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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맛보는 해리다. 거기다 해리가 돌아왔다. 자신의 경찰 자리로 말이다. 3년 동안 사립 탐정 생활을 하면서 밖의 세상에서 자신의 일을 했던 해리는 이제 경찰이라는 소속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전의 파트너인 라이더와 함께다. 해리가 돌아오게 된 데는 그녀의 역할이 크기도 했다. 강력하게 주장을 한 것이다. 그가 돌아와서 처음 맡게 된 케이스는 바로 콜드 히트다. 해리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으로 배치되었고 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그때 당시는 묻혔던 증거들이 새로운 증거가 되어서 나온 것이 콜드 히트고 거기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서 묻혔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해리가 풀어야 할 사건은 바로 1988년에 묻혔던 사건이었다. 한 십대 아이가 있었고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알았던 아이는 사라졌고 후에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총은 발견이 되었지만 총에 잡힌 피부가 있어서 디엔에이 조사도 했지만 그때 당시의 과학으로는 누구의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그 유전자의 정체가 밝혀져서 해리는 사건을 조사하러 가는데 어떤 증거로 그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까. 이야기 속에서는 이미 CSI나 로앤 오더 같은 작품이 대중화되었음 보여준다. 특히 csi는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작품이 아니었던가.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스핀오프도 방영이 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었다. 작품의 피해도 있었다. 드라마의 특성상 자세히 보여줄 수는 없으니 기계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과가 나오는 줄 착각을 하는 시청자들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로앤오더는 법과 질서라는 작품명으로 해석을 해두고 원제를 붙여놨는데 그러니 더욱 이상해져버렸다. 이 작품 역시나 어느 정도는 인기를 끌었는데 원제를 그대로 써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해리가 맡은 미해결 사건은 흔히 콜드 케이스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 또한 같은 제목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도 바로 그 작품을 인용하고 있다. 해리가 사건 조사를 위해서 17년전 그때 당시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방송국에서 근무를 하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현장에서 일하는 해리의 인터뷰를 추진하는 것이다. 콜드케이스 작품이 실제로 cbs에서 방송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식의 작품 구성은 역시나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이라서 흥미롭다. 우리나라 작품에서도 이런 식으로 드라마 제목들이 연관성이 있다면 언급을 해주는 것도 재미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반갑게 여겨지지 않겠는가. 이야기의 엔딩은 범인을 잡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인해서 살짝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미해결사건 전담반에 속한 해리의 활약은 여전히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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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 '클로저'부터 '탄환의 심판'까지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서 다루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야. 미해결 사건 전담반은 공포의 집이지. 우리의 가장 큰 치부. 그 사건들, 그 목소리들 말이야. 그 사건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같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 속으로 파문이 퍼져 나가지. 가족들과, 친구들, 이웃들에게. 그렇게 파문이 일고 있는데, 이 경찰국이 그렇게 많은 목소리들을 잊고 있었는데, 과연 우리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클로저' P. 16) 이게 바로 코넬리의 진심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공동체는 바로 그러한 잊혀진 목소리들에 귀기울이는 것이며 그 목소리들은 피어스처럼 자신의 욕망만 좇느라 방기해버린 것들이니 속죄는 우리의 당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내 보슈의 어둠을 집약한 대상이었던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코넬리는 작품 곳곳에서 전쟁이라고 표현할 뿐 아니라 탄환이라는 단어도 자주 쓰는데 전쟁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그러하듯이 그만큼 우리의 속죄도 절박하고 긴급한 것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속죄는 소극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속죄는 당사자의 참여라는 적극성을 요구한다. 행위로 나타나는 것. 