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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의 성공적 개최와 엔비디아의 GPU 26만대 공급 뉴스로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것들을 수습하고 AI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이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국민들의 역량으로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의 위치에 올랐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같은 산업 분야는 물론 문화와 정치에 있어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AI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헤쳐 나갈 길이 쉽지만은 않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현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공학과) 네 명이 대담한 내용이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에서는 MAGA현상의 정체와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을,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에서는 한국이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술 산업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바쁘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생업에 종사하다가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잘 시간에 계엄령 선포 소식에 국회로 뛰어가고, 새로운 정보나 상품은 발 빠르게 체험하고 분석,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런 대한민국 국민이 읽기에 딱 맞다. 미국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있다. 이 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통해 AI시대에도 그들은 패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국제 공동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그러나 올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3회 AI 행동 정상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AI규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게는 지금 AI규제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AI를 국가적 수익과 이익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삼을 것이다.” 지난 7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보고서에서 재천명했는데, 이는 미국이 AI 생태계를 구축할 테니 다른 나라들은 그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기존 NATO나 G7 같은 안보 동맹을 AI동맹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AI질서에 들어오거나 독자 노선을 택하거나, 만일 후자를 선택하면 기술이나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우리나라 AI분야는 이미 미국에 깊이 엮여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AI 안전 규제 관련하여 미국과 반대인 EU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 것인지가 숙제다. 이 책은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챗GPT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평범한 한국인일 뿐이지만 AI시대를 대비하는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읽으면서 걱정이 늘었다. 그나마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책에서는 국가적으로 할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의 인공지능 인프라 지속 가능성, 특히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 탈탄소 기반의 지속 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해당 의제를 선점하고, 역내 국가 간 공통된 안보의 틀 안에서 가능한 기술 협력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앞으로는 원하든 원치 않든 AI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요, AI가 본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끔 마음의 문을 여시되 지적 활동을 AI에 전부 외주를 주지는 마십시오. 자신의 지식과 지적 능력을 믿으시고, AI는 ‘좋은 동반자’ 혹은 툴 정도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질서가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하시고, 특히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의 개편이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며 미래 계획을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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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는 일본이 트럼프 정부와 5,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기로 도장을 찍은 상태였고 트럼프는 그 다음 타겟, 우리나라에 3,500억 달러를 요구한 상태였다. 한편 중국은 올해 9월 3일에 있었던 80주년 기념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가 66년만에 모여 건재함을 증명했다. 이렇게 미중관계가 고조화 될수록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 흐르는 불확실성은 커져만 간다. 이 책은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소제하에 중국정치 전공 이희옥, 국제무역 정책 연구자 김영한, 차세대 반도체소재와 미래에너지공학 연구자 권석준, 미국 외교와 세계 질서 변동 연구에 집중해온 차태서 교수, 이 네 명이 제안하는 생존을 위한 한국의 선택에 대한 담화를 담았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트럼프에게 투표한 ‘MAGA’의 분노와 그들을 이용한 트럼프의 정치활동에 대해 쓰여있다.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서는 미국이 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2001년 중국의 WTO가입을 지지하기도 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무역을 채택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전혀 동화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트럼프 1기 정부는 ‘배은망덕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다. 제조업발전을 시켜주며 성장을 도와줬는데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질서에 저항하려 한다는 것. WTO 가입한 이후 미국 제조업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미국 제조업의 몰락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역시 미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에서는 최근 중국의 혁신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한 덕분 -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상당수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동적 대응에서 창출된 결과라는 점도 분명 없지 않습니다.”