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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 신화의 주인공이 쓴 기이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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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 신화의 주인공은 건축가다. 하라는 건축은 하고, 또 공상도 같이 하면서 소설을 썼나부다. 써놓고 보니 치열한 등단 무대에 던져놓고 기다리긴 싫고, 써놓은 건 아깝고,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홍대앞에서 자가 출판한 책을 펼쳐놓고 팔았다.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 무명의 소설가가 자가 출판한 책을 길거리에서 팔고 있을 때, 무명의 소설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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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 신화의 주인공은 건축가다. 하라는 건축은 하고, 또 공상도 같이 하면서 소설을 썼나부다. 써놓고 보니 치열한 등단 무대에 던져놓고 기다리긴 싫고, 써놓은 건 아깝고,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홍대앞에서 자가 출판한 책을 펼쳐놓고 팔았다.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 무명의 소설가가 자가 출판한 책을 길거리에서 팔고 있을 때, 무명의 소설가의 책을 눈여겨볼만한 안목을 가진 출판기획자가 지나갈 확률은 얼마나될까. 복권 당첨만큼 힘들지 않을까. 마치 짜고친 고스톱처럼 마법같은 인연이 만들어낸 책은 '등단하지 못한' 소설가의 책 답지 않았다. 물론 이런 대형 출판사의 눈에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정도의 소설이라면 기존 등단 시장에서 배출된 작가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사서 우연히 읽어본 그런 소설이 출판사가 선뜻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출판할 만큼의 질적 만족을 준다는 점도 마법같은 우연이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전 김연수 두쪽 소설 응모해서 입선에 실패한 첫소설을 늘려 연재하면서 갑자기 답글이 이어지고 몇몇 천사같은 님의 찬사가 생기자, 갑자기 혹시 내게도 그런 우연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꿈을 꾸어봤다. 출판관계자가 우연히 들러서 봤는데, 뭐 문장에 확 반했다던가 그런 불가능한 꿈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다가 1부 마지막 플래쉬백 장면을 힘겹게 올리면서 꿈이고 나발이고 장편을 쓰는 진짜 소설가들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참으로 힘겨운 감정노동이다. 소설은 어떤 주제의식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생명력을 가지는데, 그 주제의식이란 건 마냥 해피할 수만은 없다. 감정노동의 핵은 그거다. 내 삶, 내 가치관 혹은 내 경험이 가진 어떤 매우 비극적 요소가 그 작품에 투영되는 고통스런 순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장르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승재의 소설은 한마디로 '기이한 이야기' 장르다. 어릴 때 읽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잊지 못해 읽어보리라 오래 벼르거 별렀던 천일야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현대화된 버전의 천일야화라고도 할 수 있다. 세헤라자드처럼  하루 하루 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해 동트기 1시간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점, 정령이나 마법같은 것들은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이 길바닥에 눕기 시작하거나 버스 카드 단말기에 버스카드 대신 열쇠를 대고 내리면 검은 산이 앞에 서있는 비현실적인 세계가 나타난다는 점 같은 기이하기 짝이없는 이야기들이다. 


작품집 속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여행중 그리스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 쓰는 니안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쓴 거라고 한다. 이것은 프롤로그에 있는 말로, 소설집을 하나로 묶는 프레임 역할을 하지만, 세헤라자데처럼 매일밤, 내일은 더 재미있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하면서 계속해서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는 건 아니고, 각 단편들은 완전 별개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니안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세계 방방 곳곳으로 다니며 이야기를 모았고, 그것을 작가에게 이야기해준 후 홀가분하게 떠난다.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인 니안에 아무 뜻도 없을 줄 알았는데 책의 맨 끝 '불필요할 수도 있는 독후감' 편에서는 니안을 '니안 내안'  할 때 하는 니, 너 그러니까 your inside 쯤으로 해석하고는 니안에 있는 걸 내안으로 어쩌구 하는 익살을 보여준다. 그 작가에 그 친구(인지 동료인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소설집 속에는 중편쯤에 해당하는 비둘기 파티1, 2와 단편인 검은산, 지옥의 시스템, 직립 보행자 협회, 자살에 의한 타살, 사후의 인생, 한물 가버린 이름 등 총 8개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SF라 할 수도 없고, 이런 걸 환상소설이라고 하나. 기이한소설, 말도 안되고 터무니 없는 것들이다. 김중혁 작가의 1F1B 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조금 있지만 문체도 다르고 느낌도 선명하게 다르다. 


작품마다 기호의 편차가 심해 중편에 해당되는 비둘기 파티1, 2는  조금 지루할 뿐만 아니라, 기이한 정도가 심하고, 뭘 말하는 건지 뭘 말하려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직립보행자 협회는 정말 재밌었다. 작가는 가장 진화했다(고 스스로 믿)는 인간이 모든 동물들이 다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게 있는데, 그게 눕고 싶을 때 아무데서나 맘껏 눕지 못한다는 점을 콕 찝어서 주제로 삼은 점이다. 그래서 인간의 등뼈가 녹아 내리는 멜팅 현상이라는 진화상의 변이를 겪게 된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너무나도 유쾌했다. 능청스럽고 그럴듯하게 과학적 근거를 들고, 결국 모든 인간들에게 그 현상이 전이되어 이 세상은 길바닥에 사람들이 마구 누워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된다. 깔끔하게 챙겨입어야 할 아나운서나 TV 스타들도 오다가다 멜팅 현상이 생기면 아무데서나 누워 있게 되고, 바닥에 뒤굴다가 TV 스크린 앞에 서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기본이다. 


