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우맨을 읽고 선 단박에 매료됐었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찾아보니 그 스노우맨을 읽은 지도 어느덧 13년이 넘었다. 시리즈의 중간쯤 되었던 스노우맨의 히트로 인해 연달아 출시되었던 후속편 레오파드 또한 엄청난 재미와 몰입감을 줬었고 연이은 히트는 시리즈의 첫 편부터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나 같은 사람은 시리즈의 첫 편부터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어쨌든 그렇게 애정하는 해리 홀레 시리즈가 수많은 살인자를 잡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해리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새 막바지인 13편에 이르렀다. 시리즈가 계속되는 동안에 해리가 점점 더 망가져가고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새 책의 발간 소식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기대에 차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읽고 있다. 모든 인기 있는 시리즈가 그렇듯 이 시리즈 역시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입체적이며 독자적이라 그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자신을 혹사시키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위를 위협받으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주인공 해리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탄식을 불러오지만 그게 바로 해리 홀레 본연의 모습이란 걸 인정하게 되면서 그가 저지른 모든 잘못 또한 인정하게 만든다. 이번 편 블러드 문은 시리즈 13번째 이자 그의 영혼의 짝이었던 라켈의 죽음 이후로 마침내 모든 걸 놓아버린 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망쳐버린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미국으로 온 해리는 술을 먹다 죽겠다는 결심으로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하지만 그가 떠나온 오슬로에서는 한 부호의 파티에 참석했던 미모의 여성 2명이 연달아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 그중 한 여성의 시신이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남은 한 사람의 실종자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사람들은 시신이 발견되는 건 초읽기에 불과하다 여긴다. 이제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반장이 된 카트리네는 이 사건을 연쇄살인이라 직감하고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연쇄살인범을 잡았던 해리 홀레의 복귀를 주장하지만 그의 근무형태와 마지막까지 술로 인해 저지른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오슬로로 돌아와 이 사건을 맡겨 된다. 두 여성이 자신의 파티 후 실종되었을 뿐 아니라 그 두 사람과 스폰서의 관계였던 부자 뢰드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그를 불러왔던 것 이제 오슬로 강력반의 상징 같았던 해리는 민간조사원의 자격으로 살인범의 뒤를 쫓는다. 시리즈 13번째인 이번 작품에서 끝없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던 해리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게 된다. 어쩌면 그의 생애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희망의 빛이 아닐까 싶은데 이 희망의 빛이 과연 해리를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낼 수 있을지... 얼른 다음 편을 기대해 본다. |
|
그 충격적인 사건 이후 해리 홀레는 죽은 자랑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연락을 끊고서 잠적했다. 그리고 13탄 《블러드문》에서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의 바, '크리처스', 그는 이제 마지막 술 한 잔을 살 돈마저 없다. 그런 그에게, 한 여자 루실이 술을 사준다. 그녀는 이제 거의 70대로 한때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로 잘 나가는 영화 제작자들과 결혼했지만 세 번째 결혼에서 모든 돈을 다 털리고 이제 망할 게 뻔한 영화에 없는 돈을 끌어들였다. 96만 달러, 그걸 갚지 않으면 그녀는 갱무리들에게 살해당한다. 해리는 자신이 그 돈을 갚겠다며 나선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2명의 아름다운 20대 여성이 한 주 차의 간격으로 실종되었다. 그리고 등산로에서 처음 사라진 여자 수산네 안데르세가 목의 경동맥이 잘린 채 발견된다. 두 번째로 실종된 베르티네 베르틸센과 공통점은 60대의 엄청난 부자인 부동산 재벌 마르쿠스 뢰드의 금전적 후원을 받았으며 가까운 시일에 그의 파티에 갔었다는 것이다. 마르쿠스는 자신은 죄가 없으며 모든 이들이 자신을 의심하기 때문에 사업의 손실이 났다면서 자신의 변호사 요한 크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얻은 것이 바로 연쇄살인을 3건이나 해결했던 해리 홀레를 찾는 것이었다. 해리는 96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계약에 서명한다. 그 범인이 비록 자신을 고용한 마르쿠스일지라도. 이 소문은 오슬로 전체에 퍼지게 되고, 무능한 경찰윗선은 이를 불쾌해하지만 그의 파트너였던 카트리네 브라트,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반장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도 기쁨과 슬픔이 뒤 얽힌 복잡한 감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녀의 아들 게르트는 해리를 좋아하게 되고, 해리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해리는 지금은 암을 앓고 있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심리학자 에우네, 불량 형사로 마약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받고 정직중인 트룰스 베르트센, 그리고 자신의 어릴적부터 친구인 택시 운전기사 외인스테인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피해자는 눈, 두 번째 피해자는 머리를 잃은 채 발견된다. 