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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조명도 새로 했다. 전구색, 주백색, 주광색이 모두 가능하도록 거실의 조명을 바꿨다. 조명을 시공한 목적은 하나였다. 어둡지만 따뜻한 노란빛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초등학교 1~2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나와 동생은 뒷좌석에 앉아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뒷면을 계기판 삼아 운전 놀이를 했다. 엄마가 사준 국어사전은 하늘색 인조 가죽으로 덮여 있었고, 하드케이스에 들어간 채로 우리 둘 사이에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은 밤늦게, 무수한 전구색 가로등을 통과해 집에 도착했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던 가로등은 주기적으로 우리 가족을 비췄다. 가로등에서 멀어져 가면 차 안은 어두워졌고, 가로등에 가까워지면 따뜻한 빛이 차 안을 비췄다. 내가 기억하는 30년 전 기억이 과연 정확할까. 따뜻한 조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던 그 기억이. 전구색 빛이 깜빡, 깜빡 차 안을 비췄던 그 기억은 정말일까. 시작은 기억하지 못하는 여행의 끝자락에 갖고 싶었던 국어사전과 함께 돌아왔던 그날은 실재하는 걸까. 주황빛 가로등을 보며 무수하게 떠올렸던 그 기억은 내 머리 어디에 새겨져 있을까. 얼마 전 기억이 새겨져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 같은 책을 한 권 읽었다. 차란 란가나스의 <기억한다는 착각>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기억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억을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한 다음 재생버튼을 누르면 재생되는 영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It’s more like reconstructing a dinosaur from a few bones.” “오히려, 몇 개의 뼈로 공룡을 재구성하는 것에 더 가깝다.” 기억은 우리가 과거에 모았던 몇 개의 정보를 내가 과거를 떠올리는 지금의 감정과 맥락에 맞게 구성해 재생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기억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인 “정보”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정보가 없다면 기억은 할 수 없다.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상상일 것이다.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기억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의도”를 가지고 “주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저자는 “주의력”은 나를 둘러싼 수많은 감각 중 어떤 것에 집중을 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행위이고, “의도”란 주의력을 한 곳에 고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용이라고 말한다. 전전두엽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현상(주의력과 의도)은 기억을 ‘만들’ 지는 않지만 손상되면 현실 속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생긴다. 30년 전 그 밤, 어린 나의 전전두엽은 작동하고 있었다. 창 밖에서 나는 냄새, 앉아 있던 시트의 촉감,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내 주의력을 잡아끈 것은 두 가지였다. 주황색 조명과 푸른색 커버에 둘러 쌓인 국어사전. 두 가지보다 우선순위는 뒤처지지만 조명과 국어사전을 감싸고 있는 차에 대한 기억, 가로등이 늘어진 차 없는 도로, 동생과의 운전 놀이가 함께 각각의 정보로 남아 뇌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다. 해마다. 해마는 귀 뒤쪽 부근인 측두엽 내부에 숨겨져 있는데,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의 처리를 담당한다. 일화기억은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처럼 맥락이 있는 기억을 의미기억은 맥락과 상관없는 지식이나 사실적인 기억을 말한다. 나의 30년 전 기억은 일화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주황색 조명과 국어사전, 차를 타고 다녀온 가족 여행, 동생과의 놀이와 같은 정보들이 내가 과거를 돌아볼 때마다 현재의 맥락 위에서 매번 새롭게 재구축되는 것이다. 퇴근해 불을 켠다. 제일 위에 버튼을 누르면, 주황색 불빛이 켜지고 두 번째 버튼을 누르면 백색 조명이 켜진다. 첫 번째 버튼과 두 번째 버튼을 함께 켜면 주황색과 백색 그 중간의 조명이 집 안을 비춘다. 나는 스위치 앞에 선다. 어떤 불빛을 넣을까. 어김없이 나는 주황색 조명을 켠다. 우리는 왜 기억을 하는 걸까. 기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기억한다.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갔을 때는 물이 있는 곳, 식량이 있는 곳, 위험한 동물이 자주 출현하는 곳, 먹어도 되는 식물과 먹으면 안 되는 식물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은 이와 같은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와는 다른 생존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저자는 우리 뇌에 DMN(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외부세계와 거리를 둘 때 활성화 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은 우리가 인식한 정보들을 분해한다. 그리고 구성요소별로 분류한 뒤 색지를 붙이는 일을 한다. 나중에 같은 요소가 포함된 다른 정보들을 이해하거나 기억할 때 반복적으로 재사용되면서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내가 멍 때릴 때, 우리 뇌(DMN)는 습득한 정보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하고, 분류해 다음에 빠르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해두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 나만 소외되었다는 외로움으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모은다. 책을 읽거나 티브이를 보고, SNS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려고 끊임없이 애를 쓴다. 이상한 것은 많은 것을 알 수록 더 불안해지고, 세상과 연결되려고 노력할수록 외로워진다는 점이다. 나는 외부세계와 거리를 두고 “멍 때리”는 순간으로 갈 여유가 더 없어졌다. 불안이다. 내가 주황색 조명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SNS에 접속하는 것도. 다행인 점은 저자는 불안을 바라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호기심이다. 저자는 정향반응 또는 “what is it?”반응이라고 하는 것을 설명한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개가 종소리를 들으면 고기가 나온다는 것을 예측하고 침을 흘리는 것을 우리는 조건반사라고 한다. 당시 파블로프가 조건 반사 실험을 하고 있을 때, 종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나거나 낯선 조수가 방에 들어가면 조건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개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귀를 쫑긋 세우며 자극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동물이 새로운 자극을 마주했을 때, “이게 뭐지?”하고 정체를 탐색하려는 반응 이것에 “what is it?”반응 또는 정향반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불안감과 호기심이 다른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두 작용에 모두 해마가 관여하고 있다고. 이제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다. 불안감 속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방어태세를 취하고 현실을 회피할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으로 돌려서 새로운 소리와 낯선 조수를 탐색해 보는 기회로 만들 것인지 말이다. 그동안 내게 30년 전의 그 밤에 대한 기억은 도피처였다. 내 현실에 나타난 낯선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낯선 조수에게 시선을 두며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 때마다 찾았던 도피처. 이사한 집에 넣었던 주황색 조명은 내 회피를 더 용이하게 해 주었고, 매일 스위치 앞에 설 때마다 나는 도망자가 되었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언제까지 도망치고, 도망자로 살 것인가. 퇴근한 뒤, 집에 들어가 거실 조명 스위치 앞에 선다. 어떤 마음으로 나는 주황색 조명 스위치를 누를 것인가. 현실의 불안을 외면하기 위한 도피처로써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내 앞에 나타난 낯선 현실을 탐색하겠다는 호기심의 신호탄으로 삼을 것인가. 기억은 고정된 과거의 녹화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뼈대를 가지고 매번 새로 조립하는 공룡이다. 30년 전 그 밤의 주황빛 가로등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현실을 도피하고자 할 때 그 기억은 아늑한 방공호로 재구축되지만, 내가 용기를 내어 세상과 맞서고자 할 때 그 기억은 나를 지탱하는 따뜻한 안전기지가 되어줄 것이다. 똑같은 주황색 조명이지만, 이제 나는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이라는 낯선 세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주하기 위해 이 스위치를 누른다. 불빛이 켜지는 순간, 내 기억과 현재는 다시 한번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축되기 시작한다. |
