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안과 배안이 거의 투명해서 빛에 비춰 보면 매우 가는 갈대가 촘촘하게 들어차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면 안에서 텅 빈 소리가 났다.
쉬루화는 집안의 모든 것을 갉아먹기 시작하며 쥐가 되길 자처했다. 겅산우는 참새의 사체를 그녀의 집에 던지곤 했고 은밀히 그 집을 들락날락했다. 모든 인물이 기괴한 행위를 벌였다. 주인공과 친지, 이웃을 포함한 모두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벌였다. 기묘한 일에 각종 해충과 쥐가 더해졌다. 침대 밑에 귀뚜라미를 키우고 커튼에 나방이 알을 낳는 모습을 관조하는 쉬루화로 인해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노출되었다. 메슥거리는 불쾌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조차도 순탄치 않은 법이다. 애정과 연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상대를 통제하려거나 이유 없이 위해를 가하려고만 했다. 읽다 보면 어느샌가 시점이 전환되어 있고 상식의 선을 벗어난 생각들이 난립한다. 무더운 여름 날 끈적한 악취로 가득 찬 악몽을 꾼 것만 같다.
쉬루화는 본인의 속이 갈대로 가득 차 있노라 말했다. 스스로를 집에 가둔 채 누에콩만을 먹으며 도통 물을 마시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메마르고 황폐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종종 자신을 동식물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는 스스로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유된 동물은 사람들로부터 대개 환영받지 못하는 생명체이므로 사회에서 섞일 수 없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녀를 둘러싼 세계의 부조리와 폭력에 그만 자기 존재를 잃고 말았고 스스로 사회와 단절하려 했다. 쉬루화에게 위협을 가하며 집에서 강제로 끌어내려던 어머니와 남편은 곧 외부 세계의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쉬루화가 소극적인 저항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폭력이 가해져야 만하는 것이 곧 이 추악한 세계의 섭리였다.
이 책을 옮긴 김태성 번역가는 이야기의 의도는 찬쉐만이 알 것이며, 개개인의 가설은 함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어느 요소를 해석하든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외려 확고하게 자신만의 의미로 해석해나갈 수 있었다. <오래된 뜬구름>은 1986년 초판이 발행된 찬쉐의 초기 작품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본 작품과는 달리 따스한 작품들을 주로 출간하고 있다고 한다. 오로지 어둠만을 발하며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이 이야기와는 상반되는 그녀의 따스한 빛을 꼭 발견하고 싶다.
?#찬쉐 #오래된뜬구름 #열린책들 #소설 #소설추천 #책 #책추천 |
|
도서제공🩷 ✏️ 찬쉐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이자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 작가라고 한다. ✏️ 『오래된 뜬구름』은 찬쉐의 초기 작품인데, 여러가지 이미지가 매우 혼란스럽게 연상되는 실험적이고 강렬한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귀가 시끄럽고, 눈앞에 정신없이 날리는 꽃송이, 불쾌한 냄새, 끈적임까지 느껴짐. 심지어 누가 날 감시하는 느낌까지 듬!!!) ✏️ 서로 이웃에 살고 있는 두 부부(겅산우와 무란, 라오쾅과 쉬루화)가 서로의 삶을 염탐하며 벌어지는 불쾌한 일들의 나열. ✏️ 질투, 원한, 의심과 분노, 냉담과 억압에 빠져 있는 절대로 평온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우리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 찬쉐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생경하고 낯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그 낯선 부분이 그녀의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인 것 같다. 불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찬쉐의 독보적인 세계, 그 첫 문을 열어줄 작품❕️ ⠀ 21. 밤이 되자 닥나무꽃의 마지막 잔향 속에서 겅산우와 이웃집 여자는 같은 꿈을 꾸었다. 두 사람 모두 꿈속에서 눈알이 튀어나온 거북이가 자신들 집 쪽으로 기어 오는 것을 보았다. 문 앞의 마당이 폭우로 인해 진흙탕이 되어버렸다. 거북이는 진흙탕 가장자리를 따라 쉬지 않고 기었다. 발톱에 진흙을 잔뜩 묻혔지만 끝내 집까지 기어 오진 못했다. 나무 위의 바람이 꿈을 깨뜨리자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서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깼다. #오래된뜬구름 #찬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진심을 담아 서평을 남깁니다. |
