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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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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포세_바임최애 작가 중 한명인 욘 포세의 『바임』을 아끼고 아끼다 드디어 읽었다.이 책 역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흐름이었다. 사람도, 이름도, 사랑도, 시점도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설은 누구의 이야기인지조차 쉽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간다.처음에는 야트게이르의 이야기처럼 시작한다. 평생 배를 타며 살아온 그는 젊은 시절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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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포세_바임


최애 작가 중 한명인 욘 포세의 『바임』을 아끼고 아끼다 드디어 읽었다.

이 책 역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흐름이었다. 

사람도, 이름도, 사랑도, 시점도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설은 누구의 이야기인지조차 쉽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간다.


처음에는 야트게이르의 이야기처럼 시작한다. 

평생 배를 타며 살아온 그는 젊은 시절 마음을 품었지만 끝내 고백하지 못한 여인, 엘리네의 이름을 자신의 배에 붙인다. 그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는 배였고, 그 배는 평생 엘리네라는 이름으로 바다를 떠다닌다.

그러나 늙어서 실제 엘리네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첫사랑의 재회는 낭만적인 완성이 아니라 평생 혼자 살아온 사람이 타인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낯섦과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젊은 날에는 간절히 원했던 일이 늙은 지금은 삶 전체를 흔드는 변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엘리네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같이 살자”고 말하고, 또 갑자기 떠나며,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른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나 같은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그녀가 다소 막무가내이고 변덕스러운 인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그녀는 한 사람이라기보다 삶이 우리를 불러내는 방식을 의인화한 존재처럼 다가왔다.


엘리네는 누구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가자.“라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부름 앞에서 게이르도, 프랑크도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엘리네에게 끌려간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른 삶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름이었다. 

올라브는 프랑크로 불리고, 엘리네는 프렝카로, 게이르는 야트게이르로 불린다. 

이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불러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작품은 이름조차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려 낸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하기보다 누군가의 부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바임』에는 뚜렷한 주인공이 흐릿하다.

중간에는 엘리아스의 시점이 등장하고, 후반에는 프랑크의 삶이 이어진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되지 않는다. 

삶은 다른 사람에게로 계속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서 ‘주인공’이라는 말은 점점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제목이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바임‘이라는 장소의 이름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오고, 떠나고, 죽고, 다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이어 간다. 

결국 이 소설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한 장소를 스쳐 지나가는 삶들의 흐름인지도 모른다.


욘 포세는 침묵과 반복 속에서 독자가 천천히 의미를 발견하도록 기다린다.

늘 그랬듯 이 책도 읽는 동안보다 덮은 뒤에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문득, 엘리네는 흘러가고 흘러들어오는 배같은 존재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욘포세 #바임 #문학동네 #책

g*******1 2026.07.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