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8년 출판된 이 책으로부터 새로움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남성 지배’라는, 제목에 쓰여진 단어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수많은 이들에 의해 다루어진 주제라는 점에서 그 신선함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가부장 체제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도와준다. 여성에 의해 쓰여진 페미니즘 서적들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에게 ‘부르디외’ 라는 거장이 남긴 이 책은 그러한 감정적 대응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은 거의 항상 약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꾸려진 가정에서,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으면서 가족이라는 집단은 점점 더 단단해졌다. 가부장성의 공고화는 지난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진 것으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버지가 부재하는 가족은 정상적인 가족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 착한 여자와 악한 여자의 이분법적 구분과 함께 모든 여성은 착한, 그래서 한 가정을 소리 없이 다독거리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것 마냥 여겨져 왔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조차도, 내면화된 시각은 오늘날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토로하게 만든다. 전자에서의 성공도 후자에 대한 충실함이 없을 시에는 인정 받기 힘들며, 실제로 많은 여성들은 후자를 등한시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을 구분 지어주는 기준으로 남녀의 신체적인 차이를 언급하곤 한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적지 않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노동 시장에 있어서 부차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것을 당연시하도록 요구 받아 왔다. 이는 여성의 주된 영역이라 일컬어지는 가정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노동은 사회로부터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없었다. 그녀들의 노동은 항상 남성의 노동력 재생산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그 노동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자녀에겐 되물림시키지 않기 위하여 여성 스스로 남성을 선호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물론 과거에 비해 현재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있어서 많은 부분 개선이 이루어졌음에 틀림없다. 이는 적지 않은 부분 지금까지의 여성 운동이 이루어온 성과라 하겠다. 하지만 여성 운동은 한 편으로 그 내재적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다 나은 여성의 지위를 위해 그녀들이 처음 택했던 남성화의 길과, 남성 아닌 여성으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 받기 위한 여성스러움의 강조는 페미니즘에 있어서 하나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즉, 강한 여성상의 강조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인 차이에 대한 무시라는 점에서-급진주의적인 몇몇 이들은 여성으로부터 출산의 기능을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고려하기도 했으나, 그 현실성 여부에 대해서 우리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힘들 것이다.-여성스러움의 강조는 현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는 돌보는 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분 보수주의와 연결되니 말이다. 이 외에도 부르디외는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수많은 기제들에 대해 언급했다. 끊임없이 깡마른 몸매를 갈구하며 다이어트를 돌입하는 그녀들의 모습으로부터 부르디외는 여성들의 몸의 주인이 결코 그녀들이 될 수 없노라고 말한다. 여성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직업을 꿈꾸는 딸을 향하여 ‘넌 절대 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권위적 모습에도 남성 지배는 살아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시대의 중심에는 여전히 남성이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언론들이 언급하는 ‘공무원 여성 초강세’ 라는 타이틀-여성의 비율은 50%도 안 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런 타이틀을 붙였다.-뒤에는 반 여성주의적인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 성매매 방지를 위한 법이 제정된 후 모든 사회 범죄는 그 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성폭행 피해자인 여성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발언들 등. 남성적인 것이 정당화되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해 끊임없이 적대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사회의 반은 여성이지만 결코 그녀들은 그들과 동등할 수 없음을 우리 사회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