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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아니다. 질문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 아닌 타인을 얼마나 알 수 있는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먼저 물어야 할 듯하다. 나는 항상 ‘이해한다’가 아닌 ‘이해할 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얘기하곤 했다. 같은 경험을 하기 전까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도 다른 이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늘 내가 하는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 변명처럼 들리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미완성으로 끝나는 모든 작품의 불완전함처럼 보였다.
얼마 전, 불신에 가까운 이런 나의 마음을 조금 바꿔놓는 계기가 있었다. 한 달의 시간이 뚝 잘려나간 것처럼 지냈던 최근에,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믿음에 한발 다가서게 된 거다. 예정에 없던 일을 겪느라 본의 아니게 서울에서 3주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가족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서로 몰랐던 면을 많이 보게 되었다. 가족이지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으니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었을 거다. 얼핏 숨겨진 마음을 보는 것도 같았고,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말을 듣는 것도 같았다.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제부의 한마디를 듣던 때였다. 좋은 일로 간 게 아니어서 우울 그 자체였다. 시간이 있어도 어디 좋은데 구경하기도 편치 않은 마음으로 지냈었다. 그런데 남동생과의 통화로 알게 된 사실 한 가지가 우리의 마음을 녹였다. 제부와 형부, 남동생이 함께 술을 마시는데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제부가 “이제야 너희 가족이 이해가 된다.”라면서, 왜 그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행동했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단다. 제부와 가족이 된 지 거의 십 년이다. 그동안 서로 얼굴 봐야 일 년에 몇 번, 그때마다 보게 되는 이해 안 되는 광경이 제부는 낯설었을 거다. 많은 얘기를, 속내를 터놓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같이 살아온 시간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 하는 단념 같은 거였다. 그러던 게, 이번 명절에 우리는 밑바닥까지 보여주게 되었다. 이렇게 아니고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보여줄 일만 남은 거였다. 모든 것을 다 보고 듣고 직접 겪은 제부의 말은 ‘이해’였다. 그 한 마디에 그동안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믿고 싶어졌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밑바닥을 보여줘야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음을.
그러니 올리버 라이언이 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했는지, ‘왜’냐고, 한번쯤 물어봐달라. 올리버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해서,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해서 그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올리버가 앨리스에게 한 짓은 정말 끔찍하다. 때로 당신은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일 수 있다. (228페이지, 모야의 말)
올리버가 그의 아내 앨리스를 폭행하는 잔인한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아내는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여전히 혼수상태다. 올리버는 법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50대의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신사, 완벽하게 매력적인 남자 올리버의 폭행사건은 이슈가 되었고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모든 게 비밀 같았던 그를 알고 있는 일곱 명의 입으로 올리버의 모습이 서술된다. 그 가운데 가장 진실에 가까운, 올리버의 고백 같은 말은 많은 사람이 봐온 그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진짜 올리버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올리버는 누구인까. 도대체 그들이 알고 있는 올리버는 어떤 사람인 걸까. 올리버는 한 사람인데, 왜 그들이 말하는 올리버는 모두 다른 사람 같을까. 여기서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상대와 내가 어떤 관계냐에 따라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다르다는 거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올리버가 어떤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계로 만났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했을 테니까. 물론 결과적으로 그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다 비슷하게도 진실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가 맡은 배역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그의 상처, 아픔, 고통을 숨기고 살아가야할 대마다 그는 괴물이 되어갔다. 돈도 벌었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명성도 얻었고, 평온한 가정도 있다. 그런 그에게 부족한 게 뭐였는지, 그를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게 했던 게 뭐였는지 알게 되는 순간 내가 본 건 그에게 깊이 새겨진, 지워지지 않을 상처뿐이었다. 노력했지만 봐주지 않은, 다가서고 싶었지만 외면당한, 존재하고 살아남고자 했던 그의 몸부림.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의 발버둥이 만든 지독하게 잔인한 결과들이 그저 아프게만 보이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인생 최악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중략) 아픔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결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그저 상처에 익숙해질 뿐이다. 그게 전부다 (77페이지, 베로니크 부인의 말)
성공한 작가 이면에 존재하는 그의 위선과 좌절은 많은 이들에게 전염병처럼 옮겨가는 상처를 제공했다.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질투와 절망은 익숙한 거짓말로 덮어버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속임수나 배신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단 하나, 그가 바랐던 건 오직 하나였다. 오직 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조금만 다가와주길 바랐던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이루고픈 소망은 오직, 그것, 하나였다. 그의 인생이 잔인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도 된다면, 어느 정도 그렇다고 인정해주고 싶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 외로움에 떨면서 정서적 불안정 상태로 성장해야 했다. 보호받지 못하고 가난과 수치심을 갖게 만든 한 사람 때문에 그는 사랑도 가족도 일도,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개념을 가질 수 없었던 거라고 올리버를 대신해 내가 변명해주고 싶어진다.
