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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어제 저녁, 커피에 설탕을 넣으며 문득 멈춰 섰다. 하얀 알갱이들이 뜨거운 액체 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작은 결정체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설탕 전쟁>을 읽고 난 후, 일상 속 가장 평범한 순간들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달콤함 뒤에 숨겨진 쓰
"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 저녁, 커피에 설탕을 넣으며 문득 멈춰 섰다. 하얀 알갱이들이 뜨거운 액체 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작은 결정체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설탕 전쟁>을 읽고 난 후, 일상 속 가장 평범한 순간들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달콤함 뒤에 숨겨진 쓰라린 진실을 알게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 없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포츠머스의 귀부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그 '차이'라는 음료, 그 안에 녹아든 하얀 알갱이가 훗날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리게 할지 그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영국의 티타임이라는 우아한 문화 뒤편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강제로 끌려온 수백만 명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설탕의 어원을 따라가면서 나는 언어의 여행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산스크리트어 '샤르카라'에서 시작되어 페르시아어 '샤카르'를 거쳐 아랍어 '슈카르'가 되고, 마침내 영어 '슈거'로 정착하기까지. 한 단어가 문명을 넘나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단맛을 위해 희생되었던가. 언어의 전파는 때로는 문화의 교류를 의미하지만, 설탕의 경우에는 정복과 착취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자메이카 육상선수들의 이야기였다. 트랙 위를 질주하는 우사인 볼트의 모습을 보며 저자가 그의 선조들이 사탕수수밭에서 혹사당했을 모습을 떠올렸다는 대목에서, 나는 한동안 책을 덮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박수갈채를 보내는 그들의 질주 뒤에는 채찍 아래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조상들의 강인한 의지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영웅이 누구인지 묻는 저자의 질문에 나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브라질에서 벌어진 노예 사냥꾼 '반데이라'의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깃발을 든 채 원주민을 사냥하러 다녔다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돋았다. 예수회 선교사들과 농장주들 사이의 갈등에서도 결국 승리한 것은 탐욕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원주민을 보호하려 했던 선교사들의 노력도 설탕에 대한 욕망 앞에서는 무력했던 것이다. 쿠바에서 만난 한인계 소녀들의 이야기는 특별히 가슴을 울렸다. 20세기 초 멕시코를 통해 쿠바로 건너간 한인 여성의 후손이라니.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가 설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도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야 했던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럼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아프리카 노예들이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몰래 만들어 마셨던 술이 오늘날 쿠바의 대표적인 특산품이 되었다니. 고통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결국 그 땅의 문화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인간의 적응력과 동시에 역사의 아이러니를 발견했다. 세계 각지의 술들이 모두 "삶의 깊은 고단함과 눈물 속에서 빚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뉴욕항에 드나드는 선박 중 절반이 카리브해에서 온 무역선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트리니티 교회와 맞먹는 규모의 설탕 창고가 허드슨강 코너에 세워졌다는 이야기에서, 설탕이 경제와 정치를 좌우하는 전략 물자였음을 실감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설탕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앙투안 모랭의 이야기는 특히 씁쓸했다. 생도맹그 출신의 자유 흑인으로서 파리 대학을 졸업하고 뛰어난 화학자가 된 그가 보레의 설탕 사업에 결정적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손들의 기록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니.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공로마저 지워버리는 것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하와이로의 한인 이민 이야기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장인환과 전명운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다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에서, 설탕이 우리 민족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깨달았다. 하와이 한인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냈다는 이야기에서는 감동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국땅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았던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진결혼'이라는 제도는 정말 흥미로웠다. 사진 한 장에 의존해 평생의 동반자를 선택해야 했던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족을 이루고 하와이에 정착해 한인 공동체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에서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마트에서 설탕을 볼 때마다, 카페에서 설탕을 넣을 때마다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오른다. 달콤한 맛 뒤에 숨겨진 쓰라린 역사를 알게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무심하게 설탕을 소비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설탕을 완전히 끊거나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달콤함이 어떤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인지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는 것이다. <설탕 전쟁>은 설탕의 역사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희생되고 누가 이익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서사다.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 자본주의의 모순이 모두 설탕이라는 하나의 소재 안에 녹아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기존의 역사책들이 주로 정치사나 전쟁사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일상 속 소재를 통해 역사의 이면을 조명한다. 설탕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접근하니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세계사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저자가 직접 여러 나라를 다니며 느낀 경험들을 함께 서술한 부분들이었다. 쿠바 엑스포에서 만난 한인계 소녀들의 이야기나, 브라질에서 목격한 인구 구성의 변화 등은 역사가 과거만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나는 설탕을 볼 때마다 이 책의 내용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역사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노예들, 터전을 잃고 사라져간 원주민들, 이국땅에서 조국을 그리워했던 우리 선조들까지 말이다. 달콤함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른 것은 대부분 약자들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설탕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달의 사락 p****r 2025.09.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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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당과의 전쟁
"계속되는 당과의 전쟁" 내용보기
신맛이나 쓴맛에 비해 단맛에는 중독되기 쉽다. 단맛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여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이 가져다주는 자극적이고 짜릿한 쾌감, 설탕을 위해 우리 인류는 수많은 전쟁과 약탈로 달콤한 비극을 역사로 남겼다. 이 책의 저자는 30여 년 동안 많은 국가를 거치며 물자와 인구의 이동, 특히 서구 제국주의의 흔적 등을 탐구해 왔다. 그렇게 작년에는 <향신료 전쟁>을,
"계속되는 당과의 전쟁" 내용보기
  신맛이나 쓴맛에 비해 단맛에는 중독되기 쉽다. 단맛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여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이 가져다주는 자극적이고 짜릿한 쾌감, 설탕을 위해 우리 인류는 수많은 전쟁과 약탈로 달콤한 비극을 역사로 남겼다. 이 책의 저자는 30여 년 동안 많은 국가를 거치며 물자와 인구의 이동, 특히 서구 제국주의의 흔적 등을 탐구해 왔다. 그렇게 작년에는 <향신료 전쟁>을, 이번에는 <설탕 전쟁>을 써냈다. 