한국 문학읜 등단 무대의 치열함을 우회한 뛰어난 작품들은 대개는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여 대중의 호응을 얻은 작가들을 떠올릴 수 있는데, 자가출판이라는 무모한 방식으로 화려하게 열린책들 이름으로 등장하기까지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g******1 2015.04.02. 신고 공감 8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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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멍충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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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중국 무협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협소설에서는 백면서생이 기연으로 손에 넣은 무술비급을 연마하여 무림고수가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림비급이 내 손에는 들어오지 않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비급은 무술을 담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치매라는 질환의 병리소견을 담은 책이 비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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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중국 무협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협소설에서는 백면서생이 기연으로 손에 넣은 무술비급을 연마하여 무림고수가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림비급이 내 손에는 들어오지 않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비급은 무술을 담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치매라는 질환의 병리소견을 담은 책이 비급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일찍 만나는 바람에, 아니면 끈기가 부족해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비급에 대한 환상을 작품에 풀어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 역시 <장미의 이름; http://blog.yes24.com/document/672032>에서 1968년 우연히 입수한 프랑스 사제 뱅자맹 발레가 불어로 번역한 아드송의 수기에 담긴 이야기를 뒤쫓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명작가도 이럴진대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듯합니다. ‘비공인소설가’라는 프로필을 보면서 ‘뭐야?’하는 기분이 드는 한승재 작가는 건축 디자이너가 본업이면서도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비출판도 불사하신다고 하는데, 저 역시 자비출판을 두어 차례 해보았지만, 웬만한 투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유명한 프루스트 역시 <시간을 찾아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자비로 출판했다고 하니, 자비출판은 작가가 자신을 알리는 방편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엄청멍충한>은 한승재 작가가 열린책들과 계약을 맺고 세상에 내놓은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일단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겠지요? 바로 <엄청멍충한>에서 작가는 무림의 비급이랄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 비급을 얻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였는데, 믿어야 되나 싶었습니다. 그 이유로 꼽을만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작가가 알지 못하는 이름의 나라를 여행하다가 배안에서 만난 니안(niian)이라는 사람이 완성한 이야기책을 건네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엄청멍충한>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전해준 이야기책에서 뽑은 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니안이라는 사람은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섞은 듯한 이상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군요. 작가께서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에 3일 동안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니안이 건네준 이야기책은 우리말로 되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덟편의 단편 가운데 한국을 무대로 한 것이 분명한 작품도 있지만, 무대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거의 다국적군이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소재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산’에서는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의 교통카드가 소재가 되었고, ‘지옥의 시스템’에서는 러닝머신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한승재 작가야말로 세렌딥의 세 왕자와 닮은 데가 많은 모양입니다.(맷 킹돈 지음, 세렌디피티; http://blog.yes24.com/document/7954156) 소재가 기발하다보니 이야기 전개도 거침이 없습니다. 마음이 약한 임산부나 노약자는 고려해야 할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도 사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건넨 원고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인지 이야기줄거리에 맞는 사진은 물론 간단한 스케치로 된 그림까지도 곁들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합니다. 기왕의 소설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놀랄만한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반전의 의미를 깨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은 많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 같이 별 생각없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결정적인 반전은 ‘니안의 황당한 글을 옮기는 내내, 내가 그의 멍충한 짓에 휘말린 하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287쪽)’라고 에필로그에 쓴 작가의 고백과 작가와 어떤 친분이 있어서 출간 전에 원고를 읽고 독후감까지 쓰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오호근님의 독후감에 등장하는 니안의 정체입니다.

y*****2 2015.02.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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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한승재) - 베르베르의 귀환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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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내 머릿속은 온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엉뚱한 상상력에 빠져 지냈다. 베르베르를 처음 만난건 우연한 계기였다. 고3 수능이 끝나고 집에서 빈둥대던 나에게 형이 한심하다는 듯이 던진 두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이었다. 『나무』를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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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시절 내 머릿속은 온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엉뚱한 상상력에 빠져 지냈다. 베르베르를 처음 만난건 우연한 계기였다. 고3 수능이 끝나고 집에서 빈둥대던 나에게 형이 한심하다는 듯이 던진 두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이었다. 『나무』를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물론 지금 다시 읽는다고 해서 그 때의 기분을 느낄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 후 나는 베르베르의 책을 모두 탐독하기 시작했고 『뇌』, 『천사들의 제국』, 『아버지들의 아버지』, 『타나토노트』, 『파피용』 등 거의 모든 책을 찾아 읽어나갔다. 지금은 추억의 작가가 되었지만 한때는 가장 좋아했던 작가로 늘 신작이 나오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내가 책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만든 큰 역할을 한 셈인것이다. 그 이후로 『나무』의 컨셉을 어설프게 따라한 많은 책들을 보았고, 자칭 베르베르의 전문가의 견해로 볼때 눈여겨 볼 작품은 거의 없었다.

