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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부름, 그 가슴 뛰는 모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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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어떤 일에 심장이 뛰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우주의 부름 혹은 생애의 사명을 느끼는가? 갖은 장애와 결핍에도 나만이 할 수 있고 나만이 해야 할 일로 인해 내 육체에 피가 돌고 장기가 활동하는 것을 느끼는가? 내 정신의 모든 지혜와 지력을 동원해 이루어야 할 것으로써 살아갈 동기를 확인하는가? 또 그러한 것이 지겹거나 회피하고픈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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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어떤 일에 심장이 뛰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우주의 부름 혹은 생애의 사명을 느끼는가? 갖은 장애와 결핍에도 나만이 할 수 있고 나만이 해야 할 일로 인해 내 육체에 피가 돌고 장기가 활동하는 것을 느끼는가? 내 정신의 모든 지혜와 지력을 동원해 이루어야 할 것으로써 살아갈 동기를 확인하는가? 또 그러한 것이 지겹거나 회피하고픈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되는가? 안타깝게도 대다수 현대인들은 그러한 벅참을 망실하고 산 지 꽤 오래되었다.


이 지점에서 제1회 4.3 문학상 수상자인 구소은은 근래 다섯 번째 소설로 선보인 『에펠탑을 폭파하라』는 우리에게 존재의 이유를 진지하게 묻고 그 부름과 사명을 되찾는 길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2. 한국의 어떤 이웃


오래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조명한 내용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휘날리는 할아버지들 이야기이다. (여기서 그분들의 정치 성향에 관해 가타부타 논할 의도는 없다.) 그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집안 뒷방에, 낙원상가 골목에, 동묘시장 노점상 근처에서 흔히 뵐 수 있는 구세대의 표상들이시기도 하다. 젊고 멋지고 어여뻐 우리 대중매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주목하는 부류들은 결코 아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적 덕목이 사라진 우리 시대에,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회 주변으로 밀려난, 별 볼 일 없는 소외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에게 마치 계시처럼 시대적 부름, 국가적 사명이 부과된다고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정치현실 속에서 자신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나라가 망할 것과 같다는 뼈저린 현실 인식이기도 하다. 그것에 더해 동년배들의 우국충정이 연대가 되어서는 노구(老軀)를 이끌고 아스팔트 위로 떼지어 나서기도 한다. 곧 그들은 덧없는 세월을 의미 없이 견디어 내다가도 불현듯 자신들이 아니면 나라를 구해낼 국민이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다.


그런데 젊은이들도 만만치 않은 집회 현장에 하루 이틀, 그리고 몇 주, 그리고 몇 달을 참가하다 보면 자신의 변화를 몸에서부터 느낀다고 한다. 잃었던 밥맛도 돌아올 뿐만 아니라, 끈질긴 우울감과 허무감에서 해방되고, 만성 신경통과 관절염까지 낫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곧 그러한 집회를 참여하다가 잃었던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단다.


3. 그 둘은 무엇 때문에 의기투합했을까?


구소은이 『에펠탑을 폭파하라』에서 등장시킨 주요한 인물 둘은, 전직 교수로서 현재 파리의 거리에서 노숙하는 할아버지 ‘파스칼’과, 또 파리에서 한국 부모에게 유기된 자폐증 청년 ‘장 한울’이다. 서로 공유할 것도, 교감할 것도 없는 두 낯선 이방인이 인생의 밑바닥에서 일어서며 서로 다가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작가는, 이미 전작(前作)들을 통해 줄기차게 조명해온 인간애를 확인시키면서도 우리로 하여금 풋풋한 미소를 자아내도록 이끈다. 네 번째 소설 『종이비행기』에 나온 ‘달룡’ 아저씨로부터 구소은 표의 유머감각을 처음 선보인 이래 이번 소설 『에펠탑을 폭파하라』에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작가가 숨겨온 ‘파스칼’과 ‘장 한울’을 통해 짙게 채색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녀의 소설을 애독해 온 독자라면 금세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두 묘한 인물 둘이 세계사적인 이벤트를 저지른다. 바로 수 세기 동안 온갖 풍파에 녹슬고 약해진 에펠탑을 폭파하는 일을. 그것도 노숙자와 자폐아가 말이다. 여기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이러한 관계와 사건의 진행에 견고한 현실성이 있을까? 그런데 소설에서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인물이 의기투합하여 가공할 만한 사고를 일으키는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보여지고 있다. 가히 다섯 번째 소설을 출간한 ‘짬이 찬’ 작가의 놀라운 플롯과 필력 때문이다. 그 자세한 이야기라면 소설의 주된 흐름이기 때문에 여기서 밝히지 않기로 한다. 다만, 파리에서 다년간 유학했던 전력이 있는지라 작품에서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되는 프랑스의 풍경과 거리의 모습들은 한국에서 구 작가만이 선물할 수 있는 덤이라는 사실은 귀띔한다.