(p.106)-으로 읽혔다. 마지막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는 신냉전이라는 추운 겨울, 흰 눈으로 뒤덮여 가야 할 보이지 않는 현재, 우리는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딛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Winter is Coming”이 아니라 겨울이 이미 왔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지만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마친 후, 후속기사를 보며 생각보다 꽤 잘 대응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우리 민족이 위기 앞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에 대해 ‘진화’라는 키워드를 든다. “우리에게는 그 진화의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진화를 멈추지 않도록 하는 ‘유연성’입니다.”(p.203) 이 유연성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받아들이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p.204)와 같은 오픈 마인드, 그리고 앞으로 좋든 싫든 AI와 같이 살아야 할 생애 후반부에 주도권을 내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잃지 않기를 이 네 명의 교수님들은 당부한다. 이 책을 완독한 후 APEC 경주 정상회의 중, 10월 30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뉴스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리고나서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니, 현재 미국이 ‘트럼프 쑈’를 방송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은행을 한 강도가 털다가 뭔가 무술 고수를 만나자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CCTV로 지켜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적대시하는 중국에게 큰 관세를 요구하겠다던 트럼프는 APEC에서 시진핑과 한시간 사십분을 만난 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펜타닐 불법 유입 방지 협력을 약속하고는 이후 정상회담이 마치기도 전에 한국을 떠났다. 돈내놓으라고 소리지르는 시끄러운 트럼프보다 로봇과 드론, AI에 소리없이 강한 중국이 더 큰 위기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갖게 될 1년의 유예기간동안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미중관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도서제공 |
'기정학(技政學)'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이 책에 눈길이 갔다. 미중 갈등이 한두해 된것도 아니고 이 두 강국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책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을 연결하는 기정학(技政學)적 전략 아래, 한국에 '안미경미安美經美'라는 단일 선택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p. 7)는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면 말이다.
이 책은 성균관 대학교의 각 분야 전문가 4명의 교수 즉,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희옥, 경제학과 교수 김영한, 화학공학부/반도체융합공학과/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권석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차태서 이렇게 4명이 모여 대담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대담이다 보니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대화체로 쓰여 있어서 마치 영상을 글자로 읽는듯 편하게 읽힌다. (조금만 상상력을 가미하여 4명에게 캐릭터와 목소리를 부여한다면 책을 읽는 어느 순간부터는 글자가 말로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ㅎㅎㅎ) 4개의 챕터는 그 장의 중심 화두라고 할 수 있다. 1.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 2.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3.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 4.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라는 큰주제들은 모두 시대가 던지고 대중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 4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며 답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 동참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를 갸웃하게도 되고 어느 순간 깨우쳐지게도 되면서 조금은 희망을 찾게 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에게 가장 큰 고민은 트럼프 2기 정부라 할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미국의 상황부터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지금 미국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MAGA 세력이나 그 배경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MAGA가 정말 미국의 슬로건인가? 정말 트럼프의 논리인가? 하면 그게 또 단순하게 그렇다고만은 할수 없다고 한다. 미국이 중국에 날을 세운지 꽤 되었고 그에 따라 '신냉전'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사용되지만 중국은 현상황을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도 하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의 성장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두 국가 간 경쟁을 촉발했다고 평가함으로써 신흥 강대국의 부상이 기존 패권국의 불안을 자극하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킨들버거 함정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의 지위를 얻게 된 미국이 보호 무역을 고수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 대공황이라는 세계적 혼란이 지속되었고 이것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미국의 경제학자 킨들버거가 분석한 것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 책에서 한 대담자는 이 킨들버거 함정을 현상황에 빗대며 '탈단극'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미국의 국력이 약해지거나 중국의 국력이 강해져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오히려 미국이란 나라의 '주관적 의지'가 빠르게 쇠퇴하며 생기는 문제가 더 클수도 있겠다(p. 36) 라면서.