 

 

<소장하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


 『엄청멍충한』은 뛰어난 상상력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비틀어 보는 견해가 뛰어난 작품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나갔지만 기발한 상상력은 기본이고 사회 풍자와 인문학적 사고가 담긴 책이다. 너무 과한 평가를 했나? 하지만 작가도 아닌 문학적 경력이 전혀 없는 한 건축가가 쓴 이 소설은 충분히 높이 평가를 받을만하다. 근래 보기드문 한국 문학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베르베르의 『나무』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메시지를 담았고 현대 사회상을 잘 묘사했다. 철학적인 사고를 가지고 접근한 것도 뛰어났다. 총 7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작품을 따로놓고 평가를 해보고 싶다.


1. 『검은산』 

- 구성력 ★★★★

- 참신함 ★★★☆


 첫 단편은 가장 무난하고 결코 튀지 않았다. 기발한 상상력이 가미되지도 않았지만 이 작품은 꽤 인상적이었다. 버스에서 실수로 교통 카드 대신 열쇠를 찍고 내려 판타지를 경험한 '나'. 로또가 당첨될 확률보다 찾아다녀서 들은 기묘한 이야기가 진실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신기한 경험담을 들으러 다니는 할아버지. '이 세상의 말랑말랑한 속살'을 보고 싶어하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은 각자 바라보는 이상향을 세상과 다른 통념에서 찾았다. 버스 단말기에 실수로 열쇠를 찍고 내렸는데, 막상 내리고나서 하늘을 하라보니 민트색 하늘이 보였다는 '나'와 지루한 올림픽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검은 산을 보았다는 할아버지. 그들은 삭막한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가는 나만의 비상구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2. 『지옥의 시스템』

- 구성력 ★★★☆ 

- 참신함 ★★☆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소재는 식상했고, 결말도 뻔했다. 끊임없이 서로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어떻게 보면 상위 1%가 수많은 권력과 돈을 갖게 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하리? 경쟁의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달려야하고, 달리는 이유도 의미도 찾지 않아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풍경을 런닝 머신에 비유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이유도 모른채 달리고 있다. "원래 사는게 이런거야!" "앞만 보고 달리는 거야!"


 간혹 올라타지 못한 이들의 비명도 섞여 들려오는 듯했지만, 어차피 갈대숲에 가려져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굳이 그것이 사람의 소시라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3. 『직립 보행자 협회』

- 구성력 ★★★★

- 참신함 ★★★★


 가장 공들여 쓴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인류의 진화의 관점을 뒤집어 생각하는 발상이 돋보였다. 185cm의 건장한 청년 '미고'는 어느 날 갑자기 척추의 뼈가 녹아 내리는 '멜팅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서 있기'가 특기인 그는 더 이상 서 있는 것보다 허리를 굽혀 눕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런 '멜팅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하는 전문가들. 그들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인류의 진화 과정과는 반대로 퇴보 현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우연히 <직립 보행자 협회>의 학술회에 참관하게 된 '탱고 박사'는 학술적 충격을 경험한다. '인간의 진화의 말로는 자유다' 들판에 있는 개는 자유롭게 눕고 싶을 때 눕는데, 왜 인간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아가며 바닥에 누울 권리조차 누릴 수 없게 된 것인가? 우리는 진화할수록 과학적,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작 바닥에 누울 권리조차 없어지며 사회적 속박만이 늘어나는데 과연 발전했다고 할수 있는가? 육체적 성장과 반비례로 정신적 퇴보를 겪는 인류에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메시지의 전달이 조금 더 간결했으면 좋았을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더 행복해졌을까?

사람들은 외면적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화를 논했고 내면의 퇴화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인류에게 육체의 진화가 거듭되는 동안, 정신의 퇴화가 동시에 진행되어 온 셈이다. 동물들을 가두고 먹이를 주는 것. 그것은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정신을 속박하는, 인간들의 진화 과정은 타 종족에게까지 강요하는 행위였다.


4. 『한물가버린 이름』

- 구성력 ★★★★★

- 참신함 ★★★★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다. 한편의 이야기 소재로 구성이 매우 뛰어났다.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제목이 탁월했다. '나'의 이름은 '한물'. 어릴적부터 '한물갔다', '뭐 그런 한물간 생각을 하나?'등 이름 때문에 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던 '나'. 하지만 아버지는 '나'의 이름을 짓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해서 아들은 병문안을 가지만 병간호를 하던 작은 아버지가 그를 가로 막는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알수없지만 아들을 볼 낯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아버지. 아버지에게도 깊은 뜻이 있을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결국 발길을 돌린다. 얼마 후 병원에서 퇴원을 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수인인에는 아들의 이름인 '한물'이 아닌 이니셜 'H'라고 적혀있다. 그렇게 자신이 지은 '한물'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 하던 아버지는 갑자기 왜 이럴까? 편지에는 그에 대한 변명이 담겨있다. 궁금한가? 직접 책을 읽어보시라.


 어떤 의미가 담긴 문자가 너를 대표한다는 것, 심지어는 너 자신이 붙인 것도 아닌 문자가 너로 불리는 것 말이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도로에 붙은 이름처럼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니?


