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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이 하나같이 소중했다. 이 중 단 하나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아야 했다니, 이번 심사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된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설레었다. 이주란, 김성중, 김연수, 임선우. 내가 애정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한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서장원, 최예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더했다. ------ 💬 가장 인상 깊었던 세 편 🌿 이주란 〈겨울 정원〉 올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답다. 화려한 소재는 없지만, 잔잔한 일상 속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힘이 있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솜뭉치처럼 답답하게 뭉쳐 있었다.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인간의 무력함, 그저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일’만이 남는 현실성. 이주란 작가 특유의 감성은 여전히 짙고, 나는 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p.7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는, 그리고 삶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거창한 다짐으로 무언가를 자꾸만 하려고 하지 않아도, 겨울 정원을 가꾸듯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것. p.32 그동안엔 누가 보지도 않는데 누가 보는 것처럼 너무 조심하며 살았었구나. ------ 🤖 김성중 〈새로운 남편〉 김성중 작가다운 신선한 설정과 흡입력. ‘나와 만나면 어떨까?’라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AI 남편이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펼치는데, 어쩌면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인생에서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짧지만 강렬했다. p.55 아무리 그가 인간의 모사품이라고 해도 이 눈빛만은 진짜다. 그리고 나는 이 눈빛이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p.59 상실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혼자 남겨지는 데 불안을 느끼는 것, 습관대로 행동하는 것, 습간이 아무리 부조리하더라도 바꾸는 대신 고통을 감내하는 것, 그건 바로 내 모습이었다. p.62 사랑으로 인한 불행을 모두 '숭고하다'고 가르쳐준 책들의 잘못된 교육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서재에 꽂힌 고전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인생을 건 모험들이 가득하다. 삶의 미로에서 길을 잃었을 때 그런 책들이 지도나 나침반이 되어준 적이 있던가? 불행에 의미를 붙이면서 항상 더 복잡한 미로에 뛰어들도록 종용하지 않았던가? ------ 🌏 김연수 〈조금 뒤의 세계〉 김연수 작가의 문장은 언제나 따뜻하다. 그의 문장을 빌려 토닥임을 받고, 철학적인 구절에 가슴을 얻어맞는다. 두 문단을 통째로 필사할 만큼 마음을 빼앗겼다. 사랑한다, 사랑해.... 이 소설 한 편으로 하루가 고요하게 정화된다. p.103 "저는 조금 뒤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나뭇잎을 잡아당길 때 힘을 주지 않았어요." p.105 "매일매일의 구름 앞에서 우리 인간은 말이야, 무기력한 존재야. 구름의 모양은 제멋대로 펼쳐지지. 우리는 구름의 모양을 만들거나 옮길 수 없어. 언뜻 보면 스티글리츠의 구름 사진은 그런 인간의 삶을 은유하는 것 같다.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불규칙하고 우연적인 인생의 풍경을 찍은 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그거 아니? 계속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구름만 있는 건 아니라넌 거. 스티글리츠가 매일매일 찍은 건 구름만 있는 건 아닌 풍경인 거야. 모든 사람이 구름만 보고 있을 때, 스티글리츠는 포기하지 않고 거기에는 구름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찍었어. 그 사진들 이후로 사진은 하나의 예술로 자리를 잡았지. 모두가 끔찍하다고 말해도 끔찍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다른 걸 보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 하는 일이야. 이 현실에는 현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다른 것에 집중할 때, 너는 네 인생을 바꿀 수 있어. 그 다른 것이 바로 꿈이야. 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어. 알겠니?" ------ 오늘 하루가 뿌듯하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행복을 안겨준 작가님들과 출판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좋은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했다. 선물하기도 너무 좋은 책,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독서빈 평점 5/5 #2025년김유정문학상 #2025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 #은행나무 #겨울정원 #이주란 #김성중 #김연수 #서장원 #임선우 #최예솔 #단편소설 #소설집 #소설 #독서 #독서빈 #독후감 #독서평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북리뷰 #책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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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김유정문학상을 잊고 있었다. 문학상작품집을 잘 챙겨보는 편인데, 왜 잊었지. 집에 책장에 문제가 생겨 정리하던중 한쪽 구석에 꽂혀있더 이 하얀책을 발견했다. 이주란 작가님의 겨울정원. 이 책을 읽으며 12년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30여년전 그때도 할머니였던 할머니께 나는 물었다. “할머니는 무슨재미로살아?