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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책의 제목만 보고 구입을 결정할 때가 있다. 또 아주 가끔은 책의 표지 사진이나 그림 같은 디자인만 보고 책을 구매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아무 정보도 없이 구매한 책의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만난 책도 마찬가지. 오직 제목에 끌려서 책을 구입했다. 물론 작가인 정혜윤 PD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결은 분명히 다르지만 박웅현 작가를 떠올렸다. 물론 박웅현 작가는 지적이고 정서적 측면에서 책에 대한 접근과 느낌을 소개하고 정혜윤 작가는 현실적이고 일상 속에서의 책에 대한 만남과 느낌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책을 정말 사랑하고 삶을,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더 좋기도 했다.
사실 에세이류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기에 잘 읽지도 않는다. 뭔가 '이게 삶의 정답이고 표준이야. 그러니 따라야 해'와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그럼에도 에세이류의 책이 꾸준히 나오고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책의 내용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삶의 지침을 바로잡기도 하고 공감과 연대의 의식을 나누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유는 나 역시 이 책으로부터 꽤나 큰 위안을 얻기도 하고 부러움과 감탄의 정서도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삶의 자세와 열정, 공감과 연대의 태도가 마음에 다가왔다. 그리고 많이 부끄러웠다.
책의 제목이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상징한다. 사실 책 읽기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삶이 열린다.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아니라 책 이후의 삶이다. 책을 덮은 뒤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떠올려야 한다. 이 질문은 책 읽기를 끝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덮고 비로소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와 너, 우리의 삶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책의 내용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 문체다. 엄청나게 많은 반점(쉼표). 상황과 대상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세밀한 설명을 위해서이겠지만 그 반점들은 사실 유사한 의미의 꾸밈새이다. 그래서 많은 반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다만 정혜윤의 문장은 과장되거나 감정에 과도하게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사유의 리듬을 통해 독자를 설득한다. 나 역시 그녀의 문장에 설득당했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단순히 책을 읽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많이 읽는 사람에 만족하고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혜윤 작가가 바라는 독자는 책을 읽은 뒤 이전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 혼자에만 머물지 않고 연대의 시선과 어깨동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견고한 세상을 직시하고 그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시선을 나누고 행동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결국 세상을 바로 바꿀 수는 없지만 책 읽기를 통해,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꿀 기회와 희망을 찾는 것이다.
책의 첫 부분에 야마오 산세이의 시가 인용된다. 사실 여기서부터 책이 이미 좋았다. 시시포스의 신화를 새롭게 보는, '굴러 떨어진 바위를 짊어지고 오르기 위해 천천히 산을 내려갈 때 주변 풍경이 주는 짧지만 깊은 위로(10쪽)'란 시구.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이렇게 삶을, 세상을 달리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자각. 벗어날 수 없는 질곡이자 형벌로만 여겨지는 행위가 기쁨과 위로가 될 수 있다니. 이래서 배워야 하고 이래서 더 읽어야 한다는 자각을 다시금 가지게 해 준 시구였다.
예술에 대한 다양한 작가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정혜윤 작가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도 좋았다. '예술은 사랑하는 것을 재료로 삶을 만드는 것(31쪽)'이란 말. 사랑과 삶은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타르콥스키의 '예술은 삶을 이해려는 시도(31쪽)'란 말이 가장 쉽고 직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삶을 이해하는 방식과 태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예술은 다양하고 다채롭게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이리라.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변신의 여행'이란 장이다. 내용이 좋았다기보다는 오래 전 과거의 경이로운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좋았다. 멜빌의 '모비딕'을 만난 것은 고등학생 때.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백경' 그리고 주인공의 이름은 아마도 '에이해브'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10대 후반의 나는 백경을 쫓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그 광기와 열정에 감탄과 놀람을 느꼈다. 그리고 제발 백경이 무사하기를, 죽지 않기를 순진하게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에이해브를 통해서 인간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바라보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의 역전적 지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어찌보면 지극히 순수하고 세상의 험난함과 각박함을 몰랐던, 아름다웠던 시절. 바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참 좋은 읽기 경험이었다.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이란 책은 내용을 전혀 몰라도 이미 제목만으로도 아름답다. 더구나 '내 '존재의 순간'의 절반이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순간들이었다(90쪽)'란 문장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나눔봉사단의 이야기. 끝모를, 바닥이 없는 슬픔을 겪고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슬픔을 가진 이에게 향하는 나눔과 봉사.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나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문장들을 많이 발견한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우리가 어떤 문장에 끌린다면 그것은 그 문장이 "나를 표현해줘서가 아니라 나의 소망과 요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145쪽)' 실로 그렇다. 어떤 문장이 내 안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나의 소망과 요구의 대리적 반영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의 결핍, 나의 부족함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고 대신 채워주는 것만큼 기분좋은, 행복한 상황도 없다. 책을 읽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라고 생각돼서 기분이 좋았다. 또 '읽기는 스스로에게 '기회 주기'이자 '씨앗 뿌리기'다.(176쪽)'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기회이자 내가 나아닌 타인으로서 간접적으로 살아가는 기회, 내가 진정 나답게,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씨앗 뿌리기. 이것이 내가 읽는 이유이자 다수가 여전히,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읽기가 극단적인, 편향적인 읽기가 아니라 세상 어느 곳 누군가도 느끼고 생각하는 읽기라는 생각에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사실 따로 있다. 그것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의 다음 구절.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136쪽)’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래서 좋았더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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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너무 좋아서 소장용으로 구매했다. 