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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를 규정하는 것은 현재의 기억인가 과거의 기억인가?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면 과연 나의 존재에 의미가 있는 것인가? 치매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면 현재의 나는 누구인가? 참 어려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기억의 유무 혹은 삭제와 재주입과 같은 주제로 사람의 존재를 정의하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소설이나 영화에 단골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1990년, 이런 기억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소개가 되었고 당시 나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영화로 남아 있었다. 로보캅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스타덤에 올랐던 "폴 베호밴" 감독이 지금 보아도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느껴질 만큼 대작을 만들었고 작품성에서나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평가되는 영화 "TOTAL RECALL" 이다.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출시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어 바로 구매했고, 이번 설연휴를 보내며 2012년 리메이크작까지 함께 다시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지금은 허리우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감독이지만 나이도 많고 성장했던 환경을 생각하면 과한 폭력성과 반파시즘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작품은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진리를 이해한다면 19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그리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는 연출이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지금과 같은 첨단 디지털 그래픽이 가능했던 시대가 아니었고, 모든 것을 아날로그로 작업해야 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기억을 조작당한 주인공이 현실과 환상을 혼란스러워 하며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며 독재 파시즘의 수장을 제거하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사점과 기억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당시에는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하고 난해했기 때문에 액션영화로 이해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폴 베호밴의 이전 작품에 대한 인지도에서 만들어진 기대감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인기에 통쾌한 액션을 보기 위해 관람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극장에서 한 번 정도 볼 수 있던 시절에 복잡한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번 이상 봐야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국내 작품성 평가는 낮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지금 다시 바라보며 영화 전반을 해석해보면 원작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기억에 대한 의미를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에서와 같이 인간의 기억을 외부에 저장했다가 다른 육체에 이식했다면 과연 같은 인간이라고 인정해야 할까?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고 현재의 기억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과거의 사람이 나타나 자신의 가족이라 한다면 과연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글 서두에 언급했던 치메로 인해 모든 기억과 인지력을 상실한 사람을 내 가족이라 인정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현재의 나를 규정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규정한다. 영화의 내용상 기억이라는 것이 조작될 수 있고, 그 주체가 자신일 수도 있지만 타인이 의도를 가진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미 10년 전, 쥐를 이용해서 기억을 저장하고 다시 재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게 발전했을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영화처럼 기억을 이식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 이식된 기억을 가진 육체와 이전의 육체 중 어떤 것이 진짜 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돌아가신 어머니의 인지장애를 경험하면서 나는 이 문제로 많이 혼란스러웠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고, 내가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무엇을 바라게 될지도 고민했었다.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을 잃는다면, 더이상 나는 현재의 나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영화의 대사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되고, 현재의 나는 과거의 기억에 의해서 정의된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의 내용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퀘이드는 더이상 과거의 존재인 하우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또한 현실과 꿈을 오가는 편집으로 인해 관객으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면들이 연속되지만,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원작보다 리메이크작에서 더 긴장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현란한 조명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는 단연 22년 전과는 다른 스케일과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평소 좋아하던 배우 콜린 패럴,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2012년 당시 리메이크작은 과도한 편집으로 스토리상의 어색함을 남겼고, 그로 인해 혹평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상황은 원작을 기반으로 작업했다는 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편집과 관객들의 영화 관람 능력을 오판한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본다. 다행스러운 것은 감독판을 다시 만들었다는 것이고, 제작사의 손해를 크게 만회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섭섭함을 많이 줄일 수 있는 위안이 되어 주었다. 영화뿐 아니라 어떤 예술작품이라도 바라보는 과점을 비판에 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즐기기 위함이라면 최선을 다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더 많이 즐기는 사람이 현명하다. 이 "토탈 리콜"이라는 영화는 22년의 시간을 두고 같은 작품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며 표현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바라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기억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미리 생각해 본 후에 다시 관람을 해보면 더 좋겠다. 아울러, 원작에 등장하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샤론 스톤의 이후 작품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각 배우에게 꽤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점과, 리메이크작에서 등장하는 케이트 베킨세일의 첫 악역 도전이라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며, 콜린 패럴을 두고 제시카 비엘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질투어린 대결 장면도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두 영화 모두, 마지막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대로 편안하게 즐기며 보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