그것만이 진정한 속죄다. 피어스가 실종된 여인을 찾고 보슈가 미해결 사건 전담반으로 다시 뛰어들어 '로스트 라이트'를 직접 찾듯이. 속죄는 실천이며 그래야만 비로소 잘못된 과거의 반복은 끊어질 수 있다. 종결은 그제서야 찾아온다. 실제 구해내지 않으면 영원히 제자리인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먼 길을 헤쳐왔건만, 그 자신은 아직도 땅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의 삶은 언제나 깜빡이는 불빛을 향해 비좁고 캄캄한 땅굴 속을 천천히 이동해 왔다. 그 자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영원히 땅굴쥐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에코파크' P. 359) 그래서 속죄는 책임이다. 기꺼이 떠맡아야 하는 것. 그것은 아버지가 자식을 책임지는 것과도 같다. 이것이 코넬리가 보슈를 아버지로 만든 이유이다. 보슈의 순례는 땅굴쥐에서 '아버지'로 거듭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이 아버지의 모습을 '유골의 도시'에서 만난 적이 있다. 바로 과거 폭력의 속죄로서 자식의 죄를 기꺼이 뒤집어쓰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정확히 보슈와도 겹쳐지는 그 모습에서 코넬리는 은밀히 '어떻게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가'라는 테마를 내비쳤다. 그리고 뒤이은, 두 번째 기회의 핵심 단어인 '로스트 라이트'를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에서는 아예 보슈에게 몰랐던 딸을 선사해 버렸다. 그는 이제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걸 안다. 자신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라는 존재. 보슈는 도대체 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거기에 코넬리는 8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시인'을 부활시켜 보슈와 대면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인'을 통해 똑똑히 보게 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아버지가 되지 못하면 또 어떤 비극을 양산하게 되는 지를. 그리하여 타락한 남자들의 마을, 진정한 아버지가 되지 못한 존재들의 마을인 '클리어'가 시인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되는 것이다.
클리어는 남자들이 은밀하게 찾아가는 마을이었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에 발을 담근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곳이었다. 결혼한 남자들, 성공한 남자들, 종교적으로 경건한 남자들이 주로 찾았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와 매우 흡사했고, 시인이 이전에 자기 희생자들을 발견했던 곳이기도 했다.('시인의 계곡' P. 239) 아버지의 경험이 없는 보슈에게 그것은 정말 좁은(시인의 계곡 원제는 'THE NARROWS'다.) 길이지만 어떻게든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딸이 거기 라스베가스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사막 위에 환영처럼 세워진 그 도시에, 로스트 라이트로써.
'탄환의 심판'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미키 할러도 그 아버지의 길을 걷는다. '블러드 워크'의 테리 메케일럽이 '시인의 계곡'에서 죽어야 했던 이유도 그 것이다. 테리 메케일럽은 실패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속죄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 했던 방관자. 이제 과거와는 다른 아버지가 필요하다. 속죄의 아버지이자, 타인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떠맡는 아버지들이. 코넬리는 마치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묵묵히 발자국을 남겨 길을 열어나가는 낙타처럼 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보다 많은 이들이 보슈처럼 사막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무수한 로스트 라이트를 보게 만들고 잊혀진 목소리들의 합창에 귀기울이도록 하기 위해. 그리하여 같이 길을 만들어 아무리 광막한 사막의 모래바람이라 하더라도 결코 그 길을 지우지 못하도록. 이게 나의 코넬리 답사기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를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를 지지한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저 수면 아래에 너무도 많은 비극의 목소리들을 갖게 되었다. 이 사회의 죄악과 절망을 그 자체로 증거하고 있는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합창을. 하지만 그 합창조차 잊혀진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늘 기억하고 속죄하기 위하여 난 오늘도 기꺼이 코넬리의 탄환을 맞을 것이다.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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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고생이 어느 날 밤, 집에서 사라졌다. 며칠 후, 인근 뒷산에서 총을 맞은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의 죽음으로 서로의 죄책감과 상처를 감싸주지 못한 부부는 헤어지게 되고 행복했던 가정은 처참히 부서져버렸다. 경찰에 복직하게 된 해리 보슈에게 17년 전의 이 사건이 혈흔의 DNA 주인이 발견됨으로써 첫 임무로 맡겨진다.