 내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내 스스로에게 내 의지로 이름을 짓는다면? 옛 양반들이 '호'를 지어 부르듯이 나의 '호'를 지어보면 무엇으로 할까?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 이름에 대해, 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5. 『비둘기 파티 1,2』

- 구성력 ★★☆

- 참신함 ★★


 내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일까?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찾지 못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엉뚱하게 흘러가고 또 엉뚱한 결론을 낳는다.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속물근성을 지닌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군중 심리의 폭력성 대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난 내 생각은 책의 마지막 구절과 같다. '별거 없어...'


6. 『자살에 의한 타살』

- 구성력 ★★★☆

- 참신함 ★★★☆


  구성이 매우 특이하다. 그래서 작품의 이해가 조금 어렵다. 두 사람이 사막에 죽어서 시체로 발견됐다. 셰인과 아널드. 아널드의 본명 또한 셰인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셰인이 죽었는데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불분명하다. 추측하건데 몸집이 작은 셰인에게 총알 자국이 있고 몸집이 큰 아널드가 총을 들고 있는 걸로 봐서 아널드가 셰인을 죽인듯 하다. 하지만 아널드는 존경받고 명망있는 영웅 경찰이다. 셰인은 괴물의 집안 후예로 불리우며 어려서 친구를 잡아먹은 전과로 40년을 감옥에서 살다 왔다. 그들은 사건을 조작 아닌 조작을 한다. 사과가 좋아? 딸기가 좋아? 라고 묻는다면 뒤에 나온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남는법. 결국 교묘한 말 장난으로 '자살에 의한 타살'이라고 타이핑 한다. 셰인은 자살을 했고, 그로인해 아널드가 타살이 된 것이라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 하지만 이야기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군중은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불쌍하고 가엾은 셰인은 죽어 마땅한 괴물로, 악랄한 이면을 가진 아널드 형사는 순직한 영웅으로 포장되고 만다. 


7.  『사후의 인생』

- 구성력 ★★★★

- 참신함 ★★★★☆


 이것은 혹시 <인터스텔라>? "멀리 떨어진 공간과 멀리 떨어진 시간. 서로 다른 두 의미가 사실은 같은 뜻이라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네." 흥미진진한 발상이다. 시간과 공간의 유한함 속에서 4차원의 세계를 말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양면의 거울을 보고 궁금증을 느꼈던 적은 나도 많았다. 거울속에 반대편의 거울이 보이고 또 그 거울을 통해 다시 이쪽면의 거울이 보인다. 이런 무수한 반복속의 끝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보고 싶지만 결코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려고 하면 내 모습이 그 중앙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이야기는 시력이 무척 좋은 요셰프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시골의 마을에서 모두가 성인이 되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찾아 떠난다. 이를두고 주사위를 던진다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주사위를 제때 던지지 못해 패배감이 들었고, 그후로부터는 주사위를 던질 듯 말 듯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어느 덧 내 손은 주사위를 든 채 굳어 버렸다. (p. 252)


 자전거를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도시로 상경한 형은 이내 자신의 사업을 차려 돈을 벌기 시작했고, 금융왕 LD라는 자를 추종하며 성공을 쫓아갔다. 형은 어떤 부유한 집안의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나'는 형의 결혼식을 돕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제공받기 위해 떠난다. 도시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신사는 바로 어릴적 시력이 뛰어난 재주를 가진 요세프. 마을 사람들 모두 요세프는 우주 과학 연구소에서 일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돈 많은 금융인이 된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죽은 사람'이라며 기묘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릴적부터 자신은 거울을 보다 보면 어떤 사람의 미래 또는 과거가 보인다고. 과거가 보인다는 것은 살아 있는 나를 끝없이 쫓아가는 거울 속 과거의 '나'이고, 미래가 보인다는 것은 거울속에 정해진 모습대로 쫓아가기 바쁜 죽어버린 '나'라는 것이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 열심히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죽은채로 열심히 살고 있다네. 나는 이 세계에서 깨어나게 된 자네가 또다시 죽는걸 보고 싶지 않아. 형과 함께 도시에서 일하는 건 신중히 고민해 보길 바라네."


 어쩌면 나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나는 꿈을 쫓아 지금의 내 모습이 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나의 열정은 죽은채로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분명 과거에는 살아있는 나였음에 틀림없다. 지금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거울을 본다면 내 미래가 아닌 과거의 모습이 보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w******8 2015.06.1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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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천재같아서 그래서 엄청 멍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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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확 끌어당기는 책! '엄청 멍충한'전 이런 책, 참 좋아합니다!정말 허무맹랑하고 완전 말도 안되는 것 같은데은근 탄탄하게도 이건 대체 뭐래! 를 백번 외치게 하는 그런 책.제목은 '멍충'을 이야기하는데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다는거냐며궁금해서 책을 놔둘 수 없습니다.한승재 소설집.이 작가는 작가와의 만남에서책을 읽지 말고 그냥 만나야한다는 전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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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확 끌어당기는 책! '엄청 멍충한'

전 이런 책, 참 좋아합니다!

정말 허무맹랑하고 완전 말도 안되는 것 같은데

은근 탄탄하게도 이건 대체 뭐래! 를 백번 외치게 하는 그런 책.


제목은 '멍충'을 이야기하는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다는거냐며

궁금해서 책을 놔둘 수 없습니다.