|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의 최신작 《오래된 뜬구름》은 읽는 내내 기분 나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이웃해 사는 두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들은 서로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감시하며 상대방의 삶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일반적인 소설처럼 명확한 사건의 흐름이나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뒤죽박죽 섞여 있고, 이야기들은 순서 없이 병렬적으로 펼쳐진다(이 부분을 적응하는 것이 관건).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것처럼 혼란스럽지만, 바로 그 혼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왜곡된 심리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타인의 삶을 엿보고 침범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모습이다. 이는 현대인의 고립된 삶과 타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보여준다. 작가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문체로 인간 내면의 어둡고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첫 문장 닥나무의 새하얀 꽃이 빗물을 잔뜩 머금어 몹시 무거워졌다. 잠시 후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송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
|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작가"라는 띠지의 문구가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동북아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확연히 구분되는 중국과 한국의 정서를, 에세이가 아닌 소설에서 만나게 된 경험은 -책을 읽은 뒤 다시 생각해보자면- 작가와 독자의 국적이 중국과 한국이어서가 아니라 이 글의 작가가 찬쉐이기 때문에 생경하고 이질감이 들면서도 딱지가 내려앉은 상처를 덧날 지언정 계속 손톱으로 잡아 뜯는 것 같은 중독적인 괴상함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찬쉐라는 필명부터, '겨울 끝에 남아 있는 더러운 눈' 혹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순수한 눈'이라는 도무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의미를 담아 만든 본명 덩샤오화의 <오래된 뜬구름>은 얼핏 서정적으로 보이는 제목을 통렬하게 배신하는 이야기가 저릿저릿한 기운을 뿜으며 끈질기게 이어진다. 이 책을 읽을 예정인 독자들이 만나게 될 '어머, 이런!' 의 순간을 망치거나 김빠지게 만들고 싶지 않아 간략하고 흐릿하게 감상을 쓰자면 아래와 같다. 주인공인 쉬루화는 현실이라면 별로 옆에 두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그리고 쉬루화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근처에 있고 싶지 않은 군상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생활을 염탐하고 감시하며 쾌감을 느끼는 족속들이다. 소설이라면 마음이 가거나, 공감하는 캐릭터가 하나쯤 있을 법도 하지만 찬쉐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소설의 캐릭터들이 처한 현실과 환경도 남루하고 그들의 선택이나 행동은 변호해주기 쉽지 않다. 약간 욕하면서도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덧 소설과 -독자인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소설의 세계관에서 위안을 얻어보려하는 나약한 마음에 차가운 물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읽으면 그 전과는 또다른 색채가 겹쳐지고 그렇게 읽은 이야기는 영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이 소설의 끈질기고 의도된 정서를 통해 독자인 내가 절대적 시점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독자도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일부마냥 -일부, 라는 말과 아이러니하지만- 타자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쉽지 않고, 우리는 그것이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나 시스템이 달콤한 것으로 더럽고 빈약하며 허접한 것을 가리려고 해도 현실이 가진 씁쓸함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른척 하지 말아야 한다. 맹목의 세계에서 직면의 눈을 뜨고 그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
|
