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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보이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서점에 보인다. 이번 해에는 누구의 작품이 되었을까. 전체 작품을 다 읽지는 못해도 늘 관심 대상이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이다. 올해 2015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내가 좋아하는 김숨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이 표지에 보여 반가움이 더 앞섰다. 작가의 작품은 어떻더라는 다른 모든 것을 제치고서라도 반가움이 앞섰던 작가이기에 이번에는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책을 구입해놓고 책탑들 맨 위쪽에 있다가 침대옆 협탁에 놓였다가 아직 읽지 못하고 있을때,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숨 작가의 사진이 보여 클릭했다. 교통방송사였던 것도 같은데 김숨 작가의 인터뷰 방송이었다. 인터뷰를 잘 안하는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후에 찍은 방송이었다. 책표지에서 보이는 옷과 같은 옷을 입은 작가가 다소곳이 앉아 조곤조곤하게 이야기 하는데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작가의 인터뷰 방송은 처음이었다. 아니 책 속의 사진 외에 보는 것이 처음이었달까.
김숨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읽기에는 다소 부담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김숨 작가의 전작품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로서 여러 편을 읽었기에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의 작품이 많이 순화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때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책의 마지막 장까지 해답을 얻지 못했다면, 이번 작품은 독자들에게 더 친절했다고 해야겠다.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걸 나중에 알고서야 자신의 뿌리에 대한 것을 파고 또 팠던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온갖 뿌리를 찾아다니며 뿌리 조형물을 만드는 남자를 바라보는 애틋함. 각종 뿌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뿌리찾기를 하고 싶었던 이를 보며 자신의 위안부였던 고모할머니를 떠올리기도 한다. 뿌리에도 표정이 있다는 걸 김숨 작가의 작품에서 처음 알았다. 뿌리는 그저 다 같은 뿌리일거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숨 작가는 여러가지 나무의 뿌리에 표정이 있다고 했다. 나의 뿌리, 내 부모님의 뿌리, 이 세상 모든이들이 느끼는 원초적인 뿌리에 대한 것을 나타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방황과 불안을 뿌리에 대한 것으로 나타냈다.
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야. 죽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지. 태어난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늙고, 병들고, 조용히 죽음을 맞는 존재 ..... 태어난 자리와 죽는 자리가 같은 존재. (34페이지, 「뿌리 이야기」 중에서)
김숨 작가의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뿌리 이야기」외에도 자선대표작 「왼손잡이 여인」이 수록되어 김숨 작가의 작품을 읽을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김숨 작가의 작품 외에 우수상 수상작인 작품은 전성태 작가의 「소풍」, 조경란 작가의 「기도에 가까운」, 이평재 작가의 「흙의 멜로디」가 있고, 윤성희 작가의 「휴가」, 손홍규 작가의 「배회」, 한유주 작가의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 이장욱 작가의 「크리스마스캐럴」이 수록되어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 모르는 작가의 새 작품을 읽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다.
일곱 작품의 우수상 수상작 중 윤성희 작가의 「휴가」에서는 일주일간의 휴가기간 중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인 박의 가족 휴가에 동참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휴가기간중 느낀 감정들, 오래전의 기억들을 반추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손홍규 작가의 「배회」에서는 박부장의 자살과 아들의 자살, 나이가 70대인 고모의 상상 임신,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아내와의 별거 과정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우리의 삶이 배회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누군가의 주변을 늘 배회하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여러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점은 모든 작품이 밝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편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느끼는 점들이 작품속에서 나타나기 마련.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 어두워서일까. 죽었거나 죽음을 앞둔, 나이가 많이 든 사람들 곁에서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들과 장모와 가족들과 함께 떠난 소풍에서 장모의 치매를 바라보는 것. 어쩌면 우리의 일상인데도 우리는 좀더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싶은 마음이 강한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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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작품집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언제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90년대 중반 윤대녕의 [천지간]이 대상작품에 선정되면서일 게다. 그때 왜 그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직도 책장에 꽂혀있는 그 책이고 보면,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후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라는 작품이 대상에 선정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해마다 이맘때쯤, 작품집이 출간되면 한번쯤은 기웃거린다. 