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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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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요즈음, 책만 잡으면 자기를 봐달라고 신경질을 내는 딸을 살살 달래가며 겨우 겨우 오랜 시간에 걸쳐 체홉의 단편집을 읽었다. 고전 단편의 재미가 이렇게 새록새록 더해지는 이유는 단편집 하나를 읽어가면서 여러 작품들을 비교하여 내멋대로 해석하고 나도 모르는 새 작가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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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요즈음, 책만 잡으면 자기를 봐달라고 신경질을 내는 딸을 살살 달래가며 겨우 겨우 오랜 시간에 걸쳐 체홉의 단편집을 읽었다. 고전 단편의 재미가 이렇게 새록새록 더해지는 이유는 단편집 하나를 읽어가면서 여러 작품들을 비교하여 내멋대로 해석하고 나도 모르는 새 작가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월을 통해 인정받은 고전들의 의미를 나는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인생에 대한 생각들로 단편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아무래도 읽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아무튼 체홉의 여러 종류의 단편 또한 그랬다. 체홉의 다른 단편이나 장편, 희곡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이지만 꽤 여러 편의 중, 단편이 실려있는 이 작품집을 보면서 자각을 촉구하는 경고성 작품, 그리고 사회풍자적인 작품, 아니면 인생의 슬픔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종류를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루고루 편집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편이다. 단편집의 타이틀이 '귀여운 여인'인 것이고 이 책에서 일순위로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체홉의 단편 중 상당히 비중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귀여운 여인이란 그야말로 귀여운 여인에 불과하다. 자신의 의지와 의견이란 도무지 없어보이고 항상 누군가-남편-에 의지하여 그 의지한 사람에 맞추어 의견도 생기고 생활이 생기니 말이다.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여인이 되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귀염을 받기를 원하는 그런 종류의 여자를 그려내는 것으로 작가는 마치 여자들에게 그러한 수동성을 벗어나라고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두번째로 바로 실린 작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썼다는 '약혼녀'라는 작품 또한 귀여운 여인과 비슷하게 여자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와 커다란 공감대도 없이 그렇다고 아주 큰 사랑도 없이 결혼하는 여자들에게 그렇게 살지말라고 충고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또한 '혼수'라는 소설에서 결혼을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는 어머니와 딸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풍자하는데 주변을 돌아봤을 때 마냥 우습기만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의 사회에서 그러한 상황은 그렇게 우스울 수만도 없다. '6호실'이라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중편은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를 담은 것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유없는 불안감과 쫓기는 감정을 매우 잘 표현한 작품이지 싶다-이렇게 감상을 쓰는 내가 매우 주제넘긴 하지만은. 나 또한 이유없이 어떤 자리에서 내가 범인으로 몰리는 것은 아닐까, 아무 이유도 없이 잡혀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신경증적인 불안증세를 느낄 때가 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라든가 '사랑' 그리고 '아내'라는 단편에서는 불륜과 인륜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으며 결혼을 해 본 사람이거나 결혼한 사람에게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내가 내린 결론이나 마찬가지로 체홉 또한 어차피 사랑의 끝은 다 똑같으니 그냥 지금의 세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 세 단편 중에서 특히 '아내'라는 단편의 끝은 정말 허무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피식. 하고.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상대에 따라 의견이 수십번 바뀌는 경찰의 태도를 '카멜레온'이나 우연히 높은 분의 머리 위에 재채기 한 번을 하고서 그로 인해 생길 일을 염려하여 지나친 불안에 떠는 내용의 '어느 관리의 죽음' 에서 나, 곧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씁쓸한 웃음을 웃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늘 자신을 포장하고 꽁꽁 싸매고 다니는 '상자속의 사나이'라든가 -이 단편에선 왜인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내가 죽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일선에 나서서 마차를 몰며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자신의 슬픔을 하소연하고 싶어하는 '우수'에서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같은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극한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이 만나 어떻게 결말을 이끌어주는가 궁금케하던 '적'이란 소설의 결말은 한마디로 황당 그 자체다. 의사의 디프테리아에 걸린 아들이 죽은지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아 동네에 하나뿐인 의사라며 자신의 위독한 아내를 봐달라고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 때 책장을 넘기기에 앞서 나는 절로 내가 의사가 되어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또 남자가 되어 내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참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죽지 않은 자를 살려야 할 것이라는 결론에 내가 도달했듯 의사는 역시 고민하다가 금새 진료를 하게 되면 데려다준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는 그 남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 집에 간 후는 그야말로 반전이므로 얘기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염세주의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등불'이라는 단편은 나에게 자꾸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방해했다. 그들의 염세주의에 대한 논쟁 속으로 빠져들었다 싶으면 어느새, 나는 자꾸 내 자신의 인생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우 오랜 시간 이 단편에 매달렸던 것 같다. 같은 페이지의 반복. 그 이야기의 골자는 이렇다. 