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93%
  • 리뷰 총점8 7%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10.0
  • 20대 9.0
  • 30대 10.0
  • 40대 1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7)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서평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서평"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누구였을까, 그들이 우리를 정의하기 전에는‘(p. 48)고등학교 사회 과목의 사회화 파트에서는 지위와 역할의 개념이 등장한다. 지위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이며 역할은 그 지위에 따라 요구 되는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우리를 정의내리는 것들을 생각한다. 지위와 역할만이 이 사회에서 나를 정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서평"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누구였을까, 그들이 우리를 정의하기 전에는‘(p. 48)


고등학교 사회 과목의 사회화 파트에서는 지위와 역할의 개념이 등장한다. 지위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이며 역할은 그 지위에 따라 요구 되는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우리를 정의내리는 것들을 생각한다. 지위와 역할만이 이 사회에서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나의 존재를 정의내리는 것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이 될까.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는 작가의 경험, 연구,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을 정의내리는 발화자의 교묘한 기획, 매커니즘, 정의내리기를 ‘당한’ 것들의 가려진 것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과학으로 시작해 역사와 종교, 예술 등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분야들을 아우르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어째서 어떤 진실은 그토록 진실된 느낌을 주는가? 이것이 내 질문이다. 어떤 진실은 어째서 그토록 강렬하게, ‘진리’라는 느낌을 주는가‘(p.56)


주어진 지위와 역할들, 평가 매기는 기준들, 사회적인 제도. 그것이 이성적이고 공정한 ‘진실’이라 믿게 만들고 살아왔던 삶에 금이 간 경험을 겪은 시점부터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두려움이 늘 나의 그림자가 되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못하면 얻을 수도 없는 기회들과 경험의 한계들. ‘내가 나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수치스럽고 불합리한 상황들. 왜 ‘진리’에 결함이 있어서 나의 ‘진실’이 깨어져 버렸는가



’이렇게 진짜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더 진실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글쓰기 입니다. 나를 갈라 나를 꺼낸다는 것은 아주 많은 소음과 뜬소문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말 그대로 나를 갈라서 나를 꺼내는 과정입니다.‘ (p.341)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를 통해 분열과 혼란들 속에서 자신을 갈라내며 진실을 찾아내려 노력한 하미나 작가의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 작가가 겪었던 수많은 분열과 혼란들에 공감이 되고 분노가 치밀고 슬퍼서 눈물이 나고 생각지 못한 부분에 놀라워하며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갔다. 그 여정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을 보며 내가 겪었던 일들과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떠올렸다. 나 또한 나를 갈라내어 나를 꺼내볼 수 있었다. 



꺼내어진 나는 해파리가 되어본다. 해파리처럼 심장을 갖지 않고 그저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유유히 바다를 떠다닌다. 차가운 바다를 느낀다. 빛나는 햇살을 바라본다. 어떠한 편견없이. 그저 바라본다. 그저 존재한다. 



이 책이 나에게 위로를 건냈듯이 많은 이들에게 닿아 위로를 전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만든 분들에게도 위로가 닿길 바란다. 여전히 세계는 분열과 혼란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한다. 당신의 존재를 바라본다. 존재함의 힘을 느낀다. 


#하미나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YES마니아 : 골드 d*******2 202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하미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하미나" 내용보기
책을 읽는 내내 비통한 기분을 느꼈다.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혐오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은 페미니즘을 싫어한다. 단어만 들어도 여성의 부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냥 이유 없는 비난으로 매장시켜버린다. 어쩌면 그에는 성별조차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일까 작가님의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다. 이 글은 페미니즘을 지지해야 한다고 함께 지지하자고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하미나" 내용보기

책을 읽는 내내 비통한 기분을 느꼈다.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혐오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은 페미니즘을 싫어한다. 단어만 들어도 여성의 부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냥 이유 없는 비난으로 매장시켜버린다. 어쩌면 그에는 성별조차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일까 작가님의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다. 이 글은 페미니즘을 지지해야 한다고 함께 지지하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차별당해온 빼앗겨온 권리에 대해 사실을 전하고 느낀 바를 고한다. 어떠한 강압적 표현도 극단적 주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 간절히 느껴져왔다.


