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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무용한 것들을 동경했던 스무살 시절에는 일본 소설이 취향이라며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설탕과자 같은 글들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신작이 더이상 기대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 왔고 금세 시들해져서 더는 일본소설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랬던 나에게 다시 일본소설이 찾아 온 건 구몬학습에 입사해서였다. 어느 날 수업 중에 지문으로 나온 이 소설의 일부분을 읽고는 도련님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된 것이다. 그 때의 느낌은 18살 겨울, 심심해서 펼쳐 본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를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나는 교재에 나와 있는 출판사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같은 책으로 주문했다. 누구나 좋아할 법한 성장소설의 흥미로운 요소를 모두 갖춘 아주 재미난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 번 읽지는 않게 되어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친한 동료가 집에 있는 책들을 정리한다며 당시 신간이었던 <본격소설> 1,2권을 주기에 그 답례로 나도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목록을 대면서 <도련님>이 그 중 재밌었노라 하자 동료가 반색하며 받겠다 하여 기쁜 마음으로 건넸다.(그래서 이 책은 최근 새로 삼.) 녹록치 않았던 방문교사 생활동안 상식을 뛰어 넘는 더러운 꼴도 당해보고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숱하게 겪었지만 그 동료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진 걸 보면 인간들이 또 지긋지긋해졌나 보다. 도련님의 매력이 돋보이는 몇 장면을 사진에 담아봤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따로 있다. p.123~124 "이상한 인간이다. 편을 들어주는가 싶더니 바로 남의 실수를 들추어낸다. 나는 전에 숙직한 사람도 돌아다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생각도 없이 그런 게 관행인가 하고 온천에 다녀온 거였다. 하지만 듣고 보니 내가 잘못했다. 공격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나 "저는 정말로 숙직 중에 온천에 갔습니다. 크게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일동이 또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웃는다. 한심한 인간들이다. 너희들, 나처럼 자기 잘못을 사람들 앞에서 잘못했다고 인정할 수 있냐? 없으니 웃고 앉았겠지." 누군가는 이런 도련님의 모습을 보고 현실감각없는 이상주의자라고 비웃겠지. 그런 인간들이 바로 내가 싫어하는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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