4. 존재의 부름 혹은 신의 사명?


예수 이후 실질적으로 그리스도교를 정초하고 확장한 인물은 단연 바울이다. 본래 그는, 유대교에서 출발하였으나 혹세무민한다고 지목된 초기 그리스도교의 맹아를 짓밟던 인물이었다. 율법사이면서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투옥하고 살해했던 잔인한 종교경찰이었다. 그런데 그의 강직한 신념을 한 번에 바꿔 충직한 그리스도의 종이 되게 만든 사건이 있다. 그것은 기독교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강렬한 빛을 쏘여 환상 속에 예수의 음성을 들은 일이다. 지적으로 고매하고 실천적으로 철저했던 그가 목숨을 바쳐 투신했던 일들을 포기하고 삶의 방향을 정반대로 바꿔버리게 한 계기는 바로 이 불가해한 신비체험인 셈이다.


합리성과 실증성만이 진리의 표준이 되어버린 근현대의 시기를 한창 보내고 있는 우리는 이쯤 해서 성찰할 과제가 있다. 과연 계측 가능한 자료와 산술적 근거만이 우리가 의탁해야 할 삶의 이유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비밀스러운 꿈, 막연하지만 강렬한 상상, 까닭 모를 기대, 그리고 신의 소명 따위는 인간의 삶을 더욱 탄탄하고 풍요롭게 할 근거가 될 수 없을까? 사실 그것들의 부작용과 미망으로부터 벗어나 과학화, 산업화, 근대화를 이루어 낸 것이 작금의 인류이지만,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빈번히 수량화된 도시 문화 속에서 허무감과 공황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구소은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발칙하게 도전한다. 삶의 전환과 회복을 이루는 것은 숱한 작가들이 다루어 왔던 ‘사랑’이며 ‘연대’이지만, 다른 한편에 ‘까닭 모를’ 존재의 부름 또한 (그것이 신의 계시로 일컬어지든 우주의 사명으로 일컬어지든) 우리를 새롭게 할 원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제로 말이다. 그녀는 무신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보다 존재론적이고 종교적인 심연을 건드린다. 말하자면 존재의 불가해한 신성함과 개개인들이 지닌 환전(換錢) 불가의 고유성, 삶 체험의 초우주적 가치들을 점점 더 잃어가는 이 세대에 어떻게 하면 소외된 파스칼과 한울마저 ‘존재의 용기’를 얻고 새로워지는지 그려내면서 말이다. 일찍이 20세기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는 그의 저서 『존재의 용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존재의 용기란 다른 말로 ‘자기 긍정’인데, 특히 “자기의 참된 본질, 자기의 내적 목표, 혹은 생명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감히 제안한다. 만화책 같이 술술 넘겨지는 『에펠탑을 폭파하라』를 미소 지으며 읽지만 말고 그 안에 가로 놓인 주제인 바, 소외자들이 어떻게 마르지 않는 삶의 에너지, 존재의 용기를 얻었는지 힌트를 얻고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기를 말이다.