한승재 소설집.

이 작가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책을 읽지 말고 그냥 만나야한다는 전제가 있었죠.

그 한 에피소드만 봐도

또한 제목만으로도 어떤 책일지 일단 감이 잡히시죠?






# 첫번째 이야기, 검은 산



「나 지금 버스에 열쇠 찍고 내렸다?」

졸다가 지나서 내렸는데, 근데 급히 내리다보니

버스카드가 아닌, 열쇠를 찍고 내립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죠.

하늘이 민트색이고 무언가 평소와 다릅니다.

이런 사실은 은기의 친구 누렁이에게도 같이 일어나고

이 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영감님이 은기를 찾습니다.

이야기가 잠잠해지게 되던 즈음, 영감은 허무맹랑을 쫓는 누군가였죠.

은기는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영감에게 술술 상황을 이야기해줍니다.


저는 악어 등껍질처럼

딱딱한 현실의 허술한 매듭을 보게 된 거에요.


영감은 처음에는

은기의 이야기가 웃기다 라고만 생각하지만.

영감은 점점 동감을 표시하고는

자기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검은산. 순간 검은 산을 봤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되자 홀연히 갈 길을 다시 떠나죠.


은기는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입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

같은 경험을 합니다. 검은 산을 보는 경험.



그런데, 그 경험은

착각이었을까요?

민트 하늘도, 정말이었을까요?








#세번째 이야기, 직립 보행자 협회



이 책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데

묘하게도 옳소 옳소 하고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림 속, 생명체를 보면

점점 일어나고 있죠.

그런데 다시 눕습니다.


이 이야기는 '멜팅현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고는 갑자기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버립니다.

꼿꼿이 서서 군인의 임무를 다 해야하건만

에라 모르겠다, 난 눕고싶다. 노곤노곤하다 하며

그냥 누워버립니다.


멜팅, 미고의 척추가 녹아버리고 눕고 싶은대로 눕게 되는데,

이 현상이 세계적으로 퍼져버립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이렇게 눕고 싶으면 눕게 되는 현상이 퍼집니다.


이야기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가며

정말 심각한 진짜의 상황인마냥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그러다 맺음의 이야기로 나아가며

눕고 싶은데 사회적 환경때문에 눕지 못하는 것,

진화의 결과는 자유의 제약이었단 말인가.. 생각해보게 되죠.



이 이야기가 특히나 와닿게 되던건,

허무맹랑함 속에서 뼈있는 메세지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발전하고 진화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결국 인간에게 어떤 이득이 있었던가,

뭐, 사회에서 사는 이상.. 정해진 기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피차에 편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 네번째 이야기, 한물가버린 이름


이 이야기는 특히나 참 유머 가득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크크크.. 이야.. 이건 뭐야!" 하고 얘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름이 한물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아버지는 이 아이의 이름을 지으며 참 사연이 많았죠.

아이 이름 하나 지으려고 얼마나 심사숙고했는지 모릅니다.

한물은 자기 이름 때문에 놀림도 참 많이 받았지만

그렇다고 이름을 원망하거나 혹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는 어느날

한물에게 미안해 합니다.

이름에 정말 자부심을 가지셨는데, 대체 무슨일일까요?

미안해서 아들을 마주하지도 않으려 하십니다.



한물이라고 이름을 지은 건,

그 이름이 태초에 물이 있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시작을 하는 그런 존재, 대단한 존재이기를 바랬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고서

교회를 다니며 성경공부를 하며

아버지는 통탄에 마지않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재미를 위해 남겨둡니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자각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

그런 멍충한 세상의 멍충한 사람들 이야기.

우리 이야기 말하는 것이군요.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말이죠.

종종 현실이 판타지다 싶을 때가 있으니, 책 속이 오히려 정상인데 싶기도 합니다. 


용기를 낼 것.

현실을 현실로 자각하지 말 것.

언어에 집착하지 말 것.

자신의 길을 즐기며 걸어갈 것.



이 네 가지를 가진 이야기들.

여태 너무 한 점으로만 사고 있지 않았던가 생각해봅니다.

완전 다르게 생각해보고 즐기며 걸어가봐야겠군요.



'엄청 멍충한'은

여덟 개의 소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대체 이게 뭐야! ​이 느낌이죠.

그래서, 참 좋습니다!



