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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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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불 그바압』은 단순한 시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거리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언어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삶의 무게였다. 한 줄 한 줄에 담긴 시간이 너무 길고 깊어서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권일혁 시인의 삶은 우리가 흔히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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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불 그바압』은 단순한 시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거리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언어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삶의 무게였다. 한 줄 한 줄에 담긴 시간이 너무 길고 깊어서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권일혁 시인의 삶은 우리가 흔히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생이다. 사회의 경계 밖에서 살아왔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지만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시를 쓰게 된 이유도 문학적 야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는 점이 인상 깊다.

시 속에는 외로움과 가난, 상실과 자유가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자유롭게 살아왔지만 그 자유가 때로는 감옥이 되었다는 표현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를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문학이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는 특별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0 2026.06.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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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그 바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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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처럼 살자 / 권일혁>     - 시집 『빗물 그 바아압』 117~118쪽에 수록그래얼마나 거룩하고 숭고한 삶인가일을 하든 안하든여자도 남자도어른도 어린이도선인도 악인도먹어야 생각하고 산다찬밥 따신 밥 쉰밥수상한 밥 가리지 않고세끼의 밥이 되어거룩한 생명의 한 톨로행복한 맛이 깃든 밥이 되자분노에 끓고애련에 흔들리며그렇게 벼로 자라다가먼 산 너머 걸린 달빛별빛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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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처럼 살자 / 권일혁>

     - 시집 『빗물 그 바아압』 117~118쪽에 수록


그래

얼마나 거룩하고 숭고한 삶인가

일을 하든 안하든

여자도 남자도

어른도 어린이도

선인도 악인도

먹어야 생각하고 산다


찬밥 따신 밥 쉰밥

수상한 밥 가리지 않고

세끼의 밥이 되어

거룩한 생명의 한 톨로

행복한 맛이 깃든 밥이 되자


분노에 끓고

애련에 흔들리며

그렇게 벼로 자라다가

먼 산 너머 걸린 달빛


별빛의 노래

빛나는 햇빛과 노닐며

고개 숙여 익어 가다


드디어는 맛있는 밥이 되자


어떤 죄인의 가다밥이라도 좋다

좋은 주인의 성찬이면 더 좋다

맛있는 밥이면 성공이다

운이 없어 밥풀때기라도 할 수 없다

그냥 밥처럼 살자


감사의 기도가 없어도

시가 없어도

이빨이 없는 이에게도

그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밥이 되기 위해 쓰자


30여 년 동안 거리와 쪽방촌을 떠돌며 살아온 권일혁 님. 그는 성프린시스대학의 노숙인 인문학 과정에서 시를 만났고 이후 1500여 편 이상의 시를 써왔다고 한다.  권일혁 시인이 "빗물 바아밥 / 빗물 구우욱"을 먹어가며 써온 수천 편의 시는 누군가에게 "맛있는 밥"이 되었다. 그 역시 손수 지은 '시'라는 따스한 밥 덕분에 조금은 더 배불리 삶을 지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시집을 읽으며 빗물 떨어지는 밥과 국을 손에 들고 있는 그가 떠올랐다. 그는 거기에서 시를 길어올리고 있었다. 차별과 멸시에도 손 놓지 않고 살아간 그가, "생의 무게와 길이"를 달아 보는 그가, "누구도 읽지 않"으려한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그가 있었다. 


<쪽방촌 사람들 / 권일혁>

   - 시집 『빗물 그 바아압』 90~91쪽에 수록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이리저리 흘러왔을까  

휑한 눈망울에

삶이 저리도 무거운

한숨 속의 쪽방촌 사람들


살갑지 않은 얼굴마다 걸음마다

지나온 삶의 버거움의 향기가

굳은살처럼 배어 있다


벗어날 수 없는 생존의 감옥

한 명 한 명

하나같이

비루한 역사의 긴 대하소설들


많이 무겁다

누구도 읽지 않는

아직도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 

시작과 끝이 없는 나의 이야기들


특별한 일 없다면 지금이나 1분 뒤나 별다를 바 없이 지나가겠지만 사실 1분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모르기에 의지하며 속으며""서로 철없음을 감내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감사히" 살 수밖에 없다. 그의 시를 만나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YES마니아 : 로얄 m*****3 2026.01.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