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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참회록이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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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의거울#실천교육교사모임서평#푸른칠판#진우의거울#김인규1. 책이 도착한 지 3주가 되어 가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구깃구깃한 건 증정본이고 빳빳한 건 존경하는 특수교사 선생님께 드릴 선물이다. 다 읽고 나니 한 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이해교육 몇 번 하는 것보다 장애인의 부모이자 교사로서의 이야기가 우리 교사들에게 더 확실한 울림으로 다가올 거라는 확
"윤동주의 참회록이 생각이 났다." 내용보기
#진우의거울
#실천교육교사모임서평
#푸른칠판
#진우의거울
#김인규

1. 책이 도착한 지 3주가 되어 가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구깃구깃한 건 증정본이고 빳빳한 건 존경하는 특수교사 선생님께 드릴 선물이다. 다 읽고 나니 한 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이해교육 몇 번 하는 것보다 장애인의 부모이자 교사로서의 이야기가 우리 교사들에게 더 확실한 울림으로 다가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2. 아이를 갖게 되면 우리는 늘 바란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달라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걸 바라게 마련이지만—인간의 욕심이란. 지금 셋을 키우고 있지만 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건 그저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 지금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3. 만약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산전 검사로 알게 된다 해도, 나는 그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첫 아이 때부터 계속 스스로에게 던져온 물음이다. 그리고 아직 단 한 번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이기도 하다.

4. 끊임없이 실망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이 무너지고, 절망하고 또 절망해 완전히 바닥에 떨어져서야 눈앞의 현실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나서야 장애를 받아들이게 되고, 그 아이의 부모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자도 다르지 않다. 얼마나 다양한 감정의 곡선을 그려냈을까?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5. 아버지로서, 교사로서 발달장애를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 것은 미술교사인 저자가 아들과 비슷한 발달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쉬운 미술 놀이에서 점차 수준을 높여 새로운 활동으로 심미적 자극을 주며 교육적 효과를 노리겠다는 교사다운 계획은 무참히 실패한다.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벽만 마주하게 된다.

6. 
“시키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자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고, 무언가 시켜야 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로운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개성 있는 작업이 펼쳐졌다.”

“누가 무엇을 시키거나 가르치는 것과 상관없이, 각자 나름의 내적 욕구가 있고 그것을 표현할 기회가 보장되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표현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7.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들려고 할 때, 혹은 아예 할 수 없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대상을 성장시키겠다는 노력이 무용함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발달장애가 보이고, 교육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목표치를 세우고 달성하고, 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비고츠키의 비계 이론이나 영어학의 comprehensible input—이 모든 대상에게 똑같이 들어맞는 건 아니라는 것. 모든 학생을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비로소 교육의 목표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8. 장애 극복 서사는 대부분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당신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최근 이런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 다행이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성공한 발달장애인의 사례는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런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돕는 누군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부모나 가족의 지원 속에서 이루어진 성공일 것이다. 만약 그 지원이 사라진다면 그런 성공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가족의 지원 없이는 발달장애인의 성공도 유지될 수 없는 대한민국. 왜 국가와 사회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부분에서 대한민국이 더 단단하고 안전하게 변해가길 바랄 뿐이다.

9. 변재원의 『장애시민 불복종』, 김원영의 『실격 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희망 대신 욕망』은 장애인 작가의 관점에서 쓴 좋은 책들이다.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쓴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을 그리다』나 비특수교사가 통합교육을 하며 기록한 천경호의 『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실 이야기』는 교사 관점의 책이다. 하지만 장애인 부모의 시선에서 쓴 글은 많이 접하기 어렵다.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이면서 교사인 사람이 쓴 책은 특히 드물다. 이수현의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책이 바로 이 『진우의 거울』이다.

10. 제목을 다시 생각해본다. 아들 진우에 대한 이야기이자, 서문에서 말한 ‘발달장애인을 들여다보는 창은 결국 볼록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는 문장에서 제목의 의미를 짐작해본다. 거울은 대상을 비추지만, 결국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k******4 2025.1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