소설, 특히나 중단편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까닭에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선정되었는가 살펴보지만, 그냥 넘어가기가 일쑤다. 그러다 보니 올해로 39회가 되는 작품집이지만 읽어본 것이 몇 권 되지 않는다. 대상의 작가나 작품이 눈에 들어오면 읽게 되지만, 그렇지 않거나, 바쁘다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게다. 올해에는 순전히 김숨이란 작가 때문에 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작가인데, 왜 그 이름에 눈길이 가고, 책까지 읽게 되었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다만 김숨이란 작가의 작품 하나가, 작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우수작으로 실려있었다는 것, 공교롭게도 작년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내가 읽었다는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표지에서 대상작품 저자로 김숨이란 이름을 보았을 때, 어디서 들어본 이름일까 한참 고민을 하였고, 그 이름을 작년 38회 작품집에서 보았다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녀가 어떤 작품을 썼었는지는 기억에 없었지만 말이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들로 평가되는 작품들만을 모아 싣는다는 이상문학상 작품집, 올해에는 대상수상작인 김숨의 [뿌리 이야기]와 그녀의 자선대표작 [왼손잡이 여인], 그리고 우수작 7편이 실려 있다. 그들 중 내가 알고 있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 대상을 수상한 김숨의 이름 때문에 관심을 가졌지만 선뜻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이상문학상이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상수상작인 김숨의 [뿌리 이야기]는 나무 뿌리를 주제로 하여 뿌리 뽑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터전을 떠난 뿌리 들린 사람들의 삶을, 뿌리가 뽑힐 때 나무들이 느꼈을 공포와 잔뿌리 하나하나가 질렀을 비명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서른세 살에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작품 속의 그는, 지금까지 해오던 평면미술을 접고 나무뿌리를 오브제로 선택하고 집착한다. 양부모의 보살핌에 불만을 느껴서가 아니라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뿌리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철거 촌에서 철거라는 푯말을 달고 서 있는 모과나무, 종군위안부였던 고모의 이름을 작품 명으로 하여 갤러리에 전시된 포도나무 뿌리, 그리고 H은행 앞에 있는 세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통하여, 태어나고 자란 자리에서 파헤쳐져 내팽개쳐진 현대인들의 불안과 방황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들 모두는 어찌 보면 모두가 뿌리를 잃고, 그 당시의 불안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가 보여주는 심근성 뿌리와 천근성 뿌리의 조화와 공존이, 뿌리 뽑힘으로 인해 방황하는 현대인들이 살아가야 할 새로운 삶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숨의 자선대표작 [왼손잡이 여인]은 왼손을 사용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고, 마침내 왼손잡이가 된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왼손을 잃어버린다. 멀쩡하게 달려 있는 자신의 왼 손이 사라졌다고 믿는 아내는 온통 왼 손을 찾는 데에만 정신을 쏟는다. 자신이 목표로 삼고 달려온 일이 어느 순간 의미 없다고 여겨질 때, 우리들은 심한 허탈감을 맛본다. 작품 속 아내 역시 그런 허탈감이 자신의 왼 손이 사라졌다고 믿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왼손잡이 여인]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밖에 7편의 우수작 중에서 관심이 간 작품으로는 전성태의 [소풍]이다. 장모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야외로 나간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하며 한 때를 보낸다. 아이들을 위해 보물을 숨긴 장모님이 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함을 보면서, 저자는 스러져가는 노년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작품 속에서 화자가 치매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상념에 잠기듯, 나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와 혼자서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상념에 잠긴다. 어쩌다 혹해서 선택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면서 나 역시 상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지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위안을 삼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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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겠지만 어제 성악가 최성봉의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보았다. 그에 대한 내용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그가 껌팔이이였고, 고단한 길위의 삶을 살았다는 것-어떻게 고아로 떠돌았는지, 음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열 네살까지 이름도 없이 살던 최성봉이 과외교사의 도움으로 지문조회를 통해 그가 몇살이며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친부모의 존재도 확인했지만 이혼한 친부모는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이 잔인한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그때 그를 돌봐준 과외선생-그의 오늘이 있기까지 좋은 인연을 맺어온 은인-이 그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음악에서 한 번 찾아보자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성악가가 되었다.