j******9 2015.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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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멍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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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뒤집어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같은 이야기라던가, 설령 거짓일지라도 상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와 어젯밤 본 드라마 이야기처럼 한심한 이야기는 다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삶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 주고 풍요롭게 해줄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 했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현실 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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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뒤집어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같은 이야기라던가, 설령 거짓일지라도 상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와 어젯밤 본 드라마 이야기처럼 한심한 이야기는 다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삶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 주고 풍요롭게 해줄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 했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현실 그 너머의 이야기들은 차곡차곡 쌓인 생각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줄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상상력조차 용납되지 않는 현실은 얼마나 따분하고 무미건조한가.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질서 정연하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우리는 움직이고 삶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그런데 독특한 시선으로 생각지도 못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작가를 만났다. 이력도 충분히 화제가 될만한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제목 또한 그 이력만큼이나 엉뚱하다. <엄청 멍충한>이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 속 멍충한 사람들과 현실을 사는 우리와 과연 누가 멍충한 사람들인지 대답조차 모호하게 만든다.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고 면밀히 들여다보면 멍충한 건 다름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상만 했을 뿐인데,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우리 앞에 존재하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작가가 직접 팔던 책이 유명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증명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현실의 이면을 본 것 같은 희열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다 거짓일지도 모르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숨 쉬고 살아가고 있지만 내면에 누가 살고 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거울 속에 보이는 내가 과거에 존재하는지 미래에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인간이라면 응당 겪고 고민해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언제부턴가 가치 없다며 고민할 필요 없다고 한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고 성공해야 하고 부자가 되어야 하고 더 예뻐져야 하고 외적인 것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그것만을 쫓는 삶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러한 삶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해보라고 가장 현실적인 제목을 달고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시스템 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며 앞만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한 <지옥의 시스템>, 편의에 의해 고안된 시스템 위에서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 잘할 줄 아는 건 성실함,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원래 사는 게 이런 거야, 앞만 보고 달리는 거야!라며 다정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오늘도 우리는 지옥의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직립 보행자 협회>의 우리 인류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목적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은 보다 흥미롭다. 인류 진화의 말로는 어디고, 신체적인 우월이 진화의 전부인지, 영혼의 자유가 없는 진화는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육체적인 즐거움보다 내면의 즐거움의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인류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화는 아닐까 하고 기발하게 묻는다.

 

이름에 얽힌 해프닝을 그린 <한물가버린 이름>은 너무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져 상념을 쫓는 멍충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은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에 대한 풍자는 <비둘기 파티>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 쓸모없는 것들이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세상에 대한 염증을 쏟아낸다. 비둘기보다 못한 멍충하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자살이 결국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님을 생각해 보게 되는 <자살에 의한 타살>과 내가 기대고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남자, 죽은 채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사후의 인생>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판타지와 현실, 그것은 어쩌면 책 속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처럼 다른 듯 닮은 듯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엄청 멍충한 시대, 멍충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깨알같이 재미는 아니었을까.

 

틈이라곤 보이지 않는 네모난 상자 속에 자신을 스스로 가둬놓고 안전하다고 위안 삼으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혹독하게 자신을 윤리와 도덕이라는 잣대로 억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죽은 채로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쯤에서 늘 줄타기를 하며 삶의 가벼움을 향해 가고 있지만 현실의 무게를 결코 버릴 수 없는 조금은 멍충한 사람이다. 그래도 조금씩 지혜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멍충한 사람들의 속살을 보았으니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다. 이것이 다 말장난이었다고 해도 믿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건 남는 법이다.

 

내가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없고,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없는 것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 진정 이토록 불행한 생물이 과거에도 있었을까? 혹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인간 진화의 말로는 자유다.

YES마니아 : 로얄 i*****j 2015.04.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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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멍충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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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멍충한 사람들을 보고 겪고 되면서 살아간다 아마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발목을 잡아서 아레스의 지옥에서 짐승들에게 발뒤꿈치를 깨물리며 죽은 후를 살아가도록 안배되어 있는 존재이기에 그럴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문득 드는 그 생각 속에서 혼자 낄낄거리며 이 책을 읽었다 재밌다 이런 유머가 삶에서 필요한게 아닐까 했다 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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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멍충한 사람들을 보고 겪고 되면서 살아간다

 

아마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발목을 잡아서 아레스의 지옥에서 짐승들에게

 

발뒤꿈치를 깨물리며 죽은 후를 살아가도록 안배되어 있는 존재이기에 그럴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문득 드는 그 생각 속에서 혼자 낄낄거리며 이 책을 읽었다

 

재밌다

 

이런 유머가 삶에서 필요한게 아닐까 했다

 

누워서 살아가고 비둘기와 함께 떠나는 그런 이야기

 

 

이 작가가 또 책을 쓸지는 잘 모르겠지만

 

쓴다면 다음에 또 어떤 웃긴 얘기로 날 웃겨줄지 기대가 된다

h*******1 2017.08.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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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같은 작가의 발견, 소설 엄청멍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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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정말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처음에 머릿말과 프롤로그를 보고는 무슨 소린가 했거든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독특한 발상의 소재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흡입력이 엄지척! 작품 안에 녹아있는 생각의 깊이도 대단하고요. 정말 괴물같은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본업이 건축가라니!!!!!     원문보기... http://roomy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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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정말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처음에 머릿말과 프롤로그를 보고는 무슨 소린가 했거든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독특한 발상의 소재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흡입력이 엄지척! 작품 안에 녹아있는 생각의 깊이도 대단하고요. 정말 괴물같은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본업이 건축가라니!!!!!