과거에는 후추가 검은 황금이라면 설탕은 하얀 금이었다. 당시에는 사탕수수 재배와 가공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탕수수가 자라는 덥고 습한 나라들의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그도 모자라 대서양 노예무역에 나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설탕에 의한 제국주의적 탐욕에 희생된 나라들 중 아프리카 대륙 중에는 아이티공화국이,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몇 년 전,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단이 내한 했을 때 축구선수들이 우리나라의 안전한 분위기에 놀랬다거나 네이마르같은 힘쎈 운동선수가 자국에서는 개인 경호원을 붙여 다닌다는 뉴스는 의외였다. 축구선수로서 몸값이 높기 때문일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 <설탕전쟁>의 이야기를 따라 엿 보게 된 브라질 역사 속 제국주의의 잔혹함은, 현재 브라질의 안전하지 않은 분위기가 이해되기도 했다. 중세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찾아낸 미지의 땅, 브라질은 제국주의 초기시절에는 나무벌채 외에 다른 이득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사탕수수 재배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럽인들에게 브라질의 더운 날씨와 비옥하면서도 벌채된 땅이라는 조건은 사탕수수밭으로 합격점이었다. “유럽인과 함께 유입된 병원균에 매우 취약”(p.123)하여 본토 원주민만으로는 부족했던 노동력은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대체되었다. 

“현재 브라질은 백인과 혼혈이 전체 인구 중 각각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둘을 합치면 전체 인구의 90퍼센트에 달한다. 흑인은 10퍼센트가량이며, 원주민은 1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 수백 년 전에는 포르투갈 본토 인구와 비슷한 규모의 원주민 인구가 브라질 땅에 거주했지만, 지금은 백인과 혼혈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다인종 국가가 된 것이다.”(p.124)라는 문단을 읽으며 브라질은 설탕의 달콤한 비극이 만들어낸 나라였음을 알게 된다. 또한 사탕수수 재배가 가장 활발했던 ‘생도맹그’는 지금의 아이티 공화국으로 “카리브해로 팔려 온 노예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세운 최초의 독립 국가”(p.83)라고 한다. 당시 농장을 운영한 백인들은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겠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혹독한 환경이었을 생도맹그에서 흑인 노예들이 직접 싸워 쟁취해낸 독립 국가라는 점이 뭔가 김영하작가의 <검은 꽃>에서 읽었던, 하와이로 떠났던 한국인들이 독립군을 지원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독립군으로 남았다는 이 책의 뒷이야기와 맞물려 울림을 주기도 했다.   

4장 ‘채찍 아래에서 함께 이룬 흑인 노예 공동체’의 이름이 ‘마룬’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Maroon5가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망친 흑인 노예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마룬Maroons”(p.72)이라고 한다. “윈드워드 마룬의 지도자는 아프리카 아산티(현재의 가나)왕국의 아칸족 출신 퀸 내니라는 여성이었다. 신출귀몰한 게릴라 전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며 영국군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인물이다. 그녀는 현재 자메이카의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p.73) 마룬의 지도자가 여성이라는 것과 진짜 이름이 아닌 ‘퀸 내니’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억압에 저항하는 이 여전사의 얼굴은 1975년 부터 자메이카 500달러의 얼굴에 담겨있다고 한다.

