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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라는 역사적 인물이 나의 서양사 독서 편력의 일부가 되기 시작한 것은, 책이 아닌 영화 <알렉산더>를 본 이후부터였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십 년 전 제작된 영화로 배우 콜린 패럴이 ‘알렉산드로스’, 안젤리나 졸리가 알렉산드로스의 욕심 많은 어머니 ‘올림피아스’를 연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범상치 않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더 범상치 않은 아들인 알렉산드로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 페르시아를 거쳐 동쪽 끝으로 지치지 않고 정복해 나가는 알렉산드로스의 모습에서 비교 불가의 역사적 인물로서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 후로 알렉산드로스가 등장하는(또는 주인공인) 책들은 되도록 구입해서 읽으려고 했고, 필립 프리먼의 이 책 <<알렉산드로스>>가 출간되었음을 알게 된 순간 든 생각은 ‘MUST READ’.
서양 고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의 전기를 이미 쓴 바 있는 필립 프리먼은 알렉산드로스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삶의 궤적을 명료하면서도 깔끔하게 서술하고 있다. 총 11개 장 중 알렉산드로서의 죽음을 다룬 (다른 장에 비해 짧은 분량인) 마지막 장을 제외한 1~10장이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전쟁의 핵심 지역(그리스, 이소스, 페르세폴리스 등)을 장의 제목으로 정하여 목차만 봐도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게 한다. 서술 스타일도 고전학자 답게 깔끔하다. 상황과 장면을 아주 멋들어지게 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물의 마음을 작은 따옴표 안에 적는 등 만연체 스타일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필립 프리먼은 알렉산드로스의 행동에 대한 의도, 이동 경로 등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상당히 신중을 기한다. 예컨대 알렉산드로사의 이집트에서의 이동 경로에 대해서도, 지중해 방향, 남쪽 방향, 나일강의 발원 방향이라는 여러 기록자들의 의견을 두루 살피며, 각 주장의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피기도 한다. 전투의 전개 과정과 장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는 또 다른 장점이다. 이소스 전투, 가우가멜라 전투 등 잘 알려진 유명한 전투 외에도 이동 과정에서 만나게 된 유목민족, 산악 민족 등과의 전투도 지나치지 않고, 꽤나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알렉산드로스의 여정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게 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생애를 다룬 번역서들과 비교하면 이 책의 장점은 명확하다. 저자도 탁월한 개론서로 소개하고 있는 <<알렉산더>>(2004, 을유문화사, 현재 절판)는 전기인 듯 하지만, 전기가 아닌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주제별 개론서에 가까우며, 저자가 언급한 또 다른 책 <<알렉산드로스, 침략자 혹은 제왕>>(2002, 랜덤하우스코리아, 현재 절판)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겨 쓴 것으로 사진 자료가 풍부하나 분절적인 느낌을 준다. 원전인 아리아노스의 <<알렉산드로스 원정기>>(2017, 글항아리), <<알렉산드로스 대왕 원정기>>(2017, 아카넷), 퀸투스 쿠르티우스 루프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전기>>(2010, 충북대학교출판부)는 풍부한 주석으로 읽기에 어려움이 없으나 원전이라는 감정적 거부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알렉산드로스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삶의 궤적을 고대 정치와 사상, 지리적 상황과 연결지어 풍부하게 서술하고 있는 필립 프리먼의 이 책은 현재 우리 글로 읽을 수 있는 알렉산드로스의 생애를 다룬 최적의, 최상의 전기이자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양장이라 두꺼워 보이지만, 본문은 420쪽으로 벽돌책 수준은 아니다.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5654)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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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아시아 역사서를 읽다, ‘아체 술탄국’의 강력한 군주 이스칸다르 무다(Iskandar Muda)를 만났다. 