어느 노인과 스무살의 젊은이가 대화를 하면서 노인은 염세주의, 허무주의에 대한 사상에 빠지는 것은 젊은 이들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한 사상은 현재의 가치있는 것들으 모두 부정하게 하여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대신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모든 것을 경험한 자기 같은 나이 든 사람에게의 자연스런 염세주의란 문제가 될 수 없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젊은이는 어떠한 사상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 비판하고 그의 사상을 우습게 받아들인다. 어느 누구에게나 염세적인 성향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성향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성격과 생활이 바뀔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순간순간 염세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을 인생이란 있기나 한건지. 짜임새 있게 인간이 사는 모습을 추하게든 슬프게든 여러 각도에서 얘기하는 체홉의 단편들 중에서 특히 '위험한 손님'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할 수 있다. 그 단편은 나,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들이 고민하거나 논쟁을 벌이게 되는 종교적 소재인데 하나님 아래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하나님의 자비를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타인의 위기 앞에서 비겁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비겁함을 탓하는 용기 있는 자는 종교인일 수도 있고 비종교인일 수도 있겠으나 그 어느 쪽이건 간에 그런 비겁한 종교인을 대하는 태도가 우스울 테고 종교라는 자체에 회의를 가질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용기가 있고 힘도 있고 위기에 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아니면 자신감이 있다면 종교에 의지할 필요와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비겁할 수 밖에 없었던 노인에게 동정의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우리에겐 책이 있죠. 그러나 그것은 산 대화나 직접적인 교제하곤 전혀 다릅니다. 서툰 비유겠지만, 책은 악보이고 대화는 노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색적인 인간이라면 성장하여 성숙한 의식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자기가 앞으로 전진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감옥 같은 데서 서로 비슷한 불행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훨씬 마음이 놓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에 이어서도 분석적이고 철학적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고귀하고 자유로운 사상을 서로 교환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사람들은 인생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지낼 수 있습니다. " "단지 얼어붙어서 공기중에 날아다닐 뿐이라면 구태여 고매하고 지극히 높은 지성을 가진 인간을 허무 속에서 끄집어내어 마치 우롱이라도 하듯 다시금 흙으로 변하는 존재로 바꿔 버릴 필요가 어디 있는가. " -'6호실' 중 "전체적인 정적 상태, 어머니의 자세, 의사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무엇인가 사람을 끌어당기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은 것, 즉 섬세한 인간 슬픔의 포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베어 나오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당장 이해하고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은 익힐 수 없고, 오직 음악만이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 아름다움은 음울한 정적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 "대체로 말이라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고 의미가 깊은 것일지라도 평범한 상태의 사람들만 움직일 수 있을 따름이며, 행복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을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행복이라든지 불행이라든지의 표현으로서는 침묵이 언제나 가장 적절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말 없이 있을 때에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며, 묘지에서 낭송되는 정열적인 조사는 제삼자들만을 감동시킬 뿐, 죽은 사람의 미망인과 자식들에게는 거추장스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 - '적'중
l******e 2005.02.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러시아 서민들의 삶에 대한 크로키
"러시아 서민들의 삶에 대한 크로키" 내용보기
안톤 체홉의 단편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생의 무수한 단면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생의 어둡고 우울한,건조하면서도 음습한 일면 또는 유머러스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에 대한 일화 이 책은 19세기 말엽의 러시아의 수많은 다양한 계층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의 수많은 파편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를
"러시아 서민들의 삶에 대한 크로키" 내용보기
안톤 체홉의 단편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생의 무수한 단면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생의 어둡고 우울한,건조하면서도 음습한 일면 또는 유머러스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에 대한 일화 이 책은 19세기 말엽의 러시아의 수많은 다양한 계층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의 수많은 파편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회 전반의 온갖 부정,허위,부패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의 서민들 체홉의 단편들속에 인물들은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한것이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 꾸려가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고 대견하게 느껴짐은 그만큼 체홉의 문장이 우리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섬이라는 것은" 소년은 커다란 소리로 읽어 갔다 "육지의 일부로서,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것을 말한다" "섬이라는 것은 육지의 일부로서......" 그녀도 따라서 말했는데,이 말이야말로 그녀가 오랜 세월동안 빠져있던 침묵과 생각의 공허를 깨고 처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말한 주견이다.
r***y 2001.08.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