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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도 인생의 한부분, 그렇기에 끝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끝의 시작
"이별도 인생의 한부분, 그렇기에 끝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끝의 시작" 내용보기
오랫만에 만져보는 하드커버의 딱딱한 질감이 마음에 들었다.후텁지근한 날씨에 흐물흐물해지고, 진이 다 빠져있는 나와는 달리, 왠지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견고함을 보여주는 듯 해서였다.제목 '끝의 시작'에서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겠구나 직감했는데, 역시 이별을, 이별로 인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무, 이혼 일보직전인 그는 어머니가 폐암선고를 받자, 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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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져보는 하드커버의 딱딱한 질감이 마음에 들었다.후텁지근한 날씨에 흐물흐물해지고, 진이 다 빠져있는 나와는 달리, 왠지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견고함을 보여주는 듯 해서였다.

제목 '끝의 시작'에서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겠구나 직감했는데, 역시 이별을, 이별로 인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무, 이혼 일보직전인 그는 어머니가 폐암선고를 받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만은 이혼을 유보하기로 아내와 합의했다. 그는 우편물 취급소에서 근무하는데, 사람을 대하지 않고 돈도 아닌 물품을 대하는 사실에 편 안함을 느끼는, 사람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는 류였다.

열살 때 아버지의 자살한 시체를 목격한 뒤로 영무는 대인관계에 소극적이 됐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고 있다. 이렇게 타인과 교감에 어색해하고, 혼자 있으려는 성향이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다.

 

'시작의 끝'에서는 영무 주변의 인물들-죽음을 앞둔 어머니, 아내, 우편물 취급소 알바생인 소정을 다루고 있다.

어머니는 남편의 자살이후 어머니는 이사를 감행하고,억척스레 아들을 키웠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이런저런 말들에서 아들을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여진은 미용실을 하다 만난 열세살 연하와 연사를 벌이게 되고, 또 영무와 같은 우편물 취급국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소정,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번듯한 직업이 없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터라 결혼하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이별을 한다. 영무는 어머니와 영원히 이별을 하게 되고, 장례절차가 끝나게 되면 그동안 유보해뒀던 이혼도 하게 될 것이다.

여진도 젊은 연인과 이별했다. 어느날부터 여진에게 발길을 끊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차인 것이다. 소정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목격한 뒤로 이별을 통고받았다.

 

이별이야기들, 재미있게 읽혔다. 서유미 작가는 예스24에 연재한 '테이블'로 알게 됐다. '테이블'에서 이혼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다뤄서 호감이 갔는데, 이번 작품에서 역시나 이별한 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들은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예감하고 있던 이별이라 그랬던 것 같았다.

이별이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나 상처가 없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등장인물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혹은 슬픈 사람같이 감정과잉에 빠지는 일 없이 이별에 매몰되거나 방황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이별은 외상(外傷)이 아니라 내상(內傷)이었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당이 되든 안되든 안으로 끌어안고 곱씹게 되는 상처였다.

 

내가 보기에도 영무는 결코 나쁜 남자는 아니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 스타일이었다.

여진은 유산된 이후 영무와는 몸과 마음이 모두 멀어졌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늘 뻔하고 습관적인 대화밖에 할 줄 모르고, 교감할 줄 모르는 영무에게 지쳤던 것인데,영무 자신도 그런 자신이 결혼생활과는 먼 타입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20년 이상 굳어진 그런 성향이 쉽사리 고쳐질 리 만무였다

 

반면 여진은 활발하고 자신의 감정표현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그렇기에 영무와 결혼할 수 있었겠지만, 반면에 그렇기에 이혼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헤어질 줄 알면서도 열세살 어린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또 머리를 깎아 준 뒤 제대로 이별을 끝낸다.
소정은 취업을 위해 면접보는 것으로, 남자 친구와 이별을 받아 들이고.

 

영무나, 여진, 소정 이들은 모두 상대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심지어 오히려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한다. 부부는 등 돌리면 남보다 못한다는데, 영무와 여진은 적어도 원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소정 역시나 현실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계속 아파하든 혹은 까맣게 잊든 어느쪽이든 이별도 인생의 한부분이고 삶의 흔적이다. 이별했기에 그래도 아니, 그래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끝이 시작이 될 수 있는 법이다.

 

 

e****0 2016.08.07. 신고 공감 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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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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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별은 아프다. 예정된 이별이라고 해도 그렇다. 연인에게는 찰나의 이별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헤어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굳이 사람이 아닌 사물과 공간에 대한 이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버려야 살 수 있고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이별에 있어야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서유미의 장편소설 『끝의 시작』의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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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별은 아프다. 예정된 이별이라고 해도 그렇다. 연인에게는 찰나의 이별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헤어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굳이 사람이 아닌 사물과 공간에 대한 이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버려야 살 수 있고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이별에 있어야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서유미의 장편소설 『끝의 시작』의 제목에서 그런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끝보다는 시작에 시작에 중점을 둔 것이다.

