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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덕분에 四書를 상당히 오래 끼고 살았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전해 줄때마다 내 표현의 한계를 절감하곤 했다. 번역문을 참조해도 너무나 시대와 문화적 맥락에서 거리가 멀어 그 틈을 어떻게 메우나 하는 .. 고민으로 우물쭈물거렸는데.. 가끔 나와 四書의 구절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 만해도 이런 책이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으레 그렇고 그런 사서에서 경구로 삼을만한 모음집 정도로 짐작했었는데..) 책을 펼쳐봤더니, 절마다 뽑은 제목 글만 읽어도 하루를 묵상하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四書의 原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원문을 찾아볼 필요가 없을 만큼 장절의 내용이 살갑게 다가온다. 교재로 활용하기에도 좋으리라는 확신! <나쁜 성정은 좋은 재능을 가린다. - "다방면에 좋은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성정이 교만하거나 남에게 인색하다면 모든 재능이 그런 성정에 덮여 버려서 드러나지 못한다."> 원문은 논어 태백11장. 子曰:「如有周公之才之美,使驕且吝,其餘不足觀也已。」 원문을 이렇듯 담백하고 간결한 한국어로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공력이 놀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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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심경>. 처음에는 사서 삼경을 잘못 썼나 했다. 그런데 고전의 지혜로 밝히는 마음의 거울이니 심경이 맞다. 연말이 다가오니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데, 이 책의 출간을 저자의 페이스북을 보고 알게 되었다. 고전의 지혜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주문을 했다. 이미지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고 손에 딱 잡히는 크기여서 들고 다니기도 좋았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고전 번역본을 오래전에 읽었지만 기억에 남은 게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 뽑아서 현대어로 풀어주니 좋았다. 힘든 한 해였는데 맹자의 이 구절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하늘은 사람에게 큰 임무를 부여하기 전에 반드시 그 사람에게 고민거리를 주어 마음을 괴롭게 하고, 힘든 일을 주어 몸을 움직이게 하고, 가난을 주어 굶게 하고, 곤궁한 처지에 빠지게 해서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도록 막아 버린다. 이렇게 해서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참을성을 기르게 해서,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164쪽, 2장 맹자 「고자(告子)」 하편, 15장 그래, 지금은 하늘이 나를 단련하는 시기구나.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많이 성장해 있겠구나. 이런 생각에 힘든 한 해가 다소나마 위로가 된다. 고전의 지혜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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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에게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같은 사서는 솔직히 말해 “좋다고는 하는데 막상 손이 잘 안 가는 책”에 가깝다. 한문을 교육받은 세대가 아니라면 이름조차 낯설다고 할 사람도 많다. 글도 낯설고 시대 배경도 너무 다르다 보니 그대로 읽으면 멋있는 말 몇 줄 외에는 지금의 내 삶과 연결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네 권의 책을 요즘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 맞게 다시 풀어내는 작업은 단순히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수준을 넘어 ‘옛날과 지금을 이어 주는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입시 경쟁, 빠른 변화, 끊임없는 비교와 불안 속에 사는 우리에게 사서가 말하는 ‘인·의·예·중용’ 같은 말들은 추상적인 덕목이 아니라 일상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할지, 나와 주변 사람들을 어떤 순서로 돌봐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서를 현대적으로 다시 읽는다는 건 “옛 성인의 말이니까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던졌던 고민과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 일에 가깝다. 공자와 맹자가 살던 시대와 지금의 민주사회·정보사회는 조건이 완전히 다르지만, “사람답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물음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있기에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질문을 중심에 두고 고전을 읽으면, 사서는 과거의 정답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의 문제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논어·맹자·대학·중용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해석하는 작업은 고전을 되살리는 일인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김재욱의 『사서심경』은 제목 그대로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를 “머리로만 아는 경전”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시 읽는 책”으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사서의 원문을 학술적으로 해석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물음으로 끌어와 풀어낸 일종의 인문·인성 교양서에 가깝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추상적인 고전 개념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장 「논어」는 공자의 말을 오늘의 삶과 연결해 보여주는 장이다. “참된 사람은 꾸미지 않는다”, “매일 생각하는 일 세 가지”, “무슨 일이든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 “배우는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인정받는다”와 같은 소제목들은 논어가 단지 옛 성인의 격언집이 아니라, 지금 내 말투와 태도, 공부하는 자세, 타인을 대하는 방식까지 곧장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을 잘 드러낸다. 공자의 말을 통해 ‘군자다운 삶’이라는 거창한 이상 대신, 오늘 하루 내가 조금 더 진실하고 덜 자기중심적이며 배움 앞에서 겸손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2장 「맹자」는 사적 차원을 넘어서 정치와 공동체, 리더십의 문제로 시야를 넓혀 간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해야 한다”, “백성과 함께 소유하기”, “지도자는 백성의 즐거움과 걱정을 함께해야 한다”,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어진 정치를 베풀면 백성은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 “정직해야 큰 용기를 지닐 수 있다”라는 흐름은, 맹자의 사상이 권력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과 요구를 지금 우리의 언어로 되살려 주는 방향으로 짜여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좋은 리더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 국가의 문제뿐 아니라 학교·조직·가정에서의 리더십까지 함께 생각하게 된다.
3장 「대학」에서는 고전 속에 담긴 자기 수양의 단계를 오늘의 성장 이야기로 풀어낸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시작해 “나부터 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자신을 닦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람은 예의와 즐거움이 넘치는 곳에서 잘살 수 있다”라는 흐름은,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구조를 삶의 단계로 재구성한 인상을 준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구호보다 나의 마음을 다잡아 태도를 바로 세우고, 가까운 관계를 돌보는 일을 통해 조금씩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 주려 한다. 이 장은 특히 진로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청년 독자에게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4장 「중용」은 극단을 피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의 태도를 다룬다. “도는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일상의 규범이다”, “남이 나를 본다는 생각을 지니고 행동하는 게 좋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남과 조화를 이루는 일”, “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도(道)는 일상에 깃들어 있는 것”, “문제의 해결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소제목을 따라가다 보면, 중용은 그저 ‘중간만 하는 태도’가 아니라 상황 속에서 가장 알맞은 균형을 찾아가는 치열한 마음의 기술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시대, 비교와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마음에 “강함이란 무엇이며, 조화란 어떤 상태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사서심경』은 사서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구성이다. 각 장마다 소개 글이 먼저 배치되어 있어 해당 경전의 기본 배경과 핵심을 간단히 짚어 준 뒤, 구체적인 삶의 문제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덕분에 독자는 한문 원문이나 철학 용어에 막히지 않고, 소제목 자체를 하나의 삶의 질문으로 삼아 읽어 내려갈 수 있다. 고전을 ‘시험을 위한 지문’이 아니라, 일상과 관계, 사회와 정치, 자기 수양과 마음의 평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텍스트로 다시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서평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서심경』은 사서의 내용을 깊이 있게 주석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연구서라기보다는, 사서의 핵심 논조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길잡이”에 가깝다. 고전의 엄밀한 해석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지만, 사서를 삶과 인성, 리더십, 마음공부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은 독자에게는 입문용 안내서로서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특히 청소년이나 일반 독자가 “사서, 한 번 읽어 보고는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부담 없이 첫 장을 펼칠 수 있는 친절한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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