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의 꾸짖음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을 단 이 작품은 당대의 지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하고 있다. 그것도 풍자라는 형식을 빌어서 우습고, 한편으로는 쓰라리게 그 모습을 그렸다. 북곽선생이라는 자는 식견이 있고 학문도 원숙한 경지에 이르러서 저술도 하고, 세인들의 존경을 받는, 한마디로 당대의 뛰어난 학자,선비, 대단한 양반 이었다. 그런데, 겉볼안이라는 말은 영 틀린말인지 그 거룩한 명성의 겉막을 들추어 보면 거기에는 음욕을 참지 못하는 남자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서 구차하고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는 사나이가 있는 것이다. 북곽선생님으로 대표되는 거룩한 학자연(然), 선비연(然)하는 자들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북곽선생을 포함하고 있는 전 지배층의 모순과 허위와 위선에 찌든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데, 수절 과부로 알려지고 있는 작품의 동리자 또한 '그 아들들은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라는 단 한문장으로 신랄하게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재미 있는 부분은 북곽선생이 동리자를 마주하고 시를 읊는 장면이다. 제법 점잖게 읊는 그 시에 '가마솥과 세발 솥은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하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는 북곽의 진짜 사람됨을 알수있는 것들이 숨어있다. 가마솥과 세발솥은 각기 여자와 남자를 뜻한 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의 북곽선생은 호랑이 앞에서 절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가, 호랑이가 사라지자 나타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자 '이른 아침에 왠 치성을 드리십니까?'하는 물음에 특유의 위선으로 이렇게 둘러댄다. '성현 말씀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수 없다.'하셨느니라. 당시의 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학자 집단과 그들이 계도해 나가는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박지원의 예리한 비판 의식을 볼수가 있는 작품이다. 허위와 위선에 가득찬 사람들. 우리가 존경의 념을 품고 있는 그 누구도 이런 자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몹시 씁쓸하다. 가련한 인간의 이중성이여. 허위 의식이여........부끄럽지 않은가? |
| 연암 박지원을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천재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싶다. 15살이라는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에 처음 글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20세 무렵에는 이미 문단에 두각을 나타내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을 두고 흔히 사람들은 조선 양반 사회를 빗대 놓고 빈정거린 풍자가라고 칭하지만, 그건 그의 일면일 뿐이다. 박지원은 단순한 풍자 문학가이기 이전에 나라의 위태로운 장래를 앞서 내다본 선각자이자, 실용주의와 균등주의를 부르짖고 실천에 옮기려 힘쓴 혁명가였다. 연암의 혁신적인 사상과 신선하기 이를데 없는 문체는 당시의 낡고 썩은 선비들의 머리를 씻어 내고 가슴에 서늘하게 한 것임에 틀림없다. 연암의 문체가 정통의 글투에서 벗어난 점잖지 못한 것이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그의 자유 분방하고 힘에 넘치는 문장이야말로 우리 나라 어느 대가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뛰어난 것이라고 하겠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호질'과 '양반전'도 바로 연암의 이런 사상과 문체를 잘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양반을 풍자적으로 묘사하였다는 생각과 어떻게 저런 식으로 비꼬아서 핵심을 찌를 수 있냐는 감탄이었다. '호질'은 말 그대로 호랑이의 질책이다. 북곽 선생이라는 이름난 학자가 열녀로 소문난 동리자라는 과부와 놀아나다가 들켜 도망하는 중에 거름통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정말 박지원의 놀라운 풍자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양반전'에서 양반이 되려 했던 부자가 양반의 너무나 짐승보다 못한 행실을 듣고 "이런 맹랑한 것이 어디 있는가! 날더러 도둑놈이 되라는 거나 같지 않은가."라는 말을 남기며 다시는 양반 소리를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정말 같은 양반으로서 그들의 치부를 통렬하게 꼬집어 내는 용감함에 박수를 보냈다. 박지원이 실행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세계가 지금은 존재하는 것일까...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그가 부르짖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그가 비판하던 양반의 부조리한 생활이 지금은 기득권층이라 불리는 사회의 지배세력들이 똑같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주변의 이목과 권력층에 대항하여 박지원처럼 이런 사상을 피력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