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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인문학 제작소, 『도시의 공원』 독서후담
"초록색 인문학 제작소, 『도시의 공원』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64830358<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     내가 일하고 있는 면사무소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다. 7분가량만 걸으면 둘레를 돌 수 있을 정도니 말 그대로 작은 공원이다.    13년 전 어느 아침, ‘공원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이 이상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제보자는 특정 표현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 조심했고, 나는 그것을
"초록색 인문학 제작소, 『도시의 공원』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64830358

<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

 

   내가 일하고 있는 면사무소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다. 7분가량만 걸으면 둘레를 돌 수 있을 정도니 말 그대로 작은 공원이다.

   13년 전 어느 아침, ‘공원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이 이상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제보자는 특정 표현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 조심했고, 나는 그것을 내 눈과 손으로 확인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민원 받은 면서기라면 이유불문 출동해야하는 법. 기절초풍 놀라도 좋으니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가 번쩍 눈을 떠주길 바라며 공원으로 갔다.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점퍼 때문에 호흡을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경찰이나 119에 전화를 하자니 단순 노숙일 수도 있어 애매했다. 저기요? 여기요? 선생님? 여보세요? 흠흠? 어떻게 불러 깨워야할지 알 수 없었다. 요란한 발소리를 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숨을 확인하기 위해 얼굴에 손을 대보아야만 하는 걸까, 울상이 된 나를 그가 눈을 떠 바라봤다.

   “저기,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에이.” 자리를 털고 있어난 그는 짜증 가득한 걸음으로 공원 밖으로 나갔다.

 

   어느 시점까지 공원은 우범지역이었다. 자율방범대와 치안, 행정기관의 순찰 지역이었고 밤이 으슥하면 어린 담뱃불을 외면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화장실은 대부분 잠겨있었고 열려 있으면 더 불쾌했다. 미끄럼틀과 그네는 너무 높거나 낮거나 칠이 벗겨져 있었고, 드문드문 놓인 벤치는 정체 모를 얼룩들과 행색 수상한 이들의 차지였다. 그냥 막 살자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려 아깝게 내준 땅덩어리 같았다.   

 

   13년이 지난 지금, 이 공원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아침, 공원은 새로운 생명력을 뿜어내는 사람들의 리드미컬한 걸음과 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와 일터로 가는 이들에게 그 건강한 리듬을 넘겨주고, 노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달리고 뛰어오르고 웃는 아이들에게서 더 싱긋한 기운을 얻는다. 선생님에게 인도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기쁘게 손을 흔드는 엄마들이 벤치에 앉아 밤사이의 안녕을 나누다 일어나면 굽고 느린 걸음으로 찾아오는 백발의 이들을 맞이한다. 젊은 엄마들보다 조금 더 간절할 안녕을 나누는 노인들에게 아이들이 뿌려놓은 싱그러운 생명을 나누어준다.

 

   오후가 되면 역순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느린 걸음의 이들이 돌아가고, 엄마를 다시 만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진심으로 기쁘게 손을 흔든다. 아이들은 다시 달리고 힘껏 점프를 하고 크게 웃으며 건강한 숨을 호흡하고, 학교와 일터에서 돌아오는 이들은 그 숨을 얻어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를 이끈 해가 지고 밤이 으슥하면 공원도 사람도 각자의 자리를 찾는다. 주말이면 청소년들이 모여 벼룩시장을 열고, 각자의 긴장으로 주중을 산 가족들이 편한 옷차림과 표정으로 느슨한 시간을 보낸다. 그냥 막 살지 말자고, 여기서부터 시작해 꽤 그럴싸하게 살자는 공간이다.  

 

  “어린 나에게 공원은 창문 밖의 더 넓은 세상을 뜻하는 것이었다.” - 215, 조너선 알터

 

   『도시의 공원에 실린 18편의 글과 112장의 사진으로 세계 곳곳 공원을 만나볼 수 있다.

 

- 이집트의 소설가 아다프 수에이프는 카이로의 알 아자르 공원을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기품과 선택과 전망을 보여주는 곳이라 말한다.

-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은 워싱턴 D.C.의 덤버턴 오크스 정원을 놀라움이 가득하다고 소개한다.