 

 

원문보기... http://roomy_room.blog.me/220353471652

 

 

 

h*******n 2015.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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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누워 있을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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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니안niian이란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들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니안의 글을 받아 번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톨킨 옹이 <나는 프로도 배긴스의 레드북을 번역했을 뿐이다.>라고 했듯이! 참신한 시작이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연유도 인상 깊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파는 책들을 열린책들의 편집자가 보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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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니안niian이란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들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니안의 글을 받아 번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톨킨 옹이 <나는 프로도 배긴스의 레드북을 번역했을 뿐이다.>라고 했듯이! 참신한 시작이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연유도 인상 깊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파는 책들을 열린책들의 편집자가 보게 되었고,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이 편집자는 에필로그에서 니안의 하수인4로 격하되었다. 이런 뒷얘기를 듣고보니 유행어 <될놈될>이 생각난다. <될 놈은 뭘해도 된다.>는 뜻이다. 내 생각엔 한승재 작가가 그런 이가 아닌가 한다. 등단 없이, 내가 쓴 글이 국내 유수 출판사에서 출간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아주 우연한 방식으로? 책 얘기를 하기에 앞서 작가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엄청멍충한』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비둘기파티」는 1,2편으로 나뉘어 있어 하나로 쳤다.) <멍충>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표시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섯 군데를 찾았다.


27p 멍충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43p 성실하지만 멍충했던 이들의 종착지, 성실하고 멍충한 사람들

154p 이렇게 멍충한 애국자

159p 부지런한 멍충이들

이 단어를 노골적으로 사용한 부분은 몇 군데 되지 않지만, 제목이 『엄청멍충한』인 이유는 말 그대로 멍충한 이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멍충>이라는 말은 어감이 세지 않고 애교스럽다고 해야 할까. 약간의 핀잔이 섞인 듯한 기분이 든다. 멍청하다고 하는 것보다 조금은 덜 멍청한 느낌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그런 의미의 <멍충이들>이다. 「비둘기파티」에서처럼 실소를 뿜어낼 정도로 우스운, 멍충이들이 있는가 하면, <뒤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검은 산」의 멍충이도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멍충한> 일들은 무심코 읽으면 바보같이 느껴지지만 돌아서면 그것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여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독특하고 기발하게 버무려내는 얘기들은 함께 실린 일러스트를 통해 시각화되기도 한다. 작가가 건축가라 그런지 그림도 발군의 실력이다. 한편 「비둘기 파티」와 「자살에 의한 타살」에서 그려내는 상황들은 다소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각각의 단편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그 때의 막연했던 느낌을 잡아내는 장면에서는 공포물이 아님에도 등허리가 선뜩해진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성인용 라벨을 붙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미성년자 열람 불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설명하긴 힘든데... 약간 위험한 책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단 얘기다.


조금 더 사족을 붙이고 싶은 단편은 「직립 보행자 협회」이다. 제목만 봐도 그럴싸한 이 글은 라디오헤드의 「Just」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은 글이다. 노래만큼이나 수작인 뮤직비디오는 스틸 사진으로 책에 실려있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은 감상하길 권한다.(영상은 아래에) 이 글에서는 척추가 푸딩처럼 녹아내리는 현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 현상의 흑막으로 등장하는 톰 요크(라디오헤드의 보컬)은 특유의 춤사위로 유명한 사람이다. 팬들이 애정을 담아 오징어춤이라 부르는 그의 춤실력은 「Lotus Flower」에서 예술성이 만개하였다. 나아가 「Atom for Peace」에서는 행위예술처럼 느껴진다. 전지적 팬 시점에서, 이 사람의 본업이 뮤지션이 아니라 댄서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오징어춤의 시초는 「Idioteque」의 라이브 영상이었다. 「Just」에도 잠깐 나오긴 하는데... 글 속에서 <척추가 녹아내리는 기분>을 춤으로 표현한다면 톰의 오징어춤이 아닐까 한다.


이 단편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 라디오헤드 멤버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실력이 된다면 번역이라도 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톰 요크의 이름을 <Thom Yorke>라고 써 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기도 하지만 뭐, 라디오헤드를 대놓고 언급했는데 무슨 일이 있으랴?


뒤에 실린 「불필요할 수도 있는 독후감」을 읽고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교통카드에서 거울 속의 비친 상에 이르기까지 니안은 내안에 들어와 한바탕 휘젓고 갔구나!

 

 

​61p 그가 순간 일어서면서 느낀 것은 남자들에게는 흔히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이른바 <오르가슴>이라는 따사로운 폭풍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몸속의 연유와 꿀과 햇빛이 뒤섞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나른한 느낌에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63p「어후, 그동안 직립 보행 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아, 직립 보행이란 얼마나 눈물 나도록 슬픈 일이던가. 미고는 그동안 서서 보낸 자신의 시절이 힘겹게 느껴져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자 등허리가 출렁이는게 느껴졌다. 너무 간지럽고 야릇한 기분에 그는 신나게 웃어 버렸다. 정확하게 미친놈의 형상이었다.

 

89p 멜팅 현상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할 무렵, 허리가 녹아내린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나뒹구는 모습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런던에서는 최초로 응급 침대 제도를 도입했다. ... 공무원들은 매시간 도시를 돌며 응급 침대를 깨끗이 닦아 두었다.

