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놈(또는 지놈?), DNA, 유전자 조작 또는 유전자 변형 식품,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그리고 환경 호르몬 등등 공학도로서 평균 이상의 과학적 지식을 갖고 시민 운동에 꽤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나로서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에이, 골치 아픈데 그만 대충 살다가 죽지’ 하는 사람에게 마냥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의 한 후배가, 그것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의예과의 후배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니까 키보드를 사용하기 전후에 손을 씻지 않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컴퓨터 전공자에게 묻더라는 이야기가 있고 보면, 이 시대의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이 야기하는 문제는 사람들을 여러 모로 힘들게 만들고 결국은 무관심으로 이끌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컴퓨터 바이러스라면 컴퓨터를 안 쓰는 사람에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이제 말하려는 환경 호르몬은 사람과 모든 생물의 생명과 번식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니, 모르다가 당했을 때의 당혹감을 생각한다면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다. 1960∼70년대에 임산부들이 유산 방지용 약으로 합성 호르몬제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DES: Diehtylstilbestrol)을 복용했는데,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딸들은 커서 질암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리고 아들들은 정자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왜 우리들이 겪어야 하는가’ 하는 고통어린 후회와 탄식이 왜 없을 것인가? 환경 호르몬이 통조림 깡통에도 들어 있고, 스티로폴 용기에 뜨거운 물이 있으면, 특히 기름기가 있으면 더 많은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는데, 앞으로야 조심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먹은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두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책은 환경 호르몬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제거시켜 주기도 하고, 꼭 필요한 주의 사항을 제공하기도 한다.
“- 환경 호르몬에 대해서 누구나 무턱대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환경 호르몬에 대해 가장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은 태아와 갓난아이, 그리고 앞으로 아이를 낳을 임산부들이기 때문입니다. - 환경 호르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투성이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소리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것이라면, 적어도 그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앞으로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임신하고 있는 여성, 젖먹이 아기와 유아를 둔 어머니,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꼭 실천하기 바랍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1962년)을 통해 합성 살충제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화학 물질의 남용을 막지는 못했다. 인간은 오만함에 취해 미친 듯이 화학 물질을 만들어 댔고, 마침내 인간들은 합성 화학 물질이 가져올 수도 있는 위험성에 관한 여러 가지 증거들을 알게 되고야 말았다. 디어콜본은 1950년부터 수천 편에 이르는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도처에서 야생 생물의 생식기 장애, 번식 행동의 이상, 생식 능력의 감퇴, 동물 집단의 돌연한 절멸 등의 현상이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는 잔류성 화학 물질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어 전 세계에 내분비계 교란 물질(환경 호르몬은 일본의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함)의 문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2부에는 ‘환경 호르몬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50가지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특히 1부의 기본적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다. 원리를 알고 50가지 방법을 대하게 되므로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모두가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므로 관심을 가지면 당장이라도 위험성을 훨씬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인데, 우리나라에 맞는 책으로 개정되거나 새로 쓰여질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의견을 첨가하고 싶다. 첫째, 일본의 책을 번역하였으니 당연하지만 50가지를 설명하는 곳곳에서 보이는 통계가 모두 일본의 것이므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쉽다. 해당되는 국내의 통계 수치를 병기했다면 일본과 비교도 되고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물론 국내의 신문 기사를 첨가하여 국내 사정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둘째, 50가지니 100가지니 하는 책들이 다 그렇겠지만, 꼭 50가지여야 하는 필연성이 있을까? 가짓수를 가지고 시비를 걸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앞에서 살펴본 책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앞의 책은 명사형 음식물에 대하여 사전식으로 배열된 것을 찾게 되므로 가짓수가 얼마가 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에는 독자가 한 번 읽고 대체로 그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내 머리에 50가지는 너무 많다. 내 생각으로는 1부의 내용 중에 환경 호르몬이 유입되는 경로가 공기(또는 코와 피부)와 음식물(입)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로 설명하고, 또는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개인적인 실천과 기업과 행정에 호소하는 법으로 덧붙여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나열하더라도 가짓수를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랩과 관련된 항목이 3∼4가지나 있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이라는 항목을 만든다면 5∼6가지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앞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수돗물 불소화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47항에 나오는 ‘치아의 충전물에 주의한다’의 설명에서 치아의 충전물로 쓰이는 실란트 대신에 불소 도포(塗布)를 권하는 대목은 수돗물 불소화와는 별개의 주제라고 볼 수 있지만 불소 용액의 농도가 짙어짐에 따라 위험성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나로서는 그대로 동의할 수 없음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내가 환자라면 치과 의사와 협의하여 보다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상의 지적 혹은 의견이, 환경 호르몬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미흡 [인상깊은구절] “- 환경 호르몬에 대해서 누구나 무턱대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환경 호르몬에 대해 가장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은 태아와 갓난아이, 그리고 앞으로 아이를 낳을 임산부들이기 때문입니다.(67 쪽) - 환경 호르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투성이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소리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것이라면, 적어도 그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앞으로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임신하고 있는 여성, 젖먹이 아기와 유아를 둔 어머니,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꼭 실천하기 바랍니다.“ (70-71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