호기심에 끌려 좀 더 찾아 보았더니, ‘이스칸다르’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식 호칭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는 알렉산드로스라는 이름이 지닌 영향력이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넘어, 그와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동남아시아에까지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동서양과 종교, 시대를 초월해 추앙받는 인물이지만, 그가 너무나 고대의 인물인 탓에 사실과 전설의 경계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도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나 지금 소개하려는 필립 프리먼의 '알렉산드로스'처럼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수작들이 소개되고 있다. 필립 프리먼의 저서는 박제된 고대의 영웅을 현대적 시각에서 생생한 인간의 모습으로 복원해낸다. 알렉산드로스는 역사상 흔한 정복 군주 중 하나가 아니다. 단순 영토 면적만 본다면 훗날의 징기스칸보다 작을지 모르나, 인류 역사상 가장 짧고도 강렬한 불꽃을 태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그일 것이다. 저자는 알렉산드로스가 품었던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갈망, 즉 ‘포토스(Pothos)’를 중심으로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추적한다. 그는 단순히 영토 확장에 매몰된 정복자가 아니었다.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피 흘리며 싸우는 솔선수범의 리더였으며, 이민족의 문화를 배척하기보다 융합하려 했던 비전가였다. 저자는 당시의 정치, 사상, 지리적 맥락을 촘촘히 엮어 그가 왜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려 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동시에 이 책은 과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류의 대중적 역사서가 범하기 쉬운 ‘영웅 신격화’를 경계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드러난 오만함, 동료들에 대한 깊은 불신, 나아가 술에 취해 절친한 친구인 클레이토스를 살해하는 광기 어린 모습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최근 국내 출간된 로마 시대 작가 아리아노스의 '알렉산드로스 원정기'가 클레이토스 살해를 단순히 불운과 술 탓으로 돌린다면, 필립 프리먼은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이러한 서술은 그를 완벽한 신이 아닌, 우리와 같은 결핍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으로 느끼게 하며 성공 뒤에 숨겨진 고독과 나약함을 성찰하게 한다.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소위 ‘벽돌책’ 특유의 지루함을 걷어낸 유려한 문체는 역사 입문자들에게도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알렉산드로스의 융합 정책이 진정한 상생의 의지였는지 혹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21세기인 지금도 민족과 문화의 완전한 상생이 난제임을 고려할 때, 그의 정책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의 의문사를 둘러싼 독살설과 병사설 사이에서 저자는 확정적인 답을 내리기보다 당시 정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독자에게 판단의 여지를 주지만, 명쾌한 결론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당신은 무엇을 위해 끝없이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의 도전 정신은 큰 영감을 주지만, 절제 없는 열망이 초래할 파국을 경고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리더십의 본질과 인간 본연의 성질을 동시에 탐구하고 싶은 독자라면,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여정은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물리적인 만듦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달에 10권 정도 책을 사며 다양한 판본을 접해왔지만, 이 책에 사용된 용지는 유독 낯설다. 종이의 질감이 거칠 뿐더러, 일반적인 책에 비해 A4 용지처럼 지나치게 하얀 색상을 띠고 있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왜 그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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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활약했던 시기는 기원전 350년경이다. 서기 100년이라고 해도 엄청 까마득한 시대인데 무려 기원전이다. 지금 봐서는 사실 감이 잘 안 잡힌다. 그만큼 오래 전에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과 북아프리카, 지금의 중동과 저 멀리 인도까지. 그야말로 대제국의 판도를 이룩한 영웅이다. 사실 넓은 지역을 차지한 정복자도 여럿 있지만 알렉산드로스가 그들과 차별 되는 점은 단순히 땅을 넓히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영토내에서 문물을 교류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했다는 점이다.