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로마 신화 가운데 판도라상자 이야기가 있다. 인간에게 재앙이 도래한 이유가 제우스가 금기시한 마음상자를 판도라가 열어보게 되면서 파생된 스무가지의 악덕(자기애, 무지, 슬픔, 허영,거짓말,과도함,집착,오만,탐욕,비뚤어진 웃음,골육상쟁의 피,잔혹함, 폭력, 운명, 불복종, 불능,이별, 복수)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수많은 악덕 가운데 첫 번째로 튀어나온 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악덕이다? 당시 나는 시간을 악덕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무척 의아했다. 악덕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에 어긋나 나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덕이라는 기준은 분명히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도덕이라는 규범자체는 인간이 만들어낸 테두리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덕의 잣대로 악덕처럼 애매모호한 구분은 없는듯 하다. 그렇다면 인간 악덕의 기준에 다른 무엇 아닌 ‘시간’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야기가 현대 우주론의 끝자락으로 우리를 이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생활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역사인 시간의 사회사를 다룬다. 여기에는 깜짝 놀랄 만한 진실이 숨어있다. 우주론과 시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변화하면, 인간의 시간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다.-p15
시간에 대한 이야기 『시간 연대기』는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시간을 하나로 엮는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과학적 우주론의 탄생까지 궤어나간다. 저자는 시간과 우주의 변천사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만년 전의 수렵과 채집의 생활과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과학의 시대인 현대라는 시간 간극은 어마어마하다. 이만년 전의 하루는 오늘의 일분이나 단 몇초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바로 과학이라는 혁명으로 인해 생활의 모든 패턴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문화의 혁명은 곧 도구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고 신석기 시대의 쟁기의 사용이 혁명의 시작이라면 현재 디지털 문화까지 수많은 우주론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우주와 문화의 변천사는 '물질'이라는 프리즘으로 과학의 스펙트럼을 펼친다.
물질의 개입, 문화, 우주사이의 수수께끼 같이 복잡한 관계는 순환 고리를 이루며 열려 있었다, 문화적 변동은 새로운 종류의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기술은 다시 인간에게 새로운 형식의 체험을 하게 만들며, 이런 새로운 체험은 다시 새로운 형식의 문화 변동을 낳는 것이다.-P73
그렇다면 시간은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일까? 저자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간에 맞추어 의례를 행했던 것, 즉 하루가 여러 차례의 기도 시간으로 나누어졌던 것을 오늘날 시간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이어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가져온 우주론적 개념은 ‘시계장치 우주’ (시계가 보급되기 이전)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결코 넘치지도 않으며, 여름에도 겨울에도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시계장치(오렘)’라며 우주를 표현했다. 행성들의 운동을 정밀한 시계장치를 움직이는 균형잡힌 시소와 비슷하게 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수백년 후의 뉴턴역학으로 이어졌고 산업혁명시대 발명된 가스등의 사용은 과학의 시대를 열게 된다. 이후 과학과 문화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며 문화와 우주론은 더욱 긴밀해지고 복잡해져 간다. 아인슈타인의 '시간조정장치'로 인해 전 세계가 전자기적 동시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러한 시간의 동시성은 상대성이론의 기준틀을 마련해 주었다.
세탁기와 라디오의 등장은 팽창하는 우주론과 빅뱅이론을 정립해 주는데 저자는 문화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이 시간과 공간을 다시 정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과학기술이 생활양식을 지배하게 되면서 빅뱅이론의 모순을 모두 해결해주는 인플레이션이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 이것은 빅뱅(폭발)이전의 우주에 대한 설명에는 부족함이 있고, 빅뱅이후의 우주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미완상태에 있다. 저자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과학과 그 과학이 속해 있는 우주가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이어 영원히 순환하는 우주, 우주가 산산조각이 나 잿더미가 되고 난 후에 끝없이 부활한다는 주기적 우주론과 우주가 고차원 브레인 세계일 것이라는 가정을 제시하는 끈이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역학과 우주의 시작이나 끝이 없는 다중우주까지 문화의 변천사와 함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시간이란 단순히 시계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인 시간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규정될 수 있다.-P315
《멀티 유니버스》의 브라이언 그린이 ‘단 하나의 우주’라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9가지 다중우주(누벼 이은 다중우주, 인플레이션 다중우주, 브레인 다중우주, 주기적 다중우주,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 양자 다중우주, 홀로그램 다중우주, 시뮬레이션 다중우주, 궁극의 다중우주)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론을 펼쳤을 때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가 하나가 아닌 수많은 우주라는 가설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었더랬다. SF영화도 진일보하여 이 우주에서 저 우주로 여행다는 일이 상상만이 아닌 먼 미래일 것만 같은 상상을 주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다변화되고 있는 우주론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주며 새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책이다. 리처드 파넥이 《4퍼센트 우주》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겨우 4퍼센트이며 나머지 96퍼센트 우주의 베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우주론이 변화함에 따라 우주의 시간과 그 기원 역시 달라졌다고 한다. 브레인 우주론,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론, 다중우주론, 끈이론의 풍경, 루프양자우주론등, 문화의 변천에 따라 몇몇이론은 다른 이론들보다 더 완전하게 발달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주라는 무대에 특이하고 새로운 역할을 할 뭔가를 더해져야 했다‘ 는 것이다. 시간이 돈이자 권력이 되는 세상, 영화 <인타임>을 보면 시간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소중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느끼고 살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영화는 시간이 권력이자 힘이 되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시간의 가치를 되새겨보게 한다. 시간과 우주의 긴밀성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우주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어쩌면 판도라 상자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시간은 베일에 가려진 우주의 문을 열어주는 제우스의 열쇠 일런지도.