단맛은 중독되기 쉽다. 중독은 집착하게 만들고 더 강한 자극만을 느끼고 요구하게 된다. 중독된 맛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놓고 나라가 나서서 이렇게 욕심을 내세우지는 않는다.(라고 쓸까했는데, 트럼프가 대놓고 관세정책을...) 하지만 그 자리를 이제는 거대기업이 차지했다. 지금 내가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는 나이키 신발이 설탕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죄책감이 그 나라 사람들의 오염된 강이나 나이 어린 노동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회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온 것인지는 알고 써야하지 않을까? 다행히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에 민감하니 나의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합쳐져 집단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날을 기다려본다.  
#설탕전쟁#최광용#하니포터#하니포터11기
f****j 2025.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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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에 속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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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최광용 지음, 한겨례출판'설탕'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서부터 먼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누구에게나 익숙한 중독, 설탕.하지만 그 달달함의 뒷면에는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 같은 실로 무지막지한 단어들이 따라온다.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는 전혀 달콤하지 않은, 입안이 꺼슬해지는 잔혹한 역사가 있다.『설탕 전쟁』은 세계사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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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최광용 지음, 한겨례출판




'설탕'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서부터 먼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중독, 설탕.

하지만 그 달달함의 뒷면에는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 같은 실로 무지막지한 단어들이 따라온다.

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는 전혀 달콤하지 않은, 입안이 꺼슬해지는 잔혹한 역사가 있다.


『설탕 전쟁』은 세계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설탕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에 얽힌 세계사를 들려준다. 우리는 흔히 전쟁이나 혁명,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 하지만 설탕 전쟁은 조금 다르다. 설탕이라는 기호품 하나가 인류를 얼마나, 어떻게나 뒤흔들었는지 보여준다. (한겨례가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역사책이 많다!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알아가고 싶다면 한겨례출판을 주목하시오!)


설탕은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세계사적 사건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향하면서 설탕은 가장 중요한 교역 품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고, 그 결과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노예무역이 발생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설탕 플랜테이션은 원주민들의 희생과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운영되었고, 설탕은 달콤함 대신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설탕의 유통과 소비는 제국주의 확장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시작했던 설탕은 이제는 그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기호품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식민지의 고통이 있었다. 설탕의 확산은 자본주의의 확산이었고, 노동 착취와 불평등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설탕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으면서도 설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설탕뿐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식재료들 역시 그 생산 과정에서는 잔혹한 착취가 얽혀 있을 것이다. 착취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소비하는 수많은 제품 뒤에는 저임금 노동과 열약한 환경, 동물 착취가 존재한다. 번뜩 떠오르는 문제들만 생각해도 숨이 턱 막혀오는데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서 까마득해진다. 타자의 고통에 무감해지고 싶지 않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할까. 역사는, 『설탕 전쟁』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의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내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또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쉽게 먹고 쉽게 소비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먹고 소비해도 정말 괜찮은걸까?


나는 역사책을 읽으면 유독 졸리는(...) 편이다. 인물 이름과 연도,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의 나열에 금세 졸음이 찾아온다. 그런데 설탕 전쟁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읽었다. 우선 챕터가 짧게 끊긴 구성인데 그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틈틈이 읽기 좋았다. 설탕을 중심에 둔 이야기의 전개가 역사적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스토리텔링 덕에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 쉽게 읽히지만 기억에 남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이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k*****5 2025.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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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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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 이면에는 어둡고 씁쓸한 역사가 있었다.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인 『향신료 전쟁』에서는 향신료를 둘러싼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탐욕과 세계사를 맛깔나게 보여줬는데, 이번 책에서는 설탕을 둘러싸고 벌어진 세계 이야기를 드려준다. 달달한 맛의 대명사인 설탕이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과거에는 보석처럼 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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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 이면에는 어둡고 씁쓸한 역사가 있었다.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인 『향신료 전쟁』에서는 향신료를 둘러싼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탐욕과 세계사를 맛깔나게 보여줬는데, 이번 책에서는 설탕을 둘러싸고 벌어진 세계 이야기를 드려준다. 


달달한 맛의 대명사인 설탕이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과거에는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졌던 설탕이 현재에 이르러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설탕을 매개체로 들여다본 역사는 기대만큼 달콤하진 않았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대규모 농장을 운영했다. 농장 운영을 위해서 원주민들을 거의 노예처럼 부렸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파괴했다. 