“ 할머니는 당시 이 책 속 혜숙의 나이보다 조금 많았던 나이였다. 이 이야기는 내가 던졌던 철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30년이 지나서야 듣는 기분이였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것 같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누군가의 하루가 숨어있는지. 이것은 어쩌면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나에게 다가올 노년역시 청년이였던 나와 다름이 없음을 알게하는 것 같았다. 청소일을 하는 혜숙. 어느날 평범한 일상을 탈피하고자 도서모임을 나가 오인환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어찌하다 이어진 인연으로 설렘을 이어가는 삶. 고저가 없는 듯한 삶으로 보이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삶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 삶을 모욕이나 힘듦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어른의 삶인걸까. 마치 묵묵히 돌보지만 아직은 보이는것 없는 겨울정원같이. 그래도 어느 순간 봄이 온다면 무엇이든 피어나겠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이드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을 받아들이면서도 하루를 살아내는 삶 속에는 보이는것보다 역동적이고 생생한 누군가의 인생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잔잔했지만, 가슴 치는 이야기였던 겨울 정원. 김성중 작가님의 새로운 남편. 와. 이 이야기는 뭐랄까. 분명 SF 소설임에도 왜 SF같지가 않지. 싶었다. 가족으로 특히나 남편으로 인해 고위험 환자들에게 권해졌던 ‘새로운 남편‘이라는 프로그램. 이것은 어떤 약도 듣지 않았던 아내들에게 남편이라는 모습을 가진 홀로그램과 함께 지내며 일상을 치유하는 일종의 시험 프로그램이였다. 홀로그램은 남편의 모습,행동을 그대로 복사하지만, 그 안에 친밀함이라는 점을 추가하는 등의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 유령신랑. 여기까지는 분명 SF다. 아직 우리에게는 오지 않은 미래니까. 근데 이 시험의 결과는.. 몇명은 하차를 선언했다. 무섭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도 몇몇은 유령신랑으로 인해 남편에게 더 애정을 갖게되었다. 그 물건들이 남편을 대신할수는 없었던 것. 가장 충격적인 점은 나머지 몇은 결국 그 유령남편도 본래 남편과 동일한 남편이 되어버린 것이였다. 다른 식으로 사는것이 두려웠던 아내들이 그들을 현재의 남편처럼 만들어버린 것이였다. 이 시험을 진행했던 ’나‘는 내담자들의 경험을 알기위해 나도 ‘새로운 남편‘을 발주했다. 이 이야기의 본격적 스토리는 여기부터다. 내가 받은 ’새로운 남편 - 준’ 처음에는 물건이였고, 그다음에는 손님이였고, 그다음에는 타자였다가, 그다음에는 반려가 되어버린. 그래서 홀로그램이 아닌 ‘육화’한 그를 만들기위해 떠난 여행에서 다시 만난 내담자. 만약 내게도 유령남편이 있다면. 그는 진짜 남편일까. 아니믄 그것일까.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영화 속에서 그는 로봇으로 만들어졌지만 가장 오래살았던 인간으로 죽었다. 그렇다면 ‘그‘ 남편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언캐니벨리. 불쾌한 골짜기라는 감정적 부정을 넘어서는 어느 미래에는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이야기…. 나와 감정적으로 완전한 기계. 홀로그램이지만 감정을 읽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 “우린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잖아요, 선생님.” 그녀는 조용히 차를 마시며 바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가 바란건 평화뿐이에요.”‘ p.71 이밖에도 임선우 작가님의 ‘사랑접인병원‘은 뭐랄까 현재의 감정과 관계의 유지를 위해 우리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케했다. 영원한것이 없기에 영원함을 증명할 수 있는 행위의 끝을 보는 것 같아 사랑이 두려워지는 이야기이면서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싶었던 내게는 기묘한 이야기였다. 최예솔 작가님의 ’그동안의 정의’는 아주 오래전 연이 끊어졌고, 그래서 잊고 살았던 윤정수 나의 오빠의 사망소식과 함게 찾아온 윤정수의 부인 장현아. 그리고 그들의 딸 윤현수. 어쩔수 없이 당분간의 보육을 맡게된 나 윤정의의 이야기. 윤현수와 지내는 시간속에서 오빠 윤정수를 떠올리고,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나의 삶을 떠올리게되는 이 이야기가 왜 그렇게 슬프면서 따뜻했을까. 그리고 서장원 작가님의 ‘히데오’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상처로 가득해 숨어있던 한 인간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면서 보여지는 어떤 과정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했다. 상처로 인해 자신을 정의할 수 없었던 인간이 상처없이 자란 영도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보여지는 것이 다는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상처가 더이상 상처가 아니게 되었을때 히데오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했던 작품이였다.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싶을정도로 각기 다른 주제의 이 소설들이 다양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이래서 수상작품집을 읽는가보다는 생각을 다시했던 책.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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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인 이주란 작가의 <겨울 정원> 외 수상 후보작인 5인의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책을 읽는, 특히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별로 없는 요즈음 시대에도 꾸준하게 작품을 발굴하고 수록하는 발행인이 있다는 것에 문학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모쪼록 작가들은 재미있고 참신한 글들을 써주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독려하는 문학상과 작품집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