그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할 여러 도시를 건설하고 이름을 '알렉산드리아'라고 지었다. 오늘날 헬레니즘이라고 부르는 이 제국에서의 모습은 훗날 몽골 제국의 각 지역에서의 활발한 교류를 연상케 한다. 이 책은 그런 알렉산드로스의 전기다. 정말 오래 전의 인물이지만 많은 문헌을 바탕으로 알렉산드로스의 진면목을 잘 살린 것 같다. 우선 책에서는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 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사실 알렉산드로스가 혼자서 대단한 인물이 된 것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대왕이 없었다면 덜 대단했을 수도 있다. 일단 필리포스는 그 자체로 대단한 왕이었다. 그리스 테베에 볼모로 갈 정도로 국력이 약했단 당시 마케도니아를 왕이 되자 국력을 키워서 강국으로 만든 인물이다. 마케도니아의 실질적인 부흥 군주라고 할 수 있다. 필리포스는 재능 있는 아들을 여러모로 후원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당대 최고의 석학 '아리스토텔레스' 를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이 되도록 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가 단순히 군사적인 재능이 있는 전략가가 아니라 인문학적 철학이 있는 균형감각 좋은 문무겸비형 군주가 되게 한 것은 그의 아버지의 공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는 아니지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위대한 대왕이 되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아버지 필리포스 대왕이 갑자스런 암살을 당해서 불안한 상태에서 왕위에 올랐지만 곧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하고 이어서 일어난 반란과 그리스 테베와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둔다. 아테네와함께 그리스 강국이었던 테베의 몰락으로 곧 그리스 전역의 지배권을 확립하게 된다. 사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일원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리스의 여러 도시 국가들은 마케도니아를 야만족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알렉산드로스의 그리스 전역 통일 이후에 비로소 그리스는 알렉산드로스의 후예가 된 것이었다. 책에서는 이밖에 알렉산드로스의 활발한 대외 정복 활동을 지역별로 설명한다. 당대의 강국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시리아, 이집트를 정복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진출해서 또 승리하면서 유럽과 아프리카, 인도에 이르는 그야말로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여러 모습을 차근차근 잘 설명하고 있다. 흔히 인도를 점령하러 갔다가 열병에 걸려서 사망한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인도에서 죽은 것은 아니다. 인도에 가서 초기에 승리를 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전쟁은 중단했다. 오랜 원정에 지친 그의 군사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 원정에서 돌아온 이후 여러 일들을 하고 갑자기 죽었다. 고열로 인해 죽었다고 하는데 아마 인도에서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한다. 기원전 356년에 태어나 기원전 323년에 죽었으니 32살의 젊은 나이였다. 나이가 젊기도 하지만 후계를 두는데 큰 신경을 안 써서 그의 사후 제국은 분열되었다. 사실 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그가 왕이 된 이후 오래 걸리지 않아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래서 그 큰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할 사람이나 제도가 정비가 되지 않았고 후계자도 지명하지 않았기에 비록 헬레니즘 제국을 건설했지만 하나로 이어지지 않고 점점 더 분열되었다. 하지만 그가 이룩한 헬레니즘 문화는 제국의 영역으로 널리 퍼져서 크게 번성했다. 책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일대기를 여러 자료를 통해 얼마 전에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오늘날에 잘 되살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느꼈다. 강인하지만 여린 면도 있고 교활하면서도 관대하고 강력한 무인의 능력이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도 갖추고 있고. 사람 보는 눈이 똑 같은게 그의 사후 많은 인물들이 알렉산드로스를 하나의 롤모델로 여겼다는 것을 보면 다른 위대한 군주와 차별 되는 멋진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역사상 오래 전의 인물이고 우리가 위치해 있는 동아시아와는 큰 관계가 없어서 언급이 그리 많이 되는 편은 아니다. 