책 속 이야기가 이야기만으로 남는 게 아니라 삶과 이어진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책을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정리할 수 없던 부분을 정혜윤 작가님이 유려하게 표현해주시니 쾌감이 느껴졌다. 딱딱 들어맞는 인용을 보면 작가님의 내공이 느껴진다. 때때로 펼쳐보는 책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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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님은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요. 달려가는 사람 같아서요. 슬픔과 고통을 맞은 이들에게 찾아가 함께하는 사람 같아서요.. 처음 읽은 책에서도 제가 본 작가님은 사건과 사고의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었어요 나는 알지 못했던 그곳, 그들의 이야기..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라니.. 늘 다시 앞으로 연대로 나아가는 글을 읽으며 희망을 꿈꾸게 하고.. 이번 책에서도 참사현장에 먹을 것을 준비해서 달려간 사람들을 보며 아직 우리는 괜찮구나 안도를 얻어요 나도 용기를 내어 작은 온기를 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요. 책을 너무 따뜻하게 읽어 작가님의 다른 책도 다시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다시 읽고 기억해서 살아있는 말을, 문장을 끌어올려야 할 때인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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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왜 좋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하려 한다. ❝ 읽는 이의 자리에서 책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만들어 주는 책, ❞ 가장 좋은 생각들만 곱게 모아 한 권에 담아낸 선물 같은 책 덕분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경이와 감탄으로 밑줄을 그었고, 마치 찬란한 찰나를 묶어 한 다발의 꽃을 건네받은 듯 마음이 밝혀졌다. 정혜윤의 문장들을 사랑해 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복과 고행이라는 형벌과도 같은 삶을 상징하는 시시포스의 신화를 이렇게 아름답게 해석한 이가 또 있었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마지못해 꾸역꾸역 소화하던 내가, 어느덧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풍경을 기어코 발견해내고 있지 뭔가! 문득, 내 삶의 재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결국 그 재료들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평생 품고 가야 할 문장처럼 내 안에 새겨졌다. 매일 읽고, 곱씹고, 삶과 문장이 뒤섞이는 그 과정이 결국 내 인생도 책과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그 비밀을 알아버린 순간 괜스레 벅차올랐다. 정혜윤이 불러주는 180여 페이지의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니, 조용히, 완전히, 적셔져 버렸다. 📖33p “내 인생의 작업 비밀은 내가 책과의 혼합물이라는 점이다.” 📖34p “부디, 쓰든 달든 당신 자신의 재료로 당신 자신의 삶을, 홀로 그리고 함께 맛보시길!” 📖111p “이야기하는 동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것, 우리의 이야기를 남이 대신하게 하지 않는 것, 우리의 가장 멋진 점을 이야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176p “읽기는 스스로에게 ‘기회 주기’이자 ‘씨앗 뿌리기’이다.” 📖177p “나였던 사람을 나여야 할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 독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은 책을, 늘 곁에 두는 책을 닮아간다.” 📖179p “독자인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책 너머, 쓰인 책 너머, 아직 읽히지 않은, 쓰이지 않은 우리의 삶이 있다.” |
| 정혜윤이 쓴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저자가 읽고 좋아했던 책과 문장들을 삶과 연결해서 보여준다. 저자는 세월호,이태윈,제주항공 사고 등에 대해서도 인터뷰이 또는 느낀 점을 가슴 먹먹하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각자 가슴에 담고 싶은 책이나 문장들은 어떤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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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혜윤_책을덮고삶을열다 📎 가을에 읽기 시작했는데 천천히 읽다 보니 완독할 즈음엔 겨울이 와 있었다. 이 책은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약간의 답을 주는 책이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책을 읽는 이유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나를 다스리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 잘 지내는 법을 배워왔다.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일이 곧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책이 알려주었다. 책에 소개된 첫 글 부터 좋았다. 한 농부의 글이라는 시시포스의 시가 인용되었는데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형벌 속에서도 올라갔을 때의 기쁨과 돌이 굴러떨어질 때의 잠깐의 휴식 그리고 돌을 주우러 내려갈 때의 풍경이 주는 기쁨을 그린 시였다. 인생에서 형벌 같은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은 삶의 잠깐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 시를 통해 나는 책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가르쳐준다는 걸 다시금 느꼈고 이 시만큼은 평생 잊지 않고 내 삶에 꼭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삶의 방식을 천천히 배우게 해주는 따뜻한 책이다. ▫️우리 인간의 심장은 3백 그램이다. 새의 무게는 113그램이다. 우리는 그 작은 새의 용기에서 배울 것이 많다. 난기류와 폭풍우와 번개 속을 나는 새의 용기를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의 용기도 달라질 것이다. ▫️밑줄, 접어놓은 페이지, 옮겨 적은 글귀들은 우리의 정신상태를 알게 한다. 밑줄 친 문장들은 각자의 마음이 필요로 했던 바로 그 말들이다. 모든 페이지마다 감탄하고 사랑을 느끼고 뭔가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독자 자신의 마음이다. 책의 아름다움은 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부터도 나온다. ”어느 여름 저녁 세상 시름을 잊은 채 강둑 너머를 내려다보는 이의 눈을 통해 강을 바라본다. [•••] 이 사람을 찾으러 가자(이내 명백해지는 것은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책을덮고삶을열다 #정혜윤 #정혜윤_책을덮고삶을열다 #녹스 #출판사녹스 #책 #책추천 #책방 #책탑 #독서 #독서후기 #독서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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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삶을 열다 책을 읽고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책을 보면 예전에 세월호나 이태원이나 제주항공 사고가 많았던 사건처럼 왠지 이 책 보면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책을 덮고 삶을 열듯이 새로운 맘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을것이다. 늘 좋은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책 제목만 봐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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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전 책들을 읽을 때 느낀 점은 정말 방대한 독서 경험이 있고 너무나 자유롭고 감성적인 마음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었다. 이번 책도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작가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 그리고 작가의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읽어보는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쓰고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