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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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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이력을 보면 불과 16세 때 <원추곡선론>을 저술할 정도로, 대단히 명철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저 시기에 기초를 다져 둔 수준에서, 오늘날의 이차곡선 기본 이론이 별반 크게 발전한 바가 없을 정도이며,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한국 중등 교육 과정에서도, 고3까지 올라가 봐야 파스칼의 저 책에서 다룬 내용보다 더 높은 이해와 스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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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이력을 보면 불과 16세 때 <원추곡선론>을 저술할 정도로, 대단히 명철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저 시기에 기초를 다져 둔 수준에서, 오늘날의 이차곡선 기본 이론이 별반 크게 발전한 바가 없을 정도이며,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한국 중등 교육 과정에서도, 고3까지 올라가 봐야 파스칼의 저 책에서 다룬 내용보다 더 높은 이해와 스킬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저 저술이 나온지 거의 오백 년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당대 살롱의 주류였던 자유사상가, 계몽주의자들과 교류하며 문명을 떨치고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낸 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형이하의 학문 영역은 낮은 평가를 받았던 까닭에, 그는 우수한 두뇌를 수학, 자연과학 쪽에 "썩히기"를 거부하고, 철학과 신학, (오늘날의 용어로) 사회과학에 가까운 지적 영역에서 재능을 드러내었습니다. 아마 그가 좀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다른 쪽에 바쳤다면, 후세의 우리들은 이 천재의 보다 폭 넓은 공헌에 힘 입고 있었을 텐데, 언제나 그렇듯 천재를 망치는 건 범속한 바보들입니다. 그나마 21세에 결투로 요절한 갈로아 같은 이보다는, 처세에 있어 더 원숙함을 드러냈던 게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여튼 개인의 힘으로 거부할 수 없는 그 시대의 낡은 관행에, 상대적으로 덜한 거부감만 드러낸 채, 아니 오히려 적정선을 넘은 적응을 보인 처신과 지적 작용의 결과물이 바로 이 수상록, <팡세>입니다. 저의 고교 은사님은 기독교 신자이셨는데, "기독교 신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이 작품을 꼽곤 하셨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라고 해도 종파의 입장이 워낙 다양하게 갈라져 있는 게 사실이고, 그가 깊이 몸담았던 얀센주의는 가톨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분파입니다. 이 얀센주의(장세니즘)와 예수회(제수이트) 사이의 대립은 매우 유명하며, 이를 배경으로 삼은 프랑스 소설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현대의 세련된, 그리고 잘 정리된 기독교 각 종파의 이론 구조를 고려하면, 과연 이 책의 챕터 곳곳에서 펼쳐지는 주장이 얼마나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어차피 시대가 바뀌면 가치와 효용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는 윤리철학, 신학보다는, 결과가 명쾌하게 나와 떨어지는 수학, 자연과학 분야에 그가 더 고밀도로 헌신했다면, 다른 이들에게나 자신에게나(타인이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얼마나 더 유익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다시 드는 대목입니다.

"기하학적 정신"과 "섬세한 정신"의 대립 논변이 흥미를 끕니다. 재미있는 것은, 말년에 들어 도에 넘치게 겸손해진 그였지만,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이야말로 이 두 "대립하는" 정신을 한 몸에 지녔던, 기이하고도 드문 천재의 전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그는 이 대목에서,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이 "양립하기 힘든 두 정신"의 특징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기하학적 정신"의 대표자로 기억되는 찬란한 업적을 남긴 그는, 이 방대한 저서 내에서 내내 "섬세한 정신"으로, 무지한 당대인들이 채 목격하지 못한 상식과 현상의 이면을 잘 캐치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섬세한 정신은 "기독교적 양심, 죄책감"으로 위대한 승화, 혹은 타협을 이루며,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엉성한 구석이 너무도 많은 이 책을 통해 "재기 뿐이 아닌, 성실함을 갖춘 영혼"의 치밀한 논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v*****7 2014.08.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