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인간은 왜 인간을 먹는가?(Cannibalism:From Sacrifice to Survival) - 한스 아스케나시 저, 한기찬 역, 청하, (1995) 주말 동안에 읽은 책은 《식인문화의 수수께끼》입니다. 저자인 한스 아스케나시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대인입니다. 1930년 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났는데 홀로코스트를 용케 피해 나중에 미국에 건너가서 미 해병대 조종사로 군복무도 하고 UCLA에서 정식분석학, 심리학을 공부하여 캘리포니아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답니다. 그는 그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광기와 폭력의 역사-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집단적 정신병에 관심이 많았고 인간의 금기중의 하나인 "식인 행위"에 대한 고찰을 이 책을 통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 보면, 서론 제1부 역사적 지리적 개관 - 사람이 사람의 먹는 행위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아주 간단히 살펴보고 식인이 있었다고 기록된 지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선사시대와 역사 시대를 통틀어 우리나라의 예는 나오지 않군요. 제2부 : 식인풍습의 동기 -여기서는 인간이 왜 인간을 먹게 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저자는 식의 동기를 대체로 다음과 같은 8가지의 원인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자연적 기근 : 가뭄 홍수같은 자연적이유로 기근이 들었을 때 입니다. 이집트의 대기근을 예로 들었습니다. 2. 인위적 기근 : 전쟁 특히 공성전과 같은 인위적인 기근을 말합니다. 인간의 수많은 전쟁의 역사중 수없이 있었던 공성전과 포위전, 포로수용소등에서 벌어진 식인 행위를 고찰합니다. 나폴레옹 전쟁, 2차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포위전등이 예로 나오는데 정말 끔찍합니다. 3. 사고 : 다들 아시는 영화 "얼라이브"와 같은 사고로 조난을 당해서 일어난 식인을 말합니다. 서부개척시대에 산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사람을 잡아먹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4. 주술 : 주술적인 의미로 사람을 먹는 행위가 나옵니다. 놀랍게도 로마 가톨릭의 영성체가 그 예로 제시됩니다. 5. 제식, 종교, 산제물 : 흔히 우리에게 식인종으로 알려진 남태평양 및 아프리카 오지의 부족들의 경우가 바로 이런 분류에 속합니다. 성인식, 제식, 장례의식등으로 일종의 식인이 관습인 경우 입니다. 6. 처벌, 무관심, 일체화 : 일종의 징벌적 의미로 하는 식인 입니다. 7. 미식가 : 우리에게 친숙한 닥터 한니발이 이런 경우 이겠죠. 8. 사디스트와 미치광이들 : 헝가리의 백작부인 엘리자베스 베토리, 1920년대 독일의 한 미친넘을 예로 듭니다. 중간휴식 : 정말 이 부분에서 중간 휴식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먹는 이야기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지기 때문이죠.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제3부 : 문화와 사회속의 식인 풍습 여기서는 인간이 왜 인간을 먹는 현상에 대해 그렇게 흥분하고 재미있어 하는지, 옛날 이야기, 동화, 소설, 영화등 문화적, 사회학적으로 식인에 대해 고찰합니다. 늑대인간, 흡혈귀, 연쇠살인범등 수많은 사례와 그 법률적, 의학적, 생물학적 판단 사례를 열거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결론 - 이부분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논의되었던 문제를 한번 요약하고 식인 행위에 대한 판단을 독자가 스스로 하게 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데 지대한 관심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자 나름대로 세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① 유전적 가능성 : 인간은 유전학적으로 식인에 관심 많을 가능성. ② 폭력, 기괴함, 즉음, 금기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③ 책임전가 때문에 : 나, 우리 외에는 모두 식인종으로 몰아서 비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마지막 결론이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나 외에는 다 식인종이야..... 이 책은 분량이 그렇게게 많지 많으면서도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책으로 인류사를 개관하면서 정말 수없이 많은 잔혹한 일들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레니그라드 포위전 이야기를 비롯해서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사람 잡아먹는 이야기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참고문헌과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여 더 찾아보고 싶게 만들더군요. 한마디로 읽을거리가 많아 진다는 거죠. 러시아 연쇄살인범 치카틸로, 미국의 제프리 다머, 일본의 아세이... 그리고 히틀러 이전 독일에 있었던, 인간으로 소세지 만드는 사람들 같은 잘 몰랐던 엽기 인물들 하도 많이 나와서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더운날 더위를 물러나게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꽤 섬찟한 내용들이 많이 나옵니다. 책을 읽을 때 정말 많이 불편합니다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뭐랄까? 영화 "얼라이브"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저 상황에서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만 내용상 그리 아릅답지만 않으니 추천까지는 좀 어렵네요. |
|
'개가 개를 먹는다'(dog eat dog)는 표현은 동족끼리의 전쟁상태나 처절한 생존경쟁, 같은 부류끼리의 다툼을 묘사할 때 쓰인다. 실제로 개는 개를 먹는가? 금세기 초 극지 탐험을 나선 탐험가들의 수기(受記)를 보면 준비된 식량이 떨어지자 에스키모개를 식량으로 삼는 부분이 나온다. 이때 다른 에스키모개들에게 동료개의 육신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에스키모들에게 개고기는 훌륭한 비상식이었고 그들과 생활하던 개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그개들 사이에서는 개를 먹는 것 자체가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식량이 모자랄 때나 싸움이 끝난 후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경우가 존재케 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는 어떠한가. 인간은 같은 종족을 먹는 것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지고 있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인류에게 식인은 터부시되고 있다. 식인행위 자체에 대한 터부시뿐 아니라 식인문화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학술적 관심마저 그렇다. 그러는 한편으로 식인행위에 대한 지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상업성을 띠어가고 있다.
