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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하다:걷다,묻다,보다,듣다,안다>를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시리즈 첫 책은 동사 <걷다>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성해나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
조석으로 선선해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걷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산책이다. 느린 속도로 걷는 산책을 즐기는 편이지만 운동을 위해 속보로 걷기도 한다.
걷는다는 건 이유 불문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를 읽기 전까지는. 살기 위해 기를 쓰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죽겠으니까 살려고. 그러고 보니 살기 위해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잊었을 뿐.
모든 작품에 걷는 동작이 나온다. 맨발로 걷는 사람, 관절염 때문에 뒤로 걷기 시작한 근성, 무덤만 찾아 걷는 아내, 유령 개와 산책하는 여자, 글을 써보기 위해 산책을 시도한 명길. 어쩌면 걷기는 치유와 동의어가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엔 사뿐사뿐 가벼운 산책만 떠올렸다. 그 이미지랑 가장 부합하는 건 임선우 작가의 <유령 개 산책하기>다. 슬픈 감정을 적당히 말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만의 매력이 듬뿍 담긴 단편이다.
<걷다>라는 행위는 같지만 5편이 각각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갈망, 추억, 아픔, 애도, 사색 등 여러 감각을 만나면서 그들의 걸음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앤솔러지는 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면서 세계가 확장되기도 한다. 이주혜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다.
묻다,보다,듣다,안다 나머지 시리즈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여러 작가의 문체와 세계관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하다 앤솔러지 추천하고 싶다.
p.28 너무 늦게 이뤄진 소망은 그것을 갈망하던 시기를 계속 상기시켜서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p.49 선명함 속에선 받아들일 정보가 많고 그만큼 쉽게 피로해지곤 했다. 뭉개지고 흐리고 자글자글한 세계를 근성은 늘 더 선호했다. 지금의 고민을 잊을 수 있는 희미하지만 부드러운 세계를.
p.113 너와 함께 걷고 싶었다. 그곳이 무덤가라도. 죽음의 곁이라도. 날개 달린 여자의 말대로 다 죽겠으니 살려고 걷고 있으니까.
p.118 하지와의 산책은 귀찮으면서도 좋은 점이 많았다. 공기 냄새가 하루하루 다르다는 것, 들꽃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 동네 개들마다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라는 것을 나는 하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p.173 가장 진실한 표정은 가장 외로운 순간에 드러나는 거라고, 믿었던 순간이 명길에게는 있었다.
p.178 산책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요? 흩어질 산, 꾀 책. 근데 그 둘을 더하면 어떻게 걷는다는 의미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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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모의 부모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낯선 시간대에 던져져 갱생의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등뒤로 닫힌 시간의 감옥 문이 눈앞에서 열리는 그날까지. 원하면 사랑을 할 수 있고 아이도 기를 수 있다. 그래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유형지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든 어떻게 다복하든 그들이 과거로 수감되는 미래는 어김없이 도래하리니.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 우리는 지나간 미래가 남긴 죄와 기쁨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 김경욱,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중에서, p.34~35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쓰는 열린 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다섯 번째 책이자 마지막 책이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 라는 동사를 테마로 진행되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다섯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앤솔러지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떤 작품은 잘 읽히고, 어떤 작품은 잘 와닿지 않고, 또 어떤 작품은 공감되고, 어떤 작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게 되니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외관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이다. 반투명한 트레싱지로 된 표지가 아름다운 이 시리즈는 책배와 위, 아래에 프린트가 함께 되어 있어 책의 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래서 시리즈가 완간되고 한꺼번에 모아 두니 정말 예쁘다. '하다 앤솔러지' 그 다섯 번째 책 <안다>에는 김경욱, 심윤경, 전성태, 조경란, 정이현 작가가 참여했다. 