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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인들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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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윤건차씨는 인문학 분야에 있어 '1세대 재일조선인 학자'로 칭할만한 분이다. 본서는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저자의 공부 과정 중에 쓰게 된 책으로써 일종의 학문적 중간결산이라 할만한데, 책은 그러한 중간결산을 넘어서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오랜기간 생활하신 분이 아니시기에 이런저런 얽매임으로 비켜가 있으며 조금 더 외부의 시각이라는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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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윤건차씨는 인문학 분야에 있어 '1세대 재일조선인 학자'로 칭할만한 분이다. 본서는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저자의 공부 과정 중에 쓰게 된 책으로써 일종의 학문적 중간결산이라 할만한데, 책은 그러한 중간결산을 넘어서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오랜기간 생활하신 분이 아니시기에 이런저런 얽매임으로 비켜가 있으며 조금 더 외부의 시각이라는 특수성으로  한국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그 사상논쟁의 흐름으로부터 언제나 벗어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기에 그러한 부분에서는 다소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책에서는 '~같다', '나름대로 생각해보자면'식의 소극적인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외려 이러한 표현들 덕택에 어디까지가 저자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저자가 언급하는 학자의 생각인건지 구분해내기 수월했다.

책은 부제에서 보여지듯,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지식인과 그 사상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혁명의 시대'이자 '사상의 시대'이기도 했던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과 민중개념에 관한 사상, 그리고 리영희, 백낙청선생 등 주요 지식인들의 활동과 사상등등을 정리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동구의 몰락 이후 90년대에 진행된 다양한 흐름 즉, 알튀세르나 발리바르 등등등을 통한 맑스주의의 재모색 및 시민운동론의 등장,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 소멸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97년 IMF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 정말이지 혼미에 혼미를 거듭하는 수많은 사상들의 모색과 새로운 이합집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압축근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복잡다단한 역사를 거쳐왔으며 또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지식인들의 사상흐름 또한 어지럽기 이를데 없으나 저자는 그러한 사상흐름을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잘 정리하고 있다.

책에 정리된 우리 지식인들의 사상흐름을 보며 어두운 시대, 실타래처럼 꼬여 해결할 수 없을듯 해 보이는 과제들을 껴안고 수많은 고민을 한 우리 지식인들의 고뇌가 느껴져서 새삼 경외심이 들기도 했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피나는 노력이 실제로 사상의 풍요를 낳았는가 하면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압축근대, 식민지성, 포스트모던적 경향이 혼재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지식인들은 외국 사상을 수입해 와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이러한 사상의 무분별한 수입은 수많은 오해와 사변적 경향만을 낳게되어, 갈수록 오늘의 현실 및 실천적 측면에서 괴리를 보이게 되었다. 우리가 말하는 '근대'라는 개념만해도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고 남발한 것, 그 근대 또한 우리가 '식민지'근대라는 자각조차 없이 제1세계 이론들을 수입하느라 급급해서 우리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통일조차 안된 상황에서 너무도 쉽게 탈국가 탈민족을 떠들다보니 관념적으로 흐르게 된 것, 유의미한 좌파정당 하나 없는 상황에서 제3의길을 수입했다가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인 꼴이 된 것등등이 그 비근한 예 중의 하나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사상적 흐름과 지식인들의 고민이 무의미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사상의 수입과 고민들이,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는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은 지울 수 없었다.(사실 이런 책이 우리 학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일본학계를 통해 출판되었다는 사실도 오늘 우리 사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까) 아울러 현실적으로 운동이 단순히 이론이나 이치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님에도 그간 지식인들이 운동적 측면에 있어서까지 너무 결벽증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던게 사실이었다.