또한 대규모의 아프리카 흑인 역시 설탕 산업의 희생자가 되었다. 강제 이주를 통해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학대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흑인 노예들은 분노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치열한 투쟁은 세계 최초 흑인 노예 독립국인 아이티 공화국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설탕의 역사에 한인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시선을 끌었다. 20세기 초 '사진신부'라는 제도를 통해 하와이에 있는 정착하게 된 한인들은 약 40개 설탕 농장에 분산 배치되어 끔찍한 노동 환경을 견뎌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수입의 일부를 독립운동자금에 보탰다.


달콤한 설탕의 역사가 이토록 잔혹할 줄은 몰랐다. 본능적으로 단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온 인간의 잔혹한 본성은 역사 속에서도 드러난다. 익숙한 식재료를 통해 알게 된 세계사는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역사적 서술에서 벗어나 색다른 접근을 찾는 이들에게 『설탕 전쟁』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단

YES마니아 : 로얄 n******0 2025.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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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에 엮인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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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소금과 달리 기호식품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설탕. 이 설탕에 얽힌 세계사를 톺아보는 책이 등장했다. 저자는 사업가로서의 해외경험과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세계사를 풀어내는 글을 써왔다. 『향신료 전쟁』을 이은 『설탕 전쟁』이 저자의 두번째 저서이다.설탕 생산은 많은 인력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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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금과 달리 기호식품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설탕. 이 설탕에 얽힌 세계사를 톺아보는 책이 등장했다. 

저자는 사업가로서의 해외경험과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세계사를 풀어내는 글을 써왔다. 『향신료 전쟁』을 이은 『설탕 전쟁』이 저자의 두번째 저서이다.


설탕 생산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설탕과 제국주의, 식민통치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책의 시작은 콜럼버스로, 그는 "스페인 최남단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에서 사탕수수 씨앗을 가져와 히스파니올라섬에 심"었다. 사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이미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설탕을 직접 생산해왔다."


그렇다면 태초에 설탕은 어디서왔을까?

페르시아>이슬람 세계>유럽>카리브해 일대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진 설탕이지만, 사탕수수를 가공하여 설탕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인도인이다. 기원전 4세기 이전부터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설탕을 얻는 기술이 존재했다는 것을 유추할 기록이 존재한다. 또한 "설탕을 뜻하는 영어 'sugar'와 사탕을 가리키는 'candy'도 고대 인도어로부터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설탕을 샤르카라(sharkara)"라고 불렀고, "'설탕 조각'을 산스크리트어로 칸다(khanda)라고 불렀"다 한다.


앞서 말했듯 설탕 생산에는, 특히 사탕수수 재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히스파니올라섬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노동자는 유럽인들에 의해 강제 이주된 흑인 노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포르투갈에서 시자고디어 점차 영국, 프랑스, 스페인으로 확산되었으며 훗날 미국의 흑인 노예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들의 삶은 끔찍했다. 토머스 티슬우드는 자메이카 플랜테이션 감독관이었는데, 노예와 관련한 기록을 남겼다. 직접 행한 끔찍한 학대와 비인간적 처벌이 상세히 적혀있다.


노예들은 도망치기도 했는데, "이렇게 도망친 흑인 노예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마룬이라고 한다". 섬의 정복자가 바뀌어도 도망치는 노예들은 지속적으로 마룬에 합류했고, 마룬은 점점 더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다. 마룬 공동체의 지도자는 현재까지도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정복국과 맞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부터 플랜테이션, 노예문제, 무역, 담배, 럼주까지, 설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설탕을 둘러싼 세계사 전반을 다루며, 책의 말미에는 하와이에 이주한 한국인 노동자를 말한다. 덕분에 멀어보이는 나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부와의 관련성도 찾아볼 수 있다.


세계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w*****3 2025.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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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단맛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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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전쟁이라! 제목만 봤다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설탕과 전쟁을 하는 이야기일까 싶을 것이다. 설탕은 인류에게 오랫동안 달콤한 존재였는데 이제는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런 설탕을 주제로 한 미시사 <설탕 전쟁>을 집필한 저자 최광용씨는 30여 년간 약 80개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사업가 겸 여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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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전쟁이라제목만 봤다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설탕과 전쟁을 하는 이야기일까 싶을 것이다설탕은 인류에게 오랫동안 달콤한 존재였는데 이제는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이런 설탕을 주제로 한 미시사 설탕 전쟁을 집필한 저자 최광용씨는 30여 년간 약 80개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사업가 겸 여행가이다오늘날 세계가 형성되는 데 설탕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 책에서 알려준다.