김경욱 작가의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에서는 SF 소설을 쓰는 작가가 어머니가 사라진 뒤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심윤경 작가의 <가짜 생일 파티>에서는 21년 차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회사 생활이 어려운 중견 간부의 하루를 담았고, 전성태 작가의 <히치하이킹>에서는 우연히 낯선 남자의 차를 얻어 타게 된 대학생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이현 작가의 <다시 한번>은 20년 전 함께 여행을 떠났던 두 친구가, 20년 후 다시 여행을 가게 되는 이야기를, 조경란 작가의 <그녀들>에선 지금은 소원해진 사이가 된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내고 있다. 검은색이라면 가릴 수 있는 얼룩을 흰색은 가리지 못한다. 아주 작은 얼룩도. 누구와의 관계가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넘어가는 그 단계 어디쯤의 찰나에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감정이 생겨나 어떤 것은 우정으로 신뢰로 혹은 안쓰러움으로 각인되곤 했다. 윤 선배가 처음 자식 이야기를 했을 때 영서는 선배에게서 우정을 느꼈다고 기억한다. - 조경란, '그녀들' 중에서, p.171이 책의 주제인 '안다'는 HUG의 의미이지만, 책을 읽으며 KNOW의 의미로서 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믿는 것은 과연 진실일까.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때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이는 내가 상대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기대하는 바가 상대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할 때에도 대부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 의한 것이다. 믿음과 의심 사이의 그 조그만 간격은 사실 종이의 앞뒷면과 같다. 연인들의 헤어짐도, 친구들과의 다툼도, 부부 간의 신뢰가 깨어지는 것도 모두 단 한순간이다. 사소한 행동, 말투들이 쌓여 오해를 만들고, 견고하게 쌓인 세월을 넘어 믿음을 깨트린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와 구축된 관계들을 차례차례 부식시켜 바닥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사실 별 것 아닌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인생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자신을 안아 준 낯선 품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 어느 소설가, 지금은 멀어진 상대에 대해 한 번 안아 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순간, 어떤 이례적인 사건 따위 없이도 우정의 농도가 서서히 옅어지는 상황, 가벼운 포옹으로 느꼈던 온기와 향기와 기억, 폭소와 당황과 눈물까지 폭넓게 오갔던 감정의 진폭...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품에 안아줄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상대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들은 '안다'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타인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두 팔을 벌려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그렇게 하여 품 안에 있게 한다는 뜻으로서 타인을 얼마나 안아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나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국 문학의 대가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관록있는 작가들이기에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해주어 더 좋았다. 젊은 작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반짝거림도 좋지만,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내는 묵직한 밀도는 꼭 그만큼의 시간을 쌓아와야만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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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늘상 다니던 길이라서 더 모를 때가 있어요.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을 때가 많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느긋하게 걷는 날에는 '원래 이 길이 이랬던가?'라며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길을 주면 달라지듯이, 소설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을 저배속으로 바라보게 만드네요. 어느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갔을 누군가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지도... 더딘 걸음, 느린 속도에 속이 터지다가도 그게 아니었다면 놓쳤을 순간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해요. 《걷다》는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책이에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스물다섯 명의 소설가가 함께한 단편소설집 시리즈라고 하네요. 이번 책은 '걷다'를 주제로 쓰여진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작가님의 단편을 만날 수 있어요. 김유담 작가님의 <없는 셈 치고>에서는 아픈 고모를 챙기는 조카딸 선화의 이야기인데, "그보다 더 쓰라린 건 마음인지도 몰랐다." (42p), "모른 척하는 일이 더 아프게 느껴져서..." (43p)라는 두 문장으로 요약되네요. 딱 한 번 등장하는 화자의 이름은 '선화'인데, 그 이름이 나오는 장면에서 마음이 짠해졌어요. 가질 수 없는 마음이란 슬픔일까요, 아니면 절망? 