아무튼 저자의 성실한 정리와 설명은 어찌보면 어렵고 복잡한 주제를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국 지식인의 사상을 설명하면서 그 사상의 세계사적 배경과 간략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 사상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나로써도 어렵지않게 우리 현대사상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개입하여 '외부인(?)'의 시선으로 우리 사상가의 사상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곳에서 개인적으로는 그간 생각도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정말 내가 아는 것들이 참 보잘것 없구나라는 자각 또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김진균, 백낙청, 최장집 선생님부터 이진경, 강내희, 조한혜정씨까지 수많은 지식인들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좀더 짜임새있게 그들의 저술을 비판적으로 읽고 평가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셔도 절대 후회하시지 않으리라 장담한다.
j***8 2006.06.14.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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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인 사회에 번져나갈 신선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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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과연 제대로 된 비판의 전통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비판은 접어두고서라도 지식인들과 지식인들이 고수하고 있는 사상에 대한 정리 혹은 점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은 신선하다 못해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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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과연 제대로 된 비판의 전통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비판은 접어두고서라도 지식인들과 지식인들이 고수하고 있는 사상에 대한 정리 혹은 점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은 신선하다 못해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조금은 떨어진 위치에서 한국 지식인의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한국 지식인의 각성을 외치는가하면 한편으로는 한국 지식인들의 고뇌와 치열한 삶에 격려를 보낸다. "압축근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그 원인을 진단하고, 압축근대라는 시대상황속에서 날줄, 씨줄로 얽힌 사상흐름을 짚어가는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에 독자들은 어느새 지식인 사회의 논쟁속으로 빠져든다.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으로 인해 책의 내용이 고담준론으로 빠질 것 같다는 우려를 주기도 하지만, 이 책의 몇장만 펼쳐본다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제법 술렁거렸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인 지도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 지식인 지도에 등장한 사람은 등장한 사람대로 불만이 있었고, 누락된 사람들은 누락된 이유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다양한 사상의 스펙트럼을 유형화하는 작업은 분명 필수적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상의 가치를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윤건차 교수의 이번 저작이 새로운 비판과 담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또 다른 지적 횡포인지 평가하는 것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모쪼록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하여 기탄없는 평가를 내려주기를 기다려본다. 마지막으로 책의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세련된 번역의 묘미도 한 번 음미해 보기를 부탁한다.

[인상깊은구절]
오늘날의 한국은 심각한 사회불안과 아이덴티티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위기는 새로운 자신을 되찾기 위한 시련이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압축근대'의 한국사상은 세계사가 떠안고 온 여러 종류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세기를 열어나가는 사상을 제시할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현대 한국의 사상을 서술하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 현대사상에 대한 필자의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함이다. 재일조선인 2세인 필자의 가장 첫번째 관심사는 일본땅에서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함으로써,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구식민지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살고 있는 일본에서 '민족'적 권리를 획득하고 옹호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의 하나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t 2001.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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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사회학자가 정리한 한국의 사상 논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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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하나의 정리이며, 기록된 시간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임을 증명하는 의식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 지식인과 그 사상 1980 - 90년대'는 지난 20C 말에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사상의 흐름을 개괄하려는 시도이지만, 아직 이 시간이 지금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난 시대에 대한 정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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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하나의 정리이며, 기록된 시간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임을 증명하는 의식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 지식인과 그 사상 1980 - 90년대'는 지난 20C 말에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사상의 흐름을 개괄하려는 시도이지만, 아직 이 시간이 지금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난 시대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동반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넓은 영역과 다양한 주제들 속에서 여전히 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상의 흐름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줄기를 볼 수 있다는 데에서 비전공자들이나 입문자들에게 좋은 입문서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한국의 근대사를 점철하고 있는 문제의 시작을 '압축근대'로 본다. 일제 식민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통치 등으로 식민지 근대와 서양의 근대를 양 끝점으로 다양한 주변부, 반주변부, 중심적인 근대가 혼재한 상태에서 발전해온 한국의 민주주의가 극복하고자 했던 문제들이 당시대의 지식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학문연구의 네시기를 구분하고 각각의 시기에 대한 각 학자들의 연구의 논점과 논쟁사를 함께 보여주며 사상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책이 갖는 강점은 비교적 성실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는 논쟁들이다. 최근의 '안티조선일보 운동'이나 '진보평론'의 창간을 둘러싼 논쟁과 같은 최신 논쟁부터 한때 사회의 사상 논쟁에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상당부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꼼꼼한 한국 사회및 사상 읽기가 돋보인다.