간절히 바랐던 것이 그에게는 이루어지지 않을 바람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결과로만 보자면 그는 범죄자다. 하지만 그를 구석으로만 몰아세울 수 없다.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에게 비틀린 개념을 심어주었다고 변명해도 된다면, 그 역시 피해자이고 희생자이다. 그에게 ‘왜’냐고 물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의 모든 가면이 벗겨지고 그의 맨얼굴을 마주했음에도, 그를 밀어내기만 할 수 없는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 가난과 위선으로 가득한 대학 생활의 비참함, 진정한 사랑조차 놓치고 말았던, 결혼으로도 완성되지 못한, 그의 인생의 큰 구멍이 도드라져 보인다. 앞으로의 그의 삶보다 그가 걸어온 시간의 흔적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분노로 점철된, 평생의 시간이 새긴 상처와 외로움이 어디 그리 쉽게 지워지겠나.
한 사람의 인생과 그가 걸어온 시간을 확인하며, 우리가 어떤 시간을 겪으며 성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상당히 몰입해서 읽게 만들면서 푹 빠지게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읊조리면서도 결국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까지 쥐고 흔든다. 끊임없이 ‘올리버가 왜 그랬는지’ 지켜보고 싶은 이유를 찾게 한다. 그가 온전히 사랑받고 자랐다면 지금 그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까지 품으며, 한 사람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와야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물론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볼 수 있는 건 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찾는 과정이었다. 70,80년대 아일랜드의 문화가 이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고요하게 존재했던 인종차별, 비밀이 되는 종교의 추함들,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애, 미혼모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보수적인 사회였다고 한다. 그런 사회상을 알고 읽으면 이 소설에 대한, 올리버의 삶이 왜 그렇게 흘러가야 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 가까울 수 있다. 이야기로의 재미와 몰입, 인간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빠져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결말이 맘에 든다. 올리버와 그녀(?)가 마주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며 어떤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그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역시, 그렇지. 올리버는, 올리버다워야, 올리버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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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리즈 뉴전트(Liz Nugent)"의 장편 데뷔작 "올리버의 재구성(Unravelling Oliver)"입니다. 이 작품은 '프란시스 맥매너스 상(Francis McManus Award)' 최종후보에 뽑혔던 자신의 단편을 작가가 6년간 수정하고 보완해서 독특한 심리 스릴러로 완성시켜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과 평단에 호평을 받으며 아일랜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습니다. 매력적인 중년 남자 "올리버 라이언"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동문학 작가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하여 안정되고 부유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부인인 "앨리스"를 구타하여 혼수상태에 빠트리게 됩니다. 이 사실에 매스컴과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관리에 철저했고 폭력적인 면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올리버"의 행동에 놀랍니다.
결국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심리검사를 받으며 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쓰라림과 증오, 좌절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흥,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군. 이웃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생각 따위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다.
자신이 쓴 아동문학 시리즈가 연극, 영화화까지 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작가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올리버 라이언"은 아주 매력적인 50대 남자입니다. 순종적인 아내 "앨리스"와의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결혼 생활은 적당히 유지하는 한편,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다른 여자들과의 외도도 즐기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올리버"는 자신의 아내 "앨리스"를 죽기 직전까지 구타를 합니다. 자신의 아내를 구타해서 혼수상태에 빠트린 유명작가의 이야기는 온 세상이 다 알게 되고, "올리버"를 알던 많은 사람들은 놀라며 "올리버"의 과거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올리버"를 포함한 각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올리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한두 달 동안 이곳 신문의 머리기사에도 올리버 라이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인터뷰 요청들을 사양하고 있다. 올리버가 아내를 구타한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내 기억은 저절로 1973년의 수확기로 제일 먼저 돌아가고, 거의 40년 전에 느꼈던 고통을 아직도 생생하게 다시 느낀다.
이 작품은 "올리버"가 아내 "앨리스"를 때린 후부터 시작됩니다. 그것이 첫 번째 구타였고 스스로도 놀란 "올리버"는 집을 나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집에 가서 "앨리스"를 때립니다. 두 번째 구타가 시작되면서 "올리버"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죽기직전까지 아내를 구타합니다. 깨어날 가능성이 낮은 혼수상태. "올리버"는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로 결심하고 소설은 각 챕터마다 "올리버"와 그를 아는 주변인들의 일인칭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불우했던 학창시절의 유일했던 친구, 대학동창, 그의 정부였던 이웃집 여자, "앨리스"의 오랜 친구, 70년대 프랑스에서 포도농장을 했던 여인 등 모두가 각자 기억하고 있는 "올리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올리버" 자신도. 그리고 여러 명의 기억들이 한데 모아져서 그동안 알려진 성공한 작가"올리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결국 "올리버"란 남자가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튀어 나오게 된 순간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폭력이라는 행위가 발생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해 여름 로라와 올리버 사이에 무언가 끔찍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끔찍해서 로라가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넣고 바다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무언가가.