그냥 없는 셈 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성해나 작가님의 <후보(後步)>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근성에게 의사는 산책을 권했어요. 뒤로 걷는 것이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는 조언이 떠올라 조심스레 뒤로 걷는 근성은 모든 게 뒤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다가 문득 세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혹시 재즈 좋아하세요?" (78p) 만약 세실에 내게 물었다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해줄 것 같아요. 재즈가 듣고 싶은 밤이네요. 이주혜 작가님의 <유월이니까>는 그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유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그 사건 이후로 달라진 삶, "이제 곧 유월이야." (113p)라는 말이 유난히 슬프게 느껴지는 건, 펄럭이는 방패연을 든 남자와 트랙을 돌며 뛰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뒤를 좇아 뛰는 남자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임선우 작가님의 <유령 개 산책하기>는 유기견인 열세 살의 영국코커스패니얼 '하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하지야, 왜 나에게 돌아왔니? 왜일까, 왜 돌아왔을까?" (126p) 그 이유가 뭔지, 너무 환히 잘 보이네요. 어라, 나만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도 보였다는 게 완전 반전이네요.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힘인지도 모르겠네요.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만큼 그리웠던 거죠. 하지는 진짜 착한 개였나봐요. 임현 작가님의 <느리게 흩어지기>는 혼자 사는 명길의 산책 이야기예요. 글쓰기 모임에서 유독 살갑게 구는 성희는 명길에게 자꾸, "언니는 알죠? 언니는 이해하잖아요." (166p)라고 말하지만 명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산책을 하다가 낡고 허름한 수첩을 발견했다면 주워서 펼쳐 볼까요, 아니면 그냥 지나칠까요.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야 펼쳐봐야 알 수 있지요. 직접 겪어봐야 안다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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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 >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지음 / 열린책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잊고 싶은 것을 밀어 내고, 소중한 존재를 떠올리고, 다시 삶을 이어 가기 위해 걷는 이들 걷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계속해서 걷다 보면 가벼워지는 몸, 마음, 그리고..... 우리의 무거움은 어디로 떠나 버린 걸까? "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 죽으려고. 아니고. 살려고. 죽겠으니까. 살려고." <걷다>를 주제로 한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걷다>란 주제가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때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걷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부쩍 의식적으로 걷기를 시도해본다. 이내 그만두기 일쑤다. <걷다>를 읽는 내내 다양한 <걷다>를 만나면서 여러 모양들이 우리의 삶과 관계를 이어주고 지탱해 주는 힘의 원동력이 됨을 알았다. <걷다>를 통해 단순하지만 명쾌한 삶의 방식을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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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없는 셈 치고 / 김유담
어린 시절,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주던 고모를 향해 해맑게 "엄마"라 불렀다가 꾸지람을 들어야 했던 소녀. 켜켜이 쌓인 세월은 흘러 어느덧 고모의 곁엔 장성한 소녀만이 오롯이 남는다. 이제 병원 복도에서 타인들이 "딸이 엄마를 쏙 빼닮았네"라며 덕담을 건네도, 고모는 부정하지 않은 채 지그시 입을 다물고 그 소리를 받아낼 뿐이다. 징글징글하게 질척이는 혈연의 굴레 속에서, 애써 외면하려 발버둥 쳐도 결코 서로를 놓아줄 수 없는 고독한 동행이 터벅터벅 이어진다.
2. 후보(後步) / 성해나
상수시 재즈클럽의 달콤쌉싸름한 선율이 흐르던 나날은 빛바랜 사진처럼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는 낙을 잃어버린 채 무채색의 일상을 견디던 나이 든 남자, 안드레아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기묘한 뒷걸음질을 시작한다. 조심조심 뒤로 걷는다고 해서 무심히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겠지만, 사뿐히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마음을 짓누르던 근심은 신기루처럼 사그라든다. 클럽의 이름 '상수시(Sanssouci)'가 뜻하는 바 그대로, 그는 뒤로 걸으며 잠시나마 근심 없는 낙원에 머문다.
3. 유월이니까 / 이주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눅눅한 유월의 공기처럼 몸을 무겁게 짓누른다. 텅 빈 가슴을 안고 허위허위 길을 나선 끝에 만난 것은, 나보다 더 깊고 어두운 슬픔의 심연을 가진 타인의 얼굴이다. "영혼에 빛이라는 게 있다면 아내의 영혼은 순식간에 조도가 확 낮아진 전등 같았달까요?" (ebook-120p) 고백처럼, 희끄무레하게 꺼져가는 생의 불꽃을 붙잡기 위해 그는 걷는다. 이때의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아스라한 그리움을 이정표 삼아 기어이 살아남으려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생존의 몸짓이다.
