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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주변의 위로나 격려조차 마음에 와닿지 않는 날도 있지요. 이럴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긍정이란 것이 반드시 밝게 웃거나,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믿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잠깐이나마 웃었다는 사실 역시 긍정의 일부일 수 있으니까요.
설레다 작가의 『작은 긍정』은 그런 사소한 순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전작 『검은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전작이 불안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그러한 감정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긍정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작가는 12가지 긍정심리학 개념을 바탕으로 50개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이 책의 제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작은'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커다란 성공이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런 특별한 사건보다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들로 채워져 있지요.
어쩌면 긍정도 그 평범함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책의 첫 부분에서는 자기 수용과 자기 효능감, 자기 존중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보며,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을 믿는 감각을 되찾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생각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의 실수에는 좀처럼 관대해지지 못합니다. 남들이 힘들어하면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내가 쉬는 것에는 괜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돌아보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자기 수용이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을 외면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되 그것만으로 나의 모든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 지금의 모습에서 조금씩 나아갈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겠지요.
특히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애쓴 시간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고, 버텨낸 시간도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야 할 말은 어쩌면 거창한 칭찬이 아니라 그저 오늘도 수고했다는 한마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은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책에서 다루는 또 다른 주제는 회복탄력성입니다.
삶에서 어려움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 역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힘든 일을 겪은 뒤에도 자신의 삶을 조금씩 회복해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단단한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긍정』이 다루는 회복탄력성 역시 어려움으로부터 다시 일어나는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여유와 성장, 타인의 도움, 일상의 움직임 등을 통해 회복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중요한 것은 회복의 속도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금세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가 있겠지요.
그럴 때 무조건 빨리 나아져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밥을 잘 챙겨 먹고, 내일은 잠깐 산책을 하고, 또 어느 날은 오래 미뤄 두었던 일을 하나 처리하는 것.
그렇게 작은 행동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조금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긍정이란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아픔 속에서도 나를 돌볼 가능성을 놓지 않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드는 삶
개인적으로 이 책의 주제 가운데 일상에 적용해 보고 싶은 것은 감사와 작은 진전에 관한 부분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잘못된 일은 쉽게 떠오르지만 괜찮았던 일은 의외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실수한 일이나 누군가의 기분 나쁜 말은 밤까지 떠올리면서도 점심시간에 맛있게 먹었던 식사나 퇴근길에 들었던 좋은 음악은 금세 잊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일들 역시 하루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요즘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감사했던 일을 몇 가지 적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했다거나,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거나, 계획했던 일을 하나 마쳤다는 것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기록한다고 당장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이 힘들 때는 마치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사실 그 속에도 나름대로 괜찮았던 순간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감사할 일을 억지로 찾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 힘든 날에는 아무것도 적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날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오히려 자신을 더 괴롭히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여유가 생겼을 때, 우리가 지나쳐 버렸던 작은 순간을 한번쯤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작은 긍정』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책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책도 우리의 현실을 대신 바꾸어 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저는 긍정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마저 또 하나의 숙제처럼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작은 긍정'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남습니다.
내일 당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하루 종일 웃지 못하더라도, 잠깐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것입니다. 때로는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작지만 괜찮았던 순간을 하나씩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삶이 한순간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작은 긍정 하나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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