"올리버의 재구성"은 주인공 "올리버"의 고백과 일곱 명의 증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처음부터 흡입력이 강한 스타일이 아닌 독자를 점점 빨아들이는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건방지고 자기중심적이어서 독자가 절대 좋아할 수 없는 남자"올리버 라이언"의 이야기와 그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올리버"가 얼마나 자기기만적인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고 더 혐오스러운 인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가 괴물로 태어난 것인지 점점 괴물로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 역시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존재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반평생을 노력했던 "올리버"에 대한 동정심도 생깁니다. 그렇다고 그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인생이 불행하게 시작되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그가 아닌 다른 "올리버"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의 보도자료 처럼 마치 한 남자의 재판기록을 읽는듯 한 느낌을 주는 "올리버의 재구성"은 '왜?'를 찾아가는 whydunit이 중심인 독특한 구성의 심리스릴러입니다. 재미뿐 아니라 우리 각자가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는게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명확한지도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작가 "리즈 뉴전트(Liz Nugent)"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데뷔작은 정말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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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출신의 미모의 작가 '리즈 뉴전트'의 데뷔작이고. 여러 명의 인물들이 '올리버'라는 작자를 까발리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올리버는 아이들 동화를 씁니다. 조앤 K 롤링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입니다. 올리버는 50대 중년이지만 치명적인 성적 매력을 아직도 발산하고 있습니다. 결혼한지 오래되었지만 젊고 매력적인 여자들과 애정행각이 끊이지 않는 부러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의 여자치고는 의외로 순종적인 아내와 30년 째 살고 있습니다. 못생긴 건 아니지만 화려한 미모와는 거리가 먼 수더분한 여자입니다. 집안에서 차분한 내조뿐 아니라 30년 동안 올리버의 동화에 그림을 그려준 삽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아내를 올리버가 북어 패듯 때려서 식물인간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올리버는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재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년간 바람은 피워왔어도 단 한번도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던 올리버가, 도대체 그가 왜 그랬을까요? 올리버의 주변인들도 그가 왜 그랬을까 궁금해 하며 그와 엮인 기억들을 찬찬히 돌아보게 됩니다. 올리버는 모든 인생이 거짓으로 엮인 인물이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겹겹이 싸여있던 올리버의 껍질(혹은 가면)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그 '왜? 올리버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독자에게 잔잔한 재미를 줍니다. 예상했던대로 올리버는 거짓말과 도둑질과 사기로 점철된 인간이었죠. 모든 그의 행위는 거짓으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책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거짓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거짓말이 그야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포장하고 남의 것을 가로채기 위해 거짓말을 하던 그가 처음으로 '타인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 말이죠.. ... 암턴 '올리버의 재구성'은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의 소설이었지만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이야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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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에 의해 재구성되는 한 괴물같은 남자의 인생 현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가해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따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이나 성격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주변부의 관점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 혹은 왜곡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느 시기를 공유한 이들의 이야기라면 충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장편소설 데뷔작으로 아일랜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리즈 뉴전트의 이 작품 [올리버의 재구성]은 자신의 아내를 혼수상태까지 몰고 갈 정도의 폭력을 휘두른 한 중년의 아동작가에 대한 인생을 다룬 스릴러 소설이다. 제목처럼 이 남자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뀌어 놓은 이 폭력 사건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이 남자와 어떤 시기를 공유한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모으는 것이다. 올리버 라이언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의 각 시기를 공유한 이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독자들은 마치 책상 위에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추어 가듯이, 이 남자가 왜 이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추적하게 된다. 아내 앨리스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에게 환대와 주목을 받았던 올리버 라이언은 동화작가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아내를 때린 다음에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올리버가 가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읽어 내려갈수록 눈길 한 번으로 여자를 사로잡는 올리버의 카리스마는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 기질로, 무언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은 뒤에 무언가를 숨긴 듯한 음흉한 인상으로 점차 바뀌어 간다. 어쩌면 이 소설이 가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 진실이 밝혀지면서 변화한다는 바로 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로 인해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성격이나 가치관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같은 경우에는 끔찍한 범죄의 근원이 그 사람의 과거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쌓여진 결과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보면, 소설 [올리버의 재구성]은 매력적인 스릴러 소설인 동시에 훌륭한 심리학 교재라고 느껴졌다. 끔찍한 일을 저지른 어떤 대상에 대해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이해 정도는 우리가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가 싶다. 그런 이해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자제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