좀 웃긴 것은, 두 번째 피해자가 발견되거나 세 번째 피해자 에게서 나는 냄새, 그리고 무언가 기시감이 드는 듯한 느낌에 결국 용의자를 좁혀갔던 것은 후각 장애가 있는 해리 홀레의 코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일식인 블러드 문 아래 두커플을 두고서 작가가 서술 트릭을 사용했을 때 깜짝 놀랐다. 범인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프림이라고 부르게 하고 개인사를 간간이 끼어서 소개했지만 이제까지 많이 읽었던 연쇄 살인범하고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게 아닌가하고 이번 13탄은 미스터리 부분은 포기하고 해리홀레에 중점을 둘 것인가 했지만 결국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범죄 도구를 가지고 있었던, 또 그리고 살짝 뒤에 가려져 있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확정되자 모든 것이 다 딱딱 맞아 떨어지게 되었고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리 차일드가 추천사로 '오늘 당장 사서 밤새도록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했는데, 난 예약 주문으로 사서 받은날은 체력 때문에 힘들어지고 오늘 내내 읽어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역시 페이지 터너였다. 역시 요 네스뵈의 작품과 해리 홀레는 엄청난 흡입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SNS는 시간 낭비'라는 퍼거슨 옹의 말처럼 그런 것도 있지만 가끔은 장점도 있다. 오늘은 내가 전혀 잡을 것 같지도 않은 책을 읽은 어떤 트위터러의 트윗을 보고 발터 벤야민의 《 이야기꾼 에세이》에 바로 이런 글이 있는 것을 알았다. ....소설이 왜 의미가 있느냐 하면 우리가 몰랐던 누군가의 운명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운명을 태워 버리는 불길 덕분에 우리의 운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열기가 우리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독자가 왜 소설에 끌리느냐 하면 독자의 싸늘한 삶을 책 속 누군가의 죽음으로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 탐정이 좋다. 원래 추리소설이 좋았던 것도 탐정이 모든 복잡한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결국 무질서의 원인인 범인을 잡아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해리 홀레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너무 비극적인 개인사를 가진 천재적인 능력의 형사, 탐정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해결하는 사건들 이상으로 그들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해결하며 극복해 나가느냐가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수많은 형사 탐정 중에서 해리 홀레가 그토록 인기를 끌고 사랑을 받는 것은, 그게 비극적 운명뿐만 아니라 그의 욕망이 어딘가 우리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잃고 난 뒤에 복수 그 짜릿한 쾌감'에 나 같은 추리 소설 매니아들이 열광하듯 해리도 그렇게. 하지만 그가 또 존경스러운 것은, 자신에게 해가 되더라도 정의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그 열정 가끔은 그 때문에 불법적인 일도 해야 되겠지만 그래서 그를 안티히어로라고 부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자신의 열정을 불지르는 모습에 감탄을 느끼기 때문이다. 난 해리의 열정을 보고 뜨겁게 불타오른다. 나도 저렇게 불타오를 수만 있다면. p.s: 1)노래가 계속 나왔다. 그러면서 읽으면 더욱 빠질지도. illuminati hotties -pool hopping David Bowie - Life on Mars David Bowie - Oh! you pretty things Talking heads - blind David Bowie- Heroes Fleetwood mac - dreams Nirvana - something in the way Jane's addiction - Jane says Sex Pistols - God Save the Queen Joy division - She's lost control Leonard Cohen –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 2) |
|
『스노우맨』부터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어온 지 꽤 오래됐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 해리 홀레가 연쇄살인범을 만나는 순간 완벽해지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해리 홀레에게 열광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해리 홀레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열세 번째 시리즈 『블러드문』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붉게 빛나는 블러드문. 피처럼 붉은 세상을 가리키는 것 같다. 다시 해리 홀레에게 매료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면 믿어줄까.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해리 홀레는 형사로서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나 인간으로서는 완벽하지 못하다. 알코올의존증에 빠져있고, 연인을 잃은 비통함에 비틀거린다. 연인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외국의 어디 구석진 곳에 있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이면 홀연히 나타난다. 형사들은 그를 그리워하고, 살인사건을 쫓는 그의 능력을 기대한다.