[인상깊은구절]
"한국의 학문연구는 몇 시기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제 1기는 해방 후부터 50년대까지로 이 시기는 미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화'가 진행된 시기라고 특정지을 수 있다. 제 2 기는 군사정권이 지배한 6,70년대로 경제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군부파시즘 아래서 체제에 저항하는 지식인 중심의 소시민적 학문관이 일반화된 시기이다. 제 3 기는 1980년 이후 87년의 노동자 학생 대툭쟁 그리고 80년대 말의 소련 및 동유럽권의 대격동에 이르기까지이며, 제 4 기는 사회주의권의 붕괴 후 20세기 말의 90년대 이다."
p******x 2000.12.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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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향에서 현재로의 사상사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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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비판이 일상화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선 동시대인의 업적이나 비행을 적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명비판을 ‘상대방 때리기’ 정도로 생각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동시대인은 고사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그것조차 사실 그대로 말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가깝게는 서정주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예를 찾기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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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비판이 일상화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선 동시대인의 업적이나 비행을 적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명비판을 ‘상대방 때리기’ 정도로 생각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동시대인은 고사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그것조차 사실 그대로 말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가깝게는 서정주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예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는 사이 역사에 맡기자는 말이 세를 얻어가고 골치 아픈 문제를 왜 꺼내 시끄럽게 하느냐며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가 최고의 처방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그러는 사이 그들은 그렇게 면죄부를 받는다. 내게 곤란한 건 후세인들에게도 곤란한 일. 역사에 맡기자는 말은 내가 골치 아프니 다음 세대에 떠넘기자는 말과 닮아 있다. 이번 한국 현대의 사상사도 그래서(!) 우리 사회의 누군가가 쓰지 않았다. 각종 매체에 쉼 없이 말발을 세우던 그 많던 사상가와 철학자들은 용케 짐을 벗은 것에 안도의 웃음을 흘리고 있을 것도 같다. 남이 그 일을 대신 해 줬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그런데 그 책의 저자가 재일동포란 사실에 이르면 조금은 면구스럽지 않을까. 달리 생각하면 다른 나라에 거주하기 때문에 그런 글도 쓸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항변도 가능하긴 하겠다. 저자도 서문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책의 집필은, 그 성과는 별개로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의 연구자보다는 오히려 그런 얽매임으로부터 비켜나 있는 국외의 연구자가 하는 편이 쉬울지도 모르겠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면구스러워야 할 판.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의 저자 윤건차는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현대 한국 사상사와 한일 관계사를 전공하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재일 한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반목이 여전한 일본 사회에서 한국 사상사를 전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그의 학적 분투가 고맙기까지 하다. 이 자리를 빌어 건승을 빈다. 철학사, 특히 사상사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고, 괜히 두껍기나 하고 등등 선입견을 갖기가 쉽다. 사상의 창시자의 경우 신조어를 하나 둘씩 가지고 있어, 그 용어들을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은 터에, 그들이 넘어섰다고 하는 이전 사상까지 알지 않고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어수선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큰 맘 먹고 책 한 권 읽어보자고 들른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사상서가 눈에 띄기라도 하는 날이면 괜히 머리까지 무거워졌던 기억 한 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도 생각하기 따라서는 두껍다. 재미없을 수도 있다. 딱딱한 거로 치자면 동류의 저서만큼은 한다. 그런데 신기하다. 