읽다보면 미국의 상황은 당연하게도 단순하지가 않다.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선택이 이해가 안됐었지만 트럼프가 그렇게 특이한 사례가 아닌 것을 보면 가능했음직한 선택이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 관련 지표들이 보이는 부정적인 흐름은 오로지 트럼프 자신이 만들어 낸 거거든요. (p. 53)'라는게 문제다.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협박으로 동맹국에 소위 '삥 뜯기' 전략을 취했을 때 가장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트럼프 스스로 알고 있 (p. 55)' 다는게 문제다. 이러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오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딱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 답을 정리하는 건 이 책에 대한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호기심이 생긴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200여 페이지의 짧지만 굵은 내용들이 호로록 읽히면서도 묵직한 혜안을 밝혀줄 것이다.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세상이 망해 가고 있다 라는 말 한번쯤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정치의 ㅈ만 나와도 설레설레 고갯짓을 하게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좀더 살 만하게 만드는 것 또한 정치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정치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이때에 우리가 해야할 일중 하나는 질문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이 제대로 된 답을 찾게 한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두 강대국의 관계에 대해 그 사이의 한국에 대해 질문을 가져보고 책속의 대담자가 되어 함께 이야기 나누듯 이 책을 읽어보자. 어쩌면 책 내용의 이해를 넘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라는 식의 큰 꿈은 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질문하는 정도의 꿈은 지금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더구나 그 질문이 세상을 좀더 살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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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라 안팍의 관심을 집중해서 받은 APEC의 뉴스를 보면서 결국 머리속에 남은 것은 '깐부치킨 그렇게 맛있나'하는 단순한 생각뿐인 것이 스스로도 안타까웠다. 세상에.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던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읽다가 덮어둔 것도 한심스러운데 이정도면 정신차리고 다시 제대로 읽어야 되는게 맞지 싶어 책을 잡았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야 할까,를 깐부치킨 맛있나 대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겨레출판의 신간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찾아보자.
트럼프의 재당선 이후 세상은 미국의 행보에 매번 놀라움을 경신해야 했다. 세계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정세도 불안과 긴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급작스럽게 때려지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제 기구 협약 탈퇴 움직임은 당장 발등앞에 놓인 불길이 되었다. 와중에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기술, 경제 격차를 좁혀나가며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홍콩에 가해진 무력 진압의 충격이 생생한데 여전히 주변국(161)과 내부에 대한 압박마저 거세다. 그냥 상대하기도 난감한 '양 국가가 '상대편에 배팅하지 말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160)'는 와중에, 우리나라 내부마저 미국이 우리나라를 구해주리라 기도하며 중국이 우리나라를 망치고있다는 음모론에 휩싸여 시위를 하는 사람들로 어지럽다. 이 두 나라의 패권 경쟁 속에 끼여있는 한국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현상 진단과 생존 처방을 정치 외교 경제 기술 분야 전문가 4인의 대담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주제에 비해 읽기 편하다. 대담집을 접할 일이 많지 않은데 처음 읽고 결국 다 읽지 못한 '평행과 역설*'에 비하면 친절하기가 선녀와 다름없다. 그러니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포기하지 않고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부담을 내려놓고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선택해도 좋겠다. " 예전에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를 줬다면, 이제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우리가 구축한 생태계에 들어오든지 아니면 우리의 적이 되든지. 현재 미국의 동맹국인지 우방국인지, 지금까지 미국과 얼마나 친한 나라였는지는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4차 산업 혁명으로의 이행 단계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판단에 기초하느냐가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135" 이번 APEC 이후로 조금 변화를 보이는 양국과의 관계를 보면서 민감한 시기에 최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결과를 만들어낸 회담이 오간듯해 APEC 개최를 두고 AI 기본원칙, 데이터 접근성, 기후위기, 국가안보 등(202)의 주제로 기대하는 바를 제시했던 대담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해졌다. 번쩍이는 금관을 선물로 준 일을 두고 미국 내에서 꽤 큰 조롱과 비난의 소리가 있었다. 그 힐난이 지금 미국의 행보를 결정짓는 사람에게 또다시 권력을 손에 쥐어준 표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 행보 앞에서 적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했는지 판별하는 자성의 소리보다 적다는 점이 씁쓸하다. 국가에 대해서는 오직 한가지 정답밖에 남지 않은 듯한 중국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 결국 인간의 욕망을 다룰 수 있는 산업이 바로 미래 산업 같아요. 성적인 욕망,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오래 살고 싶은 욕망,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중략... 인간의 욕망과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미래를 발견하려는 노력, 이것이 훗날 한국의 저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56" 책에서는 국제 정세의 현상 분석과 문제 제기 뿐 아니라 방안도 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미국보다 중국의 발빠른 선점을 크게 주목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산업에 투자하고 육성해야할지 깊이있는 모색과 장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정한 정권이 끼어 낭비된 시간이 아쉽기도 했다. 입이 바짝 마른다는 표현이 종종 나올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가지고 토로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대처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공감하며 읽었다. *평행과 역설 2003. 에드워드 사이드, 다니엘 바렌보임 / 생각의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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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조 2025’가 막을 내리는 이 해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제조업·반도체·배터리·AI·전기차 등 첨단 산업 전 영역에서 체급을 키워온 시점이다. 