로스앤젤레스의 허름한 술집에서 해리 홀레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였던 루실과 어울리며 그의 돈 문제에 얽혀 다시 오슬로로 돌아오게 된다. 부동산 재벌 뢰드의 살인 혐의를 개인적으로 조사한다는 명목이었다. 뢰드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시체로 발견된 여성과 실종 중인 여성에 대한 사건이었다. 루실의 빛을 갚아준다는 조건을 걸고 오슬로에 도착해 수사팀을 꾸린다. 심리학자 스톨레 에우네와 택시기사였던 외위스테인 에이켈란, 비비스라는 별명으로 불린 강력반 형사 트룰스 베른트센으로 죽음을 앞둔 스톨레의 병실이 본거지다.
시리즈를 계속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낯설지 않다. 해리 홀레의 연인이었던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 카트리네 브라트와 비에른 홀름 등이다. 트룰스 베른트센은 비리 경찰이면서도 묘하게 해리와 인연이 있다. 동료이자 친구였던 비에른과 라켈이 죽어 절망에 빠져있던 상태다. 그렇지만 이제 해리는 외위스테인의 조언에 따라 술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해리는 연쇄살인범을 알아보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큰 키, 비쩍 마른 몸매, 그의 파란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자들은 반하고 만다. 법의학연구소에 있는 알렉산드라 스투르드자도 해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들어줄 정도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수많은 복선을 깔아두고 소설이 진행된다. 독자들은 과연 누가 복수에 눈이 먼 ‘프림’일지 나름의 추리를 하게 된다. 카트리네가 만나는 아르네? 아니면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요나탄이 의심스럽다. 예상을 빗나갔다. 요 네스뵈는 항상 해리의 주변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도 의심하지 못하게 독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경찰과 경찰 주변에 있는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지 않나. 살인범은 가까이에서 해리를 지켜보며 조종했다.
후각착오증이 있는 해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게 머스크 향기였다. 해리는 그 불협화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소설에서 머스크 향과 더불어 중요한 모티프가 바로 기생충이다. ‘톡소플라스마 곤디이’라는 기생충으로, 프림은 기생충이 든 자신의 배설물, 즉 장액과 효소를 사용하여 감염시킨다. 기생충의 주 숙주는 두려움을 잊는다. 감염자가 주 숙주를 보면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낯선 사람인데도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가갈 수밖에 없다. 희생자들이 거부하지 않고 깊은 숲속으로 기꺼이 따라갔던 것처럼.
