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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저자의 책이다. 전작도 좋았고, 이 책도 아주 즐겁게 읽었다. 책에 있는 건물 중에서 내가 내 눈으로 본 것은 동숭동 문화공간과 경동교회 딱 두개였지만 내용에 딱딱 알맞는 사진을 통해 내용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design으로서의 추상보다 재료로서의 추상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노출 콘크리트아니면 추상이 안되는건지... 갤러리 빙 같은 경우는 예외이지만 어쩌면 그렇게들 다 노출 콘크리트인지...
저자는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꾸준히 내부와 외부환경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듯 하다. 걸어보고 싶은 계단, 들어가보고 들여다보고 싶은 개구부. 주변의 환경을 고고하게 내려다보고 독야청청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 한번 들여다볼테면 들여다봐라 하고 완전개방해버리는 것도 아닌. 주변과 호흡하며 공존할 수 있는 따뜻한 건축이랄까.
하긴... 그런 것을 보면 재료에서 느끼는 질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컨대 파란색을 차가운 색이라고 생각하지만 겨울의 푸른 바닷물은 꽤 따뜻한것 처럼.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가 주는 차갑고, 추상적이고, 산업사회의 상징이고... 이런 선입견보다 건축 그 자체의 맥락에서 파악되는 재료의 질감이 더 중요하게 와닿는다.
건축 강의를 들을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안목있는 건축주가 되시라고. 우리 주변에 점점 더 보고 싶고, 들어가보고 싶은 건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이러한 개방성에도 불구하고 일산 ㄱ자 집의 문은 일정한 격식과 수문(守門)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수문의 느낌은 서울식의 극단적 단절과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것이다. 서울에서 문은 모든 사람을 도둑으로 가정하고 이것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려는 극단적 단절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산 ㄱ자 집에서 문은 도둑을 막는 수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경계임을 알리는 팻말 같은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얼마든지 침범이 가능하다. 심리적으로 일정한 영역표식의 기능이 첨가되어 있는 정도이다. 이를테면 옛날 싸리문 같은 것이다. 교양과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남의 영역임을 자연스럽고도 기분 나쁘지 않게 알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반투명막이 갖는 이같은 예절바른 양면성은 개방적 관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것은 곧 투명성의 의미를 갖는 것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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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작 '물질문명과 고전의 역할'은 웬지 실망스러워서 한번 보고는 다시 손을 대지 않았다. 이상하게 제목만 거창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직 2000년이 채 저물지도 않았는데 그의 새 책이 나왔다. 이것으로 올해만 벌써 세번째 저서... 내용을 논하기 앞서 임석재교수의 학구적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과연 학생들에게 건축을 가르치는 그 어느 교수가 한 해에 세권의 책을 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그렇게 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말도 안되는 문장 투성이인 번역서조차 한 해 한사람이 한 권을 펴 내기도 힘든 마당에, 그는 이번 책을 순수한 우리 나라의 1990년대 지어진 건축물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물로만 엮어내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것만으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물론 논란의 여지는 늘 많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저서들에 대해 시각이 편협하다는 비난을 퍼붓기도 하지만, 나는 그러한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이 모두 그처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시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책은 그가 몇 년전 저술했던 한국 현대 건축 비평에 관한 저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임석재 교수의 저서는 아주 쉽게 읽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길거리를 지나다가 마주칠 수 있는 건축물들을 다루고 있어 우선 친근감을 가지고 접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책이 단지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같이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임석재 교수의 책은 건축과 도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일부에서 우리의 현대건축 수준을 여전히 비하해서 보는 시각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우리의 현대건축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고치고 발전시켜야 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 비하는 우리의 현대건축이 갖는 장점과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따금한 비판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장점과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장점과 가능성을 찾아내어 정리하는 작업을 남이 해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