국내에 출간된 책들도 그리 많지 않은데 이번에 나온 책은 지은이가 인물 전기를 잘 쓰는 '필립 프리먼'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읽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책이라서 알렉산드로스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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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 중의 연대 너머에서, 행간을 살필 것~!!! 【 알렉산드로스】 세계를 손에 넣은 대왕의 도전과 정복의 리더십 필립 프리먼 지음 | 노윤기 옮김 | 21세기북스 먼저, 책의 저자님 이름이 낯익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한니발》의 저자셨다. 역시!!!!!!! 이 책은 제목이 약속하는 바를 충실히 썼다. 필립 프리먼은 알렉산드로스를 세계사에서 가장 성공한 정복자이자, 가장 매혹적인 리더십의 원형으로 복원한다. 마케도니아의 변방에서 출발해 그리스, 아시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책의 목차가 곧 정복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야망이 어디까지 어떻게 확장되는지 경로를 살피는 동안 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저자는 전투의 흐름, 정치적 판단, 문화 통합의 전략을 균형감 있게 엮으며 알렉산드로스를 단순한 전쟁 기계가 아닌 사유하는 지도자로 그려낸다. 알렉산드로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많은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감각으로 그가 있기까지 조력자였던 여성들은 누구였을까? 이 부분을 찾기 위해 책 너머를 살펴야 했고 나의 상상력을 보태야 했다. 이런 독서는 너무 재밌다.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와 아버지 필리포스의 모습은 인간이면서 살짝 신격화된 모습. ( 나만의 소감이다^^... 저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젊은 날 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알렉산드로스를 잉태하는 장면 인상적이다. 내내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를 떠올렸는데 그녀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신비롭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알렉산드로스의 현장 리더십이다. 그는 항상 최전선에 섰고, 병사들과 동일한 위험을 감수했다. 게드로시아 사막에서 물을 버리는 장면이나, 인도 성채에서 홀로 성벽 안으로 뛰어드는 대목은 영웅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무한 도파민 세례다. 이 책이 오늘날까지 ‘리더십 교본’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먼저 몸을 던지는 자라고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나에게 이 책은 동시에 아쉬운 역사서가 된다. 지금부터 내 생각__________ 위대한 남성의 서사, 침묵당한 여성들 알렉산드로스의 생애에서 여성들은 배경으로만 존재한다.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초반부에서 강렬하게 등장하지만, 곧 정치적 도구 혹은 기이한 인물로 밀려난다. 정복지의 공주들, 아내들, 합동결혼식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제국 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 서사의 주체로 호명되지 않는다. 이 책의 연대기는 철저히 제왕의 시선으로 정렬되어 있다. ( 여성 작가가 썼더라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다시 쓰고 싶다) 물론 이는 저자의 의도라기보다, 고대 사료 자체의 한계일 수 있다. 기록은 언제나 권력자의 것이었고, 전쟁은 남성의 언어로 쓰였다.( 전쟁을 저지른 사람도 남자였다).... 여기서 알렉산드로스의 ‘세계 제국’이 정말로 세계적이었는지 묻으면 그의 팬(?)들에게 돌 맞을까? 그가 허물고자 했던 경계에는 인종과 문화는 포함되었지만, 성별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는 과연 무엇을 허물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은 알렉산드로스의 포용을 말하지만, 그 포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는 질문되지 않는다. 나는 여성 독자로서, 서사의 여백을 늘 의식하는 사람으로서 화려한 정복사의 이면을 계속 떠올렸다. 제국은 누군가의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니었을까. 신이 되고자 한 인간, 그리고 균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알렉산드로스를 완전한 영웅으로 봉인하는 않는다. 헤파이스티온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클레이토스를 살해한 뒤의 자기혐오, 점점 심화되는 고독과 오만은 정복의 서사에 균열을 낸다. 저자의 손끝에서 알렉산드로스는 인간다운 모습으로 복원되는 듯싶다^^ 33세에 끝난 생. “가장 강한 자에게”라는 유언. 이 모든 것은 위대함과 동시에 공허함을 남긴다. 제국은 분열되었고, 남은 것은 이름과 신화, 그리고 수많은 해석이다. 알렉산드로스가 추구했던 ‘세상의 끝’은 결국 도달 불가능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정복의 이면에서 나는 무엇을 살피고 싶었나?! 