이번 편은 해리 보슈가 복직을 하게 되고, 키즈민 라이더와의 활약상이 두드러져서 흡족했다. 말하자면 해리 보슈의 까칠한 부분보다는 키즈민 라이더와의 콤비로서 임무를 완수해내는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보슈 만큼이나 키즈민 라이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지만, 앞으로 키즈민 라이더가 강력계에서 계속 활약할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서 슬플 뿐이다.
<클로저>는 솔직히 피튀기는 액션도 없고 보슈가 이 나라 저 나라를 종횡무진 하며 광범위하게 수사를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와이로 출장을 가고 싶은데 경비와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그 대신에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쫓고 쫓김이 돋보였다. 범인이 확실한데 증거가 불충분하고, 증거를 찾다보니 생각해 둔 자가 범인이 아닌 해리 보슈 시리즈의 허를 찌르는 스토리 덕분이다.
요즘은 계속 해리 보슈 시리즈만 읽고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보통 시리즈 하나만을 지겹도록 읽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이 시리즈를 읽으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고, 가끔은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애서가이기도 하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독자임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왜 <나인 드래곤> 이후로 더 이상 출간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대학생 때 스카페타 시리즈에 완전 빠졌었는데, 이렇게 후속편의 출간 기간이 길어지면 저절로 내용도 잊게 되고 그 후에는 시리즈에 손이 안 가게 되는데 말이다. 빨리 해리 보슈가 90년대의 올드한 모습이 아니라 최근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컴퓨터 보다는 타자기만 다룰 줄 안다는 건 정말 요즘 세상에서는 형사로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니 조금 더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캐릭터로 등장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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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슈가 경찰로 복귀했다. 더해서 미해결사건을 전담하는 부서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요소가 첨가되었고, 마지막에도 새로운 구성이 더해졌다. 북유럽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는 그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환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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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저 : ①야구의 9회말 마무리 투수. ②LA경찰국 미해결 사건 전담반을 상징하는 ‘제목’ - 콜드 케이스 :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결로 남은 사건. - 콜드 히트 : 과거 미결 사건의 DNA나 지문이 최신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되는 경우. - 하이 징고 (High Jingo) : 경찰 고위층이 개입된 사건.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는 사건.
‘보슈 시리즈’ 또는 영미권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친숙한 단어들이겠지만, 시리즈 11편인 ‘클로저’의 주요 대목들을 가리키는 개념들이라 한번 잘난 척(?) 해봤습니다.
경찰 배지를 반납하고 잠시 사립탐정으로 외도(?)를 저질렀던 보슈가 LA경찰국에 복귀합니다. 신임 경찰국장은 보슈를 ‘콜드 케이스’들만 다루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 배치합니다. 관료의 길을 택했다가 다시 형사로 돌아온 옛 파트너 키즈 라이더와 함께 활동하게 된 보슈는 신임 국장과 반장 모두 자신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에 다소 흥분하기도 합니다.
보슈와 키즈에게 배당된 첫 사건은 17년 전인 1988년에 일어난 16세 소녀 살해사건인데, 마치 보슈의 복귀 선물이라도 되는 듯 그 사건은 ‘콜드 히트’를 기록한 상태였습니다. 즉, 흉기인 권총에 남아있던 용의자의 DNA가 최신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보슈는 그 용의자를 찾아가 수갑만 채우면 바로 홈런을 날리게 되는 것인데, 사건은 절대 쉽고 녹록하게 보슈의 ‘복귀 후 첫 홈런’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수사를 거듭할수록 17년 전에 자행된 ‘하이 징고’의 분위기, 즉 경찰 상부의 개입으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듯한 흔적들이 감지되면서 사건을 매듭지어야 할 마무리 투수, 즉 ‘클로저’로서의 보슈의 위상도 위기를 맞게 됩니다.
