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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부자와 가난 역시 이제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물론 가난했던 사람이 부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몇 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 같다. 가난함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특히나 질병이 있고 가난하다면 더 힘든 게 현실이겠지.
노숙인을 치료하는 길 위의 의사가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노숙인 환자들을 진찰하며 그들의 질병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이 불운한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은 그들의 생활상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삶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책은 노숙인의 질병에 대한 이해, 노숙인의 삶, 노숙인을 위한 법과 정책, 사회적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건 노숙인의 공통점이 가족관계의 붕괴로 인한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것이다. 만약 가족을 대신할 만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이들은 거리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책은 말한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또한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가진 질병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노숙인들이 앓고 있는 병은 난치병이나 치료가 어려운 병은 아니라고 한다. 생활 관리만 잘 해 준다면 조절 가능한 질병임에도 그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치료를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그들의 질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삶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변하지 않는 게 그들의 삶이고 우리네 정책 아닐까? 가난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고,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 어쩜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 눈 감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의사하면 전문직에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쓴 의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도 여전히 노숙인들을 위해 진료하고 그들에게 어떤 해택을 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들을 위해 나라와 민간기구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교과서적인 말이고 맞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숙연해진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말처럼 세상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