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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레트 바틀러에 열광하지만, 난 역시 스칼렛은 애슐리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애슐리보단 레트가 훨씬 생활의 매력이 있고, 열정적이고... 여타 등등의 레트 찬미론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칼렛이 사랑한 건 애슐리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스칼렛을 사랑한 것은 레트였고, 애슐리는 애초에 그녀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 비극.
본질적으로 자기 중심적이고 즉물적인 스칼렛이 애슐리 앞에서만은 부드럽고 상냥한 그 시대 남부 여자의 전형적인 이상형을 보이려고 애쓰는데, 다른 남자들에게 매력을 과시하는 것이 대체로 일정한 목적이나 허영심, 또는 복수심리에 의한 것이었다면 애슐리 앞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때로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애정이라는 게임에 꽤 능수능란하면서도 정말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그냥 대놓고 고백해버리고, 매달리고, 착각하고, 라이벌을 헐뜯고, 질투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등 완벽하게 멍청하고 순진한 서툰 실수들을 해버리는데, 그런 행동이 도리어 진심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애초에 스칼렛과 같은 타입은 절박할 경우엔 정면승부밖에는 없는 것이다.
반면에 레트에게는 독설도 서슴지 않고 이기적인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등 한마디로 전혀 여자다운 양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지 않다. 레트는 그런 모습을 재밌어하고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결국 나중엔 진저리를 치면서 떠나버리지 않나. ㅋㅋ
사실 여자가 내숭을 떨지 않는다는 것은 그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근본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에 다름없다.
스칼렛에게 레트는 매력있고 즐거운 상대였겠지만 마지막까지 사랑의 대상은 아니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버림받는 그 순간까지... (게다가 조금만 상처를 입혀도 피를 흘리며 잔인하게 보복하려고 덤벼드는 레트는 스칼렛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인간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와 다른 것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결국 지극히 남성적인 레트에게 매력(다분히 성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을 느끼는 것과는 별도로 애틋하고 순수한 첫사랑은 처음부터 애슐리의 몫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듯이 그런 사랑도 나중에는 식어버리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뇌까리듯이 실체 없는 허상을 사랑했다는 후회는 사실 첫사랑의 환상이 깨진 모든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닐까.
나중에는 레트를 사랑한다고 매달리지만, 첫사랑의 환상에서 막 깨어난 충격에 옆에서 자기를 사랑해 줬다고 생각되는 남자에게 심정적으로 의지하는 것에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스칼렛의 머릿속에 환상적인 '사랑'의 개념을 구체화한 이성은 애슐리밖에 없었고, 다른 종류의 애정도 있을 것이라는 현실과의 타협을 일찌감치 하지 못하고 자기를 돌아봐주지 않는 남자에게 집착한 것이 안타까운 결말의 원인인듯. (레트를 일찌감치 좋아했더라도 잘 됬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레트는 집착이 심하고 이기적인 연인이다. 딸네미한테 하는 거 보면 알듯이 좋아하는 사람을 망쳐놓는 스타일이라고 봐야 할 듯. 게다가 잔인하기도 하고.)
차라리 애슐리하고 한달이라도 사귀어봤다면 금방 환상이 깨졌을텐데, 그 방면에서 본다면 애슐리는 거의 선수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잡힐 듯 안 잡힐 듯하는 고집스러운 마음만큼 이성에게 매력적인 것은 없으니.
재밌게도 그것이 레트가 스칼렛을 끈질기게 사랑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책에서는 스칼렛의 시선으로 16살때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금발의 애슐리를 참 아름답게 묘사한다. 10년을 넘게 지속되는 감정이 어느 햇빛이 환한 날의 2-3초의 시각적인 효과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애슐리나 레트 중 누가 더 나은가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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