정복은 언제나 승자의 언어로 기록되어 왔다. 전투의 이름, 왕의 혈통, 지도 위에 긋는 경계선은 남았지만, 그 경계가 지나간 자리에서 누구의 삶이 무너졌는지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정복 그 자체보다, 정복이 만들어낸 결론만 읽고 외운다. 지금 떠올려보면 학창 시절 역사 시간은 최악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제국의 확장 속에서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역사를 읽는 이유, 이름조차 남지 않은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통과했는가 ( 여성들, 어린이, 소수자들.....) 정복의 이면을 읽는다는 것은, 전쟁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 마시길!! 단지 기록의 시야를 확장하는 작업일 뿐! 내게 역사는 그렇다. 기록된 이면을 읽어내는 작업이다. p. 165 장면에서 친구 헤파이스티온과 페르시아 왕족 여성들을 찾아갔던 일화 여성들은 키가 큰 헤파이스티온을 왕인 줄 알고 그의 앞에 엎드리자, 알렉산드로스는 깔깔 웃는다 ㅎㅎ 유머러스하고 자비로운 장면인데 이런 행간을 읽어내는 작업을 책의 저자는 어떤 기록에서 가져오셨을까 놀랍네 p. 391에서 귀하신 왕족들, 전사들이 잠시 엔조이는 이민족 여성을 만나지만 정말로 남자들이 결혼을 할 때는 고향 출신의 정숙한 여인을 원했다 ㅎㅎㅎ 게다가 이들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여성 하나당 많은 지참금이 필요했다. 기존 역사서,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알렉산드로스: 위대한 남성, 이상화된 정복자 그동안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권위 있는 연구서들이 구축해온 기본 이미지는 분명하다. 그는 천재적 군사 전략가, 카리스마적 지도자, 문화 융합을 꿈꾼 이상주의적 제왕이었다. 로빈 레인 폭스, 피터 그린, 에른스트 바디안 등 주요 연구자들 역시 해석의 온도 차이가 살짝 있을 뿐, 알렉산드로스를 세계사를 전환시킨 인물로 규정한다. 특히 학계에서 반복되어온 핵심 이미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불패에 가까운 전술적 천재. 둘째, 그리스 세계를 넘어 아시아까지 포괄하려 했던 코스모폴리탄적 비전. 셋째, 젊음과 과잉, 신성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비극적 영웅성이다. 필립 프리먼의 이 책 또한 이 계보 위에 놓여 있다. 그는 알렉산드로스를 잔혹한 정복자로만 축소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간 통합자이자 몸으로 리더십을 증명한 인물로 설득력 있게 복원한다. 이는 분명 이 책의 강점이다. 반복되는 한계: 제왕의 내면은 풍부해지고, 주변은 다시 사라진다 전문가들의 연구가 축적될수록 알렉산드로스 개인의 내면은 정교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세계를 구성했던 다수의 삶은 다시 배경으로 밀려났다. 어머니 올림피아스, 아내들, 정복지의 여성들, 병참과 돌봄을 담당했던 이들, 패배 이후에도 그 땅에 남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서사의 주변부에 머문다. 이는 특정 저자의 윤리적 결함이라기보다, 고대사 연구가 오랫동안 의존해온 사료 중심·권력 중심의 서술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주변인, 잊힌 사람들을 복원하는 작업에 신경 써주시길..... 알렉산드로스가 복원되고 선명해지는 동안 그의 주변인들은 축소된다. 알렉산드로스를 다시 읽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우리가 알렉산드로스를 다시 읽는 이유는, 그를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위대함이 가능했던 조건과, 그 과정에서 소거된 것들을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립 프리먼의 이 책은 그 출발점으로 충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다음 질문은 독자의 몫이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정복자의 시대에, 이름 없이 살아간 사람들은 어떤 역사를 살았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서는, 그들을 어디까지 불러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질문을 품고 읽을 때, 알렉산드로스는 비로소 과거의 영웅이 아니라 현재의 사유를 자극하는 인물로 다시 살아난다. 승자만 기록되는 역사에 대한 반대!!! 기존의 역사서는 전쟁을 남성의 영역으로, 정복을 진보의 증거로 '정당화'해왔다. 내가 사랑하는 SF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서사 안에서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배경이 되었고, 민중은 숫자로만 남았다. 승리보다 지속을 기록하는 역사 영웅보다 관계를 중심에 놓는 역사 이는 특정 성별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 믿으며 글을 닫는다. #알렉산드로스 #Alexander #알렉산더영화 #정복의리더십 #필립프리먼 #21세기북스 #반젤리스 #Vangelis #영화OST #영화음악 #고대사 #세계사 #정복과신화 #제왕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