정말 일부 심리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의 주장대로 인간에게 격세유전된 식인에 대한 본능때문일까. 그 주장대로라면 우리의 조상들은 상식(常食)정도는 아니라도 인간의 고기를 먹는 것이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등따습고 배부르자 엽기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일까.
저자가 살짝 암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일종의 편가르기라고 생각되어 진다. 책의 표현대로라면 '성문 밖의 오랑캐'라고 하는데 식인이라는 '가장 악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으며 그러므로 그들과 우리는 다른 존재이며 그들을 몰아내는 행위는 정당한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작성된 수많은 오리엔탈리즘적인 기록들은 여러 형태의 야만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식인행위이다. 게중에는 어설픈 종교의식으로 이해하며 상대주의적인 시점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몰아내야 할 행위인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식인행위가 적지 않게 존재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지금도 그렇다. 또한 식인문화를 존중될 만한 문화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그 식인문화가 미식이나 새디즘, 정신이상에 기반한다면 말이다. (식인에 대한 원인을 책에서는 굶주림, 주술, 제의, 처벌, 일체화, 미식, 새디즘, 정신이상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범죄적 행위라고 여겨지므로 예외적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체의 식인문화를 우리와 다른(그러므로 틀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이에대해 어떻게든 제재를 가하려는 것과 마녀만들기의 일환으로 '낯선' 이들을 식인종 취급하는 것이다.
'나는 저러지 않으니까 다행이야'라는 생각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차원적인 것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여자가 아니니까 다행이야' '나는 흑인이 아니니까 다행이야' '나는 병신이 아니니까 다행이야'...
한편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심술굿으면서도 '재밌는' 문제들을 던진다. 만일 굶주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체를 먹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살아있는 사람은 어떠한가? 살기 위해 제비를 뽑는 것은 '범죄'인가? 아니라면 어떤 기준으로 순서를 정할 수 있는가? 그러면서 그는 다소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조난과 기근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중 누구도 잠재적 식인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고. [인상깊은구절] ……이탈리아인들은 매독을 프랑스병이라 불렀고,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병이라 불렀다. 중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식인종이었다고 했고, 일본인들은 중국인들이 식인종이었다고 했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인을,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을 식인종이라고 했다. 우리의 살과 피를 먹는 자는 언제나 남이며, 이를 관찰했다는 사람도 언제나 다른 사람이다. 리처드 가드너는 '아동학대에 관한 비난의 허실'에서 이른바 악마의 제례라고 하는 의식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관찰되고 입증된 악마의 제례(그런 일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것으로 믿어지는데)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런 소문은 도처에 만연하고 있다)과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
| 한 식인종의 족장이 그들의 식인문화-- 그렇다, 엄연히 식인도 문화다-- 혐오하는 백인에게 이 말을 남겼다 한다. "어차피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를 구더기가 뜯어먹을 것이 아닌가? 난 구더기에게 먹히느니, 차라리 내 가족, 친척에게 먹히겠다" 월드컵을 앞두고 개고기 논쟁이 달아오를때 우연찮게 읽은 책이다. 식인종이라 함은 기차를 김밥 쯤으로 생각하고, 엘리베이터를 도시락 쯤으로 생각하는 미개인종이라는 생각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식인도 문화요 , 극한 상황에서 인간도 하나의 음식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가볍게 읽기도 좋다. 단, 비위가 약한 사람에겐 별루 권하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