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꼭 사적인 공간에서 읽으셔야 합니다. 수시로 터져 나오는 웃음,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 콧물까지.. 책의 부제처럼 활자 곰국을 끓이는 분이기에 가능한 깊은 페이소스가 뭉클하게 전해집니다. 읽고 쓰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다른 아픔과 외로움을 감싸 안기까지의 이야기가 다 들어 있는 귀한 책입니다. |
![]() 짧은 만남이지만 거대한 우주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이후로 더 자주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내공과 겸손함에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힘겨운 시간들을 뚫고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 온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 지켜보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매함과 교만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욕망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난의 순간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 사람의 참 모습을 알 수가 있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를 보일까요? 선천적인 성향과 외부적인 환경의 영향이 있겠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자신을 전부 내어주지 않는 굳건함과 강인함, 상대를 대할 때 보이는 진중함과 겸손,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배려와 공감. 이런 사람들은 아주 넉넉하고 단단하며, 깊이가 있습니다. '활자 중독자'라 자신을 부르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의 저자 김미옥이 바로 그러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만들어나간 이야기들을 찾아냅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어떠한 삶의 여정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우리 또한 존재함을 알게 됩니다. 이 책 『미오기傳』에서 저자가 푹 끓여 내는 건강한 활자 곰국에 온몸이 뜨끈해집니다. 혀끝을 자극하는 조미료보다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고, 자신의 손맛을 더한 극강의 건강식을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깊은 맛에 사로잡힙니다.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미오기를 만납니다. 뭔가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죠. 그녀의 가족, 학창 시절, 직장 생활, 일상 등을 들여다보며, 입체적으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특별히 저자에게 책은 인생의 각별한 조연입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책은 소중한 안식처가 됩니다. 부박한 사람들 틈에서도 책은 우리에게 '너'의 귀함을 말해줍니다. 더하여 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사랑과 정의가 여전히 숨 쉬는 세상을 말입니다.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문장은 저자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활자를 아끼는지를 드러냅니다. 오랫동안 읽고 썼던 삶의 향기가 이 책에 배어 있습니다. 슬프고도 유쾌한 이야기에 스며있는 책의 이야기는 저자와 책이 결코 떨어질 수 없음을 잘 보여줍니다. 음악과 영화 등도 저자와 떼어놀 수 없습니다. 예술은 그녀를 살아 있게 했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뒤죽박죽 세상에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리하여 내 삶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저자는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미오기傳 #김미옥 #이유출판 #에세이 #베스트셀러 #책리뷰 #북리뷰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새벽독서 #모찌모찌의맛있는책읽기 #모찌모찌 |
|
“나의 엄마는 혼자 생계를 짊어지고 모진 세상을 억세게 살았다. 그녀의 해방구는 욕설이었는데 노점상을 하거나 보따리 장사를 할 때도 손님과 싸움이 붙으면 거나한 욕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했다. 욕설의 내용을 보면 우선 상대방의 집안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를테면 조상을 쌍놈이나 후레자식으로 만들어 가문에 먹칠을 했다. 그다음 인체의 신비를 이용해 구석구석 세심하게 기운을 뺐다. 쌔가 만발하고 눈까리가 썩어 문드러지며 대가리를 절구에 빻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동반자살을 노래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였다.” (p.49) 나의 엄마가 말하길, 잘못 했으면 나는 깡패의 아들이 되었을 수도 있단다. 엄마의 기억에 따르자면 상당한 규모(?)