김숨의 "뿌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성봉이 생각난 것은 이 작품이 뿌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적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가인 그는 서른 세살에 자신이 입양아였음을 알게 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그에게 사랑을 나눠주었던 양부모가 그의 충격이 얼마나 될지 전혀 가늠해보지 못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그는 오랫동안 해오던 평면미술을 접고 뿌리를 오브제로 부조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뿌리들은 하나같이 천재지변의 화를 당하거나 한순간에 들어오려진 것들이었다 . 한순간에 입양아가 되어 뿌리가 사라졌다고 믿는 그와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끊임없이 뿌리를 가져와 말리고 방부처리를 한뒤 마지막에 뿌리를 패널에 못박으면서 고정작업을 하는 것은 자신이 들려진 거 같은 현실세계에서 어디든 뿌리내리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와는 달리 태어난 곳에서 자라 마흔이 가까운 나이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아직 살아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한 번도 뿌리가 들춰진 적이 없기 때문에 관성처럼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실직이라는 위기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 여기에 있게 된 이유, 실존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최성봉의 이야기를 본 탓인지, 미술가인 그의 방황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한 번도 뿌리 뽑히지 않고 관성을 따라 살아가는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뿌리가 들춰진 사람들의 삶을 역사와 사회적으로 포착해서 결국은 뿌리 들춰진 사람들과 그 자리에 깊이 뿌리 박힌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느낄수 있어 좋았다. 어째든 우리 모두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숨 작가의 자선 대표작인 "왼손잡이 여인"은 겉치레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텅빈 내면세계를 보여주려는 소설로 읽었다. "왼손잡이 여인"이 되고 싶어서 오랫동안 연습한 끝에 완벽한 왼손잡이가 된 아내가 갑자기 자신의 왼손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주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왼손을 사용하지 못한 채, 사라진 왼손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일상은 무너진다. 남편인 '나'는 그런 아내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의 아내가 의지와 노력의 산물로 왼손잡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손에 집착한다. 매일 스팩쌓기에 여념이 없는 청년들이 그 스팩이 허상임을 깨닫게 될 때 느낄 무기력증과 허무함이 아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겉치레를 좇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 소설이다.
전성태의 "소풍"은 이제는 지겨울 만큼 많은 작가들이 소재로 삼은 노년의 치매를 다루었다. 장모와 함께 가는 나들이 길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장모의 치매를 알게 된다. 얼마 전 자신의 아버지를 치매병상에서 잃은 '나'는 착찹한 심경으로 장모의 치매를 바라본다. 아내와 장모는 이 "치매"가 생경맞지만 이미 아버지를 잃은 경험이 있는 나에게 초기치매증상은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 감기처럼 찾아온 생의 손님 인 것이다. 제목처럼 인생이 소풍이고 소풍 길에서 조금 길을 잃은 들 뭐 대수인가. 그만큼 우리 사회는 치매에 열려있다는 것을 보았다.
윤성희의 "휴가"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우리들의 기억을 통해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기억을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한 한 마디 말로 떠올린다. '그거 참 이상한 질문이구나.' 어느 날 어린 나에게 어머니가 한 이 말의 의미를 알지도 못한 채 이 말은 내게 어머니를 추억하게 하는 한 마디가 되어 있다. 열 다섯 살에 만나 박장대소라 불리던 세 친구. 그중 대수는 죽고, 나는 파혼을 하고 박이라는 친구만 평범한 가정을 이뤄 살아간다. 나는 이 친구 가족의 휴가에 동행하며 내 삶이 일그러진 것에 대해, 어린 시절의 막연한 공포에 대해, 죽은 친구에 대해 곱씹어본다. 세 친구 중에 한 명이라도 평범한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손홍규의 '배회'는 우리가 한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은 그 전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배회하는 것 처럼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설령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는 영어캠프에 간 아들이 사고를 당해 죽자 사고가 아니라 자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얼마 전에는 발달정애를 앓던 아들이 죽자 교통사고로 위장한 박부장의 자살을 겪었다. 마지막으로 박부장을 만난 사람이 자신이라는것을 알고 찾아온 박부장의 아들에게 그는 너무 힘들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우리 인생은 그토록 허무와 외로움에 쌓여있으므로. 죽은 아들의 여자친구에게도 같은 말을 한다. 죽은 사람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그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 아파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망각해야 할 것을 기억하는 가장 참혹한' 일을 막지 않고 죽은 이들에 둘러싸여 자신을 괴로움의 수렁에 빠트리기도 한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몫은 역시 자신 뿐일 것이다.