 

 소설은 병실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영무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암 말기 환자지만 빨간 립스틱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무는 그런 어머니 곁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인식하기가 두렵다. 아내 여진과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고 결국 이혼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니 때문에 미뤄졌을 뿐 이혼은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영무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온 아내였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영무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말을 잃는 사막의 낙타 같았다. 아이가 유산되자 여진은 잡지사를 그만두고 미용실을 인수한다. 계획이 아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지면서 둘 사이의 간극은 커졌고 여진에게는 동현이라는 젊은 애인이 생겼다. 여진은 잘못된 관계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문밖의 노크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충만하게 즐기는 것,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사랑 없이 건조하고 퍽퍽하게 사는 것보다 뜨겁고 충만하게 사는 것, 그게 지금 여진이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89쪽)

 

 영무에겐 어린 시절 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있었다. 야반도주를 하듯 이사를 한 어머니는 언제나 환한 햇볕 같았다. 하지만 영무는 언제나 우울했고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도 쉽게 끝났다. 영무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무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영무에게 삶은 죽음의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영무는 자신의 삶이나 하루가 묘지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 자체의 유사성과 상관없이 태도나 심정이 그랬다. 이른 아침 황량한 공동묘지에 가서 밤새 쌓인 쓰레기와 낙엽을 치우고 상석 위도 쓸어 낸다. 하루 종일 기다란 빗자루를 든 채 묘지 안을 유령처럼 맴돈다. 묘지 안에서도 가난한 자와 부자는 자리와 묘비, 상석의 크기와 재질로 구별된다. 그러나 부질없고 쓸쓸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107쪽)

 

 그런 영무를 통해 소정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 집을 나간 동생과 바닥단 잔고가 모두 아버지로 비롯된 것만 같았다. 그나마 소정이 삶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우유니 사막과 남자 친구 진수와 꿈꾸는 막연한 미래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소정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진수는 걱정과 근심을 모르고 살아왔다. 사랑했지만 이별을 택해야 하는 연인이었다.

 

 소설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다. 암의 걸린 어머니를 둔 영무와 그의 아내 여진, 그리고 영무가 국장으로 있는 우편취급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친근한 일상처럼 가까이 파고든 암 환자, 권태로운 부부 관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바쁜 취업 준비생의 모습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네 모습인 것이다. 위태로운 일탈을 꿈꾸는 대신 주어진 현실을 살아내고 그 안에서 웃음의 조각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그들의 애쓰는 모양이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운 건 왜 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이별은 삶의 과정일 뿐 끝이 아니었다.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꽃이 진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듯 완전한 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 생에 얼마나 많은 형태의 이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역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소정에게 남은 우유니 사막처럼 누군가에게 이 소설이 하나의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모니터 앞엔 여전히 우유니 사막의 사진이 붙어 있다. 좀 더 낡고 색이 바랬지만 가 보고 싶은 곳 1순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언제쯤 가게 될지 누구와 동행할지 알 수 없지만 꿈꾸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남아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172쪽)

 

r*********s 2015.02.12. 신고 공감 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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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부터의 새로운 시작
"『끝의 시작』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부터의 새로운 시작" 내용보기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도 그렇고, 영혼의 친구와의 이별도 그렇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가족과의 이별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삶인것 같다. 누구와의 이별이 가장 가슴아플까. 가족? 연인? 친구? 이별의 고통의 경중을 말하기도 힘들것 같다. 지금 현재의 이별이 가장 아플것이므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 여섯번째 작품 『끝의 시작』
"『끝의 시작』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부터의 새로운 시작" 내용보기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도 그렇고, 영혼의 친구와의 이별도 그렇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가족과의 이별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삶인것 같다. 누구와의 이별이 가장 가슴아플까. 가족? 연인? 친구? 이별의 고통의 경중을 말하기도 힘들것 같다. 지금 현재의 이별이 가장 아플것이므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 여섯번째 작품 『끝의 시작』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또한 이별 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이기도 하다. 

 

  한 남자, 영무는 병원 침대위에 모로 누워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엄마는 폐암 말기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다. 병원에서는 늘 환자들의 칙칙한 냄새가 난다. 죽음의 냄새를 피워 올리기도 한다. 영무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어렸을때 자살한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았던 트라우마로 결혼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의 자살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이 그를 늘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엄마의 폐암 판정과 함께 아내의 이혼 요구를 들은 것이.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온다던가. 영무의 상황이 그랬다.

 

  영무의 아내 여진은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시어머니의 암 판정 소식을 들은것과 거의 동시에. 아이를 유산하고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미용실을 하게 되면서 여진은 남편 영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여진이 만나는 띠동갑 차이나는 어린 석현과의 만남에 한가닥 즐거움이 일었다. 말이 없는 남편. 아이를 잃은후에 당연한 수순처럼 각방을 쓰게되었을때 남편에 대한 마음이 점점 식었다.

 

  우편취급소에서 국장으로 있는 영무와 함께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정이 있다. 소정은 집에서 늘 쿰쿰한 냄새를 피우던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가 잃은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가장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컸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일하던 곳에 3개월을 근무하고 이곳 우편취급소로 오게 되었다. 소정에게는 남자친구 진수가 있다. 진수의 바램으로 진수의 부모를 만난후, 군대에 있다가 복학한 진수는 점점 바빠했다. 공부때문에 바쁘고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과정의 바쁨을 이야기했다.