사실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첫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었다. 흔히들 그리고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배척한다. 나 또한 그러한 경향이 없지 않아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회피했다. 물론 나 또한 여성으로서의 부당한 대우와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와 관계없이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지지하는 것은 그 이상의 단계였던 것이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길거리에서 판넬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있었다.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행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책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쫓겨나고 배척당하고 외면당하며 주장할 곳조차 잃어버려 멀리멀리 몰려나게 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분명하게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글보다는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책 같았다. 책 서두에는 ‘공중 도시‘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내가 해석한 ’공중도시’는 쉽게 말해 지금의 안일한 현실이며 이상이다. 그 현실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공중 도시’를 부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내 안에서 무너져내리는 부분 그곳이 나의 ‘공중 도시’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공중 도시는 나의 아름다운 부분이었다. 책의 첫 파트 부분의 첫 내용에는 외계인에게 보내는 인사와 지구에 대한 설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지구의 아름다운 부분만을 언급한다. 전쟁, 기아, 환경 파괴 등 어두운 부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나의 공중도시도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다. 이에는 허영심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지지한다 생각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방관에 가까웠다.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내 공중도시는 무너져내렸다. 사실은 전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큰 도시의 아주 일부일 뿐이지만 책을 읽으며 확실하게 무너져 내렸다. 


책 속 주를 이루는 내용은 지금의 페미니즘이 형성되어온 과정이다. 조산사나 산파라고 불리던 여성들이 남성 산과 의사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누구나 들어봤을 이름의 철학자들이 여성을 배척하고 아래 존재로 인식한 것. 심지어는 몇 백 년 전 없어졌다 믿었던 마녀사냥이나 여성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처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그러한 길고도 긴 역사에 대해 말해준다. 소망한다는 것은 지금 그러하지 못한다는 말의 동의어였다. 페미니즘이 형성 되어온 데에는 부당함과 차별이 그 이전에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많은 불편함이 존재한다. 민감한 사람들조차 눈치채지 못할 아주아주 사소한 불편함부터 모두가 눈살 찌푸릴만한 커다란 불편함까지. 그러한 불편함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모기에게 물린 부위를 애써 긁지 않고 참고 가라앉을 때까지 넘어가는 것처럼. 하지만 모기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또 모기에게 물릴 것이고 어떨 때는 긁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불편함을 무시하는 것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을 무시한다면 다음에 같은 일이 일어나도 모기를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공중도시는 무너졌고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모기를 잡아보고 싶다.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왜냐면 나에게는 몇백년, 천년도 더 이전부터 모기를 잡아온 여성들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내용에 해당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진정한 나 자신을 깨닫기를 바라는 분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접해 본 적이 없으신 분

🪼 나를 갈라 진정한 나를 찾으실 분


#하미나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도서제공

o******5 202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꽉 막혀 있는 나에게서 깨어나고 싶다
"꽉 막혀 있는 나에게서 깨어나고 싶다" 내용보기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하미나꽉 막혀 있는 나에게서 깨어나고 싶다, 일기를 썼습니다.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얇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와, 세상과 분투했습니다.어떤 대목에서는 반발하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분을 냈고또 다른 지점에서는, 공감하는 마음에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버리고 싶었습니다.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꽉 막혀 있는 나에게서 깨어나고 싶다" 내용보기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하미나

꽉 막혀 있는 나에게서 깨어나고 싶다, 일기를 썼습니다.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얇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와, 세상과 분투했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반발하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분을 냈고
또 다른 지점에서는, 공감하는 마음에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버리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엄마를 졸라 방과후수업에 등록했다.
영어와 컴퓨터. 어릴 적부터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다.
첫 방과후수업 시간, 처음 보는 다른 반 친구들에 어색해하고 있던 찰나, 
남자아이 하나가 내 다리 사이에 손을 댔다.
놀랐지만 다음 수업 때도, 그다음 수업 때도, 다다음 수업 때도 어떻게 거부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여자아이도 당했는지 소리를 꽥 질렀다.
선생님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때부터 그 남자애의 이상한 행동은 멈췄다. 8살 때의 일이다.