 

역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설탕의 존재를 알게 된 서구 열강이 어떻게 원주민을 착취했고 흑인들을 노예로 삼았는지아메리카 대륙이 현재의 국명과 언어를 가지게 된 지리 역사를 알 수 있다이러한 과정에서 설탕 전쟁은 필연적이었다나는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역사책을 즐겨 읽는다학창시절 배운 역사는 왕조사였다세계사 역시 근대사 이전까지는 왕조사 위주였고 그 사이사이에 일어나는 큰 전쟁을 배웠다나이가 들어 세계사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그동안 나는 정복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유럽인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번에 설탕 전쟁을 읽으면서 또 발견했다유럽인들이 항로를 개척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보험업을 위시한 상업을 발달시킨 행위들을 나는 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한국인인 내가 무적함대 에스파냐인으로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인의 마인드로 살았던 것이다그동안 배운 세계사와 읽은 역사책이 그런 시각이었으니 세뇌를 당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인들의 오만함과 잔인함을 확인했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고 결과론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의 평가도 있지만 나는 사탕수수 때문에 죽어나간 사람들을 계속 생각했다남의 땅에 배를 몰고 쳐들어가 새로운 땅을 발견했다며 자기 소유라고 외친 후 그 곳의 자원을 수탈하고 사람들을 착취했다그것을 본 다른 유럽인들도 똑같이 행동하다가 전쟁을 했다원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럽인들 멋대로 땅을 나누고 나라 이름을 붙였다속국으로 만든 후 금을 캐고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차곡차곡 부를 쌓아나갔다오늘날 강대국이라 불리게 된 시작이었다그간 유럽인의 시각으로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6장 브라질에 대한 역사다포르투갈의 지배로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금과 사탕수수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겐 비극이었다브라질 국명은 그곳에서만 자생하는 나무 '파우브라질혹은 '페르남부쿠'에서 유래했다과거 플랜테이션 식민통치 영향으로 브라질 경제의 핵심은 여전히 농업이다설탕 왕국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설탕 생산국이며 설탕에서 에탄올을 추출해 자동차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와이 한인 이주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독립운동이다하와이에서 노예와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냈는데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한 이들 중 상당수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그들 중 장인환과 전명운이 스티븐스를 저격했다일본의 조선지배가 정당하다는 망언을 일삼았던 대한제국 외교고문 더럼 화이트 스티븐스가 1908년 3월 21일 샌프란시스코에 휴가를 와서도 조선 비하발언을 했고 이틀 후 장인환과 전명운이 나선 것이다이 사건 이후로 미국에 산재했던 10여 개의 독립 단체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대한인국민회가 창립되었다설탕전쟁의 역사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로까지 연결되었다.

 

혀끝에 닿는 달달함이 얼마나 지난한 역사를 거쳐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위 리뷰는 하니포터 11기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l******g 2025.09.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설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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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에 대해 듣다보니 사탕수수를 보다가도 설탕수수라고 말이 나오는 설탕사탕붕괴현상이 일어났다. 온통 설탕에 대한 이야기 뿐이지만 읽다보면 사람과 세상을 알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설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작은 차와 함께 한다. 차와 설탕의 관계가 뗄 수 없이 긴밀히 이어져 내려온 것을 찰스 2세와 카타리나 공주의 정략 결혼과 엮어내 읽기 쉽게 풀어내며 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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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에 대해 듣다보니 사탕수수를 보다가도 설탕수수라고 말이 나오는 설탕사탕붕괴현상이 일어났다. 온통 설탕에 대한 이야기 뿐이지만 읽다보면 사람과 세상을 알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설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작은 차와 함께 한다. 차와 설탕의 관계가 뗄 수 없이 긴밀히 이어져 내려온 것을 찰스 2세와 카타리나 공주의 정략 결혼과 엮어내 읽기 쉽게 풀어내며 흥미를 잡았다. 포츠머스의 귀부인들이 카타리나 공주가 아름다운 찻잔에 담아 마신 음료의 정체를 궁금해 했던 것처럼 차 한 잔에 곁들일 설탕과 함께 책을 만나보자.

