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작가 김하인氏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달 전이다.. 물론 지금은 베스트벨러가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신문 한 켠에 소개된 국화꽃향기....그 한 작품으로 인해 난 김하인 작가의 팬이 되었고, 그래서 그 담에 선택한 작품이 바로 "사계절이 사는 집"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가끔씩 인상도 찌푸려가며, 책 속으로 푹 빠져들었던 이책을 놓은 순간 참 좋은 삼림욕을 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회에 찌들고, 인간에 스트레스 받던 내가 자연에 의해 정제되고, 다시금 나의 잊혀져버린 추억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 책.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아~ 정말 좋다.... 라는 말 밖에... 읽는 중 나도 정말 이 나이에 이런 상상을 하고 살았나? 되묻기도 하고, 정말 기상천외한 생각에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고, 가끔씩 눈가에 물기도 적시면서 한 계절이 아니라 한 삶을 산 것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누군가 삶에 찌들어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말 권하고 싶다...분명 그 책을 읽는 순간부터 그 곳을 벗어날 수 있다. 맑디 맑은 그 옛날 우리들의 추억속으로.... [인상깊은구절] 나는 얘기하려고 했었다. 물을 즐겁게 준 뒤 아버지에게. 이제 아부지는 나무가 되는 거야. 그래서 저 오동나무처럼 큰 거인이 될 거야. 그러면 아부지는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지게 돼. 그런데 한가지가 맘에 걸려. 아버진 움직일 수 있다 해도 너무나 키가 크기 때문에 주막집에는 이제 들어갈 수 가 없어. 그러니 주막집쯤이야 안 가도 괜찮지 아부지? 하고 말할 참이었다. |
| 내가 사계절을 느끼며 살았던게 언제일까? 우리세대에게 사계절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봄이 어떤 계절인지..7월이 되면 아 덥다 하면서..여름이고 서늘해 지면 가을이구나 그러다가 눈을 보게 되면 겨울이라고 하고..그러나 우리 아버지 세대의 사계절은 어떠했는가? 학교갔다가 집으로 오는 몇리길에 하나 둘 풀이 나고 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들은 봄을 사랑하고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여름과 놀고 감과 밤을 따며 가을에 감사하고..눈덮인 산으로 토끼사냥을 하러 가며 겨울을 안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편리해지고 풍요로워 졌다고 하지만 예전의 사계절이 사는 집에 살았던 그때 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책은 60~70년정도(?)에 한 시골집과 동네에서 사계절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어린소년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이야기다. 동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깨끗하고 서정적인 표현들이 가득 하다. 다 읽고 나면 마치 장편산문시를 읽은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한 순수를 잃고 있던 나에게는 봄의 초록물로 세수를 한 느낌이랄까. |
| 사실 작가에 대해선 아는게 거의 없다. 대표작이라는 국화꽃향기라는 책도 읽어본적 없으며 그의 약력도 나는 모른다. 어느 정도 이름이 난 작품이나 작가가 아니면 손에 대길 꺼려하는 나이기에 처음 이 책을 택함에 있어 망설임도 많았다. 그럼에도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쥐어들게 된 건 아마도, 동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표지가 눈을 끌었으며 따스해 뵈는 제목에 마음이 동했으며 그리고 '나의 계절은 ... 바로 사람이다.' 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았기 때문이리라. 유년의 기억, 이란. - 까마득하게 멀어져버린 혹은 먼지속에 파묻혀버린 동화와도 같다. 잊은듯 살다가도 그 한 자락이 떠오를때면, 조금은 우스운, 조금은 그리운,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한번 띄울 수 있는 그렇게, 그렇게. 어쩌면 잊어버린. 어쩌면 잃어버린 동화의 한 끝자락. 같은 유년의 기억. - 머언, 고향과도 같은 애틋한 그리움. 유년시절의 기억이 그다지 강렬하지도. 다채롭지도 않은 내게. 꼬마는, 그런 면에서 퍽이나 부러운 녀석이다. 아버지 살해미수사건 이라든가. 예배당 방화사건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꼬마지만 그 시절 때묻지 않은 청결한 자연만큼이나 때묻지 않은 녀석의 생각과 행동은 맹랑하리만치 단순하고 순수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정도로 말이다. 지나치리만치 순수한. 그러기에 더욱 풍부한 감수성이 비추어낸 동심과 그 안에 담겨진 세상은 맑디, 맑은 냇물에 몇번 씩을 정성들여 씻어낸 듯 정갈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련하게 배어나오는 향긋한 풀잎내음. - 은 정녕 단순한 착각뿐이었을까. 사실 1960년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풍경은 아주 많이 낯설지만 그 안에 숨쉬는 동심의 세계라는 것은 시간이 그리 흘러도 그닥 다르지 않을게다. 그게 비록 마냥 웃을 수 있는, 그런 것만은 아닐지라도 지나간 시간속의 아직 어렸던 나, 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립고 애틋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유년, 이란 아마도 누구에게나 그러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