그녀는 종말의 장력을 뛰어넘어 서로를 구하고, 서로를 살리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토록 따스하고, 애틋한 종말의 세계에서
때는 2109년 12월 28일. 동면 캡슐에서 깨어나 12년 만에 우주선 땅을 밟은 옥주는 뜻밖의 풍경에 정신이 아연해진다. 비릿한 피와 내장 같은 살덩어리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데다, 함께 탑승했던 스무 명의 선원들 중 15명의 생체 신호가 모니터에 잡히지 않는 까닭이다. 심지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우주선의 시스템까지 망가뜨린 흔적이 있다. 사실, 이 우주선은 지구로부터 320광년 떨어진 행성 에르사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구에 돌고 있는 위험한 감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낼 이주 행성을 찾기 위해 조사단으로 파견되었던 옥주였다. 오랜 친구이자 진균학자인 묵호와 함께.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옥주가 동면 상태에 있던 사이, 대체 우주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좀비 아포칼립스의 서막을 여는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는 이 책에 수록된 세 연작 소설 중 첫 번째 소설이다. 무서운 감염병으로부터 벗어나 지구인들을 이주시킬 행성의 조사단원으로 있던 옥주는 12년 만에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우주선에도 이미 참혹한 좀비 바이러스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두운 유년 시절을 지탱해준 오랜 친구 묵호에게도.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묵호에게는 인간일 때의 기억과 감각이 일부 남아 있는 데다, 우주선 내의 발병 원인이었던 최초의 좀비로부터 옥주의 동면 장치를 지키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죽음으로써 좀비로 다시 태어나버린 묵호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걸까. 이렇게 여전히 옥주를 지키고, 옥주마저 좀비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묵호가, 묵호가 아닐 수 있는 걸까. 그제야 옥주는 깨닫는다. 실은 꽤 오래전부터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삶에 이유가 되어준 사이였다는 것을. 내내 묵호는 옥주를 살리고 있었다는 것을. 묵호야, 살 수 있지. 이번에도. 묵호는 억지로 눈을 뜨려다 실패해 완전히 감아버렸다. 그 상태로 입술을 움직였다. ‘응.’ 그리고 뒤이어 천천히.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느리게, 더 느리게. ‘그때가… 더… 아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했다. 묵호는 살겠구나. 맞아, 그 순간을 살아낸 이상 그 어떤 것에도 죽을 리가 없다. /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중에서 39p
하지만 묵호는 좀비가 아닐 것이다. 메이린의 말처럼 인간이 만들어 낸 좀비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묵호에게는 기억이나 본능이랄 게 없어야 했다. 눈을 맞추는 것도, 내게 손을 뻗는 것도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묵호는 하고 있고, 그러니 묵호는 좀비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보았던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는 있지만 그 좀비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해 잔인하게 뜯어 먹지 않았던가. 이렇게 뺨을 만지는 좀비는 없지 않았던가. /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중에서 42p
좀비가 장악한 세상에서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버린 엄마를 끝까지 돌보는 소녀의 이야기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 화자의 이야기 「우리를 아십니까」가 그러하듯, 천선란의 소설에서 좀비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종말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보다 뚜렷하게 느끼는 생의 감각이며, 멸망 후에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기억하려는 인간성에 대한 의지다. 서로의 목소리와 숨소리만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폐허가 된 마음과 지구로부터 서로를 구할 수 있음을 좀비라는 존재로 하여금 보다 선연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비야, 어떤 것이 새고, 어떤 것이 인간인지 구분하려 하지 말자. 그저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자. 우리가 눈을 맞추고, 서로를 부르고, 서로를 안을 수 있다는 것에만. 그거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니? /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중에서 151p
어렴풋이 짐작 가기는 해. 염증은 몸을 붓게 만들고, 몸이 부으면 숨 쉬는 것도 힘들고 시야도 탁해지거든. 그런 몸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마주하기 힘들어. 사람은 몸이 힘들면 똑같은 것도 더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거든. 고마운 것들에 집중하자. 아빠는 세상이 이렇게 변해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해. (…) 망가진 세상에서도 열심히, 쉬지 않고, 느리지만 확실한 숨을 쉬자. 사랑한다. /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중에서 158p
“가녀리지만 단단함이 느껴져. 뼈로 이루어진 몸. 당장 죽을 것 같고, 가끔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몸에도 이토록 단단한 뼈가 있구나. 무너지지 않겠구나. 나약하지 않구나.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걸 마음에서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는데 미리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야지.” /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중에서 195p