세계 제 1의 설탕 생산지로 도약한 브라질의 과거사를 읽다보면 브라질에서 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지 알게된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나온 '뽀르뚜까'라는 호칭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제제네 남매들의 피부색과 머리카락색에 대한 묘사 등이 포르투갈 이주민과 현지 원주민 사이의 혼혈 인구 구성(124)을 바탕으로 이해됐는데 역사라는 키워드가 아닌 설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뻗어나간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설탕은 곧잘 금과 담배, 술로 연결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골드 러시에 대한 부분이나 미국의 목화밭, 쿠바에서 만난 캐나다 사업가와 함께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설탕에서 잠깐 주제를 벗어났나 싶다가도, 쿠바에서 피운 시가와 어울리는 술로 럼을 꼽으며 중심은 다시 단맛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벗어난 듯 느껴졌던 길에서 관타나모에 얽힌 미국, 스페인, 쿠바 간의 조약과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두 편을 소개 받았으니 이런 흐름 또한 나쁘지 않았다.

사탕수수, 사탕무 같은 작물과 설탕은 우리 땅에서 재배하고 생산했던 작물이 아니라 그 역사가 멀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설탕과 전쟁, 노예, 식민의 역사가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흑인 노예를 대신할 노동력을 얻기 위해 이주민을 받았는데, 지난 광복절 때 티비 프로그램 강연에 나온 적 있는 첫 이민 세대인 이들이 독립 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 힘을 보탠 일화가 여기서도 소개 되고 있다.
책의 중반 쿠바 사탕수수밭에서 일하기 위해 멕시코를 통해서 이주해 온 한인 여성의 후손인 소녀들과 만난 이야기(157)는 유카탄의 에네켄 농장과 소설 [검은꽃]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 인신 매매, 취업 사기나 다름없는 이주 노동의 역사는 마찬가지로 '9장 하와이, 설탕, 그리고 우리'의 내용과 이어진다. 하와이 사진 신부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란 소설이 이 배경을 다루고 있으니 읽어봐도 좋겠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핫초콜렛 가루가 너무 달길래 덜 달게 마시고 싶어 카카오 가루를 샀을 때 깨달았다. 카카오 가루는 달지 않았다. 초콜렛 특유의 향과 색이 진한 카카오 가루는 그만큼 쓴 맛이 났고 거기에 설탕을 넣었을 때 비로소 알던 초콜렛 맛이 났다. 초콜렛은 원래 달다고 생각했지만 단맛을 내는 설탕이 들어가서야 아는 맛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설탕을 넣었는지 혹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먹는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단맛에 단맛을 더하는 자극적인 음식들이 유행하는 지금, 설탕은 더 많은 수요를 낳고 그만큼 많은 배척을 당하고 있다. 과거의 설탕이 제국주의와 식민지, 노예 무역을 둘러싼 전쟁 속에서 파이를 키워나갔다면, 현재의 설탕은 사람들의 입맛과 건강 사이에서 여전히 그 나름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설탕 전쟁'은 설탕이 얼마나 유능한 싸움꾼으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왔는지 그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마냥 달지만은 않은 설탕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설탕 전쟁'과 만나보길 바란다.

 
이달의 사락 m******j 2025.09.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설탕 전쟁』 최광용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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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최광용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피곤을 풀어주는 것 같은 달콤한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은 일상의 소소한 위로가 된다.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단맛의 근원인 설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본능이 갈구하는 기분 좋은 맛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설탕 전쟁>을 읽어보니 인류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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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최광용

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피곤을 풀어주는 것 같은 달콤한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은 일상의 소소한 위로가 된다.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단맛의 근원인 설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본능이 갈구하는 기분 좋은 맛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설탕 전쟁>을 읽어보니 인류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선호해 온 이 단맛이 실은 인류사의 가장 어둡고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플랜테이션 시스템 하에서 생산된 작물은 미국의 경우 담배와 목화였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무심코 음식에 넣는 설탕 한 스푼에 얼마나 큰 역사의 소용돌이가 들어가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시작된 설탕 정제 기술이 영국의 차 문화를 꽃피우고 더 나아가 제국의 흥망과 대규모 인구 이동을 촉발하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항해시대의 서막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위대한 도전으로 낭만화되곤 한다. 하지만 그 거대한 배들이 사실은 막대한 부를 향한 유럽 열강의 끝없는 탐욕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설탕이 있었다. 유럽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사탕수수를 얻기 위해,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이 앞다투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섬들을 식민지로 삼고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을 건설했다. 