한유주의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은 정말 제목에 충실한 내용들이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일곱명이 각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를 수평으로 늘어놓았다. 어떤 사람은 막 엘리베이트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아파트의 추락사를 목격하게 된다. 또 다른 이는 터무니없는 건강보험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날마다 체중이 줄고 있다. 한 사람은 까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이고, 퇴직한 사람은 가까운 해외로 나들이를 다닌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사람의 블로그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 사람처럼 블로그를 개설해보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이가 있고, 누군가의 시상식에 가서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서먹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토록 평이한 소설 속에서 심사자들은 무엇을 봤기에 우수상을 받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내가 베스트 2로 뽑아본 작품은 김숨의 '뿌리 이야기'와 조경란의 "기도에 가까운" 이었다. 언급하지 않은 이평재의 흙의 멜로디나 이장욱의 크르스마스캐럴도 좋았다. 하지만 수상작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도 힘든 일이어서 나만의 베스트 2을 놓고 보니 나 역시 김숨의 "뿌리 이야기"에 마음이 기울었다. 역시!
한 해의 단편소설 곳간이라 생각하고 늘 이 책을 찾아 읽는다. 읽으면서 왜 이 상을 받게 되었는지 그 당위성을 짐작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 읽은 후 나 만의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는데 일조한다. 늘 심사위원들의 안목에 토를 달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김숨의 "뿌리 이야기"가 여기 나온 단편 들 중에 가장 좋았다. 하지만 다른 단편들을 읽지 않았으니 여기 수록된 소설들이 정말 일년 동안 가장 우수한 작품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올해부터 문학잡지 하나 정도는 구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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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새해 무렵 이 작품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지나고 난 후에 어쩌다 구해 보는 책이 되고 말았다. 책에 대한 아쉬움인지 내 취향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모를 빈 공간이 나를 가끔 끌어당겨 주저앉히곤 한다. 오늘처럼.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메모다. 수상작은 잘 읽히지 않았고, 읽히지 않아도 마음에 걸리는 건 없었다. 그게 도로 거슬렸다. 이제 내 취향이 아닌 글은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 않는 내 안의 타협이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어서.
조경란의 글이 좋아서 이 리뷰를 올린다. 이렇게 남기지 않으면 기억력이 형편없는 나는 이 책을 안 펼쳤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읽어야 하나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봤고, 조경란의 글을 보면서 이 작가의 글을 더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10년쯤 전에도 마음에 든다는 내 리뷰를 확인했으며, 그동안 왜 이 작가의 글을 안 본 건가 하는 반성도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전성태, 윤성희, 손홍규의 글은 무난하게 내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다. 내게는 아직 낯선 이름인 이평재, 한유주, 이장욱의 글은 아직 내게로 와 닿지 못했다. 아니, 내가 가 닿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말이겠다. 한 사람의 작가와 독자로서 마음이 찡하도록 닿으려면 어떤 장치가 있어야 하는 걸까? 중얼거리면서 경계에 잠시 서 본다.