저자는 이 전환점을 통해, 세계가 무역 경쟁의 단계에서 신패권 재편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지난 십 년간 내수 확대·기술 국산화·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통해 스스로를 패권 레이스의 행위자로 격상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보지 않는다. 대신 제재·무역통제·기술봉쇄·동맹 리쇼어링 전략을 통해 미중 경쟁을 ‘국가 전략의 프레임’으로 끌어올린다. 즉, 싸움의 무대는 관세 뿐만 아니라 기술·표준·공급망·AI·동맹 체계로 이어진다. 기술 패권의 시대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정치, 외교, 경제,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 4인의 대담을 묶어낸다. 이전과는 다르게 중국의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 접근·AI 모델 개발을 연동해 압박하는 것은 기술 견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AI 기반 지식·군사·감시·정치 질서의 주도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AI는 기술경쟁을 넘어서 핵무기급 억제·통제 시스템의 자산이다. 래서 AI를 선점한다는 것은 곧 국가 권력의 미래 구조를 선점한다는 뜻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산업 경쟁 뿐만 아니라 미래 권력 구조를 두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미경중(韓美經中)’ 전략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저자는 한국이 마주한 두 가지 구조적 난제를 제시한다. -연루의 딜레마: 원치 않는 전쟁·분쟁에 끌려 들어갈 위험 -방기의 딜레마: 동맹국이 우리를 버리고 떠날 위험 한국의 선택지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전략을 설계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기술 자립, 공급망 전략, 동맹 재구성, AI 생태계 구축, 산업 정책 재정비 등 책이 제안하는 방향은 ‘방향 제시’보다는 ‘구조적 질문’에 가깝다. 이 책의 장점은 미중 패권 전환을 경제·기술·외교·안보라는 네 축으로 고르게 분석하며, AI와 핵무기 결합 가능성, 기술 표준 전쟁, 동맹의 재편과 같은 현실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데 있다. 다만, 비평적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기술 자립 전략’이 슬로건 이상의 구체성으로 전개되지는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의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인만큼, 한국이 ‘줄타기’에 익숙해진 외교를 반복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미중 패권 경쟁의 주변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질서를 설계하는 주체로 전환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국가 전략을 가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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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어려워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이라는 책은 부제처럼, 기술 패권 시대 속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에 대해 다각도의 시선을 담아냅니다. 책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경제학, 화학공학 등을 가르치는 4명의 교수님들이 모여 진행한 대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전략 전쟁 및 갈등의 전개 양상은 결국 한국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를 서술하고, 그 속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 '똑똑한'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네 명의 저자는 과거에는 이념이나 지정학적 원인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정치'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질서, 즉 '기정학(技政學)’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약점에 놓여 있다고 지적됩니다. 1) AI 칩이나 GPT의 원천 기술이 부족하고, 2) 그나마 비교우위라고 여겼던 D램 반도체마저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역전될 수 있으며, 3) 결과적으로 한국의 미래가 미국과 중국의 전략 방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은 미국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2장은 미중 경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3장은 한국의 생존과 도태 가능성, 4장은 그에 이어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미국의 국내정치 변화(MAGA 등),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전략 변화 등을 분석합니다.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서는 미·중 경쟁이 단지 패권 대결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피크 차이나론’ 같은 기존 담론의 함정 등을 짚습니다. 1, 2장에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나 피크 차이나론, 리커플링, 디커플링, 디리스킹, 슬라이딩 스케일 전략 등 어려운 용어가 꽤 나오는 편이지만 대화 속에서, 또는 각주로 자세히 뜻이 설명되고 있어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음으로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에서는 한국이 처한 기회와 위기를 다루고, 중국의 역설적 혁신(제재와 결핍이 혁신을 낳는다는 시각)도 소개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함에 따라 오히려 중국은 제한된 자본과 기술 내에서 발전을 꾀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에서는 탈중국(미국), 탈공급망, AI 경쟁 등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과 방향을 본격적으로 모색합니다. 책은 '기정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술혁신이 단순한 산업문제가 아니라 국가생존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흔히 ‘미·중 패권 경쟁’이라 하면 과거에는 군사·정치 중심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경제, 기술, 공급망, 반도체 등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그 경쟁이 한국에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요. 또한, 한국이 단순히 피해자가 될 것인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략을 세워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인상깊었습니다. 위에 공유한 사진 외에 밑줄 그은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래 3가지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25년라는 시대적 맥락 속 미중 관계를 그려 냈다는 점, 정치, 외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아 냈다는 점, '한국이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분량도 208페이지로 부담스럽지 않고, 대담 형태라 가독성도 좋았어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 그 속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적극 권합니다. *이 후기는 하니포터 11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히 적은 것입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국내 최고 석학 4인의 대담을 엮은 형태라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통찰이 오가는 인터뷰 형식이다 보니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국제 정세와 기술 패권의 흐름이 한결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특히 '기정학(技政學)'이라는 낮선 단어를 만나게 되었는데 지리가 아닌 기술이 국제 질서를 결정한다는 개념이 새로웠다. 