의 조직의 우두머리인 그와 엄마는 극장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는 아래 위 그리고 신발까지 하얀 색이었고 극장 입구에서는 동생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관객석 여기저기에 동생들이 있었고 엄마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엄마와 깡패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클래식을 처음 만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원이 있었다. 나는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타서 수녀원 담장 위에 앉아 우물우물 버찌를 먹으며 수녀들의 노래를 들었다. 수녀가 되면 기도하고 노래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p.91) 그로부터 얼마 후 엄마는 편물 학원의 친구들과 함께 전라도의 어떤 산으로 소풍을 갔다. 그리고 군용 트럭에 타고 있던 (미래의 내 아버지인) 초급 장교의 선심으로 수월하게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엄마는 당시 아버지의 머리가 밤톨처럼 동글동글한 것이 그렇게 예뻤다며 나에게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잘 나가는 깡패가 아닌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어린 군인을 선택한 것을 엄마는 후회하지 않았다. “내가 당당하게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비겁한 나는 부자 친구가 사주는 밥은 주눅 든 얼굴로 얻어먹었다. 왜 가난한 자가 주는 밥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얻어먹었을까? 몇 배로 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pp.122~123) 책에는 저자의 삶에 기여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로 가족들이 등장하고 때때로 친구가 등장하며 대부분의 글에 내가 빠지지 않는다. 책의 제목을 아예 ‘미오기傳’이라고 인 것도 읽고 난 뒤 구성된 저자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여기까지 왔다,의 느낌이 강하다. 특히나 ‘미오기’의 가족들은 어느 한 명 만만한 사람이 없다. 특히나 친가와 외가의 양쪽 할머니는 인생극장이라는 챕터 제목이 붙을만큼 희귀하다. “... 내가 두 할머니에게 배운 것은 인간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도 절망도 없었다. 단지 힘이 들고 힘이 들지 않고의 차이였다. 두 할머니는 속으로 서로를 인정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두 여자 다 그 힘든 세상을 당차게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진주의 면서기는 강도귀달에게 여자이지만 귀신 두목처럼 남자를 호령하며 살리라는 주술을 걸었고, 밀양의 면서기는 조조간이 지아비 없어도 앞날을 내다보며 후손을 잘 키워내리란 주술을 걸었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남자들의 세상에서 남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p.155) 나에게는 김판례, 라는 이름의 친할머니만 기억에 있다. 외할머니는 사진첩 안에서 흐릿하게 나를 업고 있는 채로 등장할 뿐이다. 친할머니는 호락호락 하지 않은 성품으로 웃는 낯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혹은 떠올릴 수가 없다. 아흔 살까지 사셨는데, 아파트 노인정으로 출근하는 할머니를 내가 모셨다. 서울이 낯선 할머니는 노인정에서 하루종일 화투판을 구경했고, 저녁이면 또 나나 동생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을 사는 것은 연필처럼 제 몸을 깎아내는 일이었다. 나는 조금씩 줄어드는 몸피를 보면서 나를 스쳐간 시간을 절감했다. 이제 볼펜 몸통에 의지하던 몽당연필처럼 내 삶도 소멸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 다시 연필로 편지를 쓰고 싶다. 연필 세 자루를 정성 들여 깎아서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나의 연필로 쓰인 문자가 구부리고 펼치고 넘어지며 마침내 날아올라 결승結繩이 되어 그대를 묶게 되기를. 다음 생을 넘어 다다음 생까지 나의 문자가 당신을 기억하기를.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햇빛 유리가 어떻게 내 눈을 찔렀는지 당신이 나의 하루를 알아주기를.” (pp.278~279)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린 이야기들이 재미있어 속수무책으로 끝까지 읽었다. 가족이라는 굴레, 라고 여겨지는 상황들이 등장하는데도 무겁게만 읽히지 않는다. 핏줄이라는 환경은 바뀔 리가 없고,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면 마냥 끌려가지는 않겠어, 라는 심정이었을까.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요령껏 스스로를 독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달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의미 충만한 지점을 확인한 느낌이다. 김미옥 / 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 이유출판 / 279쪽 / 2024 |
|
저도 이렇게 써보고 싶네요 책이 친구에게 말하듯 한다는것이 신기합니다. 작가의 웃픈 사연들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어젯밤엔 읽다가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많이 늦은 잠을 잤네요^^ 미오기전에 빠져들고 있는중입니다. |