4. 유령 개 산책하기 / 임선우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노견 '하지'가 어느 날 몽글몽글한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쓰면 보인다"는 카페 주인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에 하지가 보일 때마다 그녀의 눈에 하지는 안개처럼 흐릿해진다. 두려워진 그녀는, 오직 자신만의 세계 속에 하지를 가두고 은둔하듯 지낸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소유가 아닌 안녕임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하지를 보내주는 다정하고도 잔잔한 이별의 방식을 배운다. 보드라운 털의 감촉 대신 애틋한 슬픔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5. 느리게 흩어지기 / 임현
내가 정의하는 '나'와 타인의 시선에 박제된 '나' 사이에서, 진실은 어디쯤 어릿어릿 머물고 있는 걸까. 마음이 떠난 모임임에도 질기게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명쾌한 답을 알면서도 차마 발을 떼지 못하는 미련함. 그러나 목적지 없이 느릿느릿 걷다 보면, 거추장스러운 사회적 자아들은 바람에 훌훌 날아가 휘발되고 오직 단단한 본질의 나만이 길 위에 남는 기분을 만끽한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걷다’는 말 그대로 걷는 소설이었다. 뚜벅뚜벅, 사부작사부작, 총총. 슬픔도 잔잔할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닫는다. #걷다 #앤솔러지 #열린책들 #크레마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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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4 🔖 <듣다>를주제로한새로운앤솔러지소설집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듣다』를 만났는데요.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라고 합니다. 💭 평소에도 듣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듣는 걸 좋아해서 네 번째 앤솔러지 『듣다』 편이 궁금했는데요. 김엄지, 김혜진, 백온유, 서이제, 최제훈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김혜진 작가님과 최제훈 작가님 소설을 필사했는데요. 하루치의 말 저자: 김혜진 📜p.50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현서의 표정을 보면 저 사람이 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애실이 대화를 항상 독점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단속했고, 현서 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건 그녀가 맺 어 온 고만고만한 인간관계에서 지켜 온 철칙이었고 그래서 얼마간 몸에 밴 습관이기도 했다. 💬 듣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려 애쓰고 적절한 반응을 서로 소통할 때 관계의 깊이가 더 좋아지는데요. 고민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의지가 되기도 합니다. 〈애실〉과 〈현서〉라는 두 여성의 관계를 보여 주는 「하루치의 말」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전래되지 않은 동화 저자: 최제훈 📜p.167 아, 아, 제 말이 잘 들리십니까? 물론 잘 들리겠죠. 이렇게 또박또박 말하고 있으니까요. 제 입술을 통과하는 한 마디 한 마디의 공기 진동이 당신의 고막까지 잘 전달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작년 11월 18일 이후로 새삼 느끼는 건데, 사람이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건 참으로 경이로운 행위예요. 동물들도 울음소리로 소통을 하기는 하죠. 참새는 짹짹, 강아지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야옹, 일본 고양이는 냐냐, 프랑스 고양이는 미아우미아우. 대왕고래 같은 경우는 188데시벨의 저주파 노래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해요.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느긋하게 한강 변을 산책하는 중에 해운대나 설악산에서 누군가 내 뒷담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 작년에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 달간 후각을 못 느껴서 오감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데요. 청각에 대한 이야를 다루면서 「전래되지 않은 동화」를 통해 어느 왕국에서 일어난 마법사의 말의 저주와 그 저주를 풀려고 애쓰는 왕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무 많은 말이 오가는 이 세상에서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인간과 동물이 듣는 귀를 다르게 한 이유도 말을 하기 때문일 텐데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요즘 과하게 말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하게 해줍니다. 나는 얼마나 들으려 했는가를 되짚어 봅니다. ✍️ 열린책들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openbooks21 @jugansimsong @byeoriborimom #주간심송 #주간심송필사이벤트 #열린책들 #하다앤솔러지시리즈4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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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5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안다』를 만났는데요. 열린책들의 새로운 단편소설집 〈하다 앤솔러지〉의 마지막인 다섯 번째 이야기 『안다』는 소설가 김경욱, 심윤경, 전성태, 정이현, 조경란 작가님들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책입니다.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저자: 김경욱 📜p.40 나는 무릎을 꿇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버지를 안았다. 겁 에 질려 작디작아진 아버지를. 아버지의 두려움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해 왔다. 두려움은 내 것인지도 몰랐다. 이윽고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 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잠이 든 것 같았다. 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도록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 다. 마주하기 두려운 무언가를 용기 내어 끌어안을 때 시간의 문은 열리나니. 남겨진 자들이 두려움을 놓아 버리고 자유로 워지는 순간 비로소 그는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은 청국장을 끓이다 말고 두부를 사러 나가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는 어느 막내아들의 현재와 과거를 보게 됩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과거를 만나며 어린 시절 자신을 안아 준 낯선 품을 기억하게 되는데요. 