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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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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등장인물이 많다. 그리고 분량이 상당하다. 그 많은 등장인물이 저마다 펼치는 대화가 길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책을 읽다가 길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대화가 오가다 보니 도대체 어떤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이해가 어려워 지고, 그냥 읽는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용도 방대해 매일매일 새로
"악령" 내용보기

일단 등장인물이 많다. 그리고 분량이 상당하다. 그 많은 등장인물이 저마다 펼치는 대화가 길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책을 읽다가 길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대화가 오가다 보니 도대체 어떤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이해가 어려워 지고, 그냥 읽는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용도 방대해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책의 후미에 저자가 서술한 설명을 읽다보니 도대체 내가 같은 내용의 책을 읽었나 하는 의문마져 들었다. 저자의 다른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벌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라 당황스러웠다. 내 느낌과 대략의 줄거리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이렇게 난감했던 책이 없었다. 이렇게 힘든 독서의 원인은 다수의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이 나누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당히 길고 많은 대화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책을 읽다가 사건의 흐름과 전개를 놓치게 되고, 그리고 대화의 주제를 쉽게 잡아내지 못해 결국 중요한 사건의 상징을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했다. 책을 정교하고 나름 즐기며 읽으려면 등장인물을 일단 구분하여 정리하고, 핵심 등장인물의 대화를 차분히 파악하며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 책의 수많은 등장인물의 대화, 그리고 작중 화자가 묘사하는 모든 것을 그냥 스치듯 흘려 보내면 작품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완결하지 못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의 묘사, 그들의 대화, 그리고 그 배경을 설명하는 것에서 하나도 놓칠 것이 없다. 그것을 이해하고, 가슴이나 머리에 품고 작품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 악령은 그 길을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너무도 복잡하고 방대한 작품에 대한 배경이 깔려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악령 1편은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하나도 남는 것이 없었다.


2편에서 우리는 악령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 배경은 신약 누가복음 27절에서 36절의 말씀이다. 이것은 우리영화 검은 사제들도 모티브로 삼았음이 분명하다. 김윤석이 악령을 돼지에 가두어 강동원에 전달하고, 그가 검게 변한 돼지를 종국에 한강(결국 성서와 같이 물이다.)에 던져버리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누가복음 8장 말씀]

“ 27 육지에 내리시매 그 도시 사람으로서 귀신들린 자 하나가 예수를만나니 이 사람은 오래 옷을 입지 아니하며 집에 거하지도 아니하고 무덤 사이에 거하는 자라

28 예수를 보고 부르짖으며 그 앞에 엎드리어 큰 소리로 불러 가로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당신께 구하노니 나를 괴롭게 마옵소서 하니

29 이는 예수께서 이미 더러운 귀신을 명하사 이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 (귀신이 가끔 이 사람을 붙잡으므로 저가 쇠사슬과 고랑에 매이어 지키웠으되 그 맨 것을 끊고 귀신에게 몰려 광야로 나갔더라)

30 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신즉 가로되 군대라 하니 이는 많은 귀신이 들렸음이라

31 무저갱으로 들어가라 하지 마시기를 간구하더니

32 마침 거기 많은 돼지 떼가 산에서 먹고 있는지라 귀신들이 그 돼지에게로 들어가게 허하심을 간구하니 이에 허하신대

33 귀신들이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에게로 들어가니 그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호수에 들어가 몰사하거늘

34 치던 자들이 그 된 것을 보고 도망하여 성내와 촌에 고하니

35 사람들이 그 된 것을 보러 나와서 예수께 이르러 귀신 나간 사람이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하여 예수의 발 아래 앉은 것을 보고 두려워하거늘

36 귀신들렸던 자의 어떻게 구원 받은 것을 본 자들이 저희에게 이르매”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 작품이 왜 악령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는지도 이 구절에서 우리는 찾을 수 있다. 악령이 일반 사람에게 깃들어 사람을 죽이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 우리는 그런 존재를 악마, 혹은 악령이 부른다.


더불어 이 작품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는 제재는 자살에 대한 미숙한 인간의 관점이다. 그 과정에서 신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판단도 너무 명확하게 판단해 볼 수 있다.


“신은 없지만,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돌덩어리 속에는 고통이 없지만, 돌덩어리에 대한 공포 속에 고통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신이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그러니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내는 자는 그 스스로 신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야 말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모든 것이 새롭게 됩니다.”


“신이 있다면 모든 게 그의 의지이고, 나는 그의 의지에서 벗어날 수가 없지. 만약 신이 없다면 그러면 모든 게 나의 의지이지. 그러니 나는 자유의지를 천명할 의무가 있는 거야.”


“나에게는 신이 없다는 것보다 더 높은 사상은 없어. 인류의 역사는 내편이야. 인간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 있어 있기 위해 신을 발명했을 뿐이야. 지금까지의 모든 세계사는 바로 이것이야. 전 세계사 속에서 나 혼자만이 처음으로 신을 발명해 내길 원치 않은 사람이야. 모두가 단번에 영원토록 이 사실을 알게 해야 돼.”


결국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인을 일삼고, 사주했던 표트르 스테파노비치 베르호벤스키는 유유히 스스로 삶을 선택해 빠져나고, 작품의 주인공 니콜라이 브세볼로도비치 스타브로긴은 스스로 판단한 자살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인간은 변하지 않고, 지금도 악령이 깃든 듯 같은 인간을 죽이고, 스스로 신의 뜻으로 주장하며 수천명의 살인을 서슴치 않는다. 그들은 신에 대한 관념도-스스로 신의 뜻으로 주장하지만-인류에 대한 존중도 없이 자신의 신념이란 혹은 운명이란 핑계를 대며 스스스로를 정당화 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대표적인 악령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 우습고 비참하다. 수천년을 거치면서 인간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니. 저자 도스토예프스키는 수 백년 전에 그것을 깨우쳐 그의 미래를 사는 현재 우리 인류에게 변할 수 없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m********y 2026.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