일을 하면서 AI 툴을 도입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려 했던 노력도 사실은 거대한 미중 패권 경쟁의 파도 위에 떠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원천 기술이 없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미국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시놉시스나 케이던스)가 막히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마저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구절에서는 아찔함을 느꼈다. 열심히 일만 한다고 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믿음이 위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책에서 미국이 왜 그토록 MAGA를 외치고 IRA 법안 처럼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중국을 견제하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중국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미국 노동자들의 분노와 그 분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양당의 모습을 보며 정치가 얼마나 현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배은망덕 프레임이라는 표현처럼 WTO 가입 이후 중국의 성장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미국의 배신감은 생각보다 깊었다. 한편 피크 차이나론처럼 중국의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서구권의 분석이 어쩌면 그들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선 한국'이라는 챕터는 과장이 아니었다.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D램 반도체마저 중국에게 무섭게 추격당하고 있거나 이미 역전당했을 수 있다는 가혹한 평가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기술 우위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핵심 기술과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까지 해외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최근 APEC 정상 회담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의 의장국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고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미중관계레볼루션 #이희옥 #김영한 #권석준 #차태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기정학 #미중패권경쟁 #AI전쟁 #반도체 #공급망 #피크차이나 #서평 #책추천 #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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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경주 APEC을 지켜보며 이제 세계 질서의 중심이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누구와 협력하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확보할지가 모두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트럼프의 재등장과 중국의 약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짚어 낸다. 이 책은 국내 정치·경제·외교·기술 분야 전문가 네 명이 참여한 대담을 기록한 것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기정학(技政學) 시대의 한국 전략을 논의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현실에서 저자들은 기술 패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배은망덕' 프레임과 중국을 향한 경계심, '피크 차이나론'에 대한 의견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의 원인을 산업 생태계와 기술 주권에서 찾는다. 미국은 중국이 자유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미중 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한국은 AI와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이들은 또한 유례없이 확산되는 국내의 혐중 정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회 인식 개선과 기술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술이 외교이자 안보가 된 지금,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축 사이에서 한국은 기술을 매개로 한 실질적인 자율성에 집중해야 한다. 생존을 넘어 중심이 되기 위해 어떤 힘을 키워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미중관계레볼루션, #이희옥, #김영한, #권석준, #차태서, #한겨레출판, #기술패권시대, #사회과학, #정치학, #외교학, #미중경쟁, #도서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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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들리는 즉시 거의 반사에 가까운 정서가 폭발하는 탓에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국가들이 있다. 그들은 경제, 군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의 일상 전반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들-국가는 어떤 이념의 집합체 내지는 단일한 군집으로 상상되는 탓에 '국적-인'과 행동주체로서의 국가를 분리해 다루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일 미국과 중국은, 좋든 싫든 한국 근현대사의 전반에서 거대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p.170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탈중국이란 말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는, 앞선 논의에서도 반복적으로 했던 이야기지만 결국 대체 불가능한 우리만의 기술력을 하루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술적 리더십이 갖추어져야 연달아 경제적, 군사 안보적, 국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 를 묻느나면, 다분히 열등과 멸시, 선망과 추종 사이 어딘가를 혼란하게 오가는 중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신흥강대국 반열에 올랐음을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대외경제에 크게 의존하며 이른바 '강대국'의 결정에 경제적 사활이 크게 오간다. 자립과 경쟁력을 주창하면서도 국제적 위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분명 영향력은 증가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도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한다. 