아들의 어릴 때 기억과 형제들의 기억이 다르게 해석되는 장면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자라고 느끼는데도 우리의 삶은 아는 만큼 이해하는 만큼 타인들 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다는 것은 살아온 만큼 경험이 많이 쌓여 공감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살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어머니의 과거는 ”미래의 감옥“이라는 구절이 맴돌았는데요. 3년 전 질병으로 고통받고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안아 주고 용기를 줬는데요. 포옹은 따스한 온기가 남아 몸과 마음이 기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녀들 저자: 조경란 📜p.188 그날 영서는 그 말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을 기다린 게 아니었을 것이다. 대화의 흐름과도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툭 내뱉은 거에 가까웠다. 종종 자신의 그런 태도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고쳐지지 않을 때처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때 아니라고, 그렇지 않을 거란 말을 하고 싶었는데, 다른 대화로 흘러가 버렸고 그 자리가 그냥 끝나 버렸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생각나. 그때 어떤 말인가 해야 했다고. 이걸 오랫동안 생각했어. 💭 「그녀들」은 시간 강사로 일하지만 학교에서 자리 잡는 게 여전히 어려운 영서와 그녀의 오랜 지인인 윤 선배 한때 친했지만 멀어지게 된 이야기 입니다. 관계란 좋았다가도 틀어질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며 더 좋은 관계로 이어갈 수 있는데요. 아무말 없이 흐르다 보면 가끔은 후회로 남아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녀들을 읽다 보면 타인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안다의 뜻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안다를 떠올릴 때 개인적으로 사랑의 표현 위로의 표현 반가움의 표현으로 포옹을 자주 하는편인데요. 다른 뜻으로 너를 알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다양한 것을 품어 줄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누게 되는 것.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고 채워주고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게 만듭니다. 따뜻한 온기가 남는 책입니다. ✍️ 열린책들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openbooks21 @jugansimsong @byeoriborimom #주간심송 #주간심송필사이벤트 #열린책들 #하다앤솔러지시리즈5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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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도록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가 수 있다.” ‘안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이야기들도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기가 있었다. 막연히 따뜻하겠거니 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오래 여운이 남았다.🥺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와 마음을 어떻게 포용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이야기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잃어버린 시간과 관계를 되짚는 과정과 이야기가 분명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맴도는 느낌에, 한동안 그 장면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받아본 ‘사람을 찾는다’는 안내 문자를 나는 과연 얼마나 유심히 읽어왔을까. 만약 그 문자의 대상이 나의 부모님이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문장을 마주하게 될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안는다는 것’이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사실을 차분히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읽고 나면 괜히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도서제공 #서평단 #열린책들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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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의 마지막 주제는 ‘안다’이다. 두 손으로 허공을 감싸안은 듯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가 참 포근하고 몽글하게 느껴진다. 이런 행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이어져 하나가 되어 생겨난 온기가 점점 번져 주위가 아늑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안다. 물리적으로 팔을 뻗어 다른 사람을 감싸안는다. 다른 이의 과오를 안는다. 너의 슬픔을 안는다. 너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각기 다른 ‘안다’의 형태들을 쓴 다섯 작가의 글은 어쩌면 ‘연결’이라는 공통된 부제로 엮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이뤄지는 상호작용에서 상대에게 귀속되거나 자기 안으로 상대를 끌어안으려 하는 것 말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심윤경 님의 ‘가짜 생일 파티’이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당사자도 모르게 그를 독려하고 보살피며 안으려 했던 주인공은 오히려 상대가 자신에게 냉대하고 거리 두는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된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인 포옹. 나의 호의가 상대에겐 무례일 수 있다는 것. 🏷️ 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도록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가 수 있다. | p9 ☺︎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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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는다는 키워드에 맞게, 각기 다른 의미의 위로를 건네는 등장인물들의 다정함에 독자인 나에게까지 그 온기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안는다는, 가장 정직하고도 따뜻함이 전해져오는 행위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 주는 그들의 이야기에 저절로 귀기울이게 된다. 같은 주제를 공유하지만 각기 다르고 진부하지 않은 서사들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막힘없이 편안하게 읽혔다. 어느 앤솔러지보다도 그 주제가 잘 전해지고 어우러져있는 책. #도서협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