2학년 때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
40~50대 정도의 남자 선생님이 자꾸만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간지럽게 쓸었다. 
다른 여자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들 당했다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뭔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너 예쁘다고 쓰다듬은 거겠지. 말씀하셨다.
나는 학교에를 가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과 우르르 몇 차례 무단 지각을 했다.
이상하게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우리의 잦은 늦은 등교를 전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분당, 학군이 아주 좋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스물, 나는 학생의 70% 이상이 기숙사를 쓰는 특이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친구가 된 남자애들에게 기숙사에서 남자 선배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처음 만난 여자애들의 외모 순위를 매긴다고 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남자들은 새 학년이 되어 새롭게 만난 기숙사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으면 같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찜질방에서 양머리 하는 게 유행이던 시절,
페이스북에 올린 셀카에 당시 편입생 남자 선배가 야릇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내 옆구리를 꽉 끌어당겼다.

가까운 영화관에서 심야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지나가던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집까지 따라오려고 했다.

출판사로 이직을 한 후에는 모든 미팅을 따라다녔고
모든 전화를 내가 받았는데,
지시한 사람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받는 게 낫다는 말을 했다. 

지켜봐왔던 세상은 참 깨끗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혐오로 속이 꽉 차 있었죠.
하지만 스스로를 찾는 과정을 거치며 나약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지금 시점에, 객관적으로 다시 세상을 바라봅니다.

중학생 때 힘이 센 여자아이가
같은 반 왜소한 남자아이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문질러대는 걸 봤다.
그런 일은 교실 한복판에서 몇 날 며칠 지속됐다.
남자아이는 계속 몸부림치며 거부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에도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여자 사감 선생님이 거의 벗고 다녔다.
남자아이들이 수치스러웠을 것 같다.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괜히 다른 남자들을 떠보고 유혹하는 여자들을 안다.
지난 남자들의 잠자리를 품평하는 여자들을 안다.
남자에게 희롱당하거나 가볍게 유혹당한 일들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여자들을 봤다.

일 못하는 남자들의 도태를 여러 번 봤다.
일은 못하나 직급이 올라가 아주 과하게 신경질적으로 군림하는 여자들을 봤다.

나만 피해자의 입장에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혹시나 가해자로 몰릴까 봐 모두가 조심하는 지금 이 세상이 이상한 성희롱을 당할까 봐 날을 세우던 이전보다 편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본질을 어떤 한 가지에 몰입한 것으로만 말하다 보면 삶을 그르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으며 분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는 책을 통해 돌봄과 부양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한 해였습니다. 더 이상 멀어지면 사회는 하나의 군체를 이루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의 귀중한 목적으로 여기며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 물결점 @tilde.dot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독서 #독후감 #서평 #에세이 #수필 #일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그램 #독서습관 #책추천 #책리뷰 #끈갈피 #책탑 #책장 #독후귤
YES마니아 : 로얄 a*****1 202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배부른 책을 만끽하고 싶을 때
"배부른 책을 만끽하고 싶을 때"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서평입니다!>#하미나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한 사람의 몸에 너무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60페이지에서 이 물음을 읽고 오래도록 생각했다. 95페이지부터 나오는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이 왜 주로 젊은 여성일까, 라는 물음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도 나에게 오랜 공백을 남겼다.“다시 이 비명에 주목하세요. 아
"배부른 책을 만끽하고 싶을 때"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서평입니다!>

#하미나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한 사람의 몸에 너무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60페이지에서 이 물음을 읽고 오래도록 생각했다. 95페이지부터 나오는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이 왜 주로 젊은 여성일까, 라는 물음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도 나에게 오랜 공백을 남겼다.