 

 

문밖의 노크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충만하게 즐기는 것,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사랑 없이 건조하고 퍽퍽하게 사는 것보다 뜨겁고 충만하게 사는 것, 그게 지금 여진이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89페이지)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찬란함이 있었다. 영무가 병원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도 어느새 4월이었음을 알려주었고, 벚꽃이 지기전에 진수와 함께 벚꽃길을 걸어보고 싶은 소정에게도 안타까운 4월이었으며, 석현과 함께 도시락 바구니를 챙겨 벚꽃을 구경하기로 했던 여진에게도 찬란한 4월의 봄이었다. 가장 찬란한 봄을 말해주는 4월에 이들은 모두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4월의 봄을 좋아한다. 빛나는 4월엔 벚꽃잎들이 흩날려서이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계절에 누군가는 이혼 통보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하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바쁜 이를 뒤로한 채 아름다운 벚꽃길에 혼자 서 있어야 했다.

 

그는 외로움 속에서 늘 누군가를 기다렸으나 막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있게 되면 어색해하며 혼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고독 속에서 안도하며 충분한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누군가 다가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게 모순으로 점철된 인생 패턴이었다. (105페이지)

 

  짧은 소설이다. 짧은 소설임에도 소설속에서 내포하고 있는 것은 커다랗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어쩌면 거부하고 싶은 이별들이 나타났다. 부모의 죽음, 배우자의 이혼통보, 연인과의 결별. 부모의 죽음같은 경우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기 때문에 사실 두렵다. 그 두려운 마음때문에 영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에 그저 안쓰러웠다. 나에게도 영무처럼 우리 엄마나 아빠를 바라볼 날이 있겠구나.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이별이었다. 이별을 거친후 이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상처를 거친후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것처럼, 이들의 상처도 곧 아물어 질 것이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되었으므로.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5.02.04. 신고 공감 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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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은 삶의 정류장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삶의 정류장이다." 내용보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는 항상 표현에 매료가 된다. 어디에서 이런 빛깔의 언어를 가져다 쓸 수 있는가 하는 경이의 눈이 되어지고, 더러는 따라 써보기도 한다. 지난 시간, 김훈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그 표현에 심취했던 적이 있는데, 저자가 나에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생활적인 특별한 비유를 사용하여 상황을 너무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감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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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읽으면서는 항상 표현에 매료가 된다. 어디에서 이런 빛깔의 언어를 가져다 쓸 수 있는가 하는 경이의 눈이 되어지고, 더러는 따라 써보기도 한다. 지난 시간, 김훈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그 표현에 심취했던 적이 있는데, 저자가 나에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생활적인 특별한 비유를 사용하여 상황을 너무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감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 일상적임과 진솔함, 상큼함이 참 좋다.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망자보다 삶 쪽에 가까이 있지만 병원 밖의 사람들보다 죽음에 다가서 있고, 이미 죽은 자들보다 죽음을 강하게 느끼면서 건강하게 활보하는 자들보다 삶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다. 그래서 병원은 무덤으로 가는 정류장인 동시에 삶을 향한 갈망이 치열하게 숨 쉬는 곳이다. 병실에서 바라본 4월의 생명력은 더 빛났다.(p 10)

병원의 생리를 잘 포착한 표현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병원의 실상을 깊은 통찰력으로 궁구한 것이 이러한 표현으로 표출되었을 것이리라. 병원은 그곳에 들른 환자와 그 가족들을 절망케 한다. 특히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을 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참담함은 말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병간호를 하다보면 간호하는 사람도 환자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이러한 병원의 감각을 실상과 열망이라는 역설적인 관찰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무덤으로 가는 정류장과 삶에 대한 갈망이 숨 쉬는 곳’이란 표현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의 언어들이 곳곳에 이렇게 진솔함으로 뿌리를 내리고 독자들을 그 언어의 마력에 취하게 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글들처럼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바뀐다. 항목마다 중심인물을 바꿔가면서 얘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앞에서 중심적으로 그려졌던 인물이 다음 단계에서는 보조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작품 이해의 한 몫을 담당한다. 병실에 계신 어머니를 병간호 하는 영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아내인 여진과의 결혼 생활, 그리고 현재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그들의 관계가 그려진다. 영무는 우편 취급국에 근무한다. 아내 여진은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미장원을 한다. 영무가 두 가지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어머니의 전화와 아내의 전화다. 어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은 그를 미장원에 와달라는 아내의 전화를 따르지 못할 만큼 절실하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와 그, 그리고 어머니의 관계가 소상하게 그려진다.

 

소정은 우편 취급국에서 영무와 둘이 근무하는 직원이다. 소정을 중심으로 영무의 삶의 부분이 주변의 인물로 그려진다.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인한 가난한 성장, 그것이 부담이 되어 온전한 직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는 인턴 생활, 그리고 계약직 등을 전전하면서 온전한 직장을 가지지도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일시적으로 찾아온 우편 취급국의 근무.......그곳에서 국장의 직함을 가진 영무와 만나고 둘이 근무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대학 때 사귄 사랑하는 사람 진수가 있다. 그는 비교적 중산층이고 온전한 직장을 위해 준비의 시간을 벌고 있는 여유가 있는 자다. 소정은 진수를 통해 가난의 굴레와 생활의 열악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진수의 마음도 변해 간다. 다른 여인을 만나고 있음을 듣고 보게 되고, 상실감을 느끼면서 헤어짐의 아픔을 씹는다.