익숙한 좀비 장르의 틀을 깨뜨린,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운 좀비 이야기로 기억될 책이다.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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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 입문작! 이북으로 읽었는데 넘 좋아서 종이책으로 소장합니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읽는동안 밑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3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1번파트가 제일 좋았어요. 불시착 했으나 도착점이었던 그곳에서 행복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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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의 문체는 담담하지만 모든 관계가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남는다는 메시지가 여운을 준다 인상 깊은 문장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라진 것들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다.” |
| 이 책은 세 편의 연작 소설로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재앙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살아남고 사랑이 지속되는지를 묻습니다. 감염 초기부터 멸종 이후까지, '상대를 살리는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생존을 넘어 삶의 의미를 조명합니다. |
진솔함은 무례함이 되고, 명료함은 매정함이 되는 이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진솔함과 명료함은 리더가 되지만, 무례함과 매정함은 폭군이 된다. (20쪽) 묵직하고 단단하게 느껴지는 말. 나도 할아버지처럼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쓸데없는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 (128쪽) 어디든 돌파구는 있으니까. (129쪽) 거품을 뺄 줄 알아야 해. 그래야 밀도가 높아져.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거품을 빼는 과정은 필수야. (146쪽) 행동하지 않았다면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는 죄가 될 수 없다는 거다. (149쪽) 제비의 삶은 우리 두 사람이 평생 보게 될, 그러나 결말은 볼 수 없는 영화 같은 것이겠지, 하며. 우리는 개봉을 기다리는 상영관의 단둘뿐인 관객이었어. 그러다 제비의 영화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제비와 인연을 맺은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둘 빈자리를 찾아가 앉겠지. 그렇게 상영관이 가득 차면 하얗게 늙어버린 우리는 손을 잡고 제일 먼저 빠져나갈 거야. 결말은 보지 못하겠지만 이 영화는 분명 해피엔딩일 것이므로 아무 걱정 없이 나가자고, 다시 증조할머니 집 평상으로 돌아와 둘이 손을 꼭 잡고 누워 우리 삶의 엔딩을 함께 보자고 하면서. (138쪽) 그때 아빠는 숨 쉬고 있는 엄마의 장례를 치렀어. 선이 필요했어. ..... 너무 선명해서 아픈 저 세계로 넘어가야 했어. (157쪽)좀비 sf소설.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그 동안 본 좀비 영화에 등장했던 좀비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아직 눈빛이 선한 좀비, 눈빛이 돌아버린 좀비, 좀비도 아닌데 좀비보다 더 탐욕스러운 눈빛을 한 사람들. 나에게 인상적인 좀비의 신체는 요상하게 꺾인 팔다리가 아니라 눈이구나. 나의 최애 캐릭터인 묵호의 눈빛은 어땠을까. '1부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의 묵호와 옥주의 이야기도 너무 슬펐는데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는 정말... ㅠ.ㅠ 특히 제비의 삶은.... 으로 시작하는 문단을 읽고 많이 울었다. 눈물에 녹아 나간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아내고 싶다. 아닌가... 홍수가 밀려오는 것처럼 눈물과 함께 무엇이 밀려온 것일지도 모르겠네. 좀비는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성. 인간의 성질. 생각을 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생존의 욕구 이외에 다른 욕구들이 많다, 다른 사람을 보며 나를 투영한다. 욕구, 느낌, 생각에서 나온 행동들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을 수 있고 남에게 피해는 없지만 나에게만 좋을 수도 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나에게만 좋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갉아먹고 그 사람의 삶을 파괴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자가 물어 뜯어 죽이고 살점과 뇌를 먹는 존재를 떠올린 것일까? 좀비를 끝내려면 어떡하지? 인간의 탈을 쓰고 좀비짓을 하는 존재들을 어떻게 끝내야하지? 그런데 혹시..... 나는..... 누군가에게 좀비일까? #천선란 #아무도오지않는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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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가 쓴 "천선란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해왔는가"라는 추천사가 쓰여진 띠지를 보자마자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완독후 상태는 박정민 배우 추천사와 100% 동기화되었다. 아포칼립스에서의 사랑은 힘들고 포착하기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 특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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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멸망한 세계 속에서 좀비가 된 이들을 향한 지독한 사랑을 그린다. 공포의 대상이 아닌, 끝내 기억을 놓지 않는 존재들을 통해 인간성을 질문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폐허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려는 온기가 마음에 깊게 파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