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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1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리고 나는 3년 전에 처음 읽었다. 5년 전에 이순원 작가의 작품 <은비령>의 매력에 빠진 뒤 읽은 그의 작품 서너 편 중에 하나이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는가? 특히 작가가 다닌 시골의 초등학교는 나의 모교와 흡사했고, 그의 동무들 역시 나의 동무들과 같았다. 그가 그리던 자현이는 나의 모교 우리반에도 있었다. 또한 꽤 중요한 배역 중에 하나인 미선이가 시내버스 안내양이 된 것으로 나오는데 시골에서 버스 영업소를 하면서 내가 보아왔던 또래의 안내양들의 생활을 보는 듯하여 마치 나의 자서전을 보는 듯 실감나게 읽었다.
이 책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권해 보았다. 아이들의 반응은 시쿤둥했고 오히려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읽었다. 중학교 아이들이야 과거의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찾는 세대이고, 선생님들은 이제 과거를 그리워하는 세대이기 때문일까?
대학을 갓 졸업한 어느 여 선생님은 이 책을 읽은 뒤 허무하다고 했다. 너무나 실감나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실화가 아니라 소설이라니 무엇엔가 속은 듯한 기분이라고 한다.
교훈이나 깨달음을 준다기보다 기성 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 듯하다. 그냥 옛 앨범을 뒤적이며 잠시 세파를 떠나서 따뜻한 미소를 짓기에 알맞은 작품인 듯하다.
독후감을 3년간 미룬 이유는 내가 느낀 마음을 좀더 멋지게 표현하려는 욕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옛 앨범 속의 소녀가 아름다운 것을 정말 아름다워서라기보다 나름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추억을 공유한 독자는 공감하는 것이고, 아무리 미사려구를 늘어 놓아도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는 공허하게 보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내 흔적이나 남기고 뒷날 다시 펼쳐보고 싶다. |
| 내가 이순원이라는 작가의 모든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은비령', '수색' 등의 작품으로 본 그는 참 책장 가까이에 두고 싶은 작가이다. 지독한 시골의 국민학교 동창생들이 다시 만난다. 그리고 접어두었던 기억들을 꺼내어 본다. 작정하고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게 끝맺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글 속으로 파묻히면 그 글들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외롭다고 느낄 때,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말 산다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다들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순원과 황순원이라는 작가를 착각하셨던 우리 어머니, 넌 아직 모를테지만 내 나이에서는 이해가 된다....가로 하셨다. |
| 역시 이순원이다. 이순원의 소설은 예쁘다.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예쁘다. 하긴 첫사랑으로 말하자면 어느 첫사랑인들 예쁘지 않을까. 아니, 굳이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면, 그 어느 것이 예쁘지 않을까.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지나놓고보면 언제나 예쁘다. 다만 얼마나 예쁘게 기억하느냐, 얼마나 예쁘게 뱉어내느냐의 문제가 남을 뿐. 잊혀졌던 첫사랑이 있는가 하면, 모르고 지나갔던 사랑도 있다. 뒤늦은 고백으로 후회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뒤늦은 고백이 새로운 힘이 될 적도 있다. 그 고백이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 나오지 않더라도, 마음 한켠의 기둥으로만 남더라도, 그 힘은 세다. 강하다. 이순원의 힘은 그 강함을 예쁨으로 돌려놓는데 있다. 진지함을 내세워 독자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다. 그저 편안함으로, 내 기억을 더듬듯, 그의 글을 좇아가기만 하면 된다. 때때로, 사실은 자주 소설속 화자와 실제의 작가가 혼동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의 글은 더욱 편안하다. 독자의 감정이입도 한결 자연스럽다. 그의 예쁜 글을 읽고 있자면, 가슴시리게 남아있는, 때로는 미움으로 남아있는 내 지나간 사랑조차도 다시 예뻐진다. 세상사가 예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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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만의 동창회.
30년만의 동창회를 위한 종각에서의 만남을 기다림으로써 이 소설을 시작된다. 만만한 세월이 아니라 모두가 그 세월 만큼의 삶의 모습으로 변했을 테지만 예전의 초등학생 (어느세 마흠이 훌쩍 넘어버린)의 마음의 들썩거림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그 시절의 애틋함과 순수함으로 보여진다.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그 유년 시절의 친구로, 그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 날들을 회상하고 그 회상속에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잔잔한 웃음을 던져준다. 그 나름대로의 그 시절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만인의 연인이였던 지현(작가를 비롯한 대다수의 동창회에 참석한)이가 리슈가 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지현의 소식에 안타까워 함을 각자의 가슴안에 간직한 체 동창회는 막을 내린다. 그 후 첫사랑을 지켜주려는, 그 마음을 그냥 그렇게 져버리지 않으려는 순수한 마음에 작가 이외에 또 다른 지현을 첫사랑이라 간직한 은봉과의 아름다운 해후를 기약하며 소설은 마친다.
막힘없이 (대사 자체에 강릉 지방의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별 무리 없이) 빨리 읽혀지고, 작가의 주제가 분명히 드러난다.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과 그 시절의 풋풋한 마음으로 동화되어 간다. 나 역시 동창회가 열린다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꼭 참석해야 지, 하는 다짐이 주게 하였다.