“다시 이 비명에 주목하세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 지나친 소음이라고 할 수 있죠.”라는 인용. 프랑스의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가 강의하며 말했던 문장을 기록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 지나친 소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만 분류하고 더는 신경 쓰지 않으면 그것이 정말로 천천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를 기원해 놓고는 정작 아무것도 바치지 않는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양심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다시 온갖 구정물 덩어리를 모아놓고, 이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중얼거리며 뒤로 미루기 시작했다. 

나는 종종 내가 “영혼도 의식도 없는 살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나를 믿어보려고 애쓴다. 그래서 하미나의 글을 읽는 동안 자꾸 울컥했다. 이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독자로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책장 사이에 파묻히고 싶었다.

나는 오래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살았다니, 좀 슬프게 들리긴 하지만 동시에 짜증스럽다. 얼마나 징징거렸을까? 나는 그런 의문이 가장 먼저 든다. 쓸데없이 날카롭고 예민한 물음은 나를 항상 처음으로 타격하고 스쳐 간다. 

늘 글을 읽고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독자로서 작가는 대체로 대변하는 사람이다. 내 몸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내서 기어이 마주 보게 도와주는 다리였다. 그러면 나는 세워진 다리를 보고, 의심하면서 걷다가....... 걸어도 나는 그대로다.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내 몸에 고스란히 남는다. 나는 그 몸을 가지고 또다시 일상을 살다가 어느 한순간에 흔적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더 활자들이 내 몸을 채우고, 흩트리고, 메우고, 비우고....... 반복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몸이 책이 된 것을 느낀다.

하미나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를 읽으면서 그가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느꼈다. 분명 갖가지 글이 모여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책이었다. 그 지점이 내게 명쾌함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는 아마도 오랫동안 곁에 책을 두고는 바라보게 될 것 같았다. 표지와 책의 두께를 바라보면서 내용을 낱낱이 읽는 동안 무엇을 느꼈고 울고 싶었고 웃었고 생각을 곱씹다가 덮어두고 밥을 먹으러 갔다 와서는 다시 펼치면서 느낀 산뜻함을, 아주 짧은 한순간에 몰아치듯이 감각하고는 배부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배부른 책.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혹은 먹지 않기를 거부하거나 주어진 것보다 더 먹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g****m 2025.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 "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때때로 거울이나 카메라가 없던 시기의 인간을 상상하곤 한다. 그때 인간이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나의 겉모습,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내가 가진 것들이 아니라 저멀리 보이는 산그림자나 바다, 주의 깊게 관찰해 온 나무, 새, 작은 풀잎, 꽃, 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그들의 걸음거리 같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 "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때때로 거울이나 카메라가 없던 시기의 인간을 상상하곤 한다. 그때 인간이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나의 겉모습,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내가 가진 것들이 아니라 저멀리 보이는 산그림자나 바다, 주의 깊게 관찰해 온 나무, 새, 작은 풀잎, 꽃, 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그들의 걸음거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겪어본 적 없는 시기를 그리워한다.            p.27

다른 사람인 척하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세상 속에서 펼쳐 보이기란 어쩐지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 수치심을 이겨내는 것이 어려워서 사람들은 자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자처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취약성 안에 머물며 온전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것과, 인색하게 굴고 불평하고 두려워하며 삶의 문턱을 온전히 통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하면 더 용감해질 수 있을지, 취약성 안에 어떻게 머무를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해파리 북클럽으로 만나게 된 하미나 작가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가 도착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21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쓴 글을 가려 뽑아 대면케 하고, 충돌시키고, 맞물리게 하여 엮어낸 혼종의 텍스트다. 장르로는 논픽션, 에세이, 시, 희곡, 강연록, 대화록, 회고록을 넘나들고, 주제로는 과학과 비과학, 머리와 몸, 이성과 광기, 빛과 어둠, 실세계와 가공물을 넘나든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통해 과학과 문학,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서사, 폭력과 윤리와 지구와 동물,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애초 페미니즘 관점에서 과학사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기획된 이 책은 저자가 2021년 1월부터 쓰기 시작한 과학 칼럼들이 그 토대로,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과학에 헌신해 온 여성 과학자들을 조명하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오해와 차별, 혐오를 조장하는 과학을 비판하며, 지구적 차원에서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과학을 전망하는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한 저자가 썼다는 공통점 말고는 하나의 책으로 묶여도 되나 싶을 만큼 방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시간을 들여 읽고, 또 읽고 싶은 글이었다. 강렬한 제목과 아름다운 표지, 그리고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했는데. 전작보다 더 좋았다. 