지옥 같은 현실을 감내하면서도, 노예들은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의지를 발휘해 다양한 방식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본문 중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들여온 질병과 잔혹한 착취 속에서 무참이 스러져갔고,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설탕의 달콤한 맛은 결국 원주민의 터전을 빼앗고 그들의 존재마저 지워버린 제국주의의 탐욕이 낳은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얻고 서부 개척의 길을 열었고, 서부 개척은 미국의 태평양 진출로 이어지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사실 플랜테이션은 한국과는 관련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고종의 허가 아래 100여 명의 조선인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하면서 한민족 최초의 공식적인 이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노예와 다를 바 없는 혹독한 노동과 차별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쪼개 머나먼 조국의 독립운동자금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려왔다. 저자는 우사인 볼트와 같은 자메이카 육상 선수들의 폭발적인 질주를 보며 사탕수수밭에서 혹사당했을 그들의 선조를 떠올린다고 했다. 설탕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서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인류의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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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2025.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생존의 맛, 이국의 환희. 사람의 땀과 피로 자란 제국주의의 역사에 관하여.
"생존의 맛, 이국의 환희. 사람의 땀과 피로 자란 제국주의의 역사에 관하여." 내용보기
단 맛은 생존의 감각이다. 잘 익은 과일과 채소의 그 맛은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의심할 바 없는 안전과 기쁨의 맛이었을 것이다. 그 집약체인 설탕이 등장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대륙과 섬을 오가며 전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이국의 쾌락, 누군가에게는 맛의 신지평을 연 설탕. 그 달콤한 환희는 세계사 곳곳에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의 흔적을 남겼다. 설탕의 원재료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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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맛은 생존의 감각이다. 잘 익은 과일과 채소의 그 맛은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의심할 바 없는 안전과 기쁨의 맛이었을 것이다. 그 집약체인 설탕이 등장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대륙과 섬을 오가며 전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이국의 쾌락, 누군가에게는 맛의 신지평을 연 설탕. 그 달콤한 환희는 세계사 곳곳에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의 흔적을 남겼다.


 설탕의 원재료인 사탕수수는 무더운 땅에 자란다. 향신료가 그러했듯 설탕 또한 기르고 만드는 손과 먹는 입의 '인종'은 태생부터 다르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인간들에 의해 탐닉과 열광의 대상이 되어 인간을 짐승 이하의 '짐승'과 문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폭력으로 양분했다. 설탕의 세계사는 필연적으로 피와 폭력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p.8 설탕 산업에 뒤따른 잔혹했던 노예제와 대규모 인구 이동은 오늘날 세계 인구 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아프리카 노예의 역사와 설탕 산업이 초래한 인구 이동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은 단지 설탕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사의 큰 흐름과 그 속에서 형성된 현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p.86 플랜테이션이 큰 성공을 거두자 더 많은 노동력이 섬으로 유입되었는데, 유럽에서 온 백인이 3만 명을 넘었고 아프리카 노예는 수십만에 이르렀다. 이렇게, 스페인과 달리 프랑스는 생도맹그에 플랜테이션을 경영하며 아프리카 노예를 많이 수입했고, 그 결과 오늘날 아이티와 도미니카의 인구 구성에 뚜렷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 매끈한 찻잔과 '흰 살갗'에 닿기까지의 설탕은 피와 눈물을 먹고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많은 생산, 더 큰 부. 그를 위한 노동력, 가축, 입이 있으되 말하지 못하는 기계인 노예가 곧 부의 원천이자 생산의 필수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설탕에의 열망이 커져갈수록, 생산 규모가 불어날수록 땅과 노예에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기계보다 싼 노예들의 노동, 호소할 곳도 도망칠 길도 없는 사람들의 손에서 자란 사탕수수는 바다와 대륙을 가로질러 낯선 땅에 닿아서야 상품이 되었다.


