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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 또는 化)란 사랑의 증거 <아무튼, 야구>를 읽고 “오늘은 ‘승요’가 출동하니깐 이길 거에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다가 ‘여성(이 이번 주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동료가 말했고, 같이 자리한 사람들 가운데 딱 한 사람만 빼고 모두가 ‘오’하며 호응한다. 그는 다름 아닌 나였고, 스스로 눈치 없음을 눈치보면서 물었다. “승요가 뭐예요? 선수 이름인가요?” 다들 알다시피 정답은 ‘승리 요정’이다. 본인이 경기장에 직접 관람가면 응원하는 팀이 이길 때 쓰는 말로 특히 야구 경기에서 자주 쓰인다. 나름 ‘야(구)알(지)못(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자부했는데 ‘뜬금포’를 날린 탓에 동료들의 얼굴에 폭소인지 실소인지 모를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다. 이번에 직관한 아무튼 시리즈의 주제가 바로 ‘야구’이다. 언젠가는 한 야구 전문 기자가 저자로서 우리나라 야구 선수와 역사에 얽힌 에피소드를 대방출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의외로 위고 출판사(를 감독이라고 치자)는 그런 뻔한 전술을 버리고 <아무튼, 야구>라는 경기를 위해 야구에 입문한지 몇 해 되지 않은 미술인이자 출판인을 글쓴이(신인 투수)로 등판시킨다. 어릴 적부터 공만 봐도 얼굴빛이 변하고 몸이 굳을 정도로 구기 종목 자체에 무관심했던 저자가 야구에 진심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퍽 흥미롭다. 아무튼 시리즈(리그)를 좋아하는 독자(팬)으로서 경기 결과를 평하자면, 완봉승 또는 완투승은 아니더라도 QS(퀄리트 스타트, 선발쾌투)에 버금가는 투구라고 하겠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무수한 숫자와 서사를 품고 있다.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는 천만 관중 동원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앞서 승요 얘기로 잠시 돌아가(승요의 뜻을 몰랐던 이유를 변명하)자면, 프로야구와 같은 해에 태어나 ‘국민’학교를 졸업한 나 역시 그야말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안 어른들을 따라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경기 중계를 시청하면서 어린 시절의 (겨울을 제외하고) 주간 저녁과 주말 오후를 보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만화 『슬램덩크』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따라 야구계에서 농구계로 떠나온 까닭에 야구 관련 신조어에 무뎌진 것이(라고 자위한)다.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자. 야구를 좋아하지만 그 야구가 저자를 화나게 만든다. 그가 응원하는 팀 ‘한화’(인 것이 발음상 그렇게 들려서인지 몰라도)에 화난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확히는 팀이 아니라 구단주가 불꽃 축제와 전쟁에 각각 사용되는 폭죽과 무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라 자연환경과 세계평화를 헤치는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다른 팀들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경기에 져서 화나고, 다음날 경기에 이기면 어제는 왜 졌는지 몰라서다. 이밖에 화(火)가 난다기보다 변‘화(化)’를 바라는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야구 시장에서 여성팬을 남성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여자 야구선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지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이처럼 야구계의 난제에 대하여 돌직구를 날리는 글도 좋지만, 무엇보다 야구라는 세계를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문학적 눈길로 풀어낸 글들을 통해 ‘한 방 있는’ 책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테면 알베르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에 빗대어 야구팬의 순수한 분노를 한 세계에 대한 저항으로 읽어낸다.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한 세계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세 가지 선택지는 스스로 죽거나 혹은 신을 믿거나, 아니면 직면한 혼란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즉 ‘반항’하며 사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 예측하기 어려운 야구 경기를 직접 플레이하거나 지켜보는 사람들ㅡ감독과 코치진, 구단 관계자, 팬ㅡ이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것(59쪽)”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너무 좋아하다 보면 기대도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자기 또는 타인을 탓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럼에도 야구(를 포함한 수많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지구)인들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경기장을 찾거나 경기 중계방송을 켤 수밖에 없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마음이 어디 야구에서뿐이겠는가. 각자의 삶에서도 필요한 태도이기에 선발로 뛰지 못했다고, 공을 잘 치거나 던지지 못했다고, 도루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지난날의 실수와 실패를 딛고 서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홈플레이트를 향해 자기만의 공을 던지면 되고, 선구안을 길러 볼넷이든 공을 스윗스팟에 맞추든 '집'으로의 귀환을 위해 또 달리면 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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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좋아하지만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건 야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활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공놀이(?)를 감상하는건 좋아합니다. 겨울에도 농구와 배구, 핸드볼, 축구와 같은 공놀이를 볼 수 있지만 야구와는 비교 할 수 없습니다. 여고 1학년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시작된 저의 야구 사랑은 30년이 넘었습니다. 혼자 조용히 있기를 즐기며 어느 한구석에서 존재감 없이 있지만 야구 얘기만 나오면 저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나는 점점 화가 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 p.54 - 가끔씩 야구 중계를 보다 제 모습에 놀라기도 합니다.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는 작가님의 말이 너무 공감됩니다. 이 책은 공을 무서워하는 작가님이 몇 년전부터 야구 팬이 되어 야구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응원하는 팀이 달라도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 <아무튼, 야구>와 함께 오늘도 야구를 즐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