| 기억의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가 확신하는 기억조차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재구성되는 지 보여준다. 거짓 기억과 목격자 증언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짚고, 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기억의 역설까지 다룬다. 전공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게 쓰였으며, 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
| 기억을 조작한다 혹은 데자부 현상이라는 것을 대중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이 책은 그것이 무엇인지 여러 연구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뇌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
| 신경과학자 차란 란가나스가 밝히는 기억의 메커니즘과 오류. 우리가 확신하는 기억조차 왜곡되고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거짓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목격자 증언이나 회상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진다. 뇌과학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책. 심리학과 뇌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필독. |
| 저자는 기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오히려 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망각을 단순히 기억억 저하라고 여기는 대신에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매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사건의 경계선'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집안의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할때 방금 전의 행동을 잊어 버리는 것은 뇌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이라고 한다. 우리 뇌는 장소를 새로운 맥락으로 인식하는듯 하다.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평소의 행동을 바꾸고 싶으면 장소를 바꾸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왜냐면 늘 같은 장소와 같은 맥락에 있다면 평소의 행동이 변하기가 쉽지 않다. 망각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재구성되는 생존을 위한 매커니즘이다. 현재의 생각과 감정이 기억에 덧씌워져 원본과 다른 형태로 저장된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고 예측하거나 또는 즐거웠던 경험이나 보상을 받은 기억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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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은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기억’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에요. 흔히 기억은 뇌에 저장된 사진처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억이란 게 사실은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상상’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겪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흐릿하거나, 누군가와 같은 사건을 두고 전혀 다르게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 책은 왜 어떤 기억은 오래 남고, 어떤 건 금방 잊히는지에 대한 뇌의 작동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점심에 뭘 먹었는지는 금방 잊어버리면서도, 오래전 유행가 가사는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를 ‘맥락’과 ‘도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줘요. 뇌는 모든 정보를 다 저장하지 않고, 중요한 맥락이나 반복되는 패턴만을 덩어리로 기억한다는 거죠.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은 금방 사라지고, 음악처럼 반복되는 구조나 감정이 실린 경험은 오래 남는다는 설명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계속 변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뇌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기억을 재구성한다고 해요. 그래서 때로는 거짓 기억이 생기기도 하고, 예전에는 좋았던 추억이 지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런 유동적인 기억 시스템이 오히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더 유리하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에서는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학습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단순히 반복해서 외우는 것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실수하면서 배우는 게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해요. 그리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기억을 굳히는 데 꼭 필요하다는 조언도 실용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호기심’이야말로 뇌를 가장 활발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뇌는 보상 물질을 분비하면서 더 잘 배우고 기억한다는 거죠. 『기억한다는 착각』은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설명이 친절하고 사례도 풍부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나는 자꾸 잊어버릴까?’라는 고민 대신, 내 기억이 얼마나 유연하고 창의적인지, 그리고 그 덕분에 내가 더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거예요. 기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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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자 차란 란가나스는 우리의 기억이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그렇게 믿을만 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할때 마다 새로운 시냅스연결에의해 기존의 기억이 새롭게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억이 우리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그리고 저자는 또한 잊어버리려고 할 수록 자꾸 생각나는 기억의 역설에 대해서 설명함으로서 다양한 뇌 과학적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체계있게 구성한 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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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깨닫고 나면 묘한 해방감과 동시에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주며, 완벽하지 않은 기억이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통찰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 자신을 정의하는 '기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