'노인'. 점점 무거운 존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노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치매, 요양원, 부양, 가족 파괴, 죽음...... 2014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하는지, 같이 살면서 같이 힘들어야 하는지......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인간의 긴 수명에 전 세계가 당황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이미 이 안에 들어 서 있고. 이제는 편한 날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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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 ㅡ 김 숨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유독 아이같은 면을 오래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 . 여자도 남자도 때때로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지만 가끔은 그 어리디 어린 면모가 주변을 더 모질게 만드는 때가 있지 않을까 , 괜히 저 천진함의 무엇 앞에 때묻은 시람이 되어버리는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가 오면 미워지지 않을까 , 그래서 원래 좋아하고 아끼지만 못되게 구는 때가 . 그렇게 사랑도 애정도 표현하는 사람이 되버리는 , 그럼 덜 자란 어린 마음의 심성소유자 를 탓할까 때때로 그러다 아주 심술이 사나워진 애정표현자를 탓 할까 . 자꾸만 남자는 버림 받았던 날과 버림받은 것조차 모르던 날들을 되새김질 하며 혼잣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자더러 들으란 말도 아니듯 떠드는데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서 몰래 맞선을보고 오면서 차마 그런 그를 떠나지도 ( 그만 끝내자 해놓고 , 그가 메일 을 열어 보지 않아서..는 핑계다 ) 못하고 오며 가며 찾는다 . 그러다 이젠 남자가 집착하듯 집중하는 오브제 인 나무의 뿌리에도 가슴이 철렁 하며 질투스런 불안 같은 것을 느낀다 . 둘 다 붙밖이 같이 불안해 하면서 꼼짝 못하는 나무들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포도 나무뿌리를 구해 여자의 고모 할머니 이름을 붙여 전시 를 한다 . 살아서 기념되지 못한 영혼과 정신이 죽어서야 위로를 받 받는다 . 어려서는 고모 할머니 자신이 위안부의 삶이었으니 여자 를 통해 돌고 돌아 건내 전해진 이런 선물도 괜찮을 거라고 . 죽으면 누울 흙보다 먼저 찾아간 장조카의 손을 멀리서 찾아 잡고 간 고모 할머니 . 비현실적인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 믿고 싶지 않을뿐. 이 두사람은 아주 먼데서 잘못된 장소에 뜬금없이 옮겨 심어진 그 메 타세쿼이아 같다 . 그렇지만 뿌리 내리도록 애쓰라고 토닥토닥 ...... 남자는 오브제를 만들어야해 하고 제몸을 들썩 들썩 일어날까 . ㅎㅎ 그냥 하릴없는 상상을 해본다 . 나무는 잘 옮겨지지 않아 누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자릴 지켜 , 그래서 좋았는데 . 내일도 잘 서있기를 ... 두번째 , 세번 째 읽지만 뿌리 이야긴 사실 좀 벅차다 .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 넘치기도 하고 . 시작을 하기도 어려워서 망설이다가 . 내용만 옮기자 . 했는데 줄거리 정리도 잘 못하겠다 . 작년도 올해도 이 건 여전히 , 작가의 뿌리이야기가 아닌 내 뿌리 이야기가 되려고 하니 그만해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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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가 ㅡ 윤성희 아 ..이런 글 맛도 좋다 . 연결성 혹은 인연 이랄까 . 나처럼 삶을 미스테리적 요소로 보기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변화구를 마구 만들 수 있는 소설 . '그거 참 이상한 질문이구나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만 기억나고 어떤 질문였는지는 생각 안나는 , 그렇지만 그 기억은 어떤 상황에서도 문 득 문득 기습처럼 생각 속을 쳐들어 오곤하고 , 그럼에도 여전히 뭐 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 휴가 중이라 마음껏 게을러 보자 하면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지는 경 험들이 있을게다 . 이 글 속의 장 '의 상황도 그러하다 . 그런 일상으 로 친구 박' 이 찾아와 자신도 휴가인데 같이 휴가나 가자며 챙긴다. 