세상을 떠도는 많은 이야기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언제나 특정한 관점과 위치성을 가지고 생산된다. 가장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왜 어떤 이야기는 유독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어떤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사적이며 특수한 것으로 여겨질까?               p.304

공감되는 글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21세기에 여전히 월경하는 몸으로 살아야 한다니 통탄스럽다.'는 문장을 보며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월경 주기가 시작되기 전 후의 몸 상태와 일상생활의 제약 등 그에 대한 경험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공감하지 않을 여성이 있을까. 또한 왜 여자는 월경의 시작과 함께 그것을 은폐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여성의 생식력과 관련된 기술은 왜 임신 및 출산과 연결될 때만 중요해지는 것인지, 과학기술이 이토록 발전한 시대에 어째서 월경과 관련된 기술은 이토록 허접한 것인지... 통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테니 말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월경을 정말로 없애고 싶어졌다는 저자의 경험담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는데, 매달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는 산뜻한 상상과 누구도 자신을 임신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도 좋았다는 문장을 읽으며 이것이 개인의 내밀한 경험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이야기라는 점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게다가 왜 가임력은 그렇게까지 보존되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 또한 여운처럼 남았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직접 낳은 자식 말고도 지구와 동물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등 돌봐야 할 존재가 많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정치, 사회면에 연일 등장하는 기사가 벅차고 누굴 믿는 것이 맞는지 인간관계에 시름이 많아질 때면 바다에 가는 기분으로 과학 책을 읽는다는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그 글을 읽으며 내가 왜 과학 책들을 끊임없이 읽는지, 그리고 그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학은 당연하게 여겨온 것에 질문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게 만들어 준다. 하미나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또한 과학적 태도를 매우 닮았다. 진실을 끝없이 탐구하는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경계를 넘는 앎에 대한 사유까지 모두 배우고 싶었다. 과학의 목표는 곧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것이고, 진실에 가까운 자연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정상성의 렌즈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거듭 동의하며 이 책을 덮었다. 어떤 진실은 기존 세계의 균열 사이로 비치는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서야만, 나를 갈라 나를 꺼내야만 만날 수가 있다. 그 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5.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세상을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죄가 되나요?이 책은 과학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사람이,그 과학이 더 이상 삶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하며기존의 지식과 그 지식 위에 세워진 나 자신을 동시에 갈라내는 기록.이 이야기는 하나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회가 허용한 앎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던 자아는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저자 하미나는 ‘
"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세상을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죄가 되나요?

이 책은 과학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사람이,
그 과학이 더 이상 삶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하며
기존의 지식과 그 지식 위에 세워진 나 자신을 동시에 갈라내는 기록.

이 이야기는 하나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회가 허용한 앎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던 자아는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저자 하미나는 ‘과학적 앎’과 ‘비과학적 앎’을 나누는 오래된 위계를 거부하며, 이전의 나를 끝내고 갈라져 꺼내어진 새로운 하미나가 살아남아 질문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동안 수많은 깨달음은 과학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하미나는 바로 그 배제된 경험과 감각, 질문들이야말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결론을 향해 줄을 서지 않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부딪히고, 겹치고, 질문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하미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된다.

앎은 머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길어 올려진다는 것을.