 

여진은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일 때문에 영무를 만나고 그의 우직함에 매료가 되어 결혼 신청까지 한다. 영무가 거부하는데도 밀어붙여 결혼에까지 이른다. 결혼 생활 와중에 아이를 유산하게 되고, 여파로 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그 멀어짐은 온전히 여진의 몫이다. 여진의 마음에서 가까워졌고 또 멀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되게 된 데에는 어느 날 찾아온 띠동갑 연하의 손님인 석현과의 관계라는 요인이 작용한다. 우연한 기회에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관계가 지속되면서 영무와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영무에게 미장원으로 오라는 전화는 그것을 얘기하기 위한 것이다. 영무도 이혼을 인정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시한부의 목숨으로 누워 있는 동안만이라도 집의 평안을 보여주자는 부탁을 한다. 그래서 이혼 문제는 시어머니의 죽음 이후의 문제가 된다. 그러는 사이 석현과의 만남은 뜸해 지고, 시어머니는 차츰 목숨이 시들해 가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간다.

 

4월이 그렇게 영무 어머니의 병실에서 찾아와 저물어 간다. 영무는 거의 모든 시간을 병실에서 보낸다. 그러면서 취급국의 일은 소정에게 많은 부분 맡기는 상황이고, 늘 미안해한다. 독자들은 소정에게 가끔씩 영무가 사다주는 죽을 먹는 것과 또 어머니에게 죽을 배달하는 영무의 일상을 보면서, 또 석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여진을 보면서 시들어 가는 병원의 색깔을 느낀다. 결국 영무의 어머니는 죽게 되고 그 빈소에 소정이 찾아오는 일을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소정은 구하던 직장에 1차 시험을 합격했으나 함께 나눌 이가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도 5월은 다가오고 있다.

 

모든 삶에는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엔 아픔도 있다. 아픔엔 시작이 있고 그 시작이 관계를 이루어 가면서 서로의 일상이 된다. 일상이 혼자라고 생각될 때는 평온하다가도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여겨질 때면 정신적인 혼란을 가져다준다. 만남과 헤어짐의 일상이 ‘무덤으로 가는 정류장과 삶에 대한 갈망이 숨 쉬는 곳’으로의 기능을 충분히 연출해 주기 때문이다. “만남은 무슨 목적을 지니지 않아도 좋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만남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 결과가 많은 부정적인 요소로 나타나는데, 이제는 선의가 영그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4월이 가고 나면 만나지는 5월은 글 속의 주인공이나 그 글을 읽는 자들에게 오월의 이미지를 가득 담는 삶으로 나타났으면 한다.

j****3 2018.02.03.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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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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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슬픔이 나를 향해 밀려온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디서나 밝게 웃는 사람들. 사랑이 충만한 사람들.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 내 슬픔과 무관하게 행복이 충만한 사람들. 그들의 시계는 나와 다른 것일까? 그들의 인생은 나와 뭐가 달라 이리도 큰 차이를 불러오는 것일까? 그렇게 내 인생을, 내 주변의 사람들을 원망했던 적이 있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참 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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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슬픔이 나를 향해 밀려온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디서나 밝게 웃는 사람들. 사랑이 충만한 사람들.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 내 슬픔과 무관하게 행복이 충만한 사람들. 그들의 시계는 나와 다른 것일까? 그들의 인생은 나와 뭐가 달라 이리도 큰 차이를 불러오는 것일까? 그렇게 내 인생을, 내 주변의 사람들을 원망했던 적이 있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참 묘해서 그 우울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거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말. 나는 이 말에 80%는 동의한다. 행복은, 환한 웃음은 자연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환한 웃음을 평소에 많이 지었던 사람들. 그들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말기 암 통보를 받은 엄마를 바라보는 남자. 아픈 엄마를 보는 영무에게 아픔이 다가온다. 바로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은 것. 미친 듯이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아내. 남자(영무)는 우편 취급국의 소장으로 있다.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임시 직원 소정은 대학 졸업 후 암울한 시간을 보낸다.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것. 더구나 자신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 친구와 관계가 소원해진다. 표현하지 못하고, 무덤덤한 남편(영무)과 살고 있는 여진은 미용실을 개업하고, 그곳에서 열두 살 어린 남자를 만나 가슴이 뛴다. 그래서 남편 영무에게 이혼을 통보해 버린다. 아직 젊은 영무, 여진, 소정. 하지만 이들은 삶에 애착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앞 둔 영무의 엄마는 삶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생의 강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무의 엄마는 죽음을 향해 가고 암울하기만 한 이들의 삶도 또 그렇게 흘러가는데...

