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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유 없이 걸음을 늦추게 될 때가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사람인지.
학교를 졸업한 지는 오래되었고, 직장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진 나이가 되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처리하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설렘은 점점 희미해졌다. 공부는 학생 때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고, 배움은 젊은 시절의 특권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SNS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학문의 즐거움』을 만났다.
처음에는 세계적인 수학자의 성공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처음엔 공부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결국 한 사람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세계적인 수학자이지만, 책 속의 그는 의외로 평범하고 인간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히 뛰어난 학생도 아니었고, 자신의 미래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고민과 방황, 그리고 우연한 만남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 부분을 읽다가, 괜히 내 지난 시간이 같이 떠올랐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도 철저한 계획보다는 예상치 못한 기회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우연히 시작한 취미가 삶의 즐거움이 되었고, 뜻밖의 만남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는 늘 정답을 빨리 찾으려 했고, 결과를 서두르며 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인생은 서두른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는 건 아닐 텐데, 사람의 변화도 그런 식으로 조금씩 쌓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학문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였다.
그는 공부를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냥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계속 파고들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경쟁이나 성취보다 질문 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부끄러워졌다.
돌아보니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게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될까’를 먼저 따지고 있었다. 배움의 즐거움보다 효율과 결과를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은 달랐다. 이름 모를 곤충을 관찰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끝없는 질문을 만들었다. 아무런 목적도 없었지만 궁금했기에 즐거웠다.
『학문의 즐거움』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그 호기심을 다시 깨워준 책이었다.
읽기 전에는 학문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는 동안에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난 지금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남는다.
이 책은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보다 오히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들에게 더 깊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익숙함 속에서 배움의 설렘을 잊어버린 사람, 결과만 좇느라 과정의 의미를 놓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뭔가를 가르쳐주기보다는,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어떤 질문을 안고 살아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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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학문을 성과나 경쟁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의외로 소박하고 따뜻하다. 잘하려 애쓰기보다 꾸준히 즐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 공부에 지친 사람에게 부담 없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연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