 p.62 땅을 일구고, 수수를 심고, 김을 매고, 수확하고, 불을 지피고, 짜낸 즙을 끓여 설탕을 만들기까지, 끝도 없이 쳇바퀴 같은 노동이 반복되었다. 사탕수수밭 노예의 삶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p.211 루이지애나는 빠르게 설탕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불과 반 세기 만에 '퀸 슈거'라 불리며 세계 설탕 공급량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최대 설탕 생산지로 성장했다. 목화 산업도 크게 발달해 '킹 코튼'이라고도 불렸으며, 루이지애나는 미국 내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부유한 주가 되었다. 이렇게 농업 기반 생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뉴올리언스는 자연스럽게 미국 노예시장의 중심이 되어 갔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생산지'의 이동은 곧 노동력의 대규모 이동과도 같다. 나랏님 입에나 들어가던 귀한 것이 망국의 풀뿌리 디아스포라와 닿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세계사가 한국사와 별개의 흐름이 아닌 이유로, 조선과 한국의 민중사 또한 설탕과 함께 퍼져나가고 삼켜졌다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의 역사가 그러했듯, 재외 한인의 역사 또한 이주노동자의 역사다. '우리의 아픈 역사'에서 현재의 인종차별과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혐오를 읽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p.232 조선인은 하와이 전역의 약 40개 설탕 농장에 분산 배치되었으며, 인원은 농장마다 적게는 30여 명, 많게는 200~300명에 달했다. 하루 10시간 노동에 점심시간 30분 정도가 휴식으로 주어졌고, 허리를 펴거나 담배를 피우는 일이 금지되었다.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루나'라고 불렸던 농장 감독관은 소나 말을 다루듯 채찍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을 통제했으며,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릴 정도로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p.233 하와이 이주민 중 많은 수는 그대로 하와이에 남아 정착했다. 하지만 일부는 열악했던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며 미국 본토나 멕시코, 쿠바 등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약 260만 명 규모를 이루고 있는 미주 재외 한인의 출발점이다.



 결국 설탕의 세계사는 제국주의 시대의 국경, 국제무역의 변천사와 20세기 이후의 독립투쟁은 모두 이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설탕의 역사 내지는 흐름 따위가 아니라 '설탕 전쟁'인 것은 그 역사가 단순한 '신세계 발견'이 아닌 개인의 몸, 국경, 인종과 패권이라는 추상적 가치에 대한 말 그대로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오늘날의 많은 이들은 달콤함에 파묻힌 일상을 누리고 있다. 음료부터 간식과 식사, 각종 산업에까지 설탕의 그림자가 닿는 곳이 적지 않다. 마치 가게에서, 기계에서 솟아나는 듯한 '생존의 맛'에 누군가의 생존이, 피 흘리는 인간의 역사가 있음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달콤함 아래 숨겨진 기억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


 p.173 정부군과 경찰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카를로스 세력은 빠르게 확산되어 참여 인원이 단숨에 1만 2000명으로 불어났다. 분위기를 탄 세스페데스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전투 경험이 있던 막시모 고메즈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농민들을 무장시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쿠바 독립 전쟁의 시작이었다.


 p.247 하와이는 이제 소수 재벌의 손아귀에 놓인 섬도, 설탕 산업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는 곳도 아니다. 매년 약 9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섬이다. 여전히 섬 곳곳에서 과거 성행했던 설탕 산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오늘날 하와이의 진면목은 풍부한 자연과 다채로운 문화, 그리고 따뜻한 환대에서 찾을 수 있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s*****7 2025.09.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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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설탕의 얼얼한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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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설탕은 음식 재료일 뿐인데, 전쟁이라니. 건강을 위해 설탕을 줄이려는 요즘 세태를 비유한 말이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먹는 설탕이 사실은 피와 눈물로 얼룩진 역사를 품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모든 비극은 유럽인들의 설탕에 대한 끝없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사탕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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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설탕은 음식 재료일 뿐인데, 전쟁이라니. 건강을 위해 설탕을 줄이려는 요즘 세태를 비유한 말이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먹는 설탕이 사실은 피와 눈물로 얼룩진 역사를 품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모든 비극은 유럽인들의 설탕에 대한 끝없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사탕수수는 유럽의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는 작물이어서 유럽의 강대국들은 너도나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아메리카, 아프리카 같은 곳에 식민지를 세우고 거대한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원래 그 땅에 살던 수많은 원주민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노예처럼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위인전에서 읽었던 콜럼버스 같은 탐험가들의 ‘위대한 항해’ 뒤편에는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설탕 농장의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 온 ‘노예 무역’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많은 사람이 짐짝처럼 배에 실려 낯선 땅으로 팔려 와 평생을 사탕수수밭에서 착취당했다. 책에 소개된 당시의 기록들은 너무나 끔찍해서 읽기 힘들 정도였다. 달콤한 설탕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이 비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강제 이주였다는 대목에서는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뜻밖에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이어진다. 20세기 초,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수많은 조선인이 노동 이민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고된 노동과 차별을 견디면서도 나라를 잃은 슬픔을 잊지 않았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쪼개 독립운동 자금을 보탰고, 그들의 후손 중에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도 있었다. 설탕의 세계사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설탕이 예전과는 달리 보인다. 그저 달콤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탐욕과 식민지 주민들의 고통, 그리고 머나먼 땅에서 조국을 그리워했던 우리 선조들의 한이 서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역사는 어렵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설탕’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세계사를 들여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나처럼 역사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달콤함의 무게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d****o 2025.08.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