 

모두가 우울하고 암울하다. 건강했던 어머니 앞에 급작스럽게 나타난 죽음. 그걸 바라보는 아들은 울고 싶지만 울 수도 없다.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평소 아내와 이야기 하지 않았기에 그 마저도 할 수 없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이야기 못하는 부부로 만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자신의 적극적인 발언으로 영무와 결혼을 했지만 영무는 결혼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 살아야 했던 사람. 그런 사람에게 결혼하자고 했던 여진. 처음에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고 참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진은 모든 것이 버겁고 답답하다. 그리고 숨이 막힌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젊은 남자. 그리고 사랑. 모든 걸 그 남자에게 걸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그 위험한 줄다리기 같은 사랑은 곧 결말을 향해 간다. 그리고 그들 곁에 있는 또 한 여자 소정. 가까스로 대학은 졸업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앉은 소정. 아버지의 병원비, 자신의 대학 등록금, 동생의 사고 친 비용.. 언제부터 그들은 가난했던 것일까? 그 가난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남자 친구 진수는 소정에게 아르바이트만 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고 한다. 하지만 미래를 투자할 돈이 없다 소정에게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소정에게 미래는 있는 것일까 

 

아직 살아야 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삶은 지루하고, 지겹고, 슬프고 외롭다. 하지만 이제 죽음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영무의 엄마는 누구보다 활기차다. 병실에 있으면서도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니까. 이들의 모습이 남 같지 않았던 것은 그게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는 소정처럼 내 미래를 환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삶은 어떤 방향이든 흘러간다. 영무의 엄마가 죽지만 하나도 변한 것은 없다. 엄마만 곁에 없을 뿐. 시간은 여지없이 흐르고, 배가 고프고, 먹었으니 배설을 한다. 슬프기에 그런 행동 쯤 건너뛰면 좋을 텐데.. 인간의 삶이란 그렇지 못하다. 꾸역꾸역 먹고, 화장실에 가고, 사람들과 이야기 한다. 죽음이 끝이라고는 하지만, 죽음 역시 또 다른 시작의 다른 형태이기도 하니까. 사람은 죽었지만 사람들은 또 그렇게 일상의 삶을 산다. 여전히 가난하고, 취직을 위해 뛰고, 이혼 이야기를 했으니 이혼을 하게 될지도...

 

하지만 그런 원과 같은 일상이 있기에 우리는 슬픔에서 헤어 나오고 또 그렇게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것 아닐까? 나 역시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내가 없는 세상에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내 지인들은 살아갈 것이다. 가끔 추억할 수 있고, 떠오를 수 있지만 내가 죽는다고 따라 죽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래야 할 것이고. 앞으로 생 앞에 이별은 더 자주 찾아 올 것이다. 그때마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아파할 수 없다. 우리는 남았기에 또 살아가야 하니까. 이별, 상실, 공허... 저마다의 끝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들을 위로하듯 다시, 또 다시 시작되는 삶의 재생력.. (표지) 예전엔 그랬다. 왜 다 같이 슬퍼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이 삶의 재생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슬픔의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니까. 그래서 생각한다. 하루하루. 비교하지 않으며 살아가겠다고. 끝은 결국 시작이고, 시작이 때론 끝과 같은 원을 이루고 있으니까.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5.05.12.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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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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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고 살아간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몸에 바른 색은 지워질 것이고 다시 냄새가 날 테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다른 색으로 칠하고 새로운 향수를 뿌린다.그게 견디는 방법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견디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살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ㅡㅡㅡㅡ하루를 더 산다는 게 이토록 간절하고 아슬아슬한 바람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걸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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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고 살아간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몸에 바른 색은 지워질 것이고 다시 냄새가 날 테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다른 색으로 칠하고 새로운 향수를 뿌린다.
그게 견디는 방법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견디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살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ㅡㅡㅡㅡ
하루를 더 산다는 게 이토록 간절하고 아슬아슬한 바람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ㅡㅡㅡㅡ
위로가 되는 말을 하고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머릿속은 더 깜깜해졌다.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쉽고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는 게, 물건과 거주지의 처분, 몇몇 금전 관계의 해결만으로 살아온 날들이 말끔히 말끔히 지워질 수 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ㅡㅡㅡㅡ
우리가 다른 연인보다 특별하고 우리의 사랑은 단단해서 절대 틈이 생길 리 없다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이 얼마나 연약하고 그걸 지켜 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랬다.
ㅡㅡㅡㅡ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데 그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ㅡㅡㅡㅡ
사랑이 자신을 구원하고 이 시궁창에서 건져 내 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결혼에 얼마쯤 기대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
...
그런 짐작속에서도 마음을 쏟고 자신을 잡아 줄 무언가가, 삶의 확실한 기반이 결혼이라는 동아줄이 필요했다.
칼에 베인 것처럼 쓰라린 건 배신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책감과 열패감이 그녀를 두루 할퀴었다.
ㅡㅡㅡㅡ
상실감과 배신감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분리하기 어려워지만 그래도 그 두 개의 감정 중에 자신을 더 괴롭히는 게 뭘까 집요하게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배신감 때문에 생긴 구멍이 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두사람을 묶어 주던 믿음과 사랑이라는 유대 관계가 깨졌다는 게 더 마음을 괴롭혔다.
ㅡㅡㅡㅡ
미안하다는 말이 열번이나 등장했다. 그 말은 이 사랑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의미했다.
ㅡㅡㅡㅡ
꿈을 꾸며 살면 어떤가, 현실을 망각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때의 심정에 취해 살면 어떤가.
어떻게 살든 사랑 없이, 사랑하지 않고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
사랑한다는 건 뜨겁게 살아 있고 싶다는 것, 상대를 향해 타오르고 싶다는 뜻이다.
ㅡㅡㅡㅡ
꽃이란 영원하지도 않고 영원할 수도 없고, 그 아름다움이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매혹적이고 감탄이 나오는 것이다.
이 만남과 이 시절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꽃을 보지 못하는 게, 꽃잎이 떨어지는 게 견딜 만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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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좋아하는 서유미 작가!
그녀는 언제나 담담하게 상실과 이별의 과정을 그려낸다.
한권의 책속에 글자들이 유영하듯, 가만가만 읊조리듯 내뱉는 감정들은 차분하고 먹먹하다.
허구가 아닌, 흔하고 흔한, 보통의 이야기들이라 더 고독하달까.
외롭고 쓸쓸한 이들의 이야기.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을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고,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현실에 아파하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특별한 사건도, 자극적인 문체나 내용없이도 밋밋하지 않고,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는 서유미 작가는 매번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맨 마지막 장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라는 말처럼 관계든, 상처든 아픔이든, 이별이든 끝은 났으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의미 아닐까.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작을 예견하는, 또 살아갈거라는, 살아가라는 의미를 던지는게 아닌가 싶다.
.



