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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의 시에서는 향기가 난다.
연어가 돌아올 때 3
내가 아, 하면 아, 하고 따라 하는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내가 칠판에 글씨를 쓰면 그 글씨 열심히 따라 쓰는 아이들과 한나절을 보내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은어
썩어가는 모과에서 향기가 납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홀로 된 어머니 품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사랑도 어디쯤 지나간 사랑에선 향기가 납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상처에도 향기가 있습니다. 수박 향 서늘한 은어회처럼 상처도 견디면 향기가 납니다.
김재진의 시에서는 향기가 난다. 봄날 향기로운 꽃내음과 가을날 들판을 물들이는 금빛 그리움의 향기가 난다. 난, 그리울 때 그의 시를 찾고 외로울 땐 그의 시를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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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돌아올 때 . 1
칠판에 누가 낙서를 해두었습니다. (연어가 돌아오듯 그대가 돌아옵니다. 그대가 돌아오듯 연어가 돌아옵니다.) 창 밖을 내다보던 나는 지우개로 천천히 낙서를 지웁니다. 눈을 감으면 반짝이는 강이 내 안에 흐릅니다. 아무리 지워도 눈부신 강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지워도 눈부신 기억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미루나무 가지 위로 키 큰 하늘이 급류가 쏟아지듯 파랗게 쏟아지고 연어가 돌아오듯 그대가 돌아옵니다. 못 잊을 기억 찾아 연어가 그대가 돌아오듯 돌아오고 있습니다. (『연어가 돌아올 때』 김재진 시집. 기탄잘리.)
연어가 돌아오는 날! 어떤 날일까? 하늘이 알려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내 전(全) 생애를 지배한다. 잠을 자는 시간에도 그 기억에 지배를 받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는 애처로우면서 행복하다. 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버들치 한 마리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