열 다섯에 만난 친구 셋은 오랫동안 붙어다녔는데 박은 아내와 신혼 초에 친구냐 사랑이냐 둘 중하날 택하라며 싸우곤 했단다 . 애 셋을 낳고 여유로워 진건지 , 세 친구 중 한 녀석인 대수' 가 죽어 서 혹은 장' 의 파혼 탓인지 궁금해 한다 . 주로 장' 의 입장에서 본 풍경을 정리한 휴가중의 일 들인데 담백하니 재미있다 . 특히 장이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범버카를 미친듯이 타고는 이후 멀미에 시달려서 차를 못타게 되었던 얘기 . 어느순간 스르륵 사 라진 멀미에 대해 얘기하니 박' 의 둘째 아들 이 ' 그거 참 이상한 일이 네 ' 한다 . 식사를 하다 박의 아내가 반주를 시키며 하는 말 , 대수씨 장례 때 자신은 애들 데리고 친정에 갔는데 예전 사진을 보게되었다 며 , 이 전에 얼굴이 흉터가 있어 늘 고갤 숙이고 다녔는데 고등학교때 수학여행가서 범버카를 타는데 어떤 남학생이 죽어라 자기한테 부딪 쳐 오더라며 자신이 못생겨 그런가보다 하고 이후 가슴두근거림이 생 겼단다 . 나중에 얼굴 흉터를 제거하고나서야 그 병이 없어졌다고 . 박 ' 이 그 범버카 가 장 ' 너 였냐고 묻자 . 그래 나다. 하고 웃는다 . 기막힌 인연 아닌가? 대수와는 어떤 인연 였을까 .. 아내는 ? 장의 약혼녀는 그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여자였나보다 . 조카들 얘기를 그렇게 했다는데 그런 애들은 없었다고 하고 ...뭐에 홀려 그렇게 속은 걸까 . 하기야 속은 것 보단 이 파혼이나 불행이 자신은 예감처럼 준 비하고 있었다는게 장' 의 성격이라서 그의 행복은 쉽게 올 것 같지 않다 . 꼭 어머니의 이상한 질문" 이란 말이 주문 처럼 걸려서 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브레이크를 걸며 넌 참 이상하구나 . 해 댈 것 같으니 박의 안정되어 보이는 모습을 보며 하나라도 성공해 다행이라고 웃는 장 ' ...그는 스스로 실패한 것을 확인 한 듯이 구는 휴가였지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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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여인 ㅡ 김 숨 ( 자선 대표작 ) 《그러나 오늘은 활짝 열려진 나의 집 안 갑자기 반대로 놓인 전화 수화기 노트 옆에 놓인 연필 그 옆에 손잡이가 왼쪽으로 동려진 찻잔 그 옆 반대쪽으로 깍다 만 사과 역시 왼편으로 젖혀진 커튼 또한 왼쪽 재킷 주머니에 들어 있는 열쇠 꾸러미 그대 자신을 드러냈구나 , 왼손잡이 여인이여 ! 혹은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는가 ? * 》 *페터 한트케의 소설 <왼손잡이 여인 > 에서 인용 . p . 77 - 본문중에서 ㅡ 갑자기 왼손의 실종 (?) 선언을 말한 후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아내의 모습에 덩달아 아내의 왼손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남편의 모습 을 그린 단편 . 남편은 이 실종 아닌 실종사건을 거세라고 부르며 자신 이 포경 수술했을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아내가 의도적 왼손 말살 아니 거세를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내는 완전한 왼손잡이 였기에 생활의 불편이 상당했고 급기야 직장 까지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지자 심각하단 생각을 하게 되고 잠든 아내 의 왼손은 이전의 아내 손과는 느낌이 퍽 다른 것도 같다 . 당황해서 아내의 왼손을 으스러져라 힘주어 잡아 보지만 아내는 아무 감각 조차 느끼지 못하고 상처만 나서 병원에 가 깁스를 하게된다 . 4주후 깁스를 풀기로 하지만 그는 병원을 자꾸 미룬다 . 그동안 아내의 왼 팔은 점점 부어 퍼렇게 변하고 이상징후를 보이며 깁스한 손에선 괴 괴한 냄새까지 나는데도 불구하고 조퇴까지 해서 병원에 가려고 나왔 다 돌아간 적도 있다 . 막상 깁스를 풀었는데 정말 왼손이 없어졌을까 두려운 나머지 열어볼 작정이 들지 않는다 . 반 깁스만 하랄땐 아내가 혹시 손에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아니면 자신이 보는데서 사라질까봐 깁스로 꽁꽁 도망 못가게 가둬둔 거였는데 ...이젠 그 마저도 불안을 없 애지 못한다 . 결국 병원에 간 부부 ... 대기실에서 남자는 아내를 혼자 처치실로 보내놓고 깁스를 깨는 윙~! 하는 전자톱의 소리가 들리자 들 뜬 사람 마냥 '아내의 왼손을 자르는 중'이라고 소리친다 . 깁스가 아니고 ...... 그에겐 그 깁스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마치 아내 의 왼손이 떨어져 나가는 듯이 느껴져 버리는 탓이다 . 불안을 억제할 다음 방어기제를 찾아내지 못한 까닭에 ...... 이제 어떻게 될까 ? 남편은 ? 주기적으로 아내의 왼 손을 다치게 하고 깁스를 시킬까 ? 그녀는 플라 나리아처럼 깁스가 재생되고 깨지고 재생되고 깨지는 것이 차라리 나을 까 ? 어릴 때 사고로 손을 다쳐 잘라냈어야 했던 왼손을 일생을 왼손잡이로 바꾸며 살려낸 그 시간을 문득 놔버린 까닭은 뭘까 ? 그냥 어마어마한 피곤 ? 모르겠지만 ...알 것도 같다 . 그 때는 고작 손에 박힌 녹슨 못' 이 이제는 그녀를 통째로 삼킨 거라는 걸 ... 그녀 자체가 못" 이 되서 아무 것도 못' 하는 존재가 되버렸다는 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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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 어느 날 송두리째