보슈의 새 직속상관이 된 미해결 사건 전담반의 반장 에이벌 프랫은 “우리가 끝내지 못하면 아무도 끝내지 못한다.”며 보슈의 소명을 고취시키고, 보슈와는 면식도 없던 신임 경찰국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결 사건을 “잊힌 목소리들의 합창”이라 부르며 보슈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복귀와 동시에 크고 센 충돌을 예상했던 독자에겐 초반부터 위화감을 자아내는 설정인데, 아니나 다를까, 몇 개의 큰 걸림돌이 보슈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면서 너무 쉽게만 보이던 사건은 이리저리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사건이 ‘하이 징고’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것도 보슈의 가장 큰 숙적인 어빙 부국장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보슈의 복귀를 “곧 다시 터질 불량 재생 타이어” 운운하며 못마땅해 하던 어빙이라 보슈로서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수사를 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셈인데, 결국 그는 자신의 경찰직을 걸고 정면승부를 선택합니다. 물론 사건은 ‘하이 징고’뿐 아니라 더 큰 비극을 내재한 채 보슈를 맞이하지만 말입니다.
17년이나 미결 상태였던 16세 소녀 살해사건이 보슈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 이유는 다름 아닌 전처 엘리노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매들린의 존재 때문입니다. 살해된 소녀의 부모는 삶 자체가 사건이 일어난 17년 전에 그대로 멈춰버렸고, 아버지는 노숙자로 전락했고, 어머니는 딸의 방을 보존한 채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녀 가족의 비극은 보슈에게 “나와 매들린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자각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 범인을 향한 증오심을 동시에 일으키는 기폭제와도 같은 일이기에 복귀 후 첫 사건이란 점보다 훨씬 더 보슈의 소명을 들끓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중단편으로도 소화 가능할 정도로 단선적인 게 사실입니다. 사건의 비극성은 깊고 무겁지만 미스터리는 다소 평범한 수준에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탓에 구식 수사기법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보슈와 키즈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가끔씩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이야기의 전개에도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점을 고민하다가 굳이 별 0.5개를 뺀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슈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마지막 장을 덮은 후의 여운은 깊고 짙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긴 했지만 보슈의 심장엔 또 하나의 무거운 돌덩이가 징벌처럼 놓이게 됐고, 미해결 사건 전담반의 일원으로서의 그의 미래는 마냥 밝고 낙관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전처인 엘리노어가 홍콩으로 데려간 딸 매들린에 대한 보슈의 그리움과 애정은 ‘보슈 시리즈’ 14편인 ‘나인 드래곤’을 읽은 독자라면 더 절절하게 읽혔으리라 생각됩니다.
2019년에 출간된 ‘블랙박스’까지 치면 한국에 소개된 ‘보슈 시리즈’가 모두 16편인데, 2020년이 며칠 안 남은 현재까지도 새 작품 소식이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해리 보슈 다시 읽기’도 이제 다섯 편만 더 읽으면 끝나는데, 그 전에라도 반가운 신간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바랄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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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돌아오다!
오롯이 범인을 잡는것에만 신경쓰는것이 아닌 정치적인 노림수와 판단에 따라 줄서기하는 경찰조직에 염증을 느껴
25년 경찰생활을 정리하고 박차고 나왔던 해리 보슈
하지만 그의 사명은 자신이 버릴수 없는것임을 깨닫고 혼자서 탐정일을 하면서 범인추적에 나섰지만 민간인이 할수 있는 한계를 깨닫고 있을 즈음 자신의 파트너였던 키즈민의 추천으로 다시 경찰조직에 돌아오게 된다
그의 복귀 첫날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오랫동안 미해결되었던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일
17년전 집에서 잠자다 사라져 집근처의 산에서 마치 권총으로 자살한것처럼 꾸며졌던 레베카 벌로런살인사건을 재수사하게 된다.권총에서 나온 피부조각은 당시의 기술로는 밝힐수 없었지만 지금의 기술로 DNA의 주인을 찾을수 있었고 용의자는 당시의 수사에선 이름조차 언급되지않았던 뉴페이스이지만 죽은 레베카와 용의자 사이엔 접점이 없다.