 

92p 신체 퇴화는 인류 진화 역사상 최초의 역주행이었다. 이것은 인류 진화 그래프가 하향 곡선으로 꺾이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e***a 2015.03.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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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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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다는 표현을 아무에게나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속에 담긴 약간은 빈정대는 듯한 느낌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상대방의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제목으로 <엄청멍충한>이라고 썼다면, 저자는 누구를 향해 멍청하다고 말한 것일까(멍충한 이라는 표현이라 살짝 귀여운 느낌도 있지만)?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을 향한 말일까? 아니면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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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다는 표현을 아무에게나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속에 담긴 약간은 빈정대는 듯한 느낌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상대방의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제목으로 엄청멍충한이라고 썼다면, 저자는 누구를 향해 멍청하다고 말한 것일까(멍충한 이라는 표현이라 살짝 귀여운 느낌도 있지만)?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을 향한 말일까? 아니면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말일까 

 

엄청멍충한을 쓴 작가 한승재. 낯선 그의 이름에 어떤 인물인가 찾아봤더니 이력이 독특하다. 전문작가가 아니라 건축가란다. 게다가 이 책을 출판한 계기도 특이하다. 자비로 출판한 책을 홍대 놀이터에서 팔다 열린책들의 눈에 띄어 정식으로 출판하게 되었단다.

 

이런 이력을 보니 책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최근에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책들이 대부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삶의 단면들을 담은 내용들이라 이 책도 역시 그런 흐름을 띄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러했다. 책에는 니안이라는 인물이 작가에게 건네 준 파일에 담긴 8편의 단편들이 담겨있다. 그것도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낯선 곳의, 낯선 이야기를 담은.

 

사실 읽는 재미가 그렇게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읽으면서 무거운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이야기 속에 담긴 내용들은 비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 데 현실을 더 정확하게 그려낸 듯한 모습에 놀라운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지옥의 시스템에서 헤르메스가 지옥에 만들어놓은 시스템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 혹은 기업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고 그 속에 갇힌 이들은 잠시만 늦어져도 깊디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시스템.

 

우리의 세계를 낯설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도록 그려낸 기대되는 신인 작가를 만나게 해 준 작품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 걔가 걔고 걔가 걔다는 또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p*****4 2015.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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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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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라는 이름의 작가는 처음 들어본다. 알고 보니 정식으로 작가 등단과정을 밟지 않고 자비로 길거리에서 직접 책을 내다 팔던 중에 열린책들의 눈에 띄었는지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길거리 캐스팅이나 신고 선수 정도로 보면 될 거 같은데 솔직히 이채롭기도 하고 재능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나 자신이 동경할만한 데뷔 스토리이다. 가당치도 않은 망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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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라는 이름의 작가는 처음 들어본다. 알고 보니 정식으로 작가 등단과정을 밟지 않고 자비로 길거리에서 직접 책을 내다 팔던 중에 열린책들의 눈에 띄었는지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길거리 캐스팅이나 신고 선수 정도로 보면 될 거 같은데 솔직히 이채롭기도 하고 재능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나 자신이 동경할만한 데뷔 스토리이다. 가당치도 않은 망상이지만. 내게는.

 

 

그런데 낯선 작가라 선뜻 정주기 힘들다고 봤을 때 책표지가 첫인상을 좌우하는데 이상했다. 무슨 그림이야? 배추포기 쌓아놨나? ? 아니다. 비둘기 떼들이다. 아하, 단편들 중에 비둘기파티가 있어서 그걸 표현했나. 가까이서 보기보다 멀찍이 보면 그제야 독특하구나.
, 그리고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꼽자면 주저 없이 지옥의 시스템을 언급하련다. 지옥을 건축한 헤르메스라는 자가 있다. 지옥의 한가운데 맹수의 평야라는 곳이 있어서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그 갈대 사이사이에 맹수들이 숨어 있다 사람들의 발목을 깨문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파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지옥이지. 이 양반들아.

 

 

당연히 생전에 죄지은 너희들은 이런 고통 받는 것은 타당하다는 게 헤르메스의 지론이겠지만 맹수들로 잠시도 편히 쉴 수 없는 사람들은 맹수에게 당하지 않고 사냥하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청한다. 친절한 헤르메스는 러닝머신 같은 높이 있는 기계를 고안해 사람들의 걸음을 동력원 삼아 바퀴가 믹서기같이 맹수들을 주스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사람들은 일제히 기계에 올라타 환호했고 대신에 맹수들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나갔다.

 

 

이제 여기를 천국이라 착각하는 사람들마저 생긴다. 그런 만큼 행복한 웃음이 넘쳤을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뛰는 것까지는 좋은데 원래 러닝머신이라는 기계는 전원을 정지시키지 전까지는 계속 달려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헤르메스는 결코 천사표가 아니었으니 처음부터 이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지. 그래서 엄청 멍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근시안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는 이 우매함이란, 정말!!! 짧지만 생각거리를 남기는 단편이고 다소 억지스런 대입이지만 조삼모사가 연상된다.

 

 

다른 단편들도 거의 비슷한 느낌들이다. 작가가 허풍 때리며 능청스러울 때, 그것의 외피가 그렇게 견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하다며 받아주도록 글을 써내려갔다. 그 점에서 고민 않고 기묘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 마냥 읽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예사롭지는 않다. 상대성이론이나 진화론 같은 과학적 지식과 환경문제까지 아우르는 주제 접근방식은 신선한 편이니까. 게다가 분량은 많지 않은 대신 처녀작임을 감안하면 다소 매끄럽지 않은 문체는 감안해 주어야 할 것이며, 약속시간이 남아있다면 잠시 짬을 내 읽기에 좋지 않을까 한다.

 

q****5 2015.04.10. 신고 공감 0 댓글 0