그렇게 나눌 수 없는 나의 내부가 드러난다.

#물결점 @tilde.dot #도서제공
YES마니아 : 로얄 k*********0 2025.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책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음과 모음이 해체된 채 벽이 되어 두 문단을 갈라놓은 듯 하다. 까만 표지의 반짝임이 눈물자국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미나 작가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스스로를 해부하고, 억눌렸던 에너지를 밖으로 꺼내놓는 치열한 생(生)의 기록이다.세상의 편향된 시선을 위키백과의 편집자 구성이나 대중문화 속 여성의 위치를 짚어내는 저자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책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음과 모음이 해체된 채 벽이 되어 두 문단을 갈라놓은 듯 하다. 까만 표지의 반짝임이 눈물자국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미나 작가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스스로를 해부하고, 억눌렸던 에너지를 밖으로 꺼내놓는 치열한 생(生)의 기록이다.
세상의 편향된 시선을 위키백과의 편집자 구성이나 대중문화 속 여성의 위치를 짚어내는 저자의 시선은 날카롭다. 

특히 성폭력이라는 상처를 이야기할 때 도둑질과 성폭력을 치환해 "내가 탐스러운 물건을 꺼내 보였다고 해서 도둑의 잘못이 내 잘못이 되는 건 아니지"라는 D의 말을 언급하며 다독인다. 이는 개인의 아픔에만 머물지 않고, 그 아픔을 사회적 연대와 전문성으로 확장한다. 
'나를 꺼내는' 행위가 고립된 치유가 아닌, 세상과 다시 건강하게 연결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상처를 드러내 마주하기를! 진짜 나를 만나길 바란다. 

P.9 세상을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죄가 되나요? 

P.361 분노는 초점이 명확하여야 한다. 행동은 사랑에 기반하여야 한다. 증오와 멸시는 또 다른 증오와 멸시를 불러올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c*********n 2025.12.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사유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자기 해체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사유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자기 해체" 내용보기
하미나 작가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흔히 기대되는 에세이의 독서 경험을 의도적으로 배반하는 책이다. 이 책은 위로하거나 정리해 주지 않는 대신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의 위치를 점검하도록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글쓰기보다 '나를 해체하는' 사유의 과정을 제시하며, 에세이라는 장르의 관습적 기능을 벗어난다. 따라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사유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자기 해체" 내용보기

하미나 작가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흔히 기대되는 에세이의 독서 경험을 의도적으로 배반하는 책이다. 이 책은 위로하거나 정리해 주지 않는 대신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의 위치를 점검하도록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글쓰기보다 '나를 해체하는' 사유의 과정을 제시하며, 에세이라는 장르의 관습적 기능을 벗어난다. 따라서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경험으로는 철학적 단상집과 실험적 논픽션에 더 가깝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형식의 파편성이다. 에세이, 과학적 사례 분석 등이 병치되며 통일된 서사 흐름보다는 의식의 이동에 가까운 전개를 보인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에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즉, 저자가 해체하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글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이기 때문이다. 정리된 생각보다 흔들리는 사유를, 완성된 결론보다 질문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 책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지식과 진실의 간극을 반복적으로 호출한다. 과학적 설명, 인문학적 인용, 개인적 경험은 모두 '알고 있음'의 상태를 의심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 특히 몸의 감각과 경험을 강조하는 서술은, 추상적인 언어가 놓치기 쉬운 진실의 층위를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때 저자의 글은 설명보다는 노출에 가깝다. 논리를 전개하기보다, 독자가 그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 직접 머물도록 만든다. 