어느 날 송두리째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뿌리 뽑혀졌다. 친숙했던 흙 내음과 벌레들로부터 기약 없이 멀어졌고, 머지않아 새로운 흙 속으로 뿌리는 다시 심어졌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심어진 땅 아래로 뿌리를 뻗어가야 했다. 땅 아래에서는 이렇게 커다랗고 어쩌면 끔찍했을지도 모를 변화가 있었지만, 땅 위로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기에 아무도 뽑혀지던 그 순간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뿌리의 표정을 상상해보는 일은 없었다. 되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너무나도 편안해 보일 뿐이었다. 그들의 상식 속에서 나무란 늘상 그 자리에 서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나무의 이야기이고, 또한 그 뿌리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이야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그래서 늘 어렵다. 평소 내가 잘 알고 있었다고 자부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봤지만, 나 역시도 그들의 가지를 더듬어 봤을 뿐이고 잎과 열매의 빛깔을 가늠해 보았을 뿐이다. 그러면서 정작 내 곁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을 기대했다니... 나도 참 욕심이 과했구나 싶다. 휴... 뭐 아무튼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는 뿌리 뽑힘과 뿌리 내림의 연속인듯 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리고 사회와 무리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뽑혀진 뿌리가 더 이상 그 어느 곳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될 때, 우리의 인생은 말라가게 된다. 더 이상 정착에 쏟을만한 힘이 없어진 것이다.
김숨의 소설 <뿌리 이야기>는 어느 날 인생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리고 있다. 뿌리를 뽑은 자에게는 선택권이 있었겠지만, 뿌리가 뽑혀버린 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심지어 뽑혀버린 자들 중 몇몇은 자신이 왜 뽑혀야만 했는지 그 이유조차 알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몫은 그저 뿌리 뽑힘을 받아들이거나, 혼자서 아파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뿐이다. 작가 김숨은 <뿌리 이야기>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아픔, 들리지 않았던 그들의 비명을 지상으로 끌고 나왔다. 그래서 였을까? 이야기는 결말이라는 뿌리에 다다르기 전까지 무척이나 신경질적이고 날이 선 것처럼 위태롭게 읽히기도 했다.
"내가 왜 없지 않고 있는 것일까?"
소설 속 '그'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얼핏 듣기에는 식상하게까지 들리는 이 오래된 질문의 파장이 생각보다 길게 남는다. 나라는 존재의 뿌리는 지금 제대로 뻗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타의에 의해 뽑혀지고 있는 중일까? 다행스럽게도 만약 나의 뿌리가 뻗어나고 있는 중이라면 내 뿌리도 천근성 쪽보다는 심근성 쪽에 있기를 바라본다. 왠지 내일 아침에는 출근길의 나무들이 모두 새롭게 보일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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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 ㅡ한 유주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에서 제목이 온 것만 같다 . 다만, 그들은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표정들이 확연히 달라 구분은 되지 . 여기선 이름이 모두 같아 생김은 다르고 , 거리에서 누군가 가장 흔한 이름 김 00 씨 . 박 00 씨 . 