|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미오기傳]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 나는 가급적 지나간 일은 잊으려하고 현재에만 집중하려 드는데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비겁하단 생각을 했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과거를 곰국 끓이듯 푹 고아 우려낸 글을 쓴 작가는 대단히 용감무쌍하다. 연간 800여권의 책 읽기, 1일 1권 이상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불세출의 서평가로 알려졌고 의도치 않은 팬덤도 생겨났다. <시로 여는 세상>, <문학 뉴스>, <중알일보> 등의 매체에 칼럼을 쓴다. 저서로 [미오기傳] 외에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가 있다. 진즉 알았더라면 나 역시 팬덤에 합류했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책들을 블로그에서도 만나볼 수 있음 좋겠다. 며느리가 나를 종이 다른 인간으로 보는 것 같다. : 최근에 나 역시 며느리를 보았던지라 이 문장을 읽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족과 위안의 의미를 담아...ㅎㅎ~ 지울 수 있는 과거는 없다. 다만 잊으려 노력할 뿐이다. : 아픈 기억을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일과 같다. 작가의 말처럼 지울 수 있는 과거는 분명 없다. 생살보다 튼튼해지는 굳은 살로 안고 가야 함에 동의한다. '진짜'가 되고 싶었다. 살면서 희미하게 내 삶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을 모방했고 그들이 웃으면 같이 웃었다. 비슷한 학벌을 가지려 애썼고 비슷한 물질을 가지려 노력했다. '유연하게 대처한다'라고 나의 위선을 합리화했다. 배신하고 배신당하며 수많은 가짜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속삭였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물거품이 되기 전에. p194 : 작가가 20대 시절 알게 된 명화 모작실의 미대생이 "우리 사귈까?" 했을 때, 그의 그림처럼 사랑도 가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참 일찍 철이 들었다. 나는 인간이 불행할 때 반드시 희망이 나타나는데 그게 나였을 거라고 했다. 잘난 척하는 딸에게 평소 같으면 소리를 질렀을 엄마가 웬일로 고개를 그덕거렸다. "딸을 하나 더 낳을꺼로..." 엄마로서는 최고의 찬사였다. p199 : 불행할 때 찾아 온 희망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높은 자존감과 자부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마인드였기에 그녀는 성공했다. p219 : 이 단 한 문장에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맞아~맞아~ 화가 날 때 난 집안을 다 뒤집어 대청소를 하고 이불 빨래를 한다. 그러면 불쏘시개 같던 내 속이 가라 앉아 숯불처럼 은근해진다.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안으로 품고 있는 숯불이라는게 문제지만 머리를 비우는데는 단순 노동이 제격이다.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조언은 될 수 있어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루를 마치고 밤에 오늘을 돌아보는 것. 그래. 밤이 스승이다. p226 ”세상에 표준은 없어. 내게 맞는 게 표준이야.“ p228 : 이 표현은 딱! 작가 김미옥 스타일이다. 세상의 중심추를 자기 자신으로 시작하는 그녀, 너무 멋지다. 문장력으로는 작가 박완서님을 떠올릴 만큼 술~술~ 편하게 읽히면서도 진지함과 위트가 잘 버물려 있다. 때론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때론 포복절도 시킨다. 걸죽한 입담으로 무지막지하게 질러대는 욕설까지 통쾌하다.ㅋㅋ~ 그럼에도 클래식 음악과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음을 알게 하고 폭넓은 지식과 광기어린 혜안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만든다. |
|
미옥기전에 나오는 김미옥님은 나의 고모이기도 하고 나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삼촌이기도 하다 (실제로 둘째 고모가 할아버지가 중학교 진학을 안 시켜줘서 아버지가 대신 등록금을 해결하셨다고 들었다) 지난세대는 그렇게 살았고 원없이 일한 행복한 세대이기도 했다 |
|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매우 매력적이십니다. 유쾌하고 냉철하며 추진력이 강하시고 냉소적이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글을 읽을수록 많이 외롭고 힘 드셨을 나날들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 상황도 즐거워하실 지, 부담스러워하실 지… 작가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
|
초등학생 조카에게 선물했어요. 내용이 지금은 어렵게 느껴질수있어도 삶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초등학생 조카에게 선물했어요. 내용이 지금은 어렵게 느껴질수있어도 삶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초등학생 조카에게 선물했어요. 내용이 지금은 어렵게 느껴질수있어도 삶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
|
오랫만에 유쾌하게,즐겁게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만에 완독하기 쉽지 않은 사람인 제가 그걸 해냈다는.. 평범한 일상같은 이야기도 어쩌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작가님의 능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다 읽고 친정엄마께 읽어보시라고 드렸더니 고맙다고 전화가 오시네요. 읽는 내내 웃으셨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