-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베를린의 그로스 티어가르텐 공원이 도시의 정체성과 정신을 상징한다고, 도시가 겪은 세월의 풍파를 담은 타임캡슐이라고 말한다.

- 앙드레 아시망 교수는 뉴욕의 하이라인을 도시의 레콩키스타로 정의한다. (Reconquista.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지역에서 711년부터 780년간 그리스도교도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인 국토회복운동)

- 역사학자 어맨다 포먼은 런던의 하이드 공원에 가면 언제나 진달래꽃을 꺾는 어린아이가 된다고 고백한다.

- 언론인 조너선 알터는 시카고의 런던 공원 덕에 아파트와 유치원과 할머니 집을 오가던 세계가 확장되었다고 회상한다.

-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는 마이단 공원이 없었다면 캘커다는 예전에 미쳐버렸을것이라고 말한다.

 

  공원公園은 특별한 곳이다. 모두의 공인 동시에 저마다의 사인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우리가 공동체의 일원임을, 현재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널찍한 자리는 연대를 위한 마당이 되고, 사방으로 난 출입구는 공유의 장이 되어준다.

   사색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홀로일 수 있는 순간을, 설렘을 품은 이들에게는 서로의 손끝이 스칠 좁은 산책로를, 농밀한 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구석진 나무그늘을 내어준다.

 

   둥구나무 아래엔 마을의 세월이, 구획된 한 조각 땅엔 도시의 세월이 기록된다. 공공의 공간으로서 그곳에서 한 시절을 보내는 이들을 키워내고, 마을이 마을일 수 있도록, 도시가 도시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어린 아이들은 작은 돌멩이를 줍고 개미를 구경하며 세상을 배우고, 조금 자란 아이들은 벗에게 곁을 주는 순간을 체험한다. 어느 시절엔 스스로에 대한 골똘함만으로도 버거워 그저 하늘만 올려다보기도 하고, 조금 더 후엔 젊은 날의 그것이 생을 향했던 사색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다시 조금 더 후엔? 아직 모르겠다. 공원과 함께 긴 세월을 보낸 이들에게 공원이 어떤 곳일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김현 교수는 천년의 수업에서 문 자가 가진 무늬의 뜻을 들어 인문인간이 새겨 넣은 무늬라 말한다. 그의 해석이 살갑고도 반갑다. 으로도 로도 존재하는 공원이 한 지역의 인문학이면서, 우리 모두이자 각자의 인문학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에 들이는 공무원의 공보다 공원을 만들고 가꾸는 공무원의 노력이 칭찬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마을과 도시와 당신과 나의 인문학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좋겠다.

 

   면사무소 뒤편의 공원.

   열다섯 걸음만 건너면 되는 그곳에 공원이 있다. 그 쉬운 길이 왜 이렇게 건너지지 않는지 미스테리다. 공원이 거기에 있는데.

 

m******6 2020.08.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도시의 공원
"도시의 공원" 내용보기
이 책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21개의 공원에 관한 비망록과 같다보그의 편집위원인 케이티 머론이 서로 다른 필자들에게 '당신이 애정을 품은 공원이 어느 곳인지'물었다그 필자들은 대부분 작가이고 왕년의 영화배우 캔디스 버겐이나 대통령 빌 클린턴도 포함되었다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가가의 공원에 대한 관광안내를 해주려는 것이 아니다사람의 인생에서 공원이 어떤 흔적으로 기억되
"도시의 공원" 내용보기

이 책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21개의 공원에 관한 비망록과 같다
보그의 편집위원인 케이티 머론이 서로 다른 필자들에게 '당신이 애정을 품은 공원이 어느 곳인지'물었다
그 필자들은 대부분 작가이고 왕년의 영화배우 캔디스 버겐이나 대통령 빌 클린턴도 포함되었다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가가의 공원에 대한 관광안내를 해주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공원이 어떤 흔적으로 기억되는가를 짚어줄 따름이다
공원으로 만나는 인문학 운운할 필요도 없다
그저 공원과 사람 사이 그 공원을 훔쳐본 시간의 관찰자가 되려한다

h*******6 2017.05.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