근래에 본 가장 독톡한 소설이다. 동시에 묘한 불완전성과 불가지성으로 인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이해하기 위해 몰두하게 된다. 서사는 조각나 있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추적해나가야 하고, 온갖 과장과 왜곡은 현실을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만든다. 논리의 비약이 난무하지만, 그 맥락과 근원에는 뭔가 알아채지 못한 주제가 있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표현이 자극적이지만, 그 모습과 의미에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은유가 있다. 작가는 왜 이렇듯 비이성적이고 단말마적인 서사와 묘사를 진행하는 것일까. 그건 당연하게도 그런 방법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식하는 이 세계, 그리고 자아를 제외한 모든 존재와 사물들, 축적되거나 처리되어온 역사, 문화라는 허울 좋은 모순 등등을 제일 명확히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무의식으로 그런 작가의 의도에 동조되어 간다. 우선, 미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공간, 압축적이고 폭력적이던 그 나라의 근대화 과정, 그럴 듯한 허명으로 포장된 이념 전쟁,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광기와 몰락하는 지성, 지저분하고 불쾌한 부산물을 낳는 현대화 물결 등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확장된 시야로 전이되는 순간, 지구라는 공간, 문명의 잔인성, 끊이지 않는 대립과 갈등, 제어할 수 없는 부조리와 폭력, 결국엔 폭발하고야 마는 원한과 분노, 인간성의 추악함과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정신적 감수성 등등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서사와 묘사에 점진적으로 동조되는 순간,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공존하면서 대립하고, 마음속 공허함은 드러나면서 감추어진다. #찬쉐 #김태성 #오래된뜬구름 #열린책들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담장 구석에 도둑놈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있어!」 그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줄을 잡아당겨 전등을 켰다. 무란이 후 하고 자리에 앉아 머리가 흐트러진 채 발을 침대 밑으로 길게 뻗어 슬리퍼를 찾았다. (-10-) 집에 돌아오자 또다시 거북이 꿈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는 또 마음이 초조하고 심란해졌다. 그가 집 안을 천천히 왔다갔다 할 때마다 발걸음 소리가 쿵!쿵! 쿵! 요란하게 울렸다. 뙤약볕이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가 끊임없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웃집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가느다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39-) 「모기들은 별것 아니에요.,오히려 몸에 닿는 담요가 미친 것처럼 항상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리잖아요. 나는 매일 밤마다 이 담요랑 싸우느라 진흙탕에 빠전 것처럼 온몸이 땀투성이라고요. 」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47-) 「그 린 영감 있잖아요.바지에 똥을 싼게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예요. 무란은 방금 서로 가벼운 말다툼을 벌였던 것을 벌써 잊어버리고 신바람이 나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68-) 이웃 사람이 내게 살충제를 빌리러 온 척하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모기약을 배앗아 가버렸어. 우리 마누라는 이게 너무 굴욕적인 일이라고 했지. (-85-) 그 여자는 일치감치 쥐가 됏잖아요.사람이 계속 무언가를 달라하면 그 무언가로 변하게 되나 봐요. 전부터 늘 쥐를 따라 하면서 집에서 이것저것 마구 물어 대더니 과연 쥐가 되었어요. 이빨이 흔들리는 쥐가 되었지여. 가끔씩 한 가지 생각이 들곤 해요. 누에콩에 비상을 조금 섞어 보내면 소리 없이 쥐 한마리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104-) 중국 작가 찬쉐는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던 그때, 유력한 찬쉐를 이기고 노벨 문학상을 탔다 할 정도로,한강 작가의 문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찬쉐는 1953년생이며, 중국의 카프카라고 한다. 중국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해서, 작가의 시선에 맞춰서 써내려갔으며, 그녀의 작품 『오래된 뜬구름』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 쓰여진 소설이며, 불결하고,이웃을 의심하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함으로서, 반목이 심한 중국 사회의 정서를 반영하고 잇다. 이 소설 속 두 이웃 간에 서로 감시하는 모습이 지금과 너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이질적이다. 겅산우와 무란, 라오쾅과 쉬루화는 서로 이웃이며, 부부관계다. 소설 『오래된 뜬구름』에서, 살충제와 쥐가 등장하고 있다. 위생관념이 없는 중국 사회의 1986년 당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2040세대가 읽으면, 단 세상을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하지만 586 세대가 이 소설을 읽을 땐, 자신의 젊었던 그 시절을 소환하고 있으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추억과 향수에 잠기게 될 것이다. 