YES마니아 : 골드 a********g 2019.03.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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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끝의 시작, 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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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끝의 시작, 서유미누군가의 끝에 누군가의 시작이 있다핏줄의 죽음에도 각양각색의 감정이 들 테지만부모의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싶다.지금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전화할 때마다 받아야 하는 존재.두 분 없는 그곳 고향은 상상하기도 싫다.우아하게 죽고 싶어.우아한 게 대수예요 엄마는 가슴이 아파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다 폐암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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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끝의 시작, 서유미





누군가의 끝에 누군가의 시작이 있다






핏줄의 죽음에도 각양각색의 감정이 들 테지만
부모의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싶다.
지금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전화할 때마다 받아야 하는 존재.
두 분 없는 그곳 고향은 상상하기도 싫다.





우아하게 죽고 싶어.
우아한 게 대수예요 







엄마는 가슴이 아파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다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치료를 포기하는 엄마, 가족력이 있었고 이모의 투병을 봤기에
얼마 되지 않지만 모아둔 돈을 병원에 쏟아붓고 가기 싫다고 말했다.
엄마가 입원하고 며칠 후 아내 여진이 병원으로 찾아와 엄마와 함께 눈물을 쏟는다.
엄마의 상태에 대해 위로받고 싶었던 영무에게,
잘 다려져 늘 같은 자리에 걸려 있는 셔츠 같았던 그에게
여진은 이혼하자고 말을 꺼낸다.
오래전, 영무가 모르던 어느 순간부터
한쪽에서는 폐암이, 다른 쪽에서는 이혼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쪽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영무를 기운 빠지게 했다.
그나마 영무와 여진은 엄마에게 남았다는 두 달 동안 이혼을 유보하기로 한다.
그게 최선이었다.







가난은 피를 통해 유전될 뿐 아니라
전염병처럼 사방으로도 퍼져 나가는 게 분명했다.
_소정



서른여덟 살이 되도록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흉내만 내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면
사랑 앞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면의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게 술기운 때문이든 분위기 탓이든.
_여진



알바로 이어가는 소정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 진수.
그는 인생 계획에 태엽 잘 감아 돌리듯 진지하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만
소정은 자신의 처지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진수는 어느새 소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끌리는 채였고
벛꽂 휘날리는 그 거리에서 그 여자의 손을 잡은 채 소정과 마주친다.
영무와의 고인 물 같은 결혼생활을 끝내려는 중에
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든 잡지사 기자 출신의 현 미용실원장 여진.
그녀는 늘 도전적이고 남보다 앞선 시간을 산다고 자부하던 나날이
언제 사라졌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영무와의 결혼이 그 분기점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시어머니의 병환에
이혼을 입밖에 내고도 보류하기로 합의한 채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








누구의 인생에든 있는 사연.
"끝의 시작"에 등장하는 영무, 여진, 그리고 소정도 풀어놓자면 한 보따리인 사연이 있다.
거기에 메인요리는 사랑, 곁들인 요리는 이별, 상처,
그리고 지는 벛꽂처럼 조각조각 흩어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사라지는 흔적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데다 어쩌면 신성하기까지 한 사랑이
탄생하고 거듭 고비를 겪다 바스라지고 또다른 형태로 살아나는 과정.
그 과정을 다 겪어낸 누군가는 생을 마치고
아직 더 겪어야 하는 이들은 이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재생력을 뽐낸다.
문장 하나하나에 자꾸 동의하듯 꾸물대고 반복해 읽느라
이 얇은 책 마치기가 참 오래 걸린 책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06, 서유미의 "끝의 시작"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양질의독서캠페인 #함께읽는책













p********g 2020.02.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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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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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함께 읽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 6번째 도서이다.   제목이 기억이 났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고 읽었다는 기록이 되어 있었다. [끝의 시작]은 벚꽃이 시작되는 4월부터 5월이 시작되기까지 한달 동안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다룬 이야기다.   영무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병간호를 하고 있다. 우편 취급국의 국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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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함께 읽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 6번째 도서이다.