|
|
기본적으로 '시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혹은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해왔을까, 문화마다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질문을 한다. 질문은 이해하기 위한 발판이다. 과학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질문 없는 과학을 상상할 수 없다. 질문 없이 책을 읽는 것은 그저 시간 때우기에 다름 아니다. 비록 저자가 의도한 질문이 아닐지라도 질문을 해야 하고, 그 질문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혹은 여전히 남는지, 아니면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드는지를 느껴야 한다. 『시간 연대기』는 앞의 질문들과 함께 읽기 시작했다. 이 상당히 문학적인 과학책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그리고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왔는지를 세심하게 탐구하고 있다. 고대에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아가기 시작한 때로부터, 그리스에서 우주에 대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새로운 시간의 의미를 세울 때로, 시계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그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기 시작한 시기를 거쳐, 산업 혁명 시기에 시간이 사람들을 옭매는 시기로, 아인슈타인이 동시성의 문제를 고민하고, 세계가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현대로, 그리고 이제는 이-메일로, SNS로 시간이 쪼개지고 쪼개져 사용되는 21세기로 이어진다. 이 시기들 사이에는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애덤 프랭크는 그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는 것을 물질이 개입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라는 것은 사유만으로 만들어지고 발달하고 변화해온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물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인 셈이다. 이러한 인간이 시간을 이용하거나 시간에 구속되어 살아온 역사를 살펴보는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다름 아닌 우리가 '분침'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더 쪼개진 시간이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실제적으로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바로 '분'이라는 시간 단위이다. 처음 시계가 만들어질 때 '분침'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면서 별로 생각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분침'이 인간의 시간을 새로운 영역으로 몰고 갔다. 바로 산업 혁명 시기에. 그렇게 보면 우리는 아직 그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빅뱅 이론까지 잘 쫓아가던 나의 독서는 빅뱅 이론 이후를 다룬 이론들에서 거의 파탄이 나고 만다. 인플레이션 우주, 다중 우주, 브레인우주, 루프양자우주, 그리고 끈이론 등은 여전히 나의 수준을 넘는 것임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더욱이 이런 우주론들이 시간과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파악을 하지 못한다. 나의 부족함을 탓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간 부분은 있다. 마시모 피글리우치가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에서 진화심리학과 마찬가지로 끈이론을 과학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름 찬성했는데, 애덤 프랭크도 조심스럽지만 끈이론이나 다중우주에 대해서 그리 미덥지 않게 본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아마도 그가 여전히 물리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라 미뤄 짐작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어떤 증명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빅뱅 이론 이후의 우주론에 대해서도 그는 순전히 사유만으로(여기선 순수한 수학적 우주다) 만들어진 우주론이 아니라 여전히 증거를 갖는, 물질이 개입하는 우주론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의 질문. 시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답을 찾지 못했다. 저자는 그 답을 했을 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문화와 관련을 맺고 있고, 시간을 생각하는 관점이 동일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른 시기, 문화에서 받아들인 시간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또 다른 질문을 할 것이고, 또 다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책이다. * 앞에서 슬쩍 언급했지만, 이 책은 상당히 문학적이다. 저자의 문학적 표현이 과학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는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를 얘기하자면 읽으면서 참 즐거웠다. 적어도 그런 부분만큼은. (2015. 3) |
|
저자 애덤 프랭크는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 그는 인류 역사에서 ‘시간’이 갖는 의미를 연대기적으로 통찰한다. 그는 시간을 물리적 측면에서 ‘인간의 시간’과 천문적 맥락에서 ‘우주의 시간’으로 나눈다. |
|
어제 처음 첫장을 읽은 후에 상당히 쉽게 쓰여진 책이라 크게 놀랐다. 다소 어려운 주제일 수 있는 시간에 관하여 쉬운 문체로 쉽게 설명되어진 첫장을 통하여 좋은 책을 구입했음을 확신했다. 앞으로 남겨진 책들의 여러 주제들을 통하여 시간에 관한 여러 다른 사실들을 알아 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시간과 관련된 여러 역사적 사실들에 관한 정보가 다른 책들에서는 보지 못했었던 유니크한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
|
이 책의 각장은 각 시대별로 인류가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황과 실례를 들어서 설명하는데,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도입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인 이해를 각각의 이론이 나온 시대적인 배경과 형성된 과정들을 읽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시간에 대한 일직선적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시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
개인적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관심 갖고 있다. 적당한 때가 되면 '시간'을 주제로 책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정도니. 따지고 보면, 마르크스 <자본론>도 자본가에게 노동자들이 '시간'을 빼앗긴다는 얘기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시간'의 가변성에 대한 얘기 아닌가. '시간'은 정말 매력적인 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 연대기>의 원제목은 ABOUT TIME 이다. 인간이 기술적 문화적으로 진보 및 진화해 오면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시간 개념과 더불어 우주를 보는 관점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 시도는 매우 거대한데, 그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래도 교양서로서 충분히 일독의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끈이론과 다중우주 등이 나오는 부분은 제대로 이해하며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대학 때 맛보기라도 했으니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는데, 그 이후의 얘기들은....... ㅋㅋㅋ 내 교양이 부족하다. 사실 그런 이론들은 내가 직접 수식을 유도하거나 풀어봐야 정확히 감을 잡을 수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