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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국가에서 Nerd나 Geek은 사회생활 능력이 뒤떨어지는 따분하고 지루한 샌님 정도의 의미로 쓰일 때가 많지만, 그와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지적 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 즉 천재적인 괴짜를 의미하기도 한다.
2007년 9월에 CBS에서 첫 방송된 이래, 현재 시즌9 째를 맞고 있는[빅뱅이론 The Big Bang Theory]은 "geeks"의 가장 전형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을 지닌 캐릭터들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유쾌한 시트콤이다. '코믹'과 '기발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지금껏 보아 온 시트콤 중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개인적으로 시즌3까지는 시트콤의 신화 [프렌즈 Friends] 보다도 웃겼다.)
캘리포니아의 Pasadena를 배경으로 한 이 시트콤은, 천재적이지만 사회생활에 미숙한 4명의 geeks와 같은 아파트 복도 건너에 사는 백치미의 아가씨 Penny가 대조적인 캐릭터 라인을 구축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만든다. 시트콤이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는 굳이 극적이고 대단한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도 오직 캐릭터들이 지닌 전형성만으로 일상적 소재에서 폭소할만한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
사진 제일 왼쪽이 유대인 엔지니어인 하워드(Howard Joel Wolowitz)다. 여자들에게 들이대기 좋아하지만 늦게까지 독립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한 번도 TV에서 얼굴이 보인 적 없이 시즌 내내 목소리만 등장하는 그의 어머니 왈로위츠 부인과 빽빽 소리를 지르며 나누는 대화는 빅뱅이론에서 가장 웃긴 장면들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오른쪽이 시즌1의 홍일점이자 여주인공인 페니(Penny)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사회생활에도 뛰어나지만 지적으로는 순백의 깨끗한 백치미를 자랑하는 캐릭터다. 극단적인 공대생 출신의 지적 대화양상을 보이는 이웃집 4인조 geeks와 대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조적인 웃음을 준다.
가운데 있는 인물이 바로 'The' 셸던(Sheldon Lee Cooper)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유일하며, 앞으로도 다시 없을 희대의 캐릭터다. 천재적인 이론 물리학자로서 자신만의 철저하고 정확한 행동 규칙을 지닌 까다롭고 거만한 캐릭터지만, 공상과학 만화와 영화에 사족을 못 쓰는 귀여움을 동시에 지녔다.
그 오른쪽의 인물은 라제쉬(Rajesh Ramayan Koothrappali)다. 인도 출신의 천체 물리학자이며 여자 앞에서는 극도의 수줍음으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다. 그로 인해 주요 등장인물 다섯 명 중 가장 대사가 적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시즌6에서 마침내 여자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실질적으로 빅뱅이론에서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인 레너드(Leonard Leakey Hofstadter)다. 셸던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어리숙한 실험 물리학자로 4명의 geeks 중에는 그나마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캐릭터다.
캐릭터들이 지닌 명확한 개성이 이 시트콤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즌7 2회에서는 2044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보였을 정도로 인기있는 시트콤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들이 모두 싱글이었을 때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시즌3이 이후로는 각기 짝이 생기고 다른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재미가 반감된 듯한 느낌도 든다.
시즌이 늘어가면서 신선하고 참신한 스토리에 대한 대한 고민이 많았으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복잡하게 캐릭터를 여럿 투입하는 것보다는 처음에 그랬듯 단순함을 유지하면서 캐릭터들의 개성을 다방면으로 부각시켜 재미를 이끌어내는 게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