아쉬운 점은 책 두께의 3/1이나 되는 책의 서평이다. 보통 책의 서평을 다 읽어보는 편이지만 굳이 그렇게 긴 서평을 할 이유가 있었을 까 싶다. [인상깊은구절] 그 말이 내겐 좋았다. 그리고 늦은 밤, 바다에서 시내로 돌아올 때 다시 처음처럼 편해진 지현이가 ' 정말이야. 언제 은봉이를 보면 내가 꼭 한번 안아줘야 겠어' 하고 말하는 것도 내게 다시 좋았다.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질투가 나지 않는 내 첫사랑이, 자동차를 타면 늘 아내가 앉던 내 옆자리에 앉아 잇었다. 나는 그런 자현이에게 언제까지나 늘 그렇게 씩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그 여자처럼..... 이제, 그 여자만큼이나 씩씩한 자현이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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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연인은 있다. 남자 아이라면 반에서 야무지고 세침떼기 여자 아이를 좋아했을테고 여자 아이라면 약간은 짖궂지만 너그럽고 오빠같은 남자 아이를 좋아했을테다. 그리고 누군들 그 연인들에 대한 추억과 애틋함이 없을까. 내가 이순원에 대해 관심을 갖은 것은 얼마 전 우연히 <베스트 셀러="">에 실린 그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라고는 <말을 찾아서=""> 밖에 없어서 인터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데, 어쨌든 그는 인터뷰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몇 년전 유행처럼 번졌던 '새롭고 감각적이며 실험적인' 글쓰기에 대해서 야멸차게 회초리를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써댔던 작가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90년대 초반에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같은 작품으로 그러한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 그러한 작품들은 새롭지도 실험적이지도 않아요. 새로운 건 그만큼 쉽게 부스러지죠. 이를테면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을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추락이지만 계단으로 10층을 올라갔다 떨어지면 9층으로 내려오는 것 뿐이죠.'
그렇게 해서 이번에 내가 들게된 이순원의 <첫사랑>에는 얼마전에 읽었던 박범신의 <향기나는 우물이야기="">에서 처럼 잔잔한 서사 구조로 아픔과 세월을 껴안는 따뜻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왔던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을 소설 속의 연인들, 이미 잔혹해진 우리네 현실에서는 그들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줄 수 없더라도, 꿈만큼은 간직할 수 있기를. [인상깊은구절] "그릇 때문에 그랬다. 운동선수 밥이라고 그냥 네모난 도시락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더 큰 동그란 찬합에다 밥을 싸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노란 알루미늄 찬합이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이쁜 그릇을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이뻤냐면 뚜껑에 사과하고 포도하고 복숭아 그림이 그려져 있던 건데 그걸 수돗가에서 씻으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이다음 이런 이쁜 그릇 많은 집에 시집가서 하루종일 그릇만 씻고 싶다고. 그러니 그 도시락을 내가 얼마나 깨끗이 씻었겠나. 씻다가 혹시 어디 긁히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볏닢만 끊어 만든 야들야들한 쑤세미로 씻고 또 씻고, 아마 그렇게 열 번도 더 씻고 물기까지 말린 다음 다시 보자기에 곱게 싸 니 책상 속에 넣어두곤 했지."향기나는>첫사랑>압구정동엔>말을>베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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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을 나고 자란 동네를 떠나 인천이라는 곳에 새터를 꾸린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농어촌 정도의 시골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백화점, 영화관이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친정 동네를 떠나 도시에 머물게 되니 처음에는 설렘이 매우 컸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 유년과 20대의 절반을 보낸 친정 동네를 향한 향수는 금세 찾아왔다. 새로이 직장을 얻은 서울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침부터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저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할 수 있고 출근을 해서도 누구 하나 내가 친절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또 퇴근 시간이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다지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 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릴 적 같은 기억을 나눈 사람이라 그런 듯했다.
이 책의 시작은 나와 같이 어릴 적 추억을 나눈 사람들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고향에 아직 머무는 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 잡은 이, 이제는 모두 지긋하게 나이 먹어 세월에 무게를 한껏 짊어진 이들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 시간을 함께 하여서 인지 그들은 어색함 없이 금세 과거를 술안주 삼아 이야기를 하며 진한 웃음꽃을 피웠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 안에는 항상 어릴 적 추억을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그 이야기의 끝에는 그 시절 모두의 첫사랑이었던 자현의 이야기였다. 그 시절 가장 예쁘고 여성스러웠던 자현은 남학생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여학생들에게는 질투가 가득한 시기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의 자현의 모습을 나 역시도 아름답게 그려졌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하는 법. 자현은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상처받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상처까지 치유하려는 그들의 모습에 이런 것이 바로 진한 우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은 별게 없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첫사랑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다고 느낀 것은 어떠한 한 추억을 누가 간직하느냐에 따라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며 또한 기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슬픈 기억이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추억은 또다시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정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제목인 첫사랑 보다 우정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내 생각에 이 이야기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에서 나오는 이가 작가이기 때문인지 혹은 나이대가 비슷하게 느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음, 2000년대에 학창시절은 보낸 나와는 확실히 시대적인 배경이 다르지만 그래도 나 역시 이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20대의 후반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을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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