g***m 2025.09.22.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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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의 의미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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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했었다.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고, 멈출 수 없었다.기대 이상이었다.최강의 흡인력!노숙자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파스칼의 사연이 가슴 아팠다.자폐청년 한울의 자충우돌 기행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었다.그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강아지 미루까지.....이런 소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지인들에게 건넬 최상의 선물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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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했었다.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고, 멈출 수 없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최강의 흡인력!
노숙자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파스칼의 사연이 가슴 아팠다.
자폐청년 한울의 자충우돌 기행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었다.
그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강아지 미루까지.....
이런 소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지인들에게 건넬 최상의 선물이 되리라 본다.
n*********m 2025.09.07.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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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먼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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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의 빛이 어디까지 갈까 내심 궁금했다.큰 상을 받은 뒤 명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지 사그라지는 작가들을 여럿 봤다.그러나 구소은 작가는 편견을 깼다.그녀는 작품마다 칼라가 뚜렷하고 구성도 독특하여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다.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첫 수상작인 <검은 모래>는 서사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줬고, <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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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의 빛이 어디까지 갈까 내심 궁금했다.
큰 상을 받은 뒤 명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지 사그라지는 작가들을 여럿 봤다.
그러나 구소은 작가는 편견을 깼다.
그녀는 작품마다 칼라가 뚜렷하고 구성도 독특하여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첫 수상작인 <검은 모래>는 서사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줬고, <무국적자>는 가족 중심에서 뻗어나가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줬으며, <파란 방>은 여성 작가가 도전하기 어려운 성애를 과감하고도 아름답고 깊게 표현했다.
그리고 <종이비행기>는 영화와 소설, 시나리오와 서술의 교차로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에펠탑을 폭파하라>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약 10년 세월에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쓴 소설가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먼저 그녀의 끈질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에펠탑을 폭파하라>라는 도발적인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다.
내용은 휴먼드라마의 최고봉이다.
일하는 도중에 앞부분만 잠깐 보려고 했다가 책을 덮지 못하고 끝까지 읽고 말았다.
중간 중간 많이 웃었고, 후반부에 한울이 소원을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훔쳤다.
앞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내용은 노출하지 않으련다.
근래에 흔치 않은 최고의 소설이었음을......
구소은 작가님, 고맙습니다.
n******2 2025.09.06.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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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묻어나는 휴먼 소설,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이야기.
"진심이 묻어나는 휴먼 소설,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이야기." 내용보기
문장력: 감각적이고 정제된 서술, 몰입도 높음인물 묘사: 자폐 묘사와 캐릭터 변화가 탁월함감동과 여운: 과잉 감정 없이도 진한 여운독창성: 설정과 구성이 신선하고 상징적임[에펠탑을 폭파하라]를 읽고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앞.모두가 그 미소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자리에서, 주인공 한울은 세상에서 밀려났다. 아니, 버려졌다. 부모의 손을 놓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의 마
"진심이 묻어나는 휴먼 소설,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이야기." 내용보기
문장력: 감각적이고 정제된 서술, 몰입도 높음
인물 묘사: 자폐 묘사와 캐릭터 변화가 탁월함
감동과 여운: 과잉 감정 없이도 진한 여운
독창성: 설정과 구성이 신선하고 상징적임

[에펠탑을 폭파하라]를 읽고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앞.
모두가 그 미소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자리에서, 주인공 한울은 세상에서 밀려났다. 아니, 버려졌다. 부모의 손을 놓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의 마음에서 놓여버린 것이다. 그렇게 혼자가 된 한울의 여정은, 파리의 강바람 속에서 한 노숙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그렇게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한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이다. 남들보다 느리고, 어색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다.
그런 그가 파리에서 길을 잃었을 때, 손을 내민 건 아무 연고도 없는 노숙자 파스칼이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정 많은 이 노인은 처음엔 귀찮아하다가도 결국 한울에게 물을 주고, 빵을 나눠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파스칼은 과거의 죄책감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고, 한울은 그에게 ‘속죄’의 기회를 준다. 반대로 한울은 세상이 무섭고 불편하지만, 파스칼을 통해 세상에 다시 발을 내딛는다. 이들이 나누는 눈빛과 조심스러운 신뢰는, 말보다 진한 위로가 된다.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울이 밤마다 “죄무 죔죔 곤지곤지”를 반복하는 순간이다. 그것은 자폐를 가진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세계이자, 자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의식이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행동에 진심이 느껴졌다.
또한 모나리자에 대한 한울의 해석—비웃는 듯한 눈동자, 조롱처럼 느껴지는 미소—는 세상이 자폐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누가 비정상인가? 누가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가?”
그 질문에 소설은 조용히 말한다.
“어울리지 않는 건, 이해하지 않으려는 쪽이다.”

한울은 결국 구조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구조된 것은 단지 그의 ‘몸’이 아니라, 파스칼의 ‘영혼’이다.
그리하여, 에펠탑은 실제로 폭파되지 않았지만, 우리 안에 있었던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에펠탑은 무너진다.

[에펠탑을 폭파하라] 는 단지 한 명의 장애인 이야기도, 한 노숙자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누군가의 벤치가 되어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파스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


k*******3 2025.10.04.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