살인자인 프림은 십대 때 새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새아버지와 이혼하는 게 싫어 그것을 모른 척했던 엄마에 대한 상처가 깊었다. 사업 감각이 뛰어나 승승장구하는 새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천천히, 느리게, 고통을 겪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그 냉정함이 두려웠다. 혹 어떤 이들은 프림의 상처가 깊지 않았냐고 말하겠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죽음을 포기했던 것처럼 타인의 삶도 소중한 것이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이의 상처와 고통 그로 인한 복수는 걷잡을 수 없다. 그리고 살인은 더욱 정교해지고, 자기가 계획했던 대로 행동한다. 보통의 인간인 해리 홀레에게 늘 매료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해리가 해결하는 사건과 살해 동기에는 눈살이 찌푸린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깝다. 해리는 이제 고통 속에서 조금씩 벗어나 다시 형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해리에게 희망의 빛이 비친다. 아울러 성직 칼라의 남자가 뭔가 의심스럽지 않나. 다음 행보를 기다려 보자.
#블러드문 #요네스뵈 #비채 #책 #책추천 #유럽소설 #북유럽소설 #스릴러소설 #해리홀레시리즈13 |
|
해리와 작별할 뻔 하였으나 다시 시리즈 14권을 기다린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열세번째 작품이다. 으~~~ㄱ! 소재가 역겹다. 글이야 재밌지. 내 뱃속에서 무언가가 계속 꿈틀거리는 느낌. 이 재미있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쫓아가기를 그만 두어야 하나가 잠시 고민되는 작품. 하지만 고민 끝에는 열네번째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를 다시 기대하는 중독증. 아니면 어떤 기생충 변종이 심겨져 요 네스뵈의 작품이라는 주 숙주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ㅅ! 아이를 키우는 해리라니. 해리는 잠깐씩이지만 보모 역할로 친자인 게르트 홀름을 봐준다. 비에른 홀름이 해리에 대한 질투에 눈이 멀어 라켈을 살해하였는데, 만약 미래의 어느 권에서 해리가 비에른의 아내였던 카트리네와 그리고 게르트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된다면, 요 네스뵈는 해리의 행복을 경계하므로 그럴리야 없겠지만, 나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집어던질 것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충성 독자인 나는 언제나 해리의 행복을 빌어왔다. 라켈이 떠난 지금은 아니다. "해리 넌 그냥 그렇게 살아!"라는 마음이 해리에게 든다. 아니 요 네스뵈에게 드는 마음인가. "그냥 그렇게 써!(해리가 불행하도록)"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는 형사 매그레가 우수에 차있다. 범죄가 필연적으로 벌어지고야마는 삶에 대한 슬픔이다. 요 네스뵈의 해리는 알콜의존증을 가진 우울한 해리이다. 그의 우울의 원인을 열세 권을 읽어도 모르겠는데 아마도 타고나기를 그러한 것 같다. 아니면 노르웨이의 하얀밤 때문일 수도. <블러드문>은 오지랖퍼가 된 해리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LA까지 가서 루실의 일에 껴들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목숨을 구할 돈은 하늘에서 떨어진 사건을 맡으므로서 해결하게 된다.(우연히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에 엮기게 되고,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해리를 필요로 하는 거물이 사건을 맡기고, 해리는 목숨을 구할 큰 돈을 요구하게 되고.) 그리고 연쇄적인 살인의 진범을 찾는데 해리는 세 번이나 헛짚지만 사건은 해결되고. 이야기의 끝에서 해리는 오직 '순수한' 연쇄살인만을 맡겠다고 말한다. 아무튼 <칼>에서 이제 해리의 삶은 끝인듯 보였는데, <블러드문>에서 다음 사건을 '연쇄살인' 한정으로 맡는다고 하니, 라켈의 죽음에서 회복되는 첫발걸음이다. 개인적으로 <팬텀>에서의 역겨움이 떠오르는 그런 작품이었다. '이제 해리 홀레 시리즈를 그만 읽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 이야기의 끝 여우 가족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카트리네의 남자 친구 아르네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결코 무시될 것이 아니다. (사실 독자에게서 범인을 감추는 트릭으로 쓰인 장치였는데) 요 네스뵈의 다음 작품을 계속 기다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도 따스함 없이 냉소적이고 역겨운 이야기로만 흘렀다면, 나는 <블러드문>을 끝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와 작별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2년 정도의 간격으로 신작이 나왔는데 22년 <블러드문> 이후 26년이 되었다. 이제 신작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열네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
|
<블러드문>은 그저 한 권의 추리소설이 아니다. 요 네스뵈가 독자를 향해 던지는 언어의 마술이다.