자기 성찰을 '정리된 자아 서사'로 소비하는 최근의 에세이 흐름과 분명히 선을 긋는다. 저자는 자기를 설명하는 대신, 자기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쪽을 택한다. 이 선택은 사유의 깊이를 확보하고,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계속 생각하게 되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읽고 나서 쉽사리 감상을 정리하기 어려운 책이다. 오히려 읽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해 왔는지를 되묻게 만드는 텍스트다. 이 책은 결론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사유의 태도를 제안한다. 그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하나의 지적 실험이 된다. 하미나 작가의 글에서 깊은 사유와 따스함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저자의 글을 자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미나 #나를갈라나를꺼내기 #물결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h******1 2025.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 내용보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해파리 클럽으로 만나게 되었다. 기회를 주신 물결점에게도 감사한다..여성으로 살아오며 나는 늘 ‘잘 설명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 너무 예민하지도, 너무 둔하지도 않은 적당한 감각. 너무 날카롭지 않은 언어. 이 책은 그런 나의 태도가 어쩌면 스스로를 안전하게 만들어 온 방식이었음을 드러낸다. 하미나는 이해되기 쉬운 문장보다, 이해되지 않
"나를 찾아서" 내용보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해파리 클럽으로 만나게 되었다. 기회를 주신 물결점에게도 감사한다..


여성으로 살아오며 나는 늘 ‘잘 설명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 너무 예민하지도, 너무 둔하지도 않은 적당한 감각. 너무 날카롭지 않은 언어. 이 책은 그런 나의 태도가 어쩌면 스스로를 안전하게 만들어 온 방식이었음을 드러낸다. 하미나는 이해되기 쉬운 문장보다, 이해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을 선택한다. 책에서 사라지지 않는 감각을 읽고 느끼며 반가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사유하는 나’와 ‘느끼는 나’를 분리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우리는 흔히 감정적인 여성, 이성적인 사고라는 식으로 자신을 나누어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구분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묻는다. 머리로만 이해해온 세계를 몸의 언어로 다시 읽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무시해 왔던 감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마주하기엔 조금 힘들기도 한 그 감각들은 내가 애써 외면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지금 나의 나이, 마흔이란 나이는 여전히 유연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것을 이미 ‘정리했다’고 착각하기 쉬운 시기다. 이 책은 그 정리를 다시 풀어헤치라고 말한다.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 틈에서만 새로운 내가 나온다고.


지금 나는 새로운 나를 마주할 자신이 있는가. 

수많은 사유가 들어있는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통, 괴로움, 하지만 자신을 찾은 감각을 발견 했을때의 희열이 느껴진다. 

 

나를 갈라서 나를 꺼냈을때 만나는 나는 어떤 나일까? 

모든 감각에 예민하게 살아있는 내가 되고 싶다. 


#나를갈라나를꺼내기 

#하미나
#물결점
a*******k 2025.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균열의 시작점,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균열의 시작점,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나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란 단어에 대해 그리 가깝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내 주위 사람들이 그 단어들에 대해 드러내는 거부감을 일상에서 느낄 때면 오히려 애써 생각하지 않거나, 멀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 경험, 과학사와 여성의 역사가 교차되며 서술되는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바라보던 세계에 균열을 만들고 틈을 벌린다. 여성에 대한 교묘
"균열의 시작점,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내용보기
나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란 단어에 대해 그리 가깝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내 주위 사람들이 그 단어들에 대해 드러내는 거부감을 일상에서 느낄 때면 오히려 애써 생각하지 않거나, 멀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 경험, 과학사와 여성의 역사가 교차되며 서술되는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바라보던 세계에 균열을 만들고 틈을 벌린다. 여성에 대한 교묘한 차별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배제의 역사는 그동안 내 몸에 체화되어 익숙하게 느끼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딱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글 자체는 오히려 아름답다. 여러 주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울뿐더러 잘 읽힌다.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과학책?, 인문학 책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세계와 닿아있고 세계를 다시 알아가는 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페미니즘과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정의하기엔 아직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지 않은가?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 서있다. 저자는 ’좋은 글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동안의 내 좁은 생각에 찍는 마침표이자 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할 시작점이다. 내 진짜 감정, 진짜 내 모습, 진짜 내 생각,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 있게 한다.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를갈라나를꺼내기
#하미나
#물결점

a*****1 2025.12.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