상대적인 성장폭에 비해 내실을 다질 기회가 부족했던 탓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리상으로도, 국제 역동 상으로도 실질적 고립의 경계에 놓인 한국의 지위는 매우 미묘한 면이 있다.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정학의 시대에서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연구, 산업 전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p.94 그런데 중국의 민간 기업이 정말 말 그대로 '프라이빗'한지, 또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여전히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양질 전환의 기류가 최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p.120 결국 우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의 미국 기술 의존도가 얼마나 낮은지,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자간 기술 통제 프레임이 형성되지 않을까요. 통제 정책에 우리가 어떤 정책적 접근을 할 것인지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의 수준에 따라 시장 원리를 통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일반 독자는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복잡한 역동과 다면적 지식을 요하는 국제관계의 아젠다에 관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이해와 실정 간의 거리가 좁혀지기 어렵다. 특히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정서적 장벽이 두터운 경우, 그 말은 곧 아는 것만 알고 믿는 것만 믿는 평범한 대중은 정치인과 기업의 눈속임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기 딱 좋은 처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정부의 재집권은 그간의 이른바 '상식선'에 의존하는 국제 평화가 한순간에 완전한 혼란과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원한 우방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도 존재하지 않음을 한국 사회는 연이은 위기 속에 절실히 깨닫고 있지 않은가. 넓은 영토도, 미어터지는 인구도 이 다면적 갈등에서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물며 극동의 소국은 말할 것도 없지 않나. p.190 미중 관계의 변화가 우리 경제와 산업 기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에만 집중하는 기존 접근법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적 혼돈의 근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다자주의 국제 경제 질서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그에 중국이 똑같이 맞대응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전후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유지해 왔던 틀인 다자주의 무역과 국제 경제 질서가 붕괴되었어요. 미래는 현재에서 시작한다. 적자생존도, 강자독식도 해답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절멸과 생존, 퇴락과 신질서의 구축의 오리무중 사이에서 더이상 타자의 시선과 비교우위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이고 실제적인 유연함을 갖추기를, 생존을 넘어 상생과 끝없는 변화를 상상하고 추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p.156 미래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어요. '미래'라는 것을 먼저 기획해 놓고 거기에 모든 걸 맞추면 '진짜 미래'가 잘 안 보여요. 현재 가려져 있거나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그로부터 미래를 발견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미래를 먼저 기획해 놓고 그걸 따라가기 때문에 실패해 왔던 것 같아요. 인간의 욕망과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미래를 발견하려는 노력, 이것이 훗날 한국의 저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p.205 앞으로는 제대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세상을 어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느냐, 또 누가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 매우 유연해야 합니다. 또한 '좋은 세상'은 계획만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상상과 꿈으로부터 나오죠. 이 꿈이 바로 문제 제기의 영역입니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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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 레볼루션>은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정치/외교/경제/기술, 각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미중 관계와 한국'을 주제로 나눈 대담이 그대로 실려있어 다양한 시선으로 현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1,2장은 미국과 중국 위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3장부터는 한국 상황에 초점을 맞춘 담론을 나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한국의 생존 방식'이기에 한국인인 나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 중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런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 잠시 책을 덮고 관련 단어를 한참 찾고 공부한 뒤에 다시 펼칠 수 있었다. 미중관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라 느꼈던 단어는 다음과 같다. 디커플링: 탈동조화,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경제적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리 정책. 디리스킹: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집중된 위험을 관리하고 줄여나가는 전략. 반복하여 나오는 만큼, 미중관계를 설명하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두 단어도 처음 접하였는데 책을 읽으며 확실히 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 용어의 뜻을 알고나니 관련된 상황도 한번에 그려지고 이해하기에 쉬웠다. 가장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아무래도 한국을 주제로 펼쳐지는 3장과 4장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 심각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미중관계를 한번 훑고 보니 왜 한국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지, 뉴스에 내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욱 잘 느껴졌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2기, 중국의 시진핑 장기 집권, 중국의 기술 발전은 한국과 분리하여 볼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상황은 예전과 같지 않고, 세계는 시시각각 변해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건 냉정한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것과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