아는 이름이 나오고-과거의 사람도 배워서 안다고 치면 아는 이름이지만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내가 살아 온 세상 풍경도 보이고, 그랬었구나하는 공감도 풍부한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제1장 동시대 한국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2장 격변에 휩쓸린 사상, 제3장 근대를 묻는다, 제4장 혼미를 거듭하는 사상 : 새 시대를 향한 모색 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980년대에서부터 1990년대까지의 한국 사상사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압축근대로 표현되는 한국 사회에서 모순이 극도로 표출된 20년 간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치열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이 이 시대에 조명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것이 동시대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는 개인적 소명의식이든, 소시민으로서의 앎에 대한 근원적 욕구에서 비롯된 지적 갈망이든 상관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대를 고민하고 인식과 실천의 부분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 일국 경영의 시대에서 세계적 차원의 동향과 흐름 속에서 자국의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더군다나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변모해 가고 있는 격랑의 시대에 지식인과 일반인의 구분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지식인은 지식인대로 일반인은 일반인대로 자기 삶의 영역에서 비판적 삶을 견지할 일이다. 이 책이 아직 살아있는 동시대인들의 철학적 또는 사상적 축적에 대해 비판과 수용의 양 측면에서 예리한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저자의 철저한 자기 인식에서 비롯하고 있다. 강철은 뜨거운 풀무에서 나온다고 했는가. 재일동포라고 하는 인식적 경계에 놓인 삶이란 상상하기에도 예사롭지 않았을 터. 그의 건투가 이 시대 지식인들의 허위와 위선적 행태에 메스가 되기를 바라면서 모쪼록 이 책이 시대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하고 인식적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k*****9 2003.02.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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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2세가 그리는 열정의 한국 지식인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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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2세인 윤건차는 '압축근대'의 과정을 걸어온 한국의 사상사를, 그 중에서도 8,90년대 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오늘날 한국이 압축근대를 겪으면서 직면한 내외적 상황과 문제에 대해 실천적으로 조응해왔던 사상을 개괄하는 것을 통해 한국 사상의 지형도를 그리는 것에 있다. 물론 학문적 관심에서도 기인했을 그의 이런 욕심은 한국사상이 직면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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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2세인 윤건차는 '압축근대'의 과정을 걸어온 한국의 사상사를, 그 중에서도 8,90년대 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오늘날 한국이 압축근대를 겪으면서 직면한 내외적 상황과 문제에 대해 실천적으로 조응해왔던 사상을 개괄하는 것을 통해 한국 사상의 지형도를 그리는 것에 있다. 물론 학문적 관심에서도 기인했을 그의 이런 욕심은 한국사상이 직면한 현재의 모습을 통해, '식민지 근대'와 사투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한국사상이 직면한 것과 그로부터 연유되는 한국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까지 펼쳐져 있다. 그가 주요하게 건드리고 있는 한국사상은 거의 좌파사상이다. 이것은 우파사상이라는 것이 반공주의와 결부된 민족주의 사상일 뿐이고, 여전히 자유주의도 일천한 상황인 한국 사상계의 지형에서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제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지식인 됨의 처지에서 식민지, 남북분단, 민족, 통일 등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끌림 때문이다. 이것은 좌파 혹은 미약하나마 자유주의적 사상이 이러한 물음에 실천적으로 답해왔다는 그 나름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좌파사상을 평가하는데서 드러나는 그의 근본주의적 태도도 한국사회의 총체적 변혁을 지향하는 좌파사상과의 친화에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씨의 근본주의적 태도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더불어 90년대 한국지성계에 수입된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 진중권을 인용하여 다소 긴 유행에 휩쓸린 '공백기의 공백'의 철학이라고 각박하게 평가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반면 같은 포스트주의를 수입했다 할지라도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소화된 포스트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적극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적극적인 평가가 곧 긍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비친 구좌파 마르크스 주의(김세균, 손호철, 최갑수 등)나 신좌파의 마르크스주의(이진경/ 문화과학의 강내희, 심광현) 모두는 이론과 실천에서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동일하게 표상된다. 