 

제목이 기억이 났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고 읽었다는 기록이 되어 있었다. [끝의 시작]은 벚꽃이 시작되는 4월부터 5월이 시작되기까지 한달 동안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다룬 이야기다.

 

영무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병간호를 하고 있다. 우편 취급국의 국장이기도 하다. 아내 여진의 이혼 통보를 받는다. 엄마가 암이어서 얼마 못 사실거 같으니 이혼은 미루자고 하였다. 영무가 열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청산가리를 먹고 쓰러졌다. 장례를 치루고 야반도주 하듯 낯선 곳으로 이사를 했다. 사람들의 끈끈한 시선, 추리보다는 낯설고 심심한 동네가 나았다. 영무는 그때부터 말수가 적은 아이로 성장하였다.

 

여진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자신감을 잃어갈 때 미용실 원장이 되었다. 미용실을 인수했고, 원래 있던 미용사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기구와 약 일체를 양도받았다. 손님으로 오게 된 열 두살 어린 남자 석현에게 빠져들어 가슴이 뛰게 되는 여진은 무미건조해진 영무와 관계가 싫어 이혼을 요구한다. 영무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직업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기획중이었다. 누군가 우체국을 추천하고 취급국 국장인 영무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하거나 부풀리는 게 일상인데 영무의 솔직함이 좋아서 3개월 동안 매일 만났지만 사랑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우편 취급국에서 일하는 소정은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 3개월 인턴으로 취업을 하였다. 3개월이 끝나갈 무렵 우편 취급국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국장은 결근과 지각은 절대 안된다고만 강조하고 시간 엄수만 잘하면 일은 어려울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여진은 병원에 가면 시어머니의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염색이나 파마를 못해서 흰머리가 늘고 축 처진 모발은 그녀를 더욱 늙고 병약해 보이게 했다. 여진이 머리를 만지는 동안 시어머니는 화장품 가게에서 일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들에 대해, 어릴 때 영무가 어떤 아들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가여운지,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는지에 대해 두서없이 얘기했다.(p162)

 

몸이 아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워진 형편에 미대 입학이 좌절되어 가출한 남동생, 가장으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던 엄마는 자주 앓아누웠다. 소정은 학자금 이자를 갚아 나가야 되기에 한달 쉬고 3개월 일하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같은 대학, 서클, 동갑내기인 진수는 후배와 자주 다닌다는 친구들의 말을 전해 듣는다. 학교 생활이 바빠 자주 못 만나는 것이리라. 동생이 위험에 처했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을 해준 마음을 달래보려고 벚꽃이 만개한 거리와 봄날 오후를 느끼고 싶었지만 진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걷는 사람들 속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는 여자와 함께였다.

 

석현과 몇 번의 만남은 끝이 났다. 두고 간 옷을 가져가라는 문자를 보내며 울고 있었다. 임신을 하고 아이가 유산이 된 뒤에도 당황하거나 우울함에 빠졌을 뿐 울지 않았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영무의 전화를 받고 보호자, 간병인으로 고생했을 그를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이혼을 미뤄달라는 영무의 말을 들을때만 해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4월이 끝나 가고 있었다.

 

소정은 국장 모친 장례식에 가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말 대신 육개장에 밥을 말아서 한 숟갈 떴다.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끝의 시작]은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끝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g****n 2020.02.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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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 서유미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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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 서유미 / 민음사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예찬!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영무,자신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와 소원해지는 소정,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든 여진.저마다 소진된 사랑과 열정으로 지친 그들과 대비해생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죽어 가는 영무의 엄마...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는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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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 서유미 / 민음사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예찬!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영무,
자신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와 소원해지는 소정,
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든 여진.
저마다 소진된 사랑과 열정으로 지친 그들과 대비해
생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죽어 가는 영무의 엄마...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예찬을 만나본다.

 

 

 

 

 


서유미
1975년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졸업.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았다.
"쿨하게 한 걸음"으로 2007년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당신의 몬스터", '옹고집전" 등 소설 및 어린이책을 출간했다.

 

 

 

 

 

p********g 2020.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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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서유미》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2007년[판타스틱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 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과 장편소설[당신의 몬스터]가 있다.   서유미의 장편소설이다. 만남, 연애, 결혼, 이혼, 죽음, 이별, 상실, 공허를 이야기 한다. 소설은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는게 거짓말 같았다. 이렇게 끝을 맺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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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서유미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판타스틱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 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과 장편소설[당신의 몬스터]가 있다.

 

 

 서유미의 장편소설이다. 만남, 연애, 결혼, 이혼, 죽음, 이별, 상실, 공허를 이야기 한다. 소설은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는게 거짓말 같았다. 이렇게 끝을 맺는다.