푸세식 화장실과 위생관념이 없었던 그 당시 쥐를 잡기 위해서,살충제를 놓고,쥐덫을 놓았던 것으로 볼 때, 찬쉐의 소설 곳곳에 숨겨진 이웃 간에,쥐가 등장하고, 살충제로 퇴치하려는 그 모습들, 감시와 의심은 생존을 위한 본능에 더 가깝다.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라서 살짝 설렜네요. 《오래된 뜬구름》은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이자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 작가님의 중편소설이네요. 일단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전개가 독특하네요. '뜬구름'이라는 단어는 주로 막연하고 허황된 것, 덧없고 허무한 것을 비유하여, '뜬구름 잡다', 혹은 '뜬구름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이 소설에서는 이웃에 사는 두 부부를 중심으로 뜬구름 같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은 꿈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가끔은 현실마저도 꿈인가 싶을 정도로 그 경계가 흐릿하네요. 도대체 누구 자신을 몰래 지켜본다는 것일까요. 그들이 목격한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착각이나 환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모호함이 한층 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조금씩 그들이 느끼는 낯설고 기이한 감각을 따라가다가, 쑤욱, 늪처럼 빠지는 순간이 있네요. 아하, 이래서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느낄 수 있는 내면의 갈등이, 그들의 대화를 통해 시각, 청각, 촉각 등 온몸의 감각으로 깨어나고 있어요. 지나치게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불쾌감이 두드러기처럼 돋아나는 경험을 했네요. 「방구석에 사람 머리만 한 괴상한 버섯이 자라고 있어요. 천장에서는 항상 알 수 없는 순간에 발이 하나 뻗어 나오지요. 그 위로 거미가 기어다니고 있어요. 당신도 이 지붕 밑에서 잠을 자니까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 있겠지요?」 「맞아, 나도 그와 유사한 일들을 적지 않게 목격했어.」 「··· 당신이 날 처음 봤을 때, 나는 당신과 똑같아졌어요. 우리 둘은 정말 쌍둥이 자매처럼 하는 얘기도 거의 똑같았지요. 내가 꿈을 꾸다가 깨서 몸을 뒤척이다 보면 당신도 침대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당신도 바로 그 순간 꿈에서 깼을 거예요. 그 꿈이 공교롭게도 내 꿈과 똑같았을지도 모르지요. 오늘 아침에 당신이 와서 그 일을 얘기할 때 나는 곧바로 당신의 뜻을 알아차렸어요. 나도 마침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저기요, 정신 좀 차려요.」 「어제 공원에서 봤는데 닥나무 꼭대기에 사람 머리칼이 나 있었어요······.」 「요즘 나 정말 피곤해. 도처에 훔쳐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도망치지도 못한다고.」 (47-49p) |
|
표지부터가 굉장히 독특하다. 나비와 쥐라니... 게다가 표지 가득 채운 도자기에는 특이하게도 쥐가 그려져 있다. 도자기에 쥐가 그려진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인지 문득 이런 도자기가 실제로 있는 건가 아니면 이 또한 창작된 스토리를 위한 하나의 장치인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가지 생각과 궁금증을 안고 펼쳐 본 이 작품은 역시나 독특한 분위기이고 이 작품이 현재의 찬쉐 문학 세계의 도입부라고 할 정도의 초기작이라면 다른 작품들에선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강화된 것인가 싶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작품 속 이야기는 이웃한 부부와 이 사람들을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펼쳐지기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한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도입부부터 묘하다. 부부가 사는 집 앞에 있는 한 그루의 닥나무, 그리고 여기에서 떨어진 꽃, 이 꽃을 밟는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이웃 사람... 이렇게 작품 속 인물들은 묘하게도 다른 사람이 자신이 지켜보진 않는가 싶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은 다른 사람을 지켜본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감시 내지는 지켜보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하기에 누군가도 자신을 그렇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합리적으로 들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감시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삶 또한 다소 기괴하게 그려진다. 이 사람들 뭐지 싶다. 