그는 80년대 '신식국독자(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PD'와의 연속선상에서 90년대의 한국사회와 사상에 대해 평가하고자 하는 듯이 보이는데, 유감스럽게도 그의 입장은 총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결미부분에서 드러낸 그의 주장을 요약해 보자면, 그의 관심은 '압축근대'화의 과정을 겪은 한국사회의 '식민지근대'의 문제설정에 있다. 이로부터 그가 유추하는 한국사회와 사상이 처한 상황은, '전근대', '근대', '현대'라는 삼겹살 구조(황지우식 표현)가 착종 혼합된 사회, 정치, 경제의 모순, 남북분단과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국제관계, 계급운동의 퇴조와 시민운동의 부상에 따른 혼란, 아이덴터티의 부재로 설명된다. 실천에서는 식민지근대의 경험을 육화한 탈식민지, 탈근대의 이론수립, 시민을 포괄해내는 새로운 변혁주체의 설정, 민족공동체의 수립과 동아시아적 전망에 기초한 아이덴터의 수입으로 방향지어지고 있다. 책은 한국 현대 사상을 정리하는 문제설정에 대한 설명이 있는 머리말과 6,7,80년대 사상, 특히 마르크스주의와 사회구성체논쟁을 중심으로 하는 변혁사상을 검토하고 있는 1장, 사회주의 붕괴와 맞물린 진보운동의 동요와 알튀세르 사상의 수용양태를 설명하는 2장, 포스트 모더니즘의 수입의 산물로 얻어진 '근대','근대성' 문제에 대한 각 이론진영의 대응을 논하는 3장, 그리고 4장은 김대중 정권시기에 보여준 진보진영의 신자유주의와의 대응, 분단의 해소, 탈식민주의 문제설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은이 윤건차는 "여러가지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의 연구자보다는 오히려 그런 얽매임으로부터 비켜나 있는" 제일조선인의 2세의 처지에서 한국 현대 사상을 객관화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머리말 마지막 페이지의 '한국지식인 지도'라는 표는 그가 시도한 객관화의 모습이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지루한 책과 허다한 개념들이 나오는 책을 그나마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그 옛날의 투사들, 혹은 오늘의 실천적 지식인들의 몫이다.
e*******s 2002.08.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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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논쟁 지도의 최초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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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사회과학논쟁은 등 여러 저작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그러나 91년 사회주의의 붕괴를 필두로 한 '포스트 80년대' 시대의 사상의 흐름을 정리한 저작은 여태껏 없었다. 우연찮게도, 침묵을 깬 것은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씨였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 자신을 '재일동포-1세계의 주변인-2세계 한국의 주변인'으로서 규정하며 주체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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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사회과학논쟁은 <사회구성체논쟁>등 여러 저작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그러나 91년 사회주의의 붕괴를 필두로 한 '포스트 80년대' 시대의 사상의 흐름을 정리한 저작은 여태껏 없었다. 우연찮게도, 침묵을 깬 것은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씨였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 자신을 '재일동포-1세계의 주변인-2세계 한국의 주변인'으로서 규정하며 주체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새로운 논점을 제시할 정도론 심각하지는 않다. 김세균등의 정통 맑스주의, 윤소영 등의 알튀세리안, 이진경 등의 탈근대주의자들의 사상의 내용과 그 난점, 그리고 각각의 관계, 논쟁 등을 꼼꼼이 요점정리했다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 돌린 비판의 몫도 마땅한 것들이다. 김세균에게는 노동계급의 중심성에 대한 전환적 사고가 실패했다든지, 이진경에게는 현실운동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 말이다. 개인적인 첨언을 붙인다면, 강준만, 진중권, 홍세화등의 비판적 자유주의자들에 대해 이 책이 소홀히 다루지 않나 싶다. 김대중 정권 때 가장 많이 세상을 바꾸어 낸 지식인들은 바로 그들이었다. 지식인 비판, 수구언론 비판등을 통해 진보/보수를 막론해 한국 담론구조의 기득권 지향을 들춰내었다.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판단에 의하면 그들은 '결국 부르조아지의 계급의 편에 설 자'들일 진 모르겠으나, 여하튼 일상 속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진보적이었던 지식인은 바로 그들이었다. 나는 오늘 한 후배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대학에 들어온지 1년이 된 그는 한 트로츠키주의 정치조직의 조직원인데, 이진경의 이름도 아직 낯선듯 했다. 사상의 깊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여러 사상을 통괄할 때 역사적 안목이 베어나오는 법이다.
f***g 2003.03.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