전설이 돌아왔다. 단숨에 읽었다. 아니, 그렇게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이 나를 몇 번이나 흥분시켰는지 셀 수도 없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는 그 자체로도 감동이다. 해리 홀레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다시 읽어서고, 또 무너진다. 그와 함께 하는 600페이지는 시간이 아니라 약을 빤 것 같다. 의심되는 인물이 나오면 의심하고, 의심되지 않는 인물이 나오면 더 의심해야 한다. 네스뵈는 늘 공정하지만 그 공정함은 독자가 패배감 속에서만 깨닫는 종류의 공정함이다. 반전은 단순한 트릭이 아니다. 내가 전에 츄리물은 반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이 작품은 그딴 건 의미없다. 복선, 상징, 서사, 심리 그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된 끝에서 폭발하는 반전은 내가 말했던 그 반전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이 작품의 반전은 당해도 화가 나지 않는다. 사실 엄청나게 화가 난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감탄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저 바란다. 요 네스뵈가 이 세계에서 더 오래 글을 쓰며 우리가 해리 홀레를 잃지 않게 해주기를 그 마지막 문단이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것임을 간절히 바란다. |
| 도망쳐도 다시 돌아와야하는 해리 홀레의 계속 되는 이야기. 라켈, 올레그, 카트리네, 게르트... 도망쳐보아도 결국 해리홀레가 향하는 곳은 어두운 오슬로와 범죄현장. 해리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둡고 찝찝하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
|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글들이 있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그렇다. 읽으면서는 늘 고통받는 해리 때문에 진짜 이번 편만 읽고 떄려치워야지 하면서도 꼭 결말까지 빠르게 질주하게 되고 그리고나선 허탈함에 다음 권을 기다린다. 그 허탈함이란 작품의 퀄리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더이상 맛있게 먹었고 더 먹을 수도 있는데, 뷔페 이용 시간 때문에 쫓겨다듯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 느끼는 그런유의 허탈함이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음 해리를 기다린다. 다음엔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 일이 해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
| 몇년을 기다려서 나온 해리홀레, 또 며칠만에 다 읽어버려서 다음 책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하는 아쉬움부터 든다. 그만큼 너무 독보적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수많은 범죄, 스릴러, 추리물을 읽어도 요네스뵈의 해리홀레를 읽으면 역시라는 말만 떠오른다. 해리홀레 시리즈는 이북으로 사서 전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들이다. |
|
늙어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서글프다. 동시에 시간은 주변 인들도 앗아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슬픈일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상실을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해리홀레이기에 그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날카롭기만 했던 그의 수사력은 어딘지 모르게 무뎌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또 다른 연쇄 살인마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자신은 연쇄 살인마를 쫓는데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과연 목숨을 빼앗는 사제가 다음 시리즈의 살인자일 것인가? 잊고 지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LA에서 만난 한 늙은 여인을 돕기 위해 도망치고 싶었던 원초적 공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게이인 양부의 소아성애적 학대로 인한 복수를 갈망하는 살인자를 쫓는다. 우리는 어쩌면 부모로 부터 학습된 자아의 행동양식을 쫓고 있는게 아닐까? 자신의 친자에게 자연스레 끌리는 수사관의 모습과 근친관계의 친부와 학대의 가해자인 양부 아래 자라 온 살인자의 모습은 이를 더 극대화 시키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뭔가를 위해 살아야하고 가끔은 뭔가를 위해 죽어야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건 아주 간단한 계산에 의해 물론 계산할 가치도 없이 우리는 자신을 희생시킬 용기를 가지고 있다. 스톨레 에우네의 죽음은 그렇기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해리홀레가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고 할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