어디 가둬두고 단체로 심리 실험을 관찰하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각자 개인의 삶은 독자들이 지켜보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사람들 굉장히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갈수록 이 사람들은 돼 이런 삶을 사는 것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데 그들 자신이 상식적인 선을 벗어나고 보통의 삶과는 괴리된 삶을 살면서 남들이 그런 자신의 삶을 관여하지 않길 바라는 것 같지만 동시에 타인의 그런 삶에선 반기를 들거나 그들의 세계에서 끄집어 내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약간 난해하면서도 크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확실히 독특하고도 기묘한 작품이다. 이것이 작가의 초기작이라면 그래서 만약 이후의 작품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좀더 다듬어진 상태에서의 진화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최근의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
|
오래된 뜬구름 찬쉐 김태성 열린책들 중국의 카프카, 중국에서 노벨상 수상 1순위로 거론되는 여류문학가요 소설가인 찬쉐의 가장 실험적이며 강렬한 소설이라 말하는 이 오래된 뜬구름은 추(醜)의 미학을 보여주는 인간 본성과 삶의 부조리를 보이는 동시에 잘 쓰여진 흡입력이 상당한 작품이었다. 루쉰의 아큐정전을 읽은 적도 있고, 유명한 중국 소설인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그리고 마오쩌둥 혁명 시대 속 실존 인물을 다룬 닥터 노먼베쑨 등을 접해 보았었는데 중국 특유의 문체와 문화적인 느낌이 진했고 역사적인 격동기인 문화혁명 전후를 배경으로 풀어나갔었더랬다.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인 붉은 수수밭이나 작가 위화의 인생도 동일한 시대상을 다뤘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이 작품은 1986년 1월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2025년 11월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이 되었고 열린책들에서 올해 11월에 출간해주셨다. 좋은 작품이지만 이제야 뒤늦게 번역이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중국소설을 좋아하여 중국어를 배우는 이들도 있고 그 정도라면 원어로 읽어보셨겠지만 그 외에는 기다렸다가 이번에 읽게 됐을 듯 싶다. 전반적인 느낌은 혐오감, 두려움, 공포, 긴장요소도 조금있었고 인간 내면의 잔인한 본성들도 와닿았다. 가족과 이웃간의 불신감이나 적대감도 있었고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불안한 감정들도 도드라졌다. 쥐가 등장하는 대목, 음식 중 갈비를 언급하는 부분, 인간의 더럽고 불결한 몇몇가지 요소들,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읽으면서 내용의 매끄러운 연결이 막히는 즉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중국인, 중국의 문화로 덮어버리고 넘어갔다. 인간의 추악함 속에서 다른 무언가 희망따위를 발견하려는 내 자신을 보았다. 다소 우울하고 절망적임 가운데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있기 마련이라는 믿음에서 말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의 에너지를 글로 적절히 표출할 줄 안다는 전제를 깔고 작품을 보기 때문에 작품 자체의 그로테스크한 표현들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하나의 장치로 이해한다. 그런 장치가 많고 적음의 차이정도가 아닐까하면서 말이다. 그런 편이 보는 내 스스로가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황니가‘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한 찬쉐의 소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을 펼쳤다. 인식의 통념에 따르지 않는 찬쉐의 소설은 현실과 꿈이 뒤섞인 듯한 전개와 예측 불가능한 표현으로 몰입을 위해선 진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웃에 사는 두 부부를 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주변 인물들과의 연대가 아닌 냉소와 적개심으로 가득하다. 가족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의심하고 염탐하고 상대를 조롱하는 인간의 거친 이면을 눈살이 찌푸려지는 원초적인 행동으로 반복해서 표현하거나, 사람의 몸과 다른 생물의 형상을 교차하며 오가는 변화를 통해 인물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물리적인 시점의 변화가 뒤틀리고 그로테스크한 찬쉐의 소설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고 읽고 나면 그 축축하고 불투명한 여운이 더 강하게 남는다. 🏷️ 그들이 항상 한사코 다른 사람들을 비웃는 것은 사실 자신들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폭로되는 것이 두려워 짐짓 뭔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고 우스운 일을 발견한 듯한 몸 짓을 보이는 것이었다. | p70-71 ☺︎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