 

영무의 끝은 엄마의 폐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된다. 영무는 우편 취급국의 국장이기도 하다.결혼 3년이 지난 어느날 아내 여진은 이혼을 하자고 한다. 영무는 엄마가 암에 걸려 얼마 못 사실거 같으니 이혼은 조금만 미루자고 한다. 영무가 열 살 되던해 어느 봄날 영무 아버지는 청산가리를 먹고 쓰러져있었다. 장례를 치루고 엄마와 영무는 야반도주 하듯이 이사를 하였다. 그날 이후로 더 말수가 줄어 들었다. 여진이가 결혼을 하자고 할 때도 아이를 가졌다고 할때도 기뻐하지 않았다.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소정은 우편 취급국에서 일한다. 여기 오기 전 광고 기획사에서 일을 하였다. 소정은 처음 부터 한 명을 뽑는 직원 자리는 탐내지도 않았다. 다섯 명의 인턴 중 하나가 된 것만으로도,그래서 3개월 동안 일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우편 취급국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본 건 3개월의 인턴 업무가 끝나는 날 오전이었다. 진수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진수는 소정에게 언제까지 알바만 할거냐고 타박을 준다. 아빠가 죽었을 때 가족들은 남편과 아빠를 잃었다는 슬픔보다 가장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더 깊이 시달렸다.

 

진수는 소정과 같은 대학, 같은 서클 동갑내기였다. 4학년인 소정과 복학한 진수는 자주 만나면서 마음을 열어 갔다. 아빠는 안 계시고 엄마는 아프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궁색한 졸업 예정자 신붓감과 부모님도 다 살아 계시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고 번듯한 회사에 입사할 계획을 가져 좋은 평점을 받게 된 신랑감으로 만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 들수록 둘의 연애는 그런 식의 평가에 자주 노출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여진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잡지사를 그만두었고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아무계획 없이 미용실 원장이 되었고 손님과 밀애에 빠졌다. 대학가의 대로변에서 안으로 쑥 들어와 있는 주 고객층은 학생을 상대로 원룸이나 상가 주민들에게 파마와 염색 커트를 해주는 미용실을 인수 받았다. 원래 있던 미용사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원장이 쓰던 미용 기구와 약 일체를 양도 받았고 내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띠동갑 연하의 석현이 우연히 미용실에 오면서 그들의 밀애가 시작된다. 시들해진 부부 사이를 못 견뎌 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서른일곱, 서른다섯 살의 남녀는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만났지만 사랑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여진이 사랑한다는 말 대신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 영무는 가볍게 한숨을 쉰 뒤 술잔을 비웠다. 영무는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고 여진은 그럴 수 없다고 버티며 폭음했다. 영무가 억지로 집에 보내려 하자 그녀는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마셨다. 다음날 아침 여진이 눈을 뜬 곳은 회사 근처의 모텔이었다. 전날 입은 옷 그대로였고 영무는 옆에 없었다. 화장대 거울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해장국 챙겨 먹어요. 야속하다는 생각보다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같이 살자고 조르자 영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P81)

   

영무에게 겉의 가죽은 반들거리고 속지는 나달거리는 낡은 수첩을 건넸다."거기 표시한 사람들한테 전화 좀 돌려라. 엄마가 보고 싶어 한다고." 페이지마다 이름, 전화번호, 휴대전화 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떤 이름 옆에는 괄호와 함께 인삼아줌마, 홍제동여사 하는 식의 호칭이 붙어 있었고, 번호가 여러 번 바뀌어 지저분해진 칸도 있었다. 고심해서 고른 듯 페이지마다 한 두명의 이름 앞에만 점이 찍혀 있었다.

"난 수목장 했으면 싶으니까 그렇게 알고."

수첩을 넘기던 영무가 쳐다보자 엄마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정리해 둬야지, 안 그러냐?"(P110)

 

지금 꽃을 보고 있다고, 언제나 네 생각을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휴대전화를 꺼내려고 멈춰서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잘못들은 건가 싶었지만 웃음이 섞인 말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누군지 확실해졌다. 먹을 걸 사고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서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머리를 앙증맞게 올려 묶은 여자와 함께였고 소정을 보자 잡은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누군가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어서 꽃잎이 눈송이처럼 공중에 날렸다. 세 사람은 경직된 채 서서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진수와 소정은 불과 몇 발짝 거리에 떨어져 있었고 여자는 진수의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깨고 먼저 걸음을 옮긴 건 소정이었다. (P136)

 

여진은 김 언니에게 미용실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 뒤 집으로 갔다.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던 영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두 달 동안 보호자, 간병인으로 죽음 앞에서 대기하며 지냈을 그의 고통에 새삼 마음이 쓰였다. 병원에 좀 더 자주 찾아가고 따뜻한 말을 건넬 수도 있었는데, 두 사람에게 좀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중략)시간이 이만큼 흘렀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이혼을 미뤄 달라는 영무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저 유예의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이후의 시간이,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두려웠지만 그래서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4월이 끝나 가고 있었다.(P171)

    

 

작가의 말

네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어느새, 와 아직 사이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언제나 사람에 대해 썼지만 좀 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이 소설의 인물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쓰는 동안 나라는 사람이 나 혼자로 존재하거나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모든 살아 있는 것이 경이롭고 안쓰럽고 가엾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뻔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더 깊어지고 싶습니다.

g****n 2018.12.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