또한 용의자 역시 당시엔 레베카와 비슷한 10대의 소년이었고 이후 그의 행적은 그가 살인용의자로 보기엔 석연치않은 점이 많아 공범을 의심하게 되는 해리
이제 수사는 급물살을 맞는듯했으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당시의 증거물품같은게 남아있지않을뿐 아니라 당시 사건담담 형사는 도움이 되지않고 오히려 당시의 미숙한 초동수사가 눈에 띄여 안타까움만 더해간다.
모든것을 새로 조사해야하는 해리와 키즈민
여기에 해리와 앙숙관계이자 이번에도 국장자리에서 밀려나 변방을 겉돌고 있는 어빙부국장과 사건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해리와 어빙 두 사람간의 피튀기는 전쟁같은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반드시 범인을 잡지못하면 모처럼의 복직이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을 추천했던 키즈민마저 위태롭게 되는 위기의 상황에 우리의 해리는 어떻게 범인을 잡게 되는지...어빙과 해리는 어떻게 될 지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혼자서 범인의 흔적을 쫓아 한걸음씩 범인에게 다가가던 사립탐정으로서의 해리도 괜찮았지만 역시 해리에게는 경찰이 천직이자 그의 말처럼 사명인것 같다.
또한 독신남 해리도 멋지지만 아버지로서의 해리도 생각보다 어울렸다는 게 의외이긴 하지만...
미해결사건담당 해리의 활약으로 다음엔 또 어떤 미해결사건을 해결하게 될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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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496페이지, 25줄, 27자.
대략 시대 배경은 2005년, 그러니까 작품이 나온 시기입니다. 해리 보슈는 퇴직을 했다가 3년 뒤 복직을 한 상태입니다. 발령은 일명 미결사건반, 새국장의 새로운 용어로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입니다. 보슈는 진급하곤 거리가 멀었으니 (전에 3급 형사인가로 퇴직했을 겁니다) 반장인 프랫 (어디선가 경위라고 나왔던 것 같은데 불확실합니다) 밑에 4개 조 8명 중 하나로 갑니다. 보슈의 파트너는 국장 휘하에서 정책분석관으로 일하던 키즈민 라이더. 보슈의 복직 선물로 증거물에서 DNA가 나온 케이스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사건 파일을 검토하다가 커피를 사러(내려서 먹는 게 아니라 사서 먹네요) 카페에 간 보슈는 어빙 부국장을 만납니다. 호되게 당하고 온 보슈입니다. 사서 들고 있던 커피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정도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17년 전인 1988년 7월 6일 레베카 벌로런이란 열여섯 먹은 우등생 여학생이 집에서 실종됩니다. 부모가 실종신고를 냈지만 경찰은 으레 있는 단순가출로 처리합니다. 며칠 뒤 레베카의 부패된 사체가 시민에게 발견되자 부랴부랴 강력반이 본격적으로 투입됩니다. 일련의 수사 끝에 미제사건이 되어 남은 것이지요.
들쑤시는 과정에서 전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 단체가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그 단체의 리더는 당시 경찰국 감찰계장의 아들. 어빙이 무마하는 대가로 권력을 쥔 것입니다. DNA의 주인공 롤랜드 맥키와 그 주변을 감시중 슬쩍 흘리는 기사를 하나 내보냈는데, 맥키가 기사를 보고 동요한 직후 피살됩니다.
17년간 딸의 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엄마도 그렇고, 아직 지문이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는 형사도 그렇고. 17년이면 바닥을 몇 번 청소했어야 할 시간 아닌가요? 아무리 사람이 안 살아도 그렇지. 고위층은 정치를 하고, 현장 근무자는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보슈의 생각이 반쯤은 이해됩니다.
등장인물(가나다순)
150809-150809/15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