이 00 씨 . 를 부르면 동시에 돌 아보는 일이 많고도 많던 시절의 얘기인가보다 . 그 작명소가 문제랄까 ... 한 해의 운이나 사주 팔자 혹은 역술등을 뽑 아 이름을 정하는데 이게 거의 수치화 한 것이라 대게 비슷비슷한 걸 쓴다는게 이름에 유행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지 싶다 . 잘 되라고 비싼 돈 내가며 혹은 그냥 지은 이름이래도 무려 일곱 명이 나 되는데 이 글 속 주인공은 사는게 팍팍하고 힘들다 . 앞이 안보이다 못해 지금 기운없는 노인들보다 더 오래 살긴 글렀다고 오늘 죽을까 낼 죽을까 ...하고 절망적인 생각으로 가득해 보이니 . 그 이유가 웃프게도 건강보험료 때문이란다 . 월급을 받지만 자영업자로 신고 되있어서 소득 신고가 한번 잡히면 그 변동이 한 해는 가는 듯하고 . 당장 통장에 현금이 없어 몇개월 을 내내 힘들게 살았는데도 그건 알바 아닌 정책들 아하핫 ...이름이 뭔지 몰라도 각각 다른 곳에서 각자의 상황이 어떤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단편 . 누군가는 퇴직금으로 동생의 빚잔 치 후 베트남과 중국을 여행하고 누군가는 블로그를 만들어보지만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시상식장엘 가고 뒷풀이 후인사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 못한 것으로 무안을 당한다 . 왜? 그럴 수도 있지 ... 요즘은 비슷한 얼굴이 얼마나 많아...?! 깍아 놓은 밤톨 같이 예쁜 얼굴들 . 이름은 달라도 , 겉으로는 물가도 공공요금도 자꾸 오르고 뭔가 세상은 화려해서 좋게 변하는 듯 해 보이지만 사람들 살이는 안 그렇다 . 세금과 공과금으로 여름 , 겨울 냉난방비와 출 .퇴근 교통비로 지출하고 나면 자신을 위해 할 수있는 게 정말 얼마 없기에 계속 허덕이면서 뛰어다니며 , 앞으로 이삼십년후 받을 연금과 건강보 험금에 묶여서 통장 압류를 당하는 인생 . 그게 요즘의 청춘 이라니. 그치만 ...계속부터 그래왔다고 ..갑자기 그런게 아니라 ..원래 그래왔던 일인데 ...몰랐단것 뿐 ..개인의 일이 이젠 나라 전체의 일로 확산 될 날 이 머잖을 지도 모르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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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멜로디 ㅡ 이평재 나무의 전설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인간의 자손이 붉은 점의 저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 그 귀하디 귀한 맥을 지키려 조모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멀고 먼 길을 떠나야 한단다 . 세월이흘러 잘성장한 붉은 점의 아이를 기대했건만 어느 고장에선가 몹쓸 독으로 독에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죽어있고 조모역시 감당키 어려운 상실에 목숨을 놓았다 . 그들을 찾으러 나선 아이의 어미가 본 마지막 광경이 그 것이다 . 아이 엄마는 붉은 점이 저주라던 말에 저승에선 부디 편하 라며 아이의 손목을 끊어 낸다 . 이야기 사슬은 멀리 돌아 마로니에 공원 벤치가 보이는 창가 와 여류 소설가 그리고 그녀의 아이에게로 옮겨간다 . 이들도 이 앞의 여인들처럼 남자는 없는 여자들 이랄까 아이를 가졌노라 해도 큰 책임 따위 못 느낀 채 이 험한 세상에 뭐 볼게 있다고 ...하는 반응을 보이고 떠나간다 . 여류 소설가는 혼자서 아이를 낳고 이 아이의 손에도 붉은 점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 그러던 한 날 ...아이가 보채고 쉬 울음을 그치지 않아 초조해지고 병원으로 달려가 보는데 원래 그런거라는 평범한 말만 듣고 .... 집에 오자 아인 온몸이 더 심해지고 딱쟁이처럼 되간다 . 밤 낮이 바뀌어 울던 아일 혀로 핥으며 끌어안고 울고 누구에게라도 매달려 보지만 아무도 도와 주지 못한채 그 밤 아이는 죽는다 . 저주같은 재앙은 또 돌아오고 이 순환은 돌고 도는 사계절 같고 절기같다 . 다시 마로니에의 독백 ...스스로 나무라고 고백하는 마로니에 . 여류소설가의 아이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와같은 증상으로 죽어 가기 시작하고 이 나무 역시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 흙이 ..흙이 없다 . 점점 전설같은 나무 빠슈바가 흙을 끌어 모아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 하고 있는데 ... 당신 을 지켜보던 나 ' ( 나무) 는 이제 온전히 쉬고 싶 다고 생각하며 눕는 동안 어디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 그리고 비 ! 힘을 빼고 누워 아이들 심장 소릴 듣는 마로니에 나무 ... 이 노래는 돌림 노래 로 흙이 작사 작곡 나무가 지